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병풍 동행’에 엇갈린 당심(黨心)…“외롭지 않게”·“오버한다”

입력 2023.01.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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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검찰이 제1야당 대표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하는 건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유례없는 상황을 맞은 민주당 인사 40여 명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모였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김성환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물론이고, '친문계'로 분류되는 정태호 의원 등도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야말로 '총 집결'에 가까웠습니다.

이들은 검찰청사로 향하는 길 내내 이 대표를 둘러싸고 걸었고, 이 대표는 동료 의원들의 엄호를 받으며 청사로 들어갔습니다. 아침 원내대책회의를 평소와 달리 10여 분만에 마치고 달려온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A4 용지 8장에 달하는 입장문을 읽는 내내 옆을 지켰습니다.

이처럼 겉으론 똘똘 뭉쳐 '단일 대오'를 꾸린 듯했던 민주당,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니 꽤 복잡한 분위기가 읽혔습니다.

■ 검찰 수사에 '총력 대응' 강조…"외롭지 않게"

이 대표의 출석 길에 동행한 의원들은 하나같이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총력 대응'·'지지층 결집'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현장을 지킨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대표가 준비해온 8장짜리 입장문은 전날 저녁에 혼자 작성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나름대로 성남시장 시절 성과라고 자부심을 가졌던 치적들에 대해서 검찰이 '제3자 뇌물'이라며 죄를 씌우니,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을 많이 토로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또 다른 지도부 의원도 "(박근혜 정부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과 이번 사건이 비교되곤 하는데 그 재단은 최서원(최순실) 씨 것이었고 모든 이익이 최 씨 개인에게 귀속된 것이었다"며 "시민 구단 같은 경우는 공적 법인이고 이익도 시민들에게 귀속되는데 제3자 뇌물죄가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나오는 길이 외롭지 않게 끝까지 기다렸다가 맞이하려고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출석 길에 동행한 다른 초선 의원도 "검찰이 무리해도 한참 무리한 것이다. (성남FC 건은) 적극적 행정이고 오히려 이재명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구단을 운영할 때 단체장의 가장 큰 역할은 후원업체를 확보하는 것이고, 이 대표 개인에게 뭔가가 갔다고 하면 당연히 책임져야겠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출석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침통하면서도 분노스러운 마음으로 함께 지켜보고 배웅하고 나오는 길"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개인이었으면 과연 윤석열 검찰이 이토록 무도하게 나왔을까 싶다"고 말했는데요.

박 원내대표는 "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무도한 칼날 앞에서 우리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의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인 이재명에 대한 '정치기획 보복수사'로 규정하고 이 자리에 함께 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비명계, '방탄 프레임' 우려…"대표와 당 분리해야"

반면 이를 바라보는 '비명계' 의원들, 뒤숭숭한 분위기였습니다. 자칫 여당이 제기하는 '방탄 프레임'에 갇혀 내년 총선에 악영향이 있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됐습니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이 건만 보면 이 대표가 탄압받는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지만, 전체적인 혐의에 대해 당 차원에서 대응하는 건 옳지 않다"며 "과거 시장 재직 시절 일로 이렇게 여러 수사가 진행되는데 당이 모든 것을 나서서 방어하는 건 그 자체로 안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계속 소환이나 기소가 있을 텐데, 그때도 이런 식으로 계속 갈 순 없다"며 "어떤 순간이 오게 되면 대표가 당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나 결단을 해야 한다. 당 대표의 사법적 문제와 당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많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비명계 초선 의원도 "국민들은 특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특혜를 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며 "민주당은 서민을 위한 정당, 국민을 위한 정당인데 특권의식이 있는 사람들로 인식될까 봐 걱정이다. 이런 게 쌓이면 국민들이 우리에게 실망할 수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아직까진 내부에서 '가야 한다, 말아야 한다'며 싸울 정도는 아니지만,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꽤 많이 있었다"며 "체포동의안이 오고 그런 것들이 쌓이면 내부 의견이 분분해질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국민의힘은 '윤심 팔이'에 정신이 없고, 우리는 '방탄'에 정신이 없다"며 "지금 민주당의 결정과 행동 하나하나는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잔인하고 차가울 정도로 그렇게 봐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우리가 '방탄 프레임'을 깨야 '정치탄압'을 깰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이 대표에게도 이런 방식이 좋지 않다고 본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방어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국민들은) 오히려 반감이 들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번 사안이 사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전적으로 정치 탄압인지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거 같아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어제(10일) KBS 라디오에서 의원들의 검찰 출석 동행에 대해 "우르르 몰려가서 거기서 무슨 시위하는 식으로 하는 스타일의 것은 정치를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문 전 의장은 "타이밍에 맞춰서 정말 토끼가 세 굴 파듯이 그때부터 사태 변환을 잘 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민생현장 방문하며 '정면 돌파' 의지…'사법리스크' 떨쳐낼까?

이 대표는 검찰 조사 다음 날인 오늘(11일) 오전부터 인천을 방문해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민생현장 '경청투어'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합니다. 내일(12일)은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민주당이 추진할 민생 경제 정책과 비전을 발표할 방침입니다.

대선 때부터 이 대표를 따라다니던 '사법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왔지만, 동요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방탄프레임'을 둘러싼 당내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은 이를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당장은 성남FC 사건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앞으로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다른 사건으로도 소환 조사가 이어질 수 있는 상황. 한 친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대선에서 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상황이고,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렇게 버텨서 무죄를 받아내면 대선 주자로 다시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이고 유죄를 받으면 죽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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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병풍 동행’에 엇갈린 당심(黨心)…“외롭지 않게”·“오버한다”
    • 입력 2023-01-11 07:00:32
    취재K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검찰이 제1야당 대표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하는 건 헌정사상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유례없는 상황을 맞은 민주당 인사 40여 명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모였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와 김성환 정책위의장, 최고위원 등 지도부는 물론이고, '친문계'로 분류되는 정태호 의원 등도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야말로 '총 집결'에 가까웠습니다.

이들은 검찰청사로 향하는 길 내내 이 대표를 둘러싸고 걸었고, 이 대표는 동료 의원들의 엄호를 받으며 청사로 들어갔습니다. 아침 원내대책회의를 평소와 달리 10여 분만에 마치고 달려온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A4 용지 8장에 달하는 입장문을 읽는 내내 옆을 지켰습니다.

이처럼 겉으론 똘똘 뭉쳐 '단일 대오'를 꾸린 듯했던 민주당,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니 꽤 복잡한 분위기가 읽혔습니다.

■ 검찰 수사에 '총력 대응' 강조…"외롭지 않게"

이 대표의 출석 길에 동행한 의원들은 하나같이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총력 대응'·'지지층 결집'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현장을 지킨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대표가 준비해온 8장짜리 입장문은 전날 저녁에 혼자 작성한 것"이라며 "이 대표가 나름대로 성남시장 시절 성과라고 자부심을 가졌던 치적들에 대해서 검찰이 '제3자 뇌물'이라며 죄를 씌우니, 답답하고 억울한 심정을 많이 토로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습니다.

또 다른 지도부 의원도 "(박근혜 정부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과 이번 사건이 비교되곤 하는데 그 재단은 최서원(최순실) 씨 것이었고 모든 이익이 최 씨 개인에게 귀속된 것이었다"며 "시민 구단 같은 경우는 공적 법인이고 이익도 시민들에게 귀속되는데 제3자 뇌물죄가 가능하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나오는 길이 외롭지 않게 끝까지 기다렸다가 맞이하려고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출석 길에 동행한 다른 초선 의원도 "검찰이 무리해도 한참 무리한 것이다. (성남FC 건은) 적극적 행정이고 오히려 이재명이기 때문에 가능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구단을 운영할 때 단체장의 가장 큰 역할은 후원업체를 확보하는 것이고, 이 대표 개인에게 뭔가가 갔다고 하면 당연히 책임져야겠지만 현재까지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 역시 출석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침통하면서도 분노스러운 마음으로 함께 지켜보고 배웅하고 나오는 길"이라며 "이재명 대표가 개인이었으면 과연 윤석열 검찰이 이토록 무도하게 나왔을까 싶다"고 말했는데요.

박 원내대표는 "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무도한 칼날 앞에서 우리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 이재명이 아닌 대통령의 경쟁자이자 야당 대표인 이재명에 대한 '정치기획 보복수사'로 규정하고 이 자리에 함께 온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비명계, '방탄 프레임' 우려…"대표와 당 분리해야"

반면 이를 바라보는 '비명계' 의원들, 뒤숭숭한 분위기였습니다. 자칫 여당이 제기하는 '방탄 프레임'에 갇혀 내년 총선에 악영향이 있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됐습니다.

한 비명계 초선 의원은 "이 건만 보면 이 대표가 탄압받는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지만, 전체적인 혐의에 대해 당 차원에서 대응하는 건 옳지 않다"며 "과거 시장 재직 시절 일로 이렇게 여러 수사가 진행되는데 당이 모든 것을 나서서 방어하는 건 그 자체로 안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향후에도 계속 소환이나 기소가 있을 텐데, 그때도 이런 식으로 계속 갈 순 없다"며 "어떤 순간이 오게 되면 대표가 당을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나 결단을 해야 한다. 당 대표의 사법적 문제와 당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훨씬 많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비명계 초선 의원도 "국민들은 특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여러 특혜를 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며 "민주당은 서민을 위한 정당, 국민을 위한 정당인데 특권의식이 있는 사람들로 인식될까 봐 걱정이다. 이런 게 쌓이면 국민들이 우리에게 실망할 수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아직까진 내부에서 '가야 한다, 말아야 한다'며 싸울 정도는 아니지만,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의원들이 꽤 많이 있었다"며 "체포동의안이 오고 그런 것들이 쌓이면 내부 의견이 분분해질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국민의힘은 '윤심 팔이'에 정신이 없고, 우리는 '방탄'에 정신이 없다"며 "지금 민주당의 결정과 행동 하나하나는 내년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잔인하고 차가울 정도로 그렇게 봐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우리가 '방탄 프레임'을 깨야 '정치탄압'을 깰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이 대표에게도 이런 방식이 좋지 않다고 본다. 이렇게 정치적으로 방어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국민들은) 오히려 반감이 들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번 사안이 사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지, 아니면 전적으로 정치 탄압인지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가 정리되지 않은 거 같아 일단은 지켜보고 있다"고 했습니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어제(10일) KBS 라디오에서 의원들의 검찰 출석 동행에 대해 "우르르 몰려가서 거기서 무슨 시위하는 식으로 하는 스타일의 것은 정치를 너무 오버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문 전 의장은 "타이밍에 맞춰서 정말 토끼가 세 굴 파듯이 그때부터 사태 변환을 잘 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 민생현장 방문하며 '정면 돌파' 의지…'사법리스크' 떨쳐낼까?

이 대표는 검찰 조사 다음 날인 오늘(11일) 오전부터 인천을 방문해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민생현장 '경청투어'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합니다. 내일(12일)은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올해 민주당이 추진할 민생 경제 정책과 비전을 발표할 방침입니다.

대선 때부터 이 대표를 따라다니던 '사법리스크'가 현실로 다가왔지만, 동요하지 않고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읽힙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1년여 앞둔 상황에서 '방탄프레임'을 둘러싼 당내 우려가 적지 않은 만큼, 이 대표의 정치적 명운은 이를 어떻게 이겨내느냐에 달려 있을 겁니다.

당장은 성남FC 사건으로 조사를 받았지만, 앞으로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 다른 사건으로도 소환 조사가 이어질 수 있는 상황. 한 친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대선에서 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상황이고, 그렇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이렇게 버텨서 무죄를 받아내면 대선 주자로 다시 화려하게 복귀하는 것이고 유죄를 받으면 죽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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