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 딸기 유통비는 4,300원, 온라인 가락시장에선?

입력 2023.01.10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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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우리 농산물, 1000원에 사면 475원이 유통비
유통 핵심 '오프라인 경매제' 40년 전에 머물러
정부, 온라인 거래소로 유통비 6% 절감 목표


딸기 사러 마트 갔더니 한 팩(500g)에 만 원이 넘더군요. 농산물유통 종합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오늘(10일) 딸기의 산지 가격(공판장 경매)은 500g에 평균 5,505원입니다. 중도매인들이 소매상에게 넘기는 평균 가격은 같은 중량에 7,375원이고요. 산지에서 도매, 도매에서 소매로 올 때마다 몇천 원씩 더 오르는 셈인데, 2020년 기준 딸기의 유통 비용률은 42.7%였습니다. 소비자가 1만 원어치 딸기를 샀다면 여기서 4,270원은 유통비로 낸다는 얘깁니다.


■ 1,000원 양파 사면 810원이 유통비

전체 농산물의 유통 비용률(47.5%)을 놓고 볼 때 딸기는 그나마 유통비가 적게 들어가는 품목입니다. 양파(81.7%)나 월동무(69.7%), 대파(68.3%) 같은 건 산지 농민이 채솟값의 20~30%만 가져갈 뿐입니다. 작물 크기가 무겁거나, 운반 과정서 잎이 다치기 쉬운 엽근채소는 유통비가 그만큼 더 듭니다.


농산물 유통 얘기를 하려면 가락시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한 두 번쯤 들어본 곳이고 서울 어디 있는 곳인지는 대략 알지만, 그 위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지난해 가락시장에서만 농산물 약 230만 톤이 거래됐고요. 금액으로 치면 연간 5조 4천억 원 수준입니다. 국내 농산물 유통시장 거래량의 30% 정도가 가락시장을 통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 농산물 유통 핵심, '오프라인 경매'

가락시장 같은 곳을 '공영도매시장'이라고 합니다. 서울 강서시장, 대구 북부시장·부산 엄궁시장 등도 규모가 꽤 큰 공영도매시장입니다. 이런 곳이 전국에 총 33곳이 있습니다. 나는 쿠팡·마켓컬리로 채소나 과일 새벽 배송하기 때문에 이런 곳들과 상관없다고요? 농산물 온라인 B2C 거래 중 공영도매시장을 거쳐 판매되는 금액만 연간 1조 1,224억 원 규모입니다.(2020년 기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성우 농식품시스템연구부장)

지난해 말 서울 가락시장의 내부 모습 [촬영기자 왕인흡]지난해 말 서울 가락시장의 내부 모습 [촬영기자 왕인흡]

공영도매시장의 핵심 시스템은 '경매'입니다. 1985년 가락시장이 생기기 전까지 농민들은 이른바 '가격 후려치기'로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정부는 경매제를 도입했습니다. 경매회사인 도매법인은 농산물 수집을, 중도매인은 경매로 상품을 낙찰받도록 했습니다. 수수료를 챙기는 도매법인은 비싸게 팔아야 이익이 더 남고, 중도매인은 싸게 사야 이윤을 보는 구조입니다. 농민 입장에선 나 대신 가격을 올려주는 우군(도매법인)이 생겼고, 가격 공시로 거래 투명성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 '온라인 가락시장' 유통비 6% 줄인다

세월이 흐르며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축수산물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7조 1천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런데도 농산물 유통구조는 여전히 약 40년 전 '오프라인' 경매제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도매시장 대형화·현대화로 '팰릿 출하(박스·망 형태가 아닌 지게차 운반에 편한 팰릿에 적재하는 방식)'가 보편화되면서 선별 포장·운송에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인건비·임대료 등 상승도 더해져 농산물 유통 비용률은 10년 동안 6퍼센트 포인트 넘게 증가(41.8%→47.5%)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영도매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긴, '농산물 온라인 거래소'를 설립하려는 이유입니다. 이 거래소는 일반 소비자가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기업 간 시스템(B2B)입니다. 기존에는 산지 농가들이 개별 도매시장·법인 한두 곳에 집중 출하했다면, 이제는 온라인 거래소에 샘플 사진 등을 올려 전국 모든 도·소매인들이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바꾸는 겁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농산물 입고부터 출하까지 자동화할 수 있는 스마트 농산물유통센터(APC) 100곳을 주요 품목 산지에 2027년까지 짓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농업인이 수기(手記)로 송품장을 작성해 도매시장에 발송하고, 도매법인이 전산 입력 후 경매를 하지만 이제는 전자송품장을 도입합니다. 품목과 매매방법·운송수단 등을 모바일로 입력할 수 있게 한 디지털 거래 장부입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온라인거래소법' 제정 등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된다면 2027년 유통비용이 6%(연 2.6조 원)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 늘어나는 유통비…"표준화·등급화 관건"

그럼 온라인 가락시장이 도입되면 농산물 가격이 저렴해지는 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요? 그건 두고 봐야겠습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 농산물의 유통 비용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닙니다. 일본은 14개 채소의 평균 유통 비용률이 52.6% 수준이고, 미국도 오렌지(83%)·브로콜리(69%)·양상추(66%) 등 유통 비용률이 우리보다 10~20% 높습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가공·운송·광고 등 다양한 중간 유통·마케팅 서비스가 생겨납니다. 우리가 새벽배송으로 편하게 채소·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과거에 없던 물류 단계가 새로 생겼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수급 조절이 어렵고 품질 차이가 심합니다. '직접 보고 물건을 사는' 경매인들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제(9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딸기 매장어제(9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딸기 매장

결국 유통 비용이 많이 늘어나는 것은 막으면서, 농가 이득도 어떻게 확보할지가 과제입니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온라인 거래에서 농산물 표준화, 등급화 등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구현해낼지가 관건"이라면서 "농가가 오프라인에 비해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없다는 믿음이 생겨버리면 온라인 시스템이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령화된 산지 유통 조직을 어떻게 교육하고 홍보하느냐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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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 원 딸기 유통비는 4,300원, 온라인 가락시장에선?
    • 입력 2023-01-10 11:22:05
    취재K
우리 농산물, 1000원에 사면 475원이 유통비<br />유통 핵심 '오프라인 경매제' 40년 전에 머물러<br />정부, 온라인 거래소로 유통비 6% 절감 목표

딸기 사러 마트 갔더니 한 팩(500g)에 만 원이 넘더군요. 농산물유통 종합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오늘(10일) 딸기의 산지 가격(공판장 경매)은 500g에 평균 5,505원입니다. 중도매인들이 소매상에게 넘기는 평균 가격은 같은 중량에 7,375원이고요. 산지에서 도매, 도매에서 소매로 올 때마다 몇천 원씩 더 오르는 셈인데, 2020년 기준 딸기의 유통 비용률은 42.7%였습니다. 소비자가 1만 원어치 딸기를 샀다면 여기서 4,270원은 유통비로 낸다는 얘깁니다.


■ 1,000원 양파 사면 810원이 유통비

전체 농산물의 유통 비용률(47.5%)을 놓고 볼 때 딸기는 그나마 유통비가 적게 들어가는 품목입니다. 양파(81.7%)나 월동무(69.7%), 대파(68.3%) 같은 건 산지 농민이 채솟값의 20~30%만 가져갈 뿐입니다. 작물 크기가 무겁거나, 운반 과정서 잎이 다치기 쉬운 엽근채소는 유통비가 그만큼 더 듭니다.


농산물 유통 얘기를 하려면 가락시장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습니다. 한 두 번쯤 들어본 곳이고 서울 어디 있는 곳인지는 대략 알지만, 그 위력(?)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지난해 가락시장에서만 농산물 약 230만 톤이 거래됐고요. 금액으로 치면 연간 5조 4천억 원 수준입니다. 국내 농산물 유통시장 거래량의 30% 정도가 가락시장을 통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 농산물 유통 핵심, '오프라인 경매'

가락시장 같은 곳을 '공영도매시장'이라고 합니다. 서울 강서시장, 대구 북부시장·부산 엄궁시장 등도 규모가 꽤 큰 공영도매시장입니다. 이런 곳이 전국에 총 33곳이 있습니다. 나는 쿠팡·마켓컬리로 채소나 과일 새벽 배송하기 때문에 이런 곳들과 상관없다고요? 농산물 온라인 B2C 거래 중 공영도매시장을 거쳐 판매되는 금액만 연간 1조 1,224억 원 규모입니다.(2020년 기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성우 농식품시스템연구부장)

지난해 말 서울 가락시장의 내부 모습 [촬영기자 왕인흡]
공영도매시장의 핵심 시스템은 '경매'입니다. 1985년 가락시장이 생기기 전까지 농민들은 이른바 '가격 후려치기'로 손해를 많이 봤습니다. 정부는 경매제를 도입했습니다. 경매회사인 도매법인은 농산물 수집을, 중도매인은 경매로 상품을 낙찰받도록 했습니다. 수수료를 챙기는 도매법인은 비싸게 팔아야 이익이 더 남고, 중도매인은 싸게 사야 이윤을 보는 구조입니다. 농민 입장에선 나 대신 가격을 올려주는 우군(도매법인)이 생겼고, 가격 공시로 거래 투명성도 높일 수 있었습니다.

■ '온라인 가락시장' 유통비 6% 줄인다

세월이 흐르며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축수산물의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7조 1천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그런데도 농산물 유통구조는 여전히 약 40년 전 '오프라인' 경매제도에 머물러 있습니다. 도매시장 대형화·현대화로 '팰릿 출하(박스·망 형태가 아닌 지게차 운반에 편한 팰릿에 적재하는 방식)'가 보편화되면서 선별 포장·운송에 돈이 많이 들어갑니다. 인건비·임대료 등 상승도 더해져 농산물 유통 비용률은 10년 동안 6퍼센트 포인트 넘게 증가(41.8%→47.5%)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공영도매시장을 온라인으로 옮긴, '농산물 온라인 거래소'를 설립하려는 이유입니다. 이 거래소는 일반 소비자가 쓸 수 있는 건 아니고, 기업 간 시스템(B2B)입니다. 기존에는 산지 농가들이 개별 도매시장·법인 한두 곳에 집중 출하했다면, 이제는 온라인 거래소에 샘플 사진 등을 올려 전국 모든 도·소매인들이 물건을 살 수 있도록 바꾸는 겁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농산물 입고부터 출하까지 자동화할 수 있는 스마트 농산물유통센터(APC) 100곳을 주요 품목 산지에 2027년까지 짓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농업인이 수기(手記)로 송품장을 작성해 도매시장에 발송하고, 도매법인이 전산 입력 후 경매를 하지만 이제는 전자송품장을 도입합니다. 품목과 매매방법·운송수단 등을 모바일로 입력할 수 있게 한 디지털 거래 장부입니다. 김종구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온라인거래소법' 제정 등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된다면 2027년 유통비용이 6%(연 2.6조 원)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습니다.

■ 늘어나는 유통비…"표준화·등급화 관건"

그럼 온라인 가락시장이 도입되면 농산물 가격이 저렴해지는 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요? 그건 두고 봐야겠습니다.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 농산물의 유통 비용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닙니다. 일본은 14개 채소의 평균 유통 비용률이 52.6% 수준이고, 미국도 오렌지(83%)·브로콜리(69%)·양상추(66%) 등 유통 비용률이 우리보다 10~20% 높습니다.


경제 규모가 커지고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가공·운송·광고 등 다양한 중간 유통·마케팅 서비스가 생겨납니다. 우리가 새벽배송으로 편하게 채소·과일을 먹을 수 있는 것도 과거에 없던 물류 단계가 새로 생겼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농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수급 조절이 어렵고 품질 차이가 심합니다. '직접 보고 물건을 사는' 경매인들이 시장에서 영향력을 유지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제(9일)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 딸기 매장
결국 유통 비용이 많이 늘어나는 것은 막으면서, 농가 이득도 어떻게 확보할지가 과제입니다. 서용석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온라인 거래에서 농산물 표준화, 등급화 등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구현해낼지가 관건"이라면서 "농가가 오프라인에 비해 적정한 가격을 받을 수 없다는 믿음이 생겨버리면 온라인 시스템이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령화된 산지 유통 조직을 어떻게 교육하고 홍보하느냐도 중요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인포그래픽 :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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