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동지촌’ 숯가마…하와이 이민 1세대 애환 고스란히

입력 2023.01.10 (21:46) 수정 2023.01.11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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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는 13일은 우리나라 첫 이민자들이 하와이에 도착한 지 120년 되는 날입니다.

하와이 이민 1세대들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조국에 독립 자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애환이 담긴 흔적을 하와이 현지에서 박재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와이 빅아일랜드섬의 산자락, 빽빽한 구아바 나무 숲속을 헤치자 누렇게 녹슨 쇠문이 나타납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약 1.5 미터 높이의 직사각형 터널이 15m 정도 이어집니다.

192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대형 철제 숯가마입니다.

이곳은 숯가마 아래에서 불을 때던 아궁이 입구입니다.

이 아궁이 안쪽을 보면 세 개의 화로가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120년 전, 하와이로 삶의 터전을 옮긴 한인 이민 1세대들이 만든 것입니다.

이들은 경제적 자립과 독립자금 모금을 위해 여의도광장 10배 규모의 땅을 사들여 '동지촌'이라고 이름 짓고 농장과 숯가마를 만들었습니다.

[이덕희/하와이 한인이민연구소장 : "이것은 우리 100년 전, 120년 전에 왔던 이민자들의 산업 흔적이에요."]

하지만, 미 해군의 납품이 실패하고 경제 대공황이 겹치면서 결국 1931년 문을 닫고 경매에 넘어간 뒤 숲속에 방치돼 왔습니다.

[에드워드 슐츠/미주한인재단 하와이 회장 : "동포들과 원주민 등 여러 사람이 (동지촌에 대해) 더 깊게 더 높게 한국의 영향력을 평가할 것입니다."]

하와이 한인의 자긍심인 이민 1세대들의 조국을 위한 헌신,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그 숭고함이 동지촌 숯가마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KBS 뉴스 박재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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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치된 ‘동지촌’ 숯가마…하와이 이민 1세대 애환 고스란히
    • 입력 2023-01-10 21:46:57
    • 수정2023-01-11 14:4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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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는 13일은 우리나라 첫 이민자들이 하와이에 도착한 지 120년 되는 날입니다.

하와이 이민 1세대들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조국에 독립 자금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애환이 담긴 흔적을 하와이 현지에서 박재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와이 빅아일랜드섬의 산자락, 빽빽한 구아바 나무 숲속을 헤치자 누렇게 녹슨 쇠문이 나타납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약 1.5 미터 높이의 직사각형 터널이 15m 정도 이어집니다.

192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대형 철제 숯가마입니다.

이곳은 숯가마 아래에서 불을 때던 아궁이 입구입니다.

이 아궁이 안쪽을 보면 세 개의 화로가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대로 모습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120년 전, 하와이로 삶의 터전을 옮긴 한인 이민 1세대들이 만든 것입니다.

이들은 경제적 자립과 독립자금 모금을 위해 여의도광장 10배 규모의 땅을 사들여 '동지촌'이라고 이름 짓고 농장과 숯가마를 만들었습니다.

[이덕희/하와이 한인이민연구소장 : "이것은 우리 100년 전, 120년 전에 왔던 이민자들의 산업 흔적이에요."]

하지만, 미 해군의 납품이 실패하고 경제 대공황이 겹치면서 결국 1931년 문을 닫고 경매에 넘어간 뒤 숲속에 방치돼 왔습니다.

[에드워드 슐츠/미주한인재단 하와이 회장 : "동포들과 원주민 등 여러 사람이 (동지촌에 대해) 더 깊게 더 높게 한국의 영향력을 평가할 것입니다."]

하와이 한인의 자긍심인 이민 1세대들의 조국을 위한 헌신,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그 숭고함이 동지촌 숯가마에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KBS 뉴스 박재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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