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살려주세요’…무응답 112 신고에 응답한 경찰

입력 2023.01.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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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8시 10분쯤, 인천경찰청에 신고 전화가 한 통 접수됩니다.

(상황실) "긴급신고 112입니다"
(신고자) "............"
(상황실) "도움 필요하시면 숫자 버튼 두 번 눌러주세요"

신고자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대신 욕설이 들렸고, 남녀가 싸우는 듯한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위치추적에 나섰습니다. 발신지는 인천의 한 오피스텔로 확인됐습니다. 그곳으로 출동하며 경찰은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잘못 눌러서 신고 취소하고 싶어요"

전화를 받은 여성은 신고를 취소하겠다고 했지만, 울먹이는 목소리를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안전한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현장에 도착한 경찰을 맞이한 건 젊은 남성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문을 열고선,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행동했습니다. 그러나 남성의 뒤로 한 여성이 보였습니다. 여성은 울고 있었습니다.

여성은 소리를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만 '살려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명확한 SOS 신호였습니다. 경찰은 방 안으로 강제 진입했고, 여성을 데려 나와 피해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예상대로 데이트폭력이었습니다.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였습니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주먹과 흉기로 위협하며 폭행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가해 남성을 체포했습니다.

■ 일단 112 신고해야...'무응답'도 출동

데이트폭력이 더 큰 피해로 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112신고를 했던 여성의 기지 덕분입니다.

112신고가 걸려왔는데 대답이 없는 경우, 경찰관들은 다음과 같이 행동합니다. '여보세요?'라며 반복적으로 물어보지 않습니다. 바로 끊지도 않습니다.

그런 대응법이 매뉴얼로 정리돼 있습니다.


위험한 상황인지를 판단하는 건 상황실 경찰관의 몫.

다투거나 무언가 깨지는 소리 등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경찰은 위치추적과 함께 주변 순찰차를 동원합니다.

■ 보이는 112·문자 신고도 가능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숫자판을 켜 아무 숫자나 두 번 누르면 됩니다.

그러면 경찰에서 문자로 '보이는 112신고' 연결 링크를 보내주는데, 링크를 눌러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주변 상황을 영상통화처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도저히 전화를 걸 수 없다면 문자로 신고하며 '전화가 어렵다'고 상황을 전할 수도 있습니다.

가해자의 위협으로 신고를 취소하거나, 전화를 다시 받지 않아도 경찰의 대응이 가능합니다. 어떻게든 일단 신고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한줄 요약 : 위급한 상황이라면, 무조건 112를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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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리 없이 ‘살려주세요’…무응답 112 신고에 응답한 경찰
    • 입력 2023-01-09 14:03:39
    취재K

지난 5일 오전 8시 10분쯤, 인천경찰청에 신고 전화가 한 통 접수됩니다.

(상황실) "긴급신고 112입니다"
(신고자) "............"
(상황실) "도움 필요하시면 숫자 버튼 두 번 눌러주세요"

신고자는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대신 욕설이 들렸고, 남녀가 싸우는 듯한 소리가 어렴풋이 들렸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위치추적에 나섰습니다. 발신지는 인천의 한 오피스텔로 확인됐습니다. 그곳으로 출동하며 경찰은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잘못 눌러서 신고 취소하고 싶어요"

전화를 받은 여성은 신고를 취소하겠다고 했지만, 울먹이는 목소리를 감출 수는 없었습니다.

'안전한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며 현장에 도착한 경찰을 맞이한 건 젊은 남성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문을 열고선,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행동했습니다. 그러나 남성의 뒤로 한 여성이 보였습니다. 여성은 울고 있었습니다.

여성은 소리를 내지 않고 입 모양으로만 '살려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명확한 SOS 신호였습니다. 경찰은 방 안으로 강제 진입했고, 여성을 데려 나와 피해 사실을 파악했습니다.

예상대로 데이트폭력이었습니다.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였습니다. 헤어진 여자친구를 주먹과 흉기로 위협하며 폭행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가해 남성을 체포했습니다.

■ 일단 112 신고해야...'무응답'도 출동

데이트폭력이 더 큰 피해로 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112신고를 했던 여성의 기지 덕분입니다.

112신고가 걸려왔는데 대답이 없는 경우, 경찰관들은 다음과 같이 행동합니다. '여보세요?'라며 반복적으로 물어보지 않습니다. 바로 끊지도 않습니다.

그런 대응법이 매뉴얼로 정리돼 있습니다.


위험한 상황인지를 판단하는 건 상황실 경찰관의 몫.

다투거나 무언가 깨지는 소리 등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하면 경찰은 위치추적과 함께 주변 순찰차를 동원합니다.

■ 보이는 112·문자 신고도 가능

전화를 걸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는 상황이라면, 숫자판을 켜 아무 숫자나 두 번 누르면 됩니다.

그러면 경찰에서 문자로 '보이는 112신고' 연결 링크를 보내주는데, 링크를 눌러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주변 상황을 영상통화처럼 보여줄 수 있습니다.

도저히 전화를 걸 수 없다면 문자로 신고하며 '전화가 어렵다'고 상황을 전할 수도 있습니다.

가해자의 위협으로 신고를 취소하거나, 전화를 다시 받지 않아도 경찰의 대응이 가능합니다. 어떻게든 일단 신고하는 게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한줄 요약 : 위급한 상황이라면, 무조건 112를 누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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