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번 투표 끝에 간신히 하원의장…美 정치 어디로?

입력 2023.01.09 (06:28) 수정 2023.01.0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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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새해부터 미국 정치권에는 태풍이 불어닥쳤습니다.

보통 한 번 투표로 끝나는 하원의장 선거에서 다수당의 대표가 무려 닷새 간, 15번의 투표로 가까스로 당선된 건데요.

미국 의회, 개원부터 혼란 수습을 먼저 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죠.

워싱턴 연결합니다.

이정민 특파원, 혼란의 미국 하원 선거, 어떤 내용이었는지 먼저 얘기해볼까요?

[기자]

미국 하원의장은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미국 권력서열 3위입니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민주당 다수였던 하원이 공화당에 넘어가면서, 하원 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가 물러났죠.

그래서 지난주, 현지시각 3일부터 미 하원이 새 의장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시작했습니다.

기권표 빼고 과반을 얻으면 되는데 미국은 양당제라 보통 다수당 원내 대표가 웬만하면 한 번 투표로 쉽게 의장 자리를 얻습니다.

그런데 이 투표에서 다수당인 공화당의 매카시 원내대표가 과반 확보에 계속 실패하면서 무려 닷새 간, 열 다섯 번 투표 끝에 간신히 의장에 당선 됐습니다.

그것도 6명이 기권하는 바람에 과반에 필요한 투표 수가 줄어서였습니다.

[셰릴 존슨/미국 하원 서기 : "과반수를 얻은 캘리포니아주의 케빈 매카시 의원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하원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남북전쟁 직전인 1859년 이래, 가장 많은 투표가 치러진 하원의장 선거입니다.

[앵커]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가졌는데도 어렵게 당선됐다는 건 자기 당 후보에 반대한 의원들이 많았단 거네요?

[기자]

공화당이 다수당이긴 하지만 민주당과 열 석 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그런데 투표 시작부터 매카시 대표에게 반기를 든 공화당 의원들이 20명 정도였습니다.

대부분 이른바 '프리덤 코커스'라는 강경 보수파 모임 소속 의원들인데, 민주당과는 타협할 수 없다는 친(親) 트럼프 성향 인사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매카시 대표가 민주당을 상대하기 너무 유약하다, 휘둘리지 않고 강경파 의견 듣겠다는 걸 제도로 보장해야 표 주겠단 거였습니다.

예를 들면 의원 단 한 명으로도 의장직 박탈하는 투표 소집이 가능하도록 규정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 규정이 있었던 2015년, 의장이 이 때문에 물러난 적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의장 활동 발목 잡을 게 뻔한 이 규정, 결국 받아들여졌고요.

이 외에 국경 강화, 예산 지출 요건 강화 같은 강경 요구들도 쏟아졌습니다.

[마조리 그린/미국 공화당 의원 : "2024년에는 중요한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우리 공화당 의원들은 우리가 국가를 이끌기에 믿을만하다는 걸 증명해야 해요."]

결국 매카시 대표는 표 하나 더 얻기 위해 많은 걸 양보하고 나서야 당선됐습니다.

[앵커]

매카시 대표가 어떻길래 강경파 의원들이 이렇게 열심히 반대한거죠?

[기자]

이제는 의장이 됐죠.

매카시 하원의장, 9선 의원으로 그 스스로도 상당한 강경파입니다.

2016년부터 친 트럼프 행보를 보였지만, 가끔 갈짓자를 걸은 적도 있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보단 훨씬 정치 선배여서 완전히 트럼프 사람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친 트럼프, 초강경파 성향 의원들이 의장을 더 강경파에 묶어두기 위한 극단적 투표 행태를 보였단 해석이 가능한데요.

특히 막판 투표까지도 매카시는 안된다던 일부 의원들 마음을 돌리는 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영향을 미친 걸로 알려졌는데, 그래서 매카시 하원의장, 당선 뒤 이런 말까지 했습니다.

[케빈 매카시/미국 하원의장 : "나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의 영향력은 의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는 처음부터 나와 뜻을 같이 했습니다."]

매카시 의장으로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빚까지 잔뜩 지게 된 셈이죠.

[앵커]

이렇게 어렵게 하원의장에 당선된 매카시, 앞으로 행보는 어떨까요?

[기자]

매카시 의장, 취임 연설에서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집중 공세를 예고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미국 남부 국경 통제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비난하면서 이런 문제들 조사할 거라고 했습니다.

바이든 정부 재정 제대로 죄고, 바이든 대통령 차남의 해외 사업 부당이득 취득 의혹도 파헤칠 거라고 했습니다.

내년 치러질 대선 대비 시작하는거죠.

중국에 대해서도 강경 노선을 예고했습니다.

연설 내용 들어보시죠.

[케빈 매카시/미국 하원의장 : "초당적인 중국 특별 위원회를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중국으로 간 수십 만 개의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지를 조사해서 이 경제 경쟁에서 승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투표, 소수 강경파에 흔들리는 정치, 혼란의 미국 민주주의를 이번 투표가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지적은 여전히 나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이었습니다.

영상편집:김인수/그래픽:강민수/자료조사:안소현 서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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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09 06:28:27
    • 수정2023-01-09 07: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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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부터 미국 정치권에는 태풍이 불어닥쳤습니다.

보통 한 번 투표로 끝나는 하원의장 선거에서 다수당의 대표가 무려 닷새 간, 15번의 투표로 가까스로 당선된 건데요.

미국 의회, 개원부터 혼란 수습을 먼저 해야 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죠.

워싱턴 연결합니다.

이정민 특파원, 혼란의 미국 하원 선거, 어떤 내용이었는지 먼저 얘기해볼까요?

[기자]

미국 하원의장은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미국 권력서열 3위입니다.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민주당 다수였던 하원이 공화당에 넘어가면서, 하원 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가 물러났죠.

그래서 지난주, 현지시각 3일부터 미 하원이 새 의장을 선출하기 위한 투표를 시작했습니다.

기권표 빼고 과반을 얻으면 되는데 미국은 양당제라 보통 다수당 원내 대표가 웬만하면 한 번 투표로 쉽게 의장 자리를 얻습니다.

그런데 이 투표에서 다수당인 공화당의 매카시 원내대표가 과반 확보에 계속 실패하면서 무려 닷새 간, 열 다섯 번 투표 끝에 간신히 의장에 당선 됐습니다.

그것도 6명이 기권하는 바람에 과반에 필요한 투표 수가 줄어서였습니다.

[셰릴 존슨/미국 하원 서기 : "과반수를 얻은 캘리포니아주의 케빈 매카시 의원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하원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남북전쟁 직전인 1859년 이래, 가장 많은 투표가 치러진 하원의장 선거입니다.

[앵커]

공화당이 과반 의석을 가졌는데도 어렵게 당선됐다는 건 자기 당 후보에 반대한 의원들이 많았단 거네요?

[기자]

공화당이 다수당이긴 하지만 민주당과 열 석 밖에 차이가 안 납니다.

그런데 투표 시작부터 매카시 대표에게 반기를 든 공화당 의원들이 20명 정도였습니다.

대부분 이른바 '프리덤 코커스'라는 강경 보수파 모임 소속 의원들인데, 민주당과는 타협할 수 없다는 친(親) 트럼프 성향 인사들이 많습니다.

이들의 주장은 매카시 대표가 민주당을 상대하기 너무 유약하다, 휘둘리지 않고 강경파 의견 듣겠다는 걸 제도로 보장해야 표 주겠단 거였습니다.

예를 들면 의원 단 한 명으로도 의장직 박탈하는 투표 소집이 가능하도록 규정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는데, 이 규정이 있었던 2015년, 의장이 이 때문에 물러난 적 있었습니다.

앞으로의 의장 활동 발목 잡을 게 뻔한 이 규정, 결국 받아들여졌고요.

이 외에 국경 강화, 예산 지출 요건 강화 같은 강경 요구들도 쏟아졌습니다.

[마조리 그린/미국 공화당 의원 : "2024년에는 중요한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우리 공화당 의원들은 우리가 국가를 이끌기에 믿을만하다는 걸 증명해야 해요."]

결국 매카시 대표는 표 하나 더 얻기 위해 많은 걸 양보하고 나서야 당선됐습니다.

[앵커]

매카시 대표가 어떻길래 강경파 의원들이 이렇게 열심히 반대한거죠?

[기자]

이제는 의장이 됐죠.

매카시 하원의장, 9선 의원으로 그 스스로도 상당한 강경파입니다.

2016년부터 친 트럼프 행보를 보였지만, 가끔 갈짓자를 걸은 적도 있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보단 훨씬 정치 선배여서 완전히 트럼프 사람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결국 친 트럼프, 초강경파 성향 의원들이 의장을 더 강경파에 묶어두기 위한 극단적 투표 행태를 보였단 해석이 가능한데요.

특히 막판 투표까지도 매카시는 안된다던 일부 의원들 마음을 돌리는 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영향을 미친 걸로 알려졌는데, 그래서 매카시 하원의장, 당선 뒤 이런 말까지 했습니다.

[케빈 매카시/미국 하원의장 : "나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의 영향력은 의심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는 처음부터 나와 뜻을 같이 했습니다."]

매카시 의장으로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빚까지 잔뜩 지게 된 셈이죠.

[앵커]

이렇게 어렵게 하원의장에 당선된 매카시, 앞으로 행보는 어떨까요?

[기자]

매카시 의장, 취임 연설에서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집중 공세를 예고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미국 남부 국경 통제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 비난하면서 이런 문제들 조사할 거라고 했습니다.

바이든 정부 재정 제대로 죄고, 바이든 대통령 차남의 해외 사업 부당이득 취득 의혹도 파헤칠 거라고 했습니다.

내년 치러질 대선 대비 시작하는거죠.

중국에 대해서도 강경 노선을 예고했습니다.

연설 내용 들어보시죠.

[케빈 매카시/미국 하원의장 : "초당적인 중국 특별 위원회를 만들 것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중국으로 간 수십 만 개의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올 지를 조사해서 이 경제 경쟁에서 승리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투표, 소수 강경파에 흔들리는 정치, 혼란의 미국 민주주의를 이번 투표가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지적은 여전히 나옵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이었습니다.

영상편집:김인수/그래픽:강민수/자료조사:안소현 서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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