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일제 강제동원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국회 '한일의원연맹'과 함께 열려던 정부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모인 '연맹'과의 공동 주최를,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동의 없이 결정했다가 생긴 일입니다.
토론회는 예정대로 열리지만, 형식은 연맹 대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실과의 공동 주최로 변경됐습니다.
정진석 한일의원연맹회장과 누카가 후쿠시로 일한의원연맹회장이 지난해 11월 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 개회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제공 : 국민의힘]
■한일의원연맹이 뭐기에
이번에 도마에 오른 '한일의원연맹'은 말 그대로, 한국과 일본 국회의원들의 친선 모임입니다. 입법부 간 교류는 국가 간 관계 개선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특히 현직 의원 모임인 연맹이 핵심 역할을 합니다.
한일의원연맹은 한국 의원 180여 명, 일본 측 300여 명이 활동하는 대규모 조직입니다. 한국 측에선 1976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한국 측 초대 회장을 맡은 이래 박태준·문희상·이상득·서청원·김진표 등 내로라하는 다선의원들이 회장을 맡아왔고, 자체 활동도 활발합니다.
한국에 근무하는 일본 외교관들도 연맹 소속 의원들이 상당히 많다는 데에 놀란다고 합니다.
이같은 한일의원연맹과 토론회를 공동주최한다면, 의견수렴 과정에 입법부도 정식으로 참여했다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달 국립외교원이 별도로 준비중이었던 토론회도 취소시키면서 이번 공개토론회의 형식과 내용에 공을 들여 왔습니다.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 20주년 기념 한·일 국회의원 축구대회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에토 세이시로 일한의원축구연맹 회장과 사인볼을 교환하고 있다.
■긴급 회동한 野 "들러리 못 서…정부, 조급하고 비정상"
문제는 연맹 회원인 야당 의원들에게는 토론회 공동주최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단 겁니다.
외교부가 공개 토론회 일정을 발표한 지난 4일. 연맹 소속 민주당 의원실 다수에선 "전혀 들은 바가 없다", "누가 결정한 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외교부에서 부국장급 직원(심의관)을 파견해 설명을 하려 했지만, 민주당 측은 거부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재정 의원은 6일 "한일의원연맹은 양국 의원외교를 위한 초당적 플랫폼이지 정부의 포장지나 하수인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과 일절 합의하지 못했는데도 망국적 외교 전략의 발표장으로 의원연맹이 활용된다"고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오늘(9일), 연맹 소속 민주당·정의당·무소속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외교부와 정 의원이 야당과의 협의 없이 토론회 공동주최를 결정했다고 반발했습니다.
연맹 간사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 토론회에 연맹이 공동 주최로 들러리 서는 것을 철회하라는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석자들이 "연맹 이름까지 내세워서 정부가 조급하고 비정상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의구심과 비판적 시각을 갖고 발언했다", "짜놓은 시나리오처럼 징용 배상금 문제를 처리하는 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습니다.
다케다 료타 일한의원연맹 간사장(왼쪽)과 윤호중 한일의원연맹 간사장이 지난해 11월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일·일한의원연맹 합동총회 폐회식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민주당은 토론회 공동주최를 결정한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도 비판했습니다.
윤 의원은 "정 의원이 초당적 의원 모임인 연맹을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며 "연맹 내부에서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는 행사이기 때문에, 한일의원연맹과의 공동 주최 결정은 무효라는 것을 (정 의원이)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오후로 예정했던 공식 기자회견은 취소했는데, 행사 주최 측에서 연맹이 빠지게 되자 한발 뒤로 물러난 거로 보입니다.
외교부의 공동 주최 요청을 받았던 정진석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차분하게 각계 의견을 청취한다는 취지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라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진짜 고비는 12일 토론회…피해자 강력 반발 예상
토론회 시작 전부터 잡음이 터져 나온 상황, 그러나 진짜 고비는 12일 토론회 당일이 될 거로 보입니다.
외교부에서 일본 업무를 담당하는 서민정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직접 발제에 나서, 그동안의 한일 간 협의 사항 등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내부적으로 검토해 온 해결 방안, 즉 전범 기업의 직접 배상이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한일 양국 기업이 마련한 기금을 피해자에게 대신 전달한다는 방안도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 있습니다.
피해자 측 변호사들과 시민단체는 고심 끝에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지난 6일 결정했습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정부가 준비한 방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적하기 위해서" 입니다. 전범 기업의 기금 참여나 일본 정부의 사과 등, 일본이 어느 정도로 호응할지도 적극적으로 따져 물을 계획입니다. 정부로선 피해자와의 의견 차이가 부각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입니다. 대처가 미흡할 경우 여론은 크게 악화할 수 있습니다.
외교부는 현 상황에 대해 말을 아끼는 한편, 12일 토론회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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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한일의원연맹…강제동원 토론회, 시작도 전에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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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1-09 17:15:01
12일 일제 강제동원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국회 '한일의원연맹'과 함께 열려던 정부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여야 의원들이 모인 '연맹'과의 공동 주최를,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의 동의 없이 결정했다가 생긴 일입니다.
토론회는 예정대로 열리지만, 형식은 연맹 대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실과의 공동 주최로 변경됐습니다.
■한일의원연맹이 뭐기에
이번에 도마에 오른 '한일의원연맹'은 말 그대로, 한국과 일본 국회의원들의 친선 모임입니다. 입법부 간 교류는 국가 간 관계 개선에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는데, 특히 현직 의원 모임인 연맹이 핵심 역할을 합니다.
한일의원연맹은 한국 의원 180여 명, 일본 측 300여 명이 활동하는 대규모 조직입니다. 한국 측에선 1976년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한국 측 초대 회장을 맡은 이래 박태준·문희상·이상득·서청원·김진표 등 내로라하는 다선의원들이 회장을 맡아왔고, 자체 활동도 활발합니다.
한국에 근무하는 일본 외교관들도 연맹 소속 의원들이 상당히 많다는 데에 놀란다고 합니다.
이같은 한일의원연맹과 토론회를 공동주최한다면, 의견수렴 과정에 입법부도 정식으로 참여했다는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외교부는 지난달 국립외교원이 별도로 준비중이었던 토론회도 취소시키면서 이번 공개토론회의 형식과 내용에 공을 들여 왔습니다.
■긴급 회동한 野 "들러리 못 서…정부, 조급하고 비정상"
문제는 연맹 회원인 야당 의원들에게는 토론회 공동주최 사실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단 겁니다.
외교부가 공개 토론회 일정을 발표한 지난 4일. 연맹 소속 민주당 의원실 다수에선 "전혀 들은 바가 없다", "누가 결정한 것이냐"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외교부에서 부국장급 직원(심의관)을 파견해 설명을 하려 했지만, 민주당 측은 거부했습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재정 의원은 6일 "한일의원연맹은 양국 의원외교를 위한 초당적 플랫폼이지 정부의 포장지나 하수인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과 일절 합의하지 못했는데도 망국적 외교 전략의 발표장으로 의원연맹이 활용된다"고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오늘(9일), 연맹 소속 민주당·정의당·무소속 의원들은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외교부와 정 의원이 야당과의 협의 없이 토론회 공동주최를 결정했다고 반발했습니다.
연맹 간사장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 토론회에 연맹이 공동 주최로 들러리 서는 것을 철회하라는 입장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참석자들이 "연맹 이름까지 내세워서 정부가 조급하고 비정상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의구심과 비판적 시각을 갖고 발언했다", "짜놓은 시나리오처럼 징용 배상금 문제를 처리하는 데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습니다.
민주당은 토론회 공동주최를 결정한 정진석 한일의원연맹 회장도 비판했습니다.
윤 의원은 "정 의원이 초당적 의원 모임인 연맹을 독단적으로 운영하는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하며 사과를 요구한다"며 "연맹 내부에서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는 행사이기 때문에, 한일의원연맹과의 공동 주최 결정은 무효라는 것을 (정 의원이)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오후로 예정했던 공식 기자회견은 취소했는데, 행사 주최 측에서 연맹이 빠지게 되자 한발 뒤로 물러난 거로 보입니다.
외교부의 공동 주최 요청을 받았던 정진석 의원은 KBS와의 통화에서 "차분하게 각계 의견을 청취한다는 취지를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으냐"라면서 "민주당 의원들이 정부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습니다.
■진짜 고비는 12일 토론회…피해자 강력 반발 예상
토론회 시작 전부터 잡음이 터져 나온 상황, 그러나 진짜 고비는 12일 토론회 당일이 될 거로 보입니다.
외교부에서 일본 업무를 담당하는 서민정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직접 발제에 나서, 그동안의 한일 간 협의 사항 등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정부가 내부적으로 검토해 온 해결 방안, 즉 전범 기업의 직접 배상이 아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한일 양국 기업이 마련한 기금을 피해자에게 대신 전달한다는 방안도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 있습니다.
피해자 측 변호사들과 시민단체는 고심 끝에 토론회에 참석하기로 지난 6일 결정했습니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정부가 준비한 방안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지적하기 위해서" 입니다. 전범 기업의 기금 참여나 일본 정부의 사과 등, 일본이 어느 정도로 호응할지도 적극적으로 따져 물을 계획입니다. 정부로선 피해자와의 의견 차이가 부각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입니다. 대처가 미흡할 경우 여론은 크게 악화할 수 있습니다.
외교부는 현 상황에 대해 말을 아끼는 한편, 12일 토론회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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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 기자 new@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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