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손에 떡 쥐었던 ‘당심 1위’…‘나’는 어디로?

입력 2023.01.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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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 :
"내용 없이 이미지 만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끝났다…'친이'에 붙었다가 '잔박'(잔류한 친박계)에 붙었다가 이제는 또 '친윤'에 붙으려고 하는 거를 보니 참 딱하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
"대통령실의 나경원 찍어누르기가 가관이다…윤석열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을 대상으로 '배신의 정치 시즌2'를 보여주고 있다."

2023년 새해, 언론사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호도 조사가 있었습니다. 다소 차이만 있었을 뿐, 여당 지지층이 선호하는 당 대표 후보 1위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둔 '장관급 정무직'에, '100% 당원 투표'로 치러지는 당 대표 여론조사 '부동의 1위'. 나 전 의원은 '윤심'(尹心)과 '당심'(黨心)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 유일 후보로까지 비쳐졌습니다.

그런데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나 전 의원은 '양손에 쥔 떡'을 모두 놓칠 위기에 처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새빨간 거짓말" "당 대표 자격이 안 된다" "해촉 의견도 있다"며 강경 일변도 메시지를 빠르고, 반복적으로 내놨습니다. 사실상 나 전 의원을 주저앉히려는 '불출마 종용'으로 읽힙니다.

한번 '윤심'에서 밀려난 만큼, 나 전 의원이 '당심'을 지켜낼 수 있을 거라 장담하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 진격도 퇴각도 쉽지 않은, 말 그대로 '진퇴양난' 처지입니다.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심(尹心)'은 나경원에 없다?

갈등은 지난주, 나 전 의원의 '저출산 대책'으로 촉발됐습니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이 출산을 하면 대출 원금을 일부 탕감해주는 방안을 핵심으로 하는 정책 구상을 설명한 지 하루 만에 "개인 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튿날, 나 전 의원의 SNS에는 더욱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의 우려를 십분 이해한다", "오해를 불러 유감"이라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지만, 저출산 대책을 실무 차원에서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재차 언급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선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열지도 않은 위원회의 이름으로 마치 결정을 한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 "정부 조직과 정책을 '자기 정치'에 활용한다"는 거친 말로 출구를 닫았습니다.

당사자인 나 전 의원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어제 외부 일정에 이어 오늘(10일) 제주 방문 일정도 전격 취소하는 등 언론 접촉을 삼가고 숙고에 들어갔습니다.

국민의힘 김우영 청년당원 대표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청년당원 100인, 나경원 당 대표 출마 요청 및 당원 중심 공정전당대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국민의힘 김우영 청년당원 대표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청년당원 100인, 나경원 당 대표 출마 요청 및 당원 중심 공정전당대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계, 나경원 집중 저격…"유승민·이준석의 길"

대통령실은 '전대 개입' 지적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고, 대통령실의 나 전 의원을 향한 비판 역시 '정치'가 아닌 '정책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나가고 말고는 대통령실의 관심 사항이 아니다. 정부 조직과 정책을 '자기 정치'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친윤계 의원들은 즉시 '윤심'에 올라탔습니다.

당내 최대 친윤 의원 모임인 '국민공감' 소속 김정재 의원은 나 전 의원을 겨냥해 "이런 식으로 본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예전의 '유승민의 길' 아니냐"며 "정부 정책에 엇박자를 내면서 자기주장을 한다는 건 이준석 전 대표 사례 때도 봤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국민공감 소속인 박수영 의원도 SNS에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 자리는 대통령실 제안이 아닌, 나 전 의원이 희망한 자리로 알려져 있다"며 "자리를 받아 놓고 석 달도 채 안 돼 던지고 당 대표 선거에 나오겠다는 것은 공직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아직 멀었다는 자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당권 주자, 너도나도 '윤심(尹心)' 앞으로

이렇게 자의 반, 타의 반 전대를 향한 대통령실의 입김이 세지면서 당권 주자들은 한 마음으로 '윤심'이 나에게 있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어제(9일)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윤 대통령 힘에 기대는 대표가 아니라 윤 대통령께 힘이 되는 대표가 되려 한다"며 "저는 윤 대통령과 운명공동체"라고 했습니다.

같은 날, 캠프 사무실을 연 김기현 의원 역시 "'대통령 따로', '당 대표 따로' 노는 것 때문에 우리가 오랜 세월 고통을 많이 겪었다"면서 "이제는 반면교사 삼아 호흡을 잘 맞춰 개혁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저는 여의도의 문법도, 셈법도 모르는 사람."

"저는 여의도의 문법도, 여의도의 셈법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국민 여러분께서 불러세워 앉혀주셨습니다.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고 어떠한 패거리도 없습니다. 여러분!"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2022년 3월 8일 유세 中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마지막 유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시민들에게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자기 사람만 챙기고, 특정 지지층에만 호소하며, 세력에 따라 움직이는 '여의도식 패거리 정치'에서 벗어나겠다는 '정치 신인'의 의지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내부 총질 당 대표' 문자로 시작해 윤 대통령이 당 장악력을 높이고, '윤심'과 다른 목소리가 잘려나가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3월 8일 열립니다.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했던 마지막 유세,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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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손에 떡 쥐었던 ‘당심 1위’…‘나’는 어디로?
    • 입력 2023-01-10 07:00:17
    취재K

홍준표 대구시장 :
"내용 없이 이미지 만으로 정치하는 시대는 끝났다…'친이'에 붙었다가 '잔박'(잔류한 친박계)에 붙었다가 이제는 또 '친윤'에 붙으려고 하는 거를 보니 참 딱하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
"대통령실의 나경원 찍어누르기가 가관이다…윤석열 대통령이 나 부위원장을 대상으로 '배신의 정치 시즌2'를 보여주고 있다."

2023년 새해, 언론사마다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호도 조사가 있었습니다. 다소 차이만 있었을 뿐, 여당 지지층이 선호하는 당 대표 후보 1위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인 나경원 전 의원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둔 '장관급 정무직'에, '100% 당원 투표'로 치러지는 당 대표 여론조사 '부동의 1위'. 나 전 의원은 '윤심'(尹心)과 '당심'(黨心)을 동시에 품을 수 있는 유일 후보로까지 비쳐졌습니다.

그런데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나 전 의원은 '양손에 쥔 떡'을 모두 놓칠 위기에 처했습니다. 대통령실은 "새빨간 거짓말" "당 대표 자격이 안 된다" "해촉 의견도 있다"며 강경 일변도 메시지를 빠르고, 반복적으로 내놨습니다. 사실상 나 전 의원을 주저앉히려는 '불출마 종용'으로 읽힙니다.

한번 '윤심'에서 밀려난 만큼, 나 전 의원이 '당심'을 지켜낼 수 있을 거라 장담하기도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 진격도 퇴각도 쉽지 않은, 말 그대로 '진퇴양난' 처지입니다.

대통령실 안상훈 사회수석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의 발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심(尹心)'은 나경원에 없다?

갈등은 지난주, 나 전 의원의 '저출산 대책'으로 촉발됐습니다.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이 출산을 하면 대출 원금을 일부 탕감해주는 방안을 핵심으로 하는 정책 구상을 설명한 지 하루 만에 "개인 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는 무관하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이튿날, 나 전 의원의 SNS에는 더욱 날 선 반응을 보였습니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실의 우려를 십분 이해한다", "오해를 불러 유감"이라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취했지만, 저출산 대책을 실무 차원에서 검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재차 언급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선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열지도 않은 위원회의 이름으로 마치 결정을 한 것처럼 거짓말을 한다", "정부 조직과 정책을 '자기 정치'에 활용한다"는 거친 말로 출구를 닫았습니다.

당사자인 나 전 의원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어제 외부 일정에 이어 오늘(10일) 제주 방문 일정도 전격 취소하는 등 언론 접촉을 삼가고 숙고에 들어갔습니다.

국민의힘 김우영 청년당원 대표가 9일 국회 소통관에서 ‘청년당원 100인, 나경원 당 대표 출마 요청 및 당원 중심 공정전당대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윤계, 나경원 집중 저격…"유승민·이준석의 길"

대통령실은 '전대 개입' 지적에는 선을 긋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여러 차례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했고, 대통령실의 나 전 의원을 향한 비판 역시 '정치'가 아닌 '정책 영역'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이 전당대회에 나가고 말고는 대통령실의 관심 사항이 아니다. 정부 조직과 정책을 '자기 정치'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친윤계 의원들은 즉시 '윤심'에 올라탔습니다.

당내 최대 친윤 의원 모임인 '국민공감' 소속 김정재 의원은 나 전 의원을 겨냥해 "이런 식으로 본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예전의 '유승민의 길' 아니냐"며 "정부 정책에 엇박자를 내면서 자기주장을 한다는 건 이준석 전 대표 사례 때도 봤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국민공감 소속인 박수영 의원도 SNS에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 자리는 대통령실 제안이 아닌, 나 전 의원이 희망한 자리로 알려져 있다"며 "자리를 받아 놓고 석 달도 채 안 돼 던지고 당 대표 선거에 나오겠다는 것은 공직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아직 멀었다는 자백"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당권 주자, 너도나도 '윤심(尹心)' 앞으로

이렇게 자의 반, 타의 반 전대를 향한 대통령실의 입김이 세지면서 당권 주자들은 한 마음으로 '윤심'이 나에게 있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은 어제(9일)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서 "윤 대통령 힘에 기대는 대표가 아니라 윤 대통령께 힘이 되는 대표가 되려 한다"며 "저는 윤 대통령과 운명공동체"라고 했습니다.

같은 날, 캠프 사무실을 연 김기현 의원 역시 "'대통령 따로', '당 대표 따로' 노는 것 때문에 우리가 오랜 세월 고통을 많이 겪었다"면서 "이제는 반면교사 삼아 호흡을 잘 맞춰 개혁 과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저는 여의도의 문법도, 셈법도 모르는 사람."

"저는 여의도의 문법도, 여의도의 셈법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국민 여러분께서 불러세워 앉혀주셨습니다. 누구에게도 빚진 것이 없고 어떠한 패거리도 없습니다. 여러분!"

-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2022년 3월 8일 유세 中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둔 마지막 유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시민들에게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자기 사람만 챙기고, 특정 지지층에만 호소하며, 세력에 따라 움직이는 '여의도식 패거리 정치'에서 벗어나겠다는 '정치 신인'의 의지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내부 총질 당 대표' 문자로 시작해 윤 대통령이 당 장악력을 높이고, '윤심'과 다른 목소리가 잘려나가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국민의힘 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는 3월 8일 열립니다. 윤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했던 마지막 유세, 꼭 1년이 되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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