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뛴 삼겹살 1인분 값은 왜 다신 안 내려가나?

입력 2023.01.10 (06:00) 수정 2023.01.10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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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올라가면 내려가지 않는 외식·가공식품 물가
한우 도매가 급락에도 식당 판매가는 고공행진
강력한 '가격 하방 경직성'은 장기간 물가 부담
수요·공급에 따라 값 변하는 다른 품목과 대비


■금리와 심리가 지배한 아파트 시장 내림세 지속

지난 정부에서 아무리 대책을 쏟아내도 잡히지 않던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급등의 중심에 있던 서울의 경우 최근 반년 새 23조 원의 매매가격 시가총액이 사라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물론 지난해 전체로 보면 서울의 집값은 평균 2.96% 정도 내려(KB 국민은행 통계) 아직도 거품이 남아 있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유효하기는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돈줄이 막힌 탓에 집값이 내려간 면도 있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금리가 아닌 심리였습니다. 이제 당분간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면서 계속 발표되고 있는 규제 완화 훈풍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토교통부 장관마저 "부동산 규제를 푼다고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은 없고, 팔려는 사람만 느는 시장 원리에 따라 이제 관심은 서울의 집값이 어디까지 갈 것이냐에 쏠려 있습니다.

■콧대 높던 테슬라도 두 자릿수 가격 인하

수요 폭발로 값이 계속 오를 것만 같았던 자동차 시장에서도 하락장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테슬라 이야기입니다. 올해 들어 테슬라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일제히 내렸습니다. 인하 폭도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만만치 않습니다.

해마다 가격을 올리는 것이 일상화됐던 완성차 업계에서 이 같은 가격 인하는 이례적인 일이기는 합니다. (물론 수입차 시장에서는 최근 할인판매가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에 비싼 가격을 주고 차를 샀던 고객들이 거세게 환불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전격적인 가격 인하는 자동차시장에도 아직까지 수요-공급 원칙이 일정 부분 살아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몇 차례의 유류세 인하를 이끌어 냈던 기름값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기름 수요가 줄 것으로 예상되자 휘발유를 중심으로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고 있습니다. (물론 경윳값은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이기는 합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재화 시장에서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값이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하지만 한 번 뛴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가격 유턴이라는 말을 모르는 외식시장 이야기입니다.

■삼겹살 곧 2만 원 시대…후퇴 모르는 외식물가

최근 먹거리 물가는 이미 가격통제선을 넘은 지 오래입니다. 식당들은 1년에도 몇 차례씩 가격을 올리기 위해 메뉴판을 수시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간판 관련 업종이 호황을 누릴 정도라고 합니다. 삽겹살은 200g 기준으로 2만 원 선 돌파를 앞두고 있고, 김밥은 한 줄에 3천 원을 넘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외식과 관련된 배달비, 식당을 방문했을 때 내야 하는 대리 주차비(발레 비용) 등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안 오른 게 없는 먹거리 물가, '하방 경직성'도 최고

문제는 아파트나 자동차, 휘발유와 달리 외식물가와 그와 관련된 서비스요금은 한 번 오르면 밑으로 다시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하방 경직성'이 커 가계 부담이 줄지 않고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는 뜻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음식점 한우 가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우 사육 마릿수가 늘면서 지난해 말 도축한 한우 도매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하면 20% 정도나 급락했습니다.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우를 파는 식당에서 한 번 올랐던 가격을 다시 내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1년 사이 값을 올린 식당은 부지기수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특히 구이용 쇠고기 시장 도매가나 수요 공급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가격 하방 경직성'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산지 가격이 급락했다고는 하지만 사 먹는 한우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산지 가격이 급락했다고는 하지만 사 먹는 한우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외식 상품이나 가공식품의 경우 설령 눈치가 보여 가격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인상 효과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가격은 동일하지만 용량을 줄여 물가를 뛰게 하는 것)입니다. 막 배달 온 피자 한 판의 크기나, 치킨 중량 등을 요즘 한번 잘 살펴보십시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외식비와 가공식품 가격은 더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구인난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훌쩍 뛴 재룟값 등을 감안해 음식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합니다. 인상된 메뉴판에 손님 발길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눈으로 보면 한 번 올라간 음식값은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는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쌀값이 급락했지만 왜 즉석밥 가격은 계속 올라가야만 하는지, 소비자들은 그 신박한 가격 결정 구조를 궁금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설을 앞두고 통계청이 쌀과 쇠고기, 치킨 등 33개 품목의 물가를 매일 매일 조사한다고 하는데요,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도 이번에는 내놓기를 기대합니다.

(인포그래픽: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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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번 뛴 삼겹살 1인분 값은 왜 다신 안 내려가나?
    • 입력 2023-01-10 06:00:15
    • 수정2023-01-10 15:27:36
    취재K
올라가면 내려가지 않는 외식·가공식품 물가<br />한우 도매가 급락에도 식당 판매가는 고공행진<br />강력한 '가격 하방 경직성'은 장기간 물가 부담<br />수요·공급에 따라 값 변하는 다른 품목과 대비<br />

■금리와 심리가 지배한 아파트 시장 내림세 지속

지난 정부에서 아무리 대책을 쏟아내도 잡히지 않던 아파트값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급등의 중심에 있던 서울의 경우 최근 반년 새 23조 원의 매매가격 시가총액이 사라졌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물론 지난해 전체로 보면 서울의 집값은 평균 2.96% 정도 내려(KB 국민은행 통계) 아직도 거품이 남아 있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유효하기는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서 돈줄이 막힌 탓에 집값이 내려간 면도 있지만, 더 결정적인 것은 금리가 아닌 심리였습니다. 이제 당분간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신기루처럼 사라지면서 계속 발표되고 있는 규제 완화 훈풍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토교통부 장관마저 "부동산 규제를 푼다고 주택가격이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은 없고, 팔려는 사람만 느는 시장 원리에 따라 이제 관심은 서울의 집값이 어디까지 갈 것이냐에 쏠려 있습니다.

■콧대 높던 테슬라도 두 자릿수 가격 인하

수요 폭발로 값이 계속 오를 것만 같았던 자동차 시장에서도 하락장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테슬라 이야기입니다. 올해 들어 테슬라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일제히 내렸습니다. 인하 폭도 두 자릿수를 기록할 정도로 만만치 않습니다.

해마다 가격을 올리는 것이 일상화됐던 완성차 업계에서 이 같은 가격 인하는 이례적인 일이기는 합니다. (물론 수입차 시장에서는 최근 할인판매가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에 비싼 가격을 주고 차를 샀던 고객들이 거세게 환불을 요구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전격적인 가격 인하는 자동차시장에도 아직까지 수요-공급 원칙이 일정 부분 살아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몇 차례의 유류세 인하를 이끌어 냈던 기름값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기름 수요가 줄 것으로 예상되자 휘발유를 중심으로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고 있습니다. (물론 경윳값은 여전히 부담되는 수준이기는 합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재화 시장에서 수요-공급 원칙에 따라 값이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하지만 한 번 뛴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가격 유턴이라는 말을 모르는 외식시장 이야기입니다.

■삼겹살 곧 2만 원 시대…후퇴 모르는 외식물가

최근 먹거리 물가는 이미 가격통제선을 넘은 지 오래입니다. 식당들은 1년에도 몇 차례씩 가격을 올리기 위해 메뉴판을 수시로 바꿔야 하기 때문에 간판 관련 업종이 호황을 누릴 정도라고 합니다. 삽겹살은 200g 기준으로 2만 원 선 돌파를 앞두고 있고, 김밥은 한 줄에 3천 원을 넘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는 외식과 관련된 배달비, 식당을 방문했을 때 내야 하는 대리 주차비(발레 비용) 등은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안 오른 게 없는 먹거리 물가, '하방 경직성'도 최고

문제는 아파트나 자동차, 휘발유와 달리 외식물가와 그와 관련된 서비스요금은 한 번 오르면 밑으로 다시 내려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른바 '하방 경직성'이 커 가계 부담이 줄지 않고 계속 올라가기만 한다는 뜻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음식점 한우 가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우 사육 마릿수가 늘면서 지난해 말 도축한 한우 도매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하면 20% 정도나 급락했습니다.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우를 파는 식당에서 한 번 올랐던 가격을 다시 내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1년 사이 값을 올린 식당은 부지기수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특히 구이용 쇠고기 시장 도매가나 수요 공급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가격 하방 경직성'이 두드러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산지 가격이 급락했다고는 하지만 사 먹는 한우 가격은 여전히 비싸다.
외식 상품이나 가공식품의 경우 설령 눈치가 보여 가격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인상 효과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가격은 동일하지만 용량을 줄여 물가를 뛰게 하는 것)입니다. 막 배달 온 피자 한 판의 크기나, 치킨 중량 등을 요즘 한번 잘 살펴보십시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외식비와 가공식품 가격은 더 많이 오르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구인난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훌쩍 뛴 재룟값 등을 감안해 음식 가격을 올렸다고 설명합니다. 인상된 메뉴판에 손님 발길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소비자의 눈으로 보면 한 번 올라간 음식값은 절대 내려가지 않는다는 불만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하나의 예로 쌀값이 급락했지만 왜 즉석밥 가격은 계속 올라가야만 하는지, 소비자들은 그 신박한 가격 결정 구조를 궁금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설을 앞두고 통계청이 쌀과 쇠고기, 치킨 등 33개 품목의 물가를 매일 매일 조사한다고 하는데요,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도 이번에는 내놓기를 기대합니다.

(인포그래픽: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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