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전 세계 집값 곤두박질…2008년 금융위기 재연되나?
입력 2023.01.09 (10:50)
수정 2023.01.0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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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이 언제 그랬냐는 듯 급락하면서 최근 한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속속 풀고 있죠.
가파른 집값 하락세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데요.
이렇게 자산 시장이 흔들리다간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고통이 온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지난 몇 년 집값이 너무 올라서 문제였는데, 이제는 또 너무 떨어져서 문제군요?
[기자]
네 많이 오른 자산이 많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죠.
이른바 '팬데믹 특수'를 누렸던 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단 거래가 안됩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0달 연속 거래 건수가 줄었는데, 1999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긴 기간입니다.
당연히 가격도 계속 내려가고 있는데요.
미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만 추린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4달 연속 떨어졌습니다.
호주는 지난해 집값이 5% 넘게 떨어졌는데, 연간 기준으로 호주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건 2018년 이후 처음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 중 하나죠.
홍콩의 주간 주택가격지수도 지난해 11월, 6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앵커]
지난 한 해 금리가 급하게 오르다 보니 부동산 시장도 경착륙하고 있네요.
그런데 미국이 올해도 금리를 올리겠다는 거잖아요?
그럼 집값은 더 떨어지는 걸까요?
[기자]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지금 4.25에서 4.5% 수준인데, 연방준비제도는 5% 이상으로 더 올려서 물가를 더 잡아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죠.
그러면서 미국 집값은 최대 20%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인데요.
2021년 말 3%에 그쳤던 미국의 30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6%대까지 올라, 1년 만에 2배가 됐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국인들이 매달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은 1년 전보다 43%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루디거 바흐만/미국 노터데임 대학교 교수 :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미국의 주택 투자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세계 각국이 줄줄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죠.
다른 나라들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골드만삭스는 2021년부터 올해 사이에 홍콩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3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많은 사람들이 자산에서 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잖아요.
또 집을 살 때 대부분 대출을 받고요.
자산은 줄었는데 이자 부담은 커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결국 경제 전반에 타격이 되지 않나요?
[기자]
네, 당장 나갈 돈이 늘어나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죠.
특히 미국의 소비 시장이 위축되면, 미국 경제뿐 아니라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같은 국가들도 악영향을 받게 됩니다.
소비가 위축되는데도 미국 연준이 고집스레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물가를 잡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주택시장이 침체 되면서 연준이 기대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연준이 주요하게 보는 물가지수 중에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라는 게 있는데, 현재 6%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이 지수의 6분의 1을 주택시장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연준은 최근 부동산 열기가 식은 여파로 올해 말쯤엔 이 지수가 3% 초반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집값이 떨어지면 가전 가구나 리모델링, 이사처럼 연관된 산업도 수요가 줄겠죠.
이런 점도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강력한 효과를 낼 거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습니다.
[앵커]
물가를 잡는 게 지금 최우선 과제이긴 하지만, 집값이 이렇게 무섭게 떨어지다간 2008년 금융위기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잖아요?
[기자]
2008년 전 세계를 덮쳤던 금융위기는 미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시작됐죠.
부동산 호황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무분별하게 내주고 집을 사게 했는데, 주택 시장이 침체되자 빚을 진 사람도, 빚을 내준 은행도, 또, 그 빚을 담보로 발행했던 채권도 줄줄이 부도가 난 겁니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침체는 2008년과는 다를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택담보대출 상황이 훨씬 건전하다는 건데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은 대출 기준을 까다롭게 바꾸고 은행들도 자본금을 늘리도록 했습니다.
부동산 침체가 금융 기관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한 겁니다.
한 부동산 데이터 회사의 조사를 보면 더 잘 비교할 수 있는데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미국 집값이 28% 떨어지자 대출 원금이 집값보다 커진 가구가 천만 가구가 넘었는데, 이번에는 집값이 40~45%는 빠져야 비슷한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이 언제 그랬냐는 듯 급락하면서 최근 한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속속 풀고 있죠.
가파른 집값 하락세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데요.
이렇게 자산 시장이 흔들리다간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고통이 온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지난 몇 년 집값이 너무 올라서 문제였는데, 이제는 또 너무 떨어져서 문제군요?
[기자]
네 많이 오른 자산이 많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죠.
이른바 '팬데믹 특수'를 누렸던 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단 거래가 안됩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0달 연속 거래 건수가 줄었는데, 1999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긴 기간입니다.
당연히 가격도 계속 내려가고 있는데요.
미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만 추린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4달 연속 떨어졌습니다.
호주는 지난해 집값이 5% 넘게 떨어졌는데, 연간 기준으로 호주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건 2018년 이후 처음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 중 하나죠.
홍콩의 주간 주택가격지수도 지난해 11월, 6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앵커]
지난 한 해 금리가 급하게 오르다 보니 부동산 시장도 경착륙하고 있네요.
그런데 미국이 올해도 금리를 올리겠다는 거잖아요?
그럼 집값은 더 떨어지는 걸까요?
[기자]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지금 4.25에서 4.5% 수준인데, 연방준비제도는 5% 이상으로 더 올려서 물가를 더 잡아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죠.
그러면서 미국 집값은 최대 20%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인데요.
2021년 말 3%에 그쳤던 미국의 30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6%대까지 올라, 1년 만에 2배가 됐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국인들이 매달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은 1년 전보다 43%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루디거 바흐만/미국 노터데임 대학교 교수 :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미국의 주택 투자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세계 각국이 줄줄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죠.
다른 나라들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골드만삭스는 2021년부터 올해 사이에 홍콩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3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많은 사람들이 자산에서 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잖아요.
또 집을 살 때 대부분 대출을 받고요.
자산은 줄었는데 이자 부담은 커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결국 경제 전반에 타격이 되지 않나요?
[기자]
네, 당장 나갈 돈이 늘어나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죠.
특히 미국의 소비 시장이 위축되면, 미국 경제뿐 아니라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같은 국가들도 악영향을 받게 됩니다.
소비가 위축되는데도 미국 연준이 고집스레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물가를 잡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주택시장이 침체 되면서 연준이 기대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연준이 주요하게 보는 물가지수 중에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라는 게 있는데, 현재 6%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이 지수의 6분의 1을 주택시장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연준은 최근 부동산 열기가 식은 여파로 올해 말쯤엔 이 지수가 3% 초반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집값이 떨어지면 가전 가구나 리모델링, 이사처럼 연관된 산업도 수요가 줄겠죠.
이런 점도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강력한 효과를 낼 거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습니다.
[앵커]
물가를 잡는 게 지금 최우선 과제이긴 하지만, 집값이 이렇게 무섭게 떨어지다간 2008년 금융위기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잖아요?
[기자]
2008년 전 세계를 덮쳤던 금융위기는 미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시작됐죠.
부동산 호황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무분별하게 내주고 집을 사게 했는데, 주택 시장이 침체되자 빚을 진 사람도, 빚을 내준 은행도, 또, 그 빚을 담보로 발행했던 채권도 줄줄이 부도가 난 겁니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침체는 2008년과는 다를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택담보대출 상황이 훨씬 건전하다는 건데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은 대출 기준을 까다롭게 바꾸고 은행들도 자본금을 늘리도록 했습니다.
부동산 침체가 금융 기관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한 겁니다.
한 부동산 데이터 회사의 조사를 보면 더 잘 비교할 수 있는데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미국 집값이 28% 떨어지자 대출 원금이 집값보다 커진 가구가 천만 가구가 넘었는데, 이번에는 집값이 40~45%는 빠져야 비슷한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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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이 언제 그랬냐는 듯 급락하면서 최근 한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속속 풀고 있죠.
가파른 집값 하락세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데요.
이렇게 자산 시장이 흔들리다간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고통이 온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지난 몇 년 집값이 너무 올라서 문제였는데, 이제는 또 너무 떨어져서 문제군요?
[기자]
네 많이 오른 자산이 많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죠.
이른바 '팬데믹 특수'를 누렸던 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단 거래가 안됩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0달 연속 거래 건수가 줄었는데, 1999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긴 기간입니다.
당연히 가격도 계속 내려가고 있는데요.
미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만 추린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4달 연속 떨어졌습니다.
호주는 지난해 집값이 5% 넘게 떨어졌는데, 연간 기준으로 호주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건 2018년 이후 처음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 중 하나죠.
홍콩의 주간 주택가격지수도 지난해 11월, 6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앵커]
지난 한 해 금리가 급하게 오르다 보니 부동산 시장도 경착륙하고 있네요.
그런데 미국이 올해도 금리를 올리겠다는 거잖아요?
그럼 집값은 더 떨어지는 걸까요?
[기자]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지금 4.25에서 4.5% 수준인데, 연방준비제도는 5% 이상으로 더 올려서 물가를 더 잡아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죠.
그러면서 미국 집값은 최대 20%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인데요.
2021년 말 3%에 그쳤던 미국의 30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6%대까지 올라, 1년 만에 2배가 됐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국인들이 매달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은 1년 전보다 43%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루디거 바흐만/미국 노터데임 대학교 교수 :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미국의 주택 투자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세계 각국이 줄줄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죠.
다른 나라들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골드만삭스는 2021년부터 올해 사이에 홍콩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3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많은 사람들이 자산에서 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잖아요.
또 집을 살 때 대부분 대출을 받고요.
자산은 줄었는데 이자 부담은 커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결국 경제 전반에 타격이 되지 않나요?
[기자]
네, 당장 나갈 돈이 늘어나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죠.
특히 미국의 소비 시장이 위축되면, 미국 경제뿐 아니라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같은 국가들도 악영향을 받게 됩니다.
소비가 위축되는데도 미국 연준이 고집스레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물가를 잡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주택시장이 침체 되면서 연준이 기대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연준이 주요하게 보는 물가지수 중에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라는 게 있는데, 현재 6%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이 지수의 6분의 1을 주택시장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연준은 최근 부동산 열기가 식은 여파로 올해 말쯤엔 이 지수가 3% 초반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집값이 떨어지면 가전 가구나 리모델링, 이사처럼 연관된 산업도 수요가 줄겠죠.
이런 점도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강력한 효과를 낼 거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습니다.
[앵커]
물가를 잡는 게 지금 최우선 과제이긴 하지만, 집값이 이렇게 무섭게 떨어지다간 2008년 금융위기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잖아요?
[기자]
2008년 전 세계를 덮쳤던 금융위기는 미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시작됐죠.
부동산 호황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무분별하게 내주고 집을 사게 했는데, 주택 시장이 침체되자 빚을 진 사람도, 빚을 내준 은행도, 또, 그 빚을 담보로 발행했던 채권도 줄줄이 부도가 난 겁니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침체는 2008년과는 다를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택담보대출 상황이 훨씬 건전하다는 건데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은 대출 기준을 까다롭게 바꾸고 은행들도 자본금을 늘리도록 했습니다.
부동산 침체가 금융 기관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한 겁니다.
한 부동산 데이터 회사의 조사를 보면 더 잘 비교할 수 있는데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미국 집값이 28% 떨어지자 대출 원금이 집값보다 커진 가구가 천만 가구가 넘었는데, 이번에는 집값이 40~45%는 빠져야 비슷한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이 언제 그랬냐는 듯 급락하면서 최근 한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속속 풀고 있죠.
가파른 집값 하락세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인데요.
이렇게 자산 시장이 흔들리다간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고통이 온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봅니다.
지난 몇 년 집값이 너무 올라서 문제였는데, 이제는 또 너무 떨어져서 문제군요?
[기자]
네 많이 오른 자산이 많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죠.
이른바 '팬데믹 특수'를 누렸던 전 세계 부동산 시장에 칼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미국은 일단 거래가 안됩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10달 연속 거래 건수가 줄었는데, 1999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긴 기간입니다.
당연히 가격도 계속 내려가고 있는데요.
미국 주요 도시들의 평균 집값 추세만 추린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4달 연속 떨어졌습니다.
호주는 지난해 집값이 5% 넘게 떨어졌는데, 연간 기준으로 호주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선 건 2018년 이후 처음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집값이 비싼 곳 중 하나죠.
홍콩의 주간 주택가격지수도 지난해 11월, 6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습니다.
[앵커]
지난 한 해 금리가 급하게 오르다 보니 부동산 시장도 경착륙하고 있네요.
그런데 미국이 올해도 금리를 올리겠다는 거잖아요?
그럼 집값은 더 떨어지는 걸까요?
[기자]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기준금리가 지금 4.25에서 4.5% 수준인데, 연방준비제도는 5% 이상으로 더 올려서 물가를 더 잡아야 한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죠.
그러면서 미국 집값은 최대 20%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인데요.
2021년 말 3%에 그쳤던 미국의 30년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근 6%대까지 올라, 1년 만에 2배가 됐습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미국인들이 매달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은 1년 전보다 43%나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루디거 바흐만/미국 노터데임 대학교 교수 :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주택 담보 대출 금리가 상승하면서 미국의 주택 투자가 타격을 입고 있습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세계 각국이 줄줄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죠.
다른 나라들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골드만삭스는 2021년부터 올해 사이에 홍콩의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30%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많은 사람들이 자산에서 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잖아요.
또 집을 살 때 대부분 대출을 받고요.
자산은 줄었는데 이자 부담은 커지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결국 경제 전반에 타격이 되지 않나요?
[기자]
네, 당장 나갈 돈이 늘어나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죠.
특히 미국의 소비 시장이 위축되면, 미국 경제뿐 아니라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같은 국가들도 악영향을 받게 됩니다.
소비가 위축되는데도 미국 연준이 고집스레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물가를 잡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인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주택시장이 침체 되면서 연준이 기대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고 진단했습니다.
연준이 주요하게 보는 물가지수 중에 개인소비지출 가격지수라는 게 있는데, 현재 6%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이 지수의 6분의 1을 주택시장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연준은 최근 부동산 열기가 식은 여파로 올해 말쯤엔 이 지수가 3% 초반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 집값이 떨어지면 가전 가구나 리모델링, 이사처럼 연관된 산업도 수요가 줄겠죠.
이런 점도 인플레이션을 잡는데 강력한 효과를 낼 거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분석했습니다.
[앵커]
물가를 잡는 게 지금 최우선 과제이긴 하지만, 집값이 이렇게 무섭게 떨어지다간 2008년 금융위기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잖아요?
[기자]
2008년 전 세계를 덮쳤던 금융위기는 미국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시작됐죠.
부동산 호황기에 주택담보대출을 무분별하게 내주고 집을 사게 했는데, 주택 시장이 침체되자 빚을 진 사람도, 빚을 내준 은행도, 또, 그 빚을 담보로 발행했던 채권도 줄줄이 부도가 난 겁니다.
하지만 이번 부동산 침체는 2008년과는 다를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주택담보대출 상황이 훨씬 건전하다는 건데요.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은 대출 기준을 까다롭게 바꾸고 은행들도 자본금을 늘리도록 했습니다.
부동산 침체가 금융 기관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한 겁니다.
한 부동산 데이터 회사의 조사를 보면 더 잘 비교할 수 있는데요.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미국 집값이 28% 떨어지자 대출 원금이 집값보다 커진 가구가 천만 가구가 넘었는데, 이번에는 집값이 40~45%는 빠져야 비슷한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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