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토해보겠다” 반복된 설명회…전세사기 피해자 ‘분통’

입력 2023.01.11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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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지금 다른 얘기들만 계속하고 있으니까 너무 화가 나거든요. 결국 저희는 아무것도 소득은 없고 그냥 가게 되는 상황이고요."

정부가 지난달에 이어 마련한 두 번째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 참석한 한 남성은 이렇게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번 설명회는 임차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이 안 된 피해자를 위해 마련됐습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피해자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가입이 안 된 경우 경매를 통해서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합니다.

대책 마련을 서둘러달라는 요청에 정부는 "검토해보겠다"는 말 만 되풀이했고,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어제(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어제(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

■정부, 저리 대출 해준다지만…소득 제한 걸림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전세 대출을 연장해주고, 새로운 전셋집을 구할 경우 최대 1억 6천만 원까지 저금리에(연 1.2~2.1%) 대출을 해주겠다는 겁니다.

임시 거처가 필요하면 LH 임대주택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관리하는 강제 관리 주택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며 잇따라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피해자 A 씨는 "정부가 소득으로 대상을 한정지어서 보는 것 같아서 좀 답답한 마음"이라면서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연 소득 7천만 원 이하여야 하는데, 소득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전세 대출 연장에 대해서도 "처음 전세 대출을 받았을 때 2%대였던 금리가 지금 6%대로 올랐다"면서 "1~2% 정도의 대출금리를 정부가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정부 대책을 성토하며 오히려 대안을 내놓은 피해자도 있었습니다.

피해자 B 씨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정부에서 전세 사기당한 집을 우선 매입하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 할 수 있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피해자들이 경매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낙찰받지 않아도 되도록 대신 나서 달라는 겁니다.

국세 등이 체납된 전세 사기 임대인의 물건은 경매 개시 절차도 어렵고,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낙찰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경매에서 낙찰을 받더라도 취득세 등 세금을 추가로 내야하고, 청약 자격 조건도 제한 받을 수 있다고 피해자들은 강조했습니다.

전세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등급이 떨어진 피해자를 구제해달라는 요구도 나왔습니다.

피해자 C 씨는 "이미 전세 대출이 만기됐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빚을 갚지 못했고, 그래서 신용 점수가 833점에서 200점까지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대출 연장을 하면서, 신용점수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임대인의 국세 체납액을 살펴볼 수 있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오는 4월부터는 전세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가 없어도 국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는데, 임대차 계약일부터 가능합니다.

피해자 D 씨는 "계약금으로 이미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가량을 입금하고 열람했는데, 체납된 세금이 있어서 계약을 파기하려면 그 돈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쏟아지는 요청에 주무부처인 국토부, 그리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실무 담당자들이 모두 나왔지만, 답변은 "논의 중이다. 검토해보겠다" 뿐이었습니다.

만기가 연장된 전세 대출금의 이자 지원이나 경매에서 정부 차원의 주택 매입은 더 기재부나 법무부 등의 부처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고, 계약일 이전에 체납액을 열람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답변에 나선 HUG 관계자는 "보험에 가입이 안 된 경우 보증금을 온전히 다 돌려받기가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생각하는 것만큼 단시간에 결정이 이루어지고, 법이 개정될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정부의 부실한 관리가 전세 사기 피해 키워"

피해자들은 정부의 부실한 관리 감독이 이 사태를 키웠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임대사업자는 지난해 8월부터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수백, 수천 채씩 집을 산 전국의 빌라왕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도 집을 계속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E 씨는 "현행법상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보증금의 최대 10%를 과태료로 부과한다고 알고 있다"면서 "법을 어겼는데 과태료도 안 내고, 가입도 안 하는데 나라에서는 (빌라왕들이) 집을 사들일 동안 무엇을 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축 빌라의 경우 공시가격의 150%까지 집값으로 인정해줬다"면면서 "이 비율에 맞춰 시세를 조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세 사기 판을 깔아준 것 아니냐"며 따져 물었습니다.

당초 이번 설명회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끝났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질문을 쏟아냈지만.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국토부는 이달 중으로 전세사기 피해 예방과 임차인 지원안을 담은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전세 피해자들의 요청이 담긴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담길지는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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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토해보겠다” 반복된 설명회…전세사기 피해자 ‘분통’
    • 입력 2023-01-11 16:11:53
    취재K

"아무런 해결책도 없이 지금 다른 얘기들만 계속하고 있으니까 너무 화가 나거든요. 결국 저희는 아무것도 소득은 없고 그냥 가게 되는 상황이고요."

정부가 지난달에 이어 마련한 두 번째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에 참석한 한 남성은 이렇게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번 설명회는 임차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이 안 된 피해자를 위해 마련됐습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피해자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가입이 안 된 경우 경매를 통해서 보증금을 돌려받아야 합니다.

대책 마련을 서둘러달라는 요청에 정부는 "검토해보겠다"는 말 만 되풀이했고,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어제(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전세보증금 피해 임차인 설명회
■정부, 저리 대출 해준다지만…소득 제한 걸림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전세 대출을 연장해주고, 새로운 전셋집을 구할 경우 최대 1억 6천만 원까지 저금리에(연 1.2~2.1%) 대출을 해주겠다는 겁니다.

임시 거처가 필요하면 LH 임대주택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관리하는 강제 관리 주택을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며 잇따라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피해자 A 씨는 "정부가 소득으로 대상을 한정지어서 보는 것 같아서 좀 답답한 마음"이라면서 "저금리 대출을 받으려면 연 소득 7천만 원 이하여야 하는데, 소득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전세 대출 연장에 대해서도 "처음 전세 대출을 받았을 때 2%대였던 금리가 지금 6%대로 올랐다"면서 "1~2% 정도의 대출금리를 정부가 지원해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정부 대책을 성토하며 오히려 대안을 내놓은 피해자도 있었습니다.

피해자 B 씨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나 정부에서 전세 사기당한 집을 우선 매입하고,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 할 수 있지 않냐"고 물었습니다.

피해자들이 경매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낙찰받지 않아도 되도록 대신 나서 달라는 겁니다.

국세 등이 체납된 전세 사기 임대인의 물건은 경매 개시 절차도 어렵고,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낙찰되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렵게 경매에서 낙찰을 받더라도 취득세 등 세금을 추가로 내야하고, 청약 자격 조건도 제한 받을 수 있다고 피해자들은 강조했습니다.

전세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등급이 떨어진 피해자를 구제해달라는 요구도 나왔습니다.

피해자 C 씨는 "이미 전세 대출이 만기됐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빚을 갚지 못했고, 그래서 신용 점수가 833점에서 200점까지 떨어졌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정부가 대출 연장을 하면서, 신용점수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달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임대인의 국세 체납액을 살펴볼 수 있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오는 4월부터는 전세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가 없어도 국세 체납액을 열람할 수 있는데, 임대차 계약일부터 가능합니다.

피해자 D 씨는 "계약금으로 이미 1천만 원에서 2천만 원가량을 입금하고 열람했는데, 체납된 세금이 있어서 계약을 파기하려면 그 돈을 버려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쏟아지는 요청에 주무부처인 국토부, 그리고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실무 담당자들이 모두 나왔지만, 답변은 "논의 중이다. 검토해보겠다" 뿐이었습니다.

만기가 연장된 전세 대출금의 이자 지원이나 경매에서 정부 차원의 주택 매입은 더 기재부나 법무부 등의 부처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고, 계약일 이전에 체납액을 열람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답변에 나선 HUG 관계자는 "보험에 가입이 안 된 경우 보증금을 온전히 다 돌려받기가 너무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생각하는 것만큼 단시간에 결정이 이루어지고, 법이 개정될 수 없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정부의 부실한 관리가 전세 사기 피해 키워"

피해자들은 정부의 부실한 관리 감독이 이 사태를 키웠다고도 지적했습니다.

임대사업자는 지난해 8월부터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세입자의 전세금으로 수백, 수천 채씩 집을 산 전국의 빌라왕들은 이를 지키지 않고도 집을 계속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E 씨는 "현행법상 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보증금의 최대 10%를 과태료로 부과한다고 알고 있다"면서 "법을 어겼는데 과태료도 안 내고, 가입도 안 하는데 나라에서는 (빌라왕들이) 집을 사들일 동안 무엇을 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신축 빌라의 경우 공시가격의 150%까지 집값으로 인정해줬다"면면서 "이 비율에 맞춰 시세를 조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세 사기 판을 깔아준 것 아니냐"며 따져 물었습니다.

당초 이번 설명회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오후 6시가 다 돼서야 끝났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질문을 쏟아냈지만. 속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국토부는 이달 중으로 전세사기 피해 예방과 임차인 지원안을 담은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입니다.

전세 피해자들의 요청이 담긴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이 담길지는 지켜봐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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