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돌 하나 모래 한 줌이라도 보태야”

입력 2023.01.07 (08:29) 수정 2023.01.0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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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신년 특집 대담에서도 보셨듯 올 한 해 남북관계는 긴장에 긴장을 거듭하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에 놓일 것 같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주제에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더욱 필요하기도 합니다.

네, 그래서 오늘, 민족의 화해와 평화에 대한 염원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한 분을 소개해 드리려 하는데요.

한평생 통일을 꿈 꾸며 가진 것을 나누고 애를 쓰신다고 합니다.

이하영 리포터, 만나고 오셨죠?

[답변]

네,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올해 여든셋의 권송성 어르신인데요.

지난달엔 20년 넘게 차고 다니신 금시계와 금반지를 팔아서 무려 천만 원이 넘는 돈을 남북협력기금에 쾌척을 하셨습니다.

[앵커]

소중한 물건들이었을 텐데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이번 기부가 처음이 아니라는 보도도 있었지 않나요?

[답변]

네, 남북협력기금에 기부를 한 게 이번이 네 번째인데요.

그동안 남북철도 연결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돌 하나, 모래 한 줌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꾸준히 기부를 이어 오셨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을 갖고 계신지 지금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 도심 한복판 흔적만 남은 기찻길, 오래전 중단된 경의선 구간입니다.

이 철길을 올해 여든셋 권송성 어르신이 걷고 있습니다.

생각에 잠긴 듯 잠시 걸음을 멈추고 철로를 한번 만져 보는데요.

[권송성/83세 : "(이렇게 날도 추운데 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 옛 추억이 생각나서 민족 국민으로서 이 철도 우리 남북 간 연결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일제 때 놓인 이 기찻길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518.5km의 철로였지만, 남북 분단으로 폐선이 된, 사연 많은 곳인데요.

강산이 다섯 번은 변했을 시기, 2000년대 들어 남북은 경의선 복원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공사도 본격화했습니다.

["이번 남북 경협 추진 회의의 최대 성과는 역시 남북 간의 철도와 도로 연결입니다. 남북은 다음 달 18일 양측이 동시에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쁜 소식에 권송성 어르신은 조금이라도 보태달라고 남북협력기금에 천만 원을 냈습니다.

[권송성/83세 : "모래 한 줌이라도 돌 한 알이라도 사용해달라고 봉급에서 제가 통일부에 (돈을) 갖다줬습니다."]

[권송성/83세 : "(선생님, 얼마 전에는 오랜 시간 차고 계시던 금시계와 금반지를 팔아서 기부 활동을 하셨다고요?) 네, 그랬습니다. 25년 동안 차고 다닌 반지와 시계, 국민으로서 보탬이 될까 하고 제가 기부를 했습니다."]

25년간 차고 다녔다는 금시계와 금반지 3개를 팔아 마련한 1,180만 원을 지난달에 네 번째로 남북협력기금에 기부한 겁니다.

주로 건설업계에서 활동한 권 어르신은 지금은 중소기업의 회장으로 있는데요.

[권송성/83세 : "(멋지게 꾸며놓으셨네요, 이 공간을) 내 개인 사무실이에요."]

한가득 진열된 사진 가운데 지난달의 기부 모습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권송성/83세 : "어떻게 하면 통일은 안 될망정 서로 왔다갔다 그렇게 평화적으로 지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간절합니다."]

생각만이 아니라 직접 실행에 옮기게 된 건 서른 중반에 만난 양어머니 영향이 컸습니다.

고종의 마지막 딸로 알려진 故 이문용 여사는 왕실 족보에 오르지 못한 채 파란만장하고 어려운 삶을 살았고, 이 사연을 알게 된 권 씨가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모자의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권송성/83세: "민족을 사랑하라 잘되면 베풀고 살아라, 그 교훈을 많이 줘서 제가 이렇게 민족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갖게 됐죠."]

여기에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기부를 결심한 직접적인 계기였다고 합니다.

당시 천만 원이면 꽤 큰 돈인데요.

월급을 쪼개며 오랫동안 모은 천만 원을 첫 기부금으로 내놓은 겁니다.

[권송성/83세 : "정상들끼리 정상회담을 하니까 마음이 너무 기뻐서, 또 우리 어머니 말씀하신 것이 생각이 나서 제가 봉급에서 기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을 위해 2002년, 두 번째로 천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이 일로 퇴임을 앞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감사 편지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18년, 판문점과 평양 정상회담을 거쳐 다시 철도 연결이 논의됐고, 권송성 어르신은 세 번째로 천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권송성/83세 : "우리가 중단된 것을 잇게 된다, 그것이 너무나 기뻐서."]

결코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도 했는데요.

2007년 남북 화물열차 운행 기념행사와 2018년 동서해선 철도 연결 착공식 때 ‘국민 대표’로 참석한 겁니다.

[권송성/83세 : "(북한) 장관이 우리 권가더라고요. 권가 하고 여러 주민들이 있는데 같이 브라보도 하고 사진도 찍고."]

또 우방인 미국이 곤란에 처했을 땐 아픔을 함께 하기도 했다는데요.

[권송성/83세 : "6.25때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서 미국 정부나 미국 국민들이 너무나 사랑을 많이 했는데 9.11테러 난 것을 보고,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내가 김대중 대통령 때 회갑 때 들어온 돈 전부 다 보냈습니다. 기부 하라고."]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 때도 적십자사를 통해 성금을 전달했고, 2015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골드 어워드’를 받았습니다.

특별히 2023년은 6.25전쟁 휴전 70주년을 맞은 해입니다.

일평생 전쟁과 휴전 그리고 남북관계의 변화를 모두 겪어 온 권송성 씨에게 올 한 해 소망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하루빨리 북녘 땅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기를 기원하는 권송성 어르신.

하지만 최근의 한반도처럼 안타까운 상황이 찾아올 때면 북한 음식을 먹으며 마음을 달래본다는데요.

통일의 희망만큼은 놓을 수 없다는 권송성 어르신의 올해 소원은, 남북관계가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하는 겁니다.

[권송성/83세 : "독일 같이 통일이 되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것은 안 될망정 서로 왕래라도 했으면 서로 주고받고 서로 아끼고 그런 마음들을 가졌으면, 그런 생각입니다."]

더 나아가 민족이 하나가 돼 힘을 키워 후손들이 잘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건 평생의 꿈.

[권송성/83세 : "우리가 서로 나라를 사랑하고 서로 국민을 사랑하고 도와가면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일 하면서 살아갑시다. 2023년 우리 대한민국이 정말로 우뚝 선 대한민국을 만들어 봅시다."]

세월에 빛바랜 녹슨 철길을 고치고, 남북주민을 태운 열차가 자유로이 운행하고, 민족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이 속히 오기를.

그 간절한 염원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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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돌 하나 모래 한 줌이라도 보태야”
    • 입력 2023-01-07 08:29:16
    • 수정2023-01-07 09:4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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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신년 특집 대담에서도 보셨듯 올 한 해 남북관계는 긴장에 긴장을 거듭하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황에 놓일 것 같습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 평화와 안정이라는 주제에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더욱 필요하기도 합니다.

네, 그래서 오늘, 민족의 화해와 평화에 대한 염원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한 분을 소개해 드리려 하는데요.

한평생 통일을 꿈 꾸며 가진 것을 나누고 애를 쓰신다고 합니다.

이하영 리포터, 만나고 오셨죠?

[답변]

네,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올해 여든셋의 권송성 어르신인데요.

지난달엔 20년 넘게 차고 다니신 금시계와 금반지를 팔아서 무려 천만 원이 넘는 돈을 남북협력기금에 쾌척을 하셨습니다.

[앵커]

소중한 물건들이었을 텐데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이번 기부가 처음이 아니라는 보도도 있었지 않나요?

[답변]

네, 남북협력기금에 기부를 한 게 이번이 네 번째인데요.

그동안 남북철도 연결 사업에 큰 관심을 갖고 돌 하나, 모래 한 줌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꾸준히 기부를 이어 오셨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을 갖고 계신지 지금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서울 도심 한복판 흔적만 남은 기찻길, 오래전 중단된 경의선 구간입니다.

이 철길을 올해 여든셋 권송성 어르신이 걷고 있습니다.

생각에 잠긴 듯 잠시 걸음을 멈추고 철로를 한번 만져 보는데요.

[권송성/83세 : "(이렇게 날도 추운데 여기서 뭐 하고 계세요?) 옛 추억이 생각나서 민족 국민으로서 이 철도 우리 남북 간 연결 그런 것을 생각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일제 때 놓인 이 기찻길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518.5km의 철로였지만, 남북 분단으로 폐선이 된, 사연 많은 곳인데요.

강산이 다섯 번은 변했을 시기, 2000년대 들어 남북은 경의선 복원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공사도 본격화했습니다.

["이번 남북 경협 추진 회의의 최대 성과는 역시 남북 간의 철도와 도로 연결입니다. 남북은 다음 달 18일 양측이 동시에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 공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쁜 소식에 권송성 어르신은 조금이라도 보태달라고 남북협력기금에 천만 원을 냈습니다.

[권송성/83세 : "모래 한 줌이라도 돌 한 알이라도 사용해달라고 봉급에서 제가 통일부에 (돈을) 갖다줬습니다."]

[권송성/83세 : "(선생님, 얼마 전에는 오랜 시간 차고 계시던 금시계와 금반지를 팔아서 기부 활동을 하셨다고요?) 네, 그랬습니다. 25년 동안 차고 다닌 반지와 시계, 국민으로서 보탬이 될까 하고 제가 기부를 했습니다."]

25년간 차고 다녔다는 금시계와 금반지 3개를 팔아 마련한 1,180만 원을 지난달에 네 번째로 남북협력기금에 기부한 겁니다.

주로 건설업계에서 활동한 권 어르신은 지금은 중소기업의 회장으로 있는데요.

[권송성/83세 : "(멋지게 꾸며놓으셨네요, 이 공간을) 내 개인 사무실이에요."]

한가득 진열된 사진 가운데 지난달의 기부 모습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권송성/83세 : "어떻게 하면 통일은 안 될망정 서로 왔다갔다 그렇게 평화적으로 지냈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 간절합니다."]

생각만이 아니라 직접 실행에 옮기게 된 건 서른 중반에 만난 양어머니 영향이 컸습니다.

고종의 마지막 딸로 알려진 故 이문용 여사는 왕실 족보에 오르지 못한 채 파란만장하고 어려운 삶을 살았고, 이 사연을 알게 된 권 씨가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모자의 인연을 맺었다고 합니다.

[권송성/83세: "민족을 사랑하라 잘되면 베풀고 살아라, 그 교훈을 많이 줘서 제가 이렇게 민족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갖게 됐죠."]

여기에 2000년 남북정상회담은 기부를 결심한 직접적인 계기였다고 합니다.

당시 천만 원이면 꽤 큰 돈인데요.

월급을 쪼개며 오랫동안 모은 천만 원을 첫 기부금으로 내놓은 겁니다.

[권송성/83세 : "정상들끼리 정상회담을 하니까 마음이 너무 기뻐서, 또 우리 어머니 말씀하신 것이 생각이 나서 제가 봉급에서 기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남북 철도 연결 사업을 위해 2002년, 두 번째로 천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이 일로 퇴임을 앞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감사 편지까지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18년, 판문점과 평양 정상회담을 거쳐 다시 철도 연결이 논의됐고, 권송성 어르신은 세 번째로 천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권송성/83세 : "우리가 중단된 것을 잇게 된다, 그것이 너무나 기뻐서."]

결코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도 했는데요.

2007년 남북 화물열차 운행 기념행사와 2018년 동서해선 철도 연결 착공식 때 ‘국민 대표’로 참석한 겁니다.

[권송성/83세 : "(북한) 장관이 우리 권가더라고요. 권가 하고 여러 주민들이 있는데 같이 브라보도 하고 사진도 찍고."]

또 우방인 미국이 곤란에 처했을 땐 아픔을 함께 하기도 했다는데요.

[권송성/83세 : "6.25때 우리 대한민국을 위해서 미국 정부나 미국 국민들이 너무나 사랑을 많이 했는데 9.11테러 난 것을 보고,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내가 김대중 대통령 때 회갑 때 들어온 돈 전부 다 보냈습니다. 기부 하라고."]

보스턴 마라톤 폭탄 테러 사건 때도 적십자사를 통해 성금을 전달했고, 2015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골드 어워드’를 받았습니다.

특별히 2023년은 6.25전쟁 휴전 70주년을 맞은 해입니다.

일평생 전쟁과 휴전 그리고 남북관계의 변화를 모두 겪어 온 권송성 씨에게 올 한 해 소망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하루빨리 북녘 땅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기를 기원하는 권송성 어르신.

하지만 최근의 한반도처럼 안타까운 상황이 찾아올 때면 북한 음식을 먹으며 마음을 달래본다는데요.

통일의 희망만큼은 놓을 수 없다는 권송성 어르신의 올해 소원은, 남북관계가 조금이라도 풀렸으면 하는 겁니다.

[권송성/83세 : "독일 같이 통일이 되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것은 안 될망정 서로 왕래라도 했으면 서로 주고받고 서로 아끼고 그런 마음들을 가졌으면, 그런 생각입니다."]

더 나아가 민족이 하나가 돼 힘을 키워 후손들이 잘 살 수 있는 터전을 만드는 건 평생의 꿈.

[권송성/83세 : "우리가 서로 나라를 사랑하고 서로 국민을 사랑하고 도와가면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부강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일 하면서 살아갑시다. 2023년 우리 대한민국이 정말로 우뚝 선 대한민국을 만들어 봅시다."]

세월에 빛바랜 녹슨 철길을 고치고, 남북주민을 태운 열차가 자유로이 운행하고, 민족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이 속히 오기를.

그 간절한 염원을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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