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하기관’ 임원의 친정 동원 갑질…노동부 “직장 괴롭힘 해당”

입력 2023.01.08 (21:29) 수정 2023.01.08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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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탈북민 정착을 지원하는 남북하나재단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재단 임원이 상급 기관인 통일부까지 동원해 부하 직원에게 무리한 업무 지시를 내렸다는데, 노동부는 이를 모두 사실로 판단하고 과태료 5백 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이도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인 남북하나재단.

탈북민의 정착을 지원하는 곳인데, 탈북민 A 씨의 일터이기도 합니다.

[A 씨/전 남북하나재단 감사팀장/음성변조 :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도 좀 빨랐고요. 다른 탈북민들에 비해서 잘 적응한다 이런 얘기도 많이 들으면서..."]

재작년 8월, 당시 감사팀장이던 A 씨에게 통일부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최근 3년 치 업무 내용, 또 감사팀 운영 계획과 함께 통일부 감사에 어떻게 조치할지 보고하란 지시였습니다.

시한은 바로 다음 날, 3백 쪽 넘는 자료를 하루 만에 준비하라는 거였습니다.

[A 씨/전 남북하나재단 감사팀장/음성변조 : "이해가 안 되죠. 그렇지만 통일부 정착지원과가 재단을 지휘 감독하니까 사실 저희한테 하늘 같은 곳이거든요."]

이후 약 일주일 동안 이런 자료 요청은 세 차례 더 이어졌습니다.

[남북하나재단 관계자/음성변조 : "그 어떤 감사팀장도 통일부한테 이렇게 불려다니고 한 적은 없거든요. 그것 때문에 팀장이 많이 힘들어하고..."]

A 씨는 그 배후로 통일부 국장 출신인 재단의 한 본부장을 의심했습니다.

'업무 보고'를 두고 A 씨와 갈등을 빚던 중이었습니다.

감사 업무의 독립성을 위해 감사팀장은 재단 감사와 이사장에게만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본부장이 자신에게도 보고하라 요구한 겁니다.

게다가 A 씨에게 수차례 자료 제출을 요구한 통일부 간부는 본부장의 전 부하 직원이기도 했습니다.

조사에 착수한 고용노동부는 A 씨의 의심을 사실로 판단했습니다.

해당 본부장이 재단을 감독하는 통일부를 이용해, 부당한 보고를 강요했다고 결정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과태료 5백만 원도 부과했습니다.

[김경협/국회 외교통일위 위원 : "사적인 인맥을 동원해서 공적인 일에 개입을 시키고 여기에 탈북민을 지원해야 할 이 기관에서 탈북민을 괴롭혔다고 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고..."]

당사자인 본부장은 업무 지시가 부당했다 보지 않으며, 노동부 조사 결과에 불복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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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하기관’ 임원의 친정 동원 갑질…노동부 “직장 괴롭힘 해당”
    • 입력 2023-01-08 21:29:21
    • 수정2023-01-08 21: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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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탈북민 정착을 지원하는 남북하나재단에서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재단 임원이 상급 기관인 통일부까지 동원해 부하 직원에게 무리한 업무 지시를 내렸다는데, 노동부는 이를 모두 사실로 판단하고 과태료 5백 만원을 부과했습니다.

이도윤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통일부 산하 공공기관인 남북하나재단.

탈북민의 정착을 지원하는 곳인데, 탈북민 A 씨의 일터이기도 합니다.

[A 씨/전 남북하나재단 감사팀장/음성변조 : "좋은 평가를 받고 승진도 좀 빨랐고요. 다른 탈북민들에 비해서 잘 적응한다 이런 얘기도 많이 들으면서..."]

재작년 8월, 당시 감사팀장이던 A 씨에게 통일부에서 갑자기 연락이 왔습니다.

최근 3년 치 업무 내용, 또 감사팀 운영 계획과 함께 통일부 감사에 어떻게 조치할지 보고하란 지시였습니다.

시한은 바로 다음 날, 3백 쪽 넘는 자료를 하루 만에 준비하라는 거였습니다.

[A 씨/전 남북하나재단 감사팀장/음성변조 : "이해가 안 되죠. 그렇지만 통일부 정착지원과가 재단을 지휘 감독하니까 사실 저희한테 하늘 같은 곳이거든요."]

이후 약 일주일 동안 이런 자료 요청은 세 차례 더 이어졌습니다.

[남북하나재단 관계자/음성변조 : "그 어떤 감사팀장도 통일부한테 이렇게 불려다니고 한 적은 없거든요. 그것 때문에 팀장이 많이 힘들어하고..."]

A 씨는 그 배후로 통일부 국장 출신인 재단의 한 본부장을 의심했습니다.

'업무 보고'를 두고 A 씨와 갈등을 빚던 중이었습니다.

감사 업무의 독립성을 위해 감사팀장은 재단 감사와 이사장에게만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본부장이 자신에게도 보고하라 요구한 겁니다.

게다가 A 씨에게 수차례 자료 제출을 요구한 통일부 간부는 본부장의 전 부하 직원이기도 했습니다.

조사에 착수한 고용노동부는 A 씨의 의심을 사실로 판단했습니다.

해당 본부장이 재단을 감독하는 통일부를 이용해, 부당한 보고를 강요했다고 결정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과태료 5백만 원도 부과했습니다.

[김경협/국회 외교통일위 위원 : "사적인 인맥을 동원해서 공적인 일에 개입을 시키고 여기에 탈북민을 지원해야 할 이 기관에서 탈북민을 괴롭혔다고 하는 것이 심각한 문제고..."]

당사자인 본부장은 업무 지시가 부당했다 보지 않으며, 노동부 조사 결과에 불복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KBS 뉴스 이도윤입니다.

촬영기자:류재현/영상편집:이재연/그래픽:이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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