“든든하게 설 명절 나세요”…13년째 이어진 사랑의 ‘쌀 기부’

입력 2023.01.0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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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오늘(6일) 오전 7시 20분쯤.

서울 성북구 월곡2동 주민센터 앞으로 트럭 한 대가 다가옵니다.

덮개에 씌워져 있던 트럭 짐칸엔 20kg짜리 쌀 300포대가 실려 있었습니다.

주민센터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트럭에서 부지런히 쌀을 나릅니다. 이른 아침부터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 "어려운 이웃이 든든하게 명절을 날 수 있도록…" 13년간 이어져 온 '천사의 선행'

한 달 전인 지난달 6일 오후 3시쯤, 월곡2동 주민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든든하게 명절을 날 수 있도록, 1월 6일 새벽에 쌀을 보내니 잘 부탁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갑자기 쌀을 보낸다니 당황할 법도 하지만, 전화를 받은 주민센터 직원은 차분한 모습이었습니다.

오히려 "천사의 안부를 확인하게 돼 안도하는 마음까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안도하는 마음'. 그렇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 익명의 기부자가 설 명절을 앞두고 쌀 포대를 보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11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20kg 쌀 300포대를 월곡2동 주민센터로 보내왔던 것입니다.

13년째, 지금까지 기부한 쌀 포대만 모두 3,900포대, 78톤에 시가로 2억여 원에 이릅니다.

■ '천사의 쌀'로 따뜻해진 지역 공동체


설 명절을 앞두고 연례행사가 된 '천사의 쌀 300포대'. 쌀을 옮기던 월곡2동의 한 주민은 "20kg 쌀이 꽤 무겁지만, 얼굴 없는 천사가 보낸 쌀을 어려운 이웃이 맛있게 드실 생각을 하면 힘이 솟는다"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서울 성북구청 관계자는 "'얼굴 없는 천사'의 정체에 대해 찾아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익명의 천사' 스스로 얼굴을 알리지 않고 나눔을 이어가길 원하는데 그 뜻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냐"며 "앞으로도 얼굴 없는 천사로 계실 거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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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든든하게 설 명절 나세요”…13년째 이어진 사랑의 ‘쌀 기부’
    • 입력 2023-01-06 17:55:37
    취재K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오늘(6일) 오전 7시 20분쯤.

서울 성북구 월곡2동 주민센터 앞으로 트럭 한 대가 다가옵니다.

덮개에 씌워져 있던 트럭 짐칸엔 20kg짜리 쌀 300포대가 실려 있었습니다.

주민센터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트럭에서 부지런히 쌀을 나릅니다. 이른 아침부터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 "어려운 이웃이 든든하게 명절을 날 수 있도록…" 13년간 이어져 온 '천사의 선행'

한 달 전인 지난달 6일 오후 3시쯤, 월곡2동 주민센터로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어려운 이웃이 조금이나마 든든하게 명절을 날 수 있도록, 1월 6일 새벽에 쌀을 보내니 잘 부탁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누군지 밝히지도 않고 갑자기 쌀을 보낸다니 당황할 법도 하지만, 전화를 받은 주민센터 직원은 차분한 모습이었습니다.

오히려 "천사의 안부를 확인하게 돼 안도하는 마음까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안도하는 마음'. 그렇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이 익명의 기부자가 설 명절을 앞두고 쌀 포대를 보낸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11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20kg 쌀 300포대를 월곡2동 주민센터로 보내왔던 것입니다.

13년째, 지금까지 기부한 쌀 포대만 모두 3,900포대, 78톤에 시가로 2억여 원에 이릅니다.

■ '천사의 쌀'로 따뜻해진 지역 공동체


설 명절을 앞두고 연례행사가 된 '천사의 쌀 300포대'. 쌀을 옮기던 월곡2동의 한 주민은 "20kg 쌀이 꽤 무겁지만, 얼굴 없는 천사가 보낸 쌀을 어려운 이웃이 맛있게 드실 생각을 하면 힘이 솟는다"라며 미소를 지었습니다.

서울 성북구청 관계자는 "'얼굴 없는 천사'의 정체에 대해 찾아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익명의 천사' 스스로 얼굴을 알리지 않고 나눔을 이어가길 원하는데 그 뜻을 존중해야 하지 않겠냐"며 "앞으로도 얼굴 없는 천사로 계실 거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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