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군 “내과 의사에 연봉 3억 6천 줄게요”…“전화 한 통 없어”

입력 2023.01.1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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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

경남 산청군은 인구 3만 4천여 명의 농촌 지역입니다. 서울과 수도권 등 대도시와 달리 이곳에선 제대로 된 의료 시설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산청군은 1989년부터 보건의료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과와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응급실 등을 갖췄는데요. 지역에서 유일하게 병원급 기능이 있는 데다 입원 치료까지 가능하다 보니 지역민들이 자주 찾고 있습니다.

■ 내과 의사 없는 병원…'열 달째' 공백

그런데 최근 이 보건의료원에 큰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지난해 4월, 내과 전문 공중보건의가 전역한 뒤로 벌써 열 달째 내과 의사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환자는 하루 평균 백5십여 명,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당뇨나 고혈압 등 내과 진료를 봅니다.

진료를 보고 있는 산청군 보건의료원장진료를 보고 있는 산청군 보건의료원장

현재 임시방편으로 의료원장과 다른 진료과 공중보건의 8명이 경증이나 일반적인 내과 질환 진료를 보며 그 공백을 메우고는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이곳에선 중증 당뇨 등 내과 전문 진료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솔/산청군 보건의료원장
"경증이나 일반적인 내과 질환은 진료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노력하고 계신 데 그래도 내과 전문의 진료가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 "한 시간 떨어진 도시로 원정 치료 다녀"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도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가벼운 증상이라도 집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진주까지 원정 치료를 다니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정숙·하태봉/산청군 시천면
"의사 선생님들이 안 계시고 이러니까 아무래도 (환자들이) 시 단위 (병원으로) 많이 가고 거리가 멀더라고요. 의사 선생님 꼭 계셔야 하는데, 특히 내과는요."

■ "연봉 3억 6천만 원 제시…전화 1통 없어"

보건의료원 측은 환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벌써 3차례나 내과 전문의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산청군 보건의료원 모집 공고산청군 보건의료원 모집 공고

제시한 연봉은 무려 3억 6천만 원! 전국 보건의료원 15곳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임금입니다. 첫 모집 공고를 낸 지 벌써 석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문의 전화 한 통 오지 않았습니다.

권순현/산청군 보건의료원 보건정책과장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게 월 2천6백만 원이었는데 세전, 우리는 3천으로 했거든요. 그러니까 연봉 3억 6천인데도 문의가 안 들어오고 있죠."

내과 전문 공중보건의 배치도 기대하기 어려습니다. 전국적으로 숫자가 부족한 데다 병역 의무가 있는 내과 전문의는 우선하여 군의관에 배정되기 때문입니다. 경상남도는 2021년부터 지금까지 공중보건의로 내과 전문의를 한 명도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 "연봉 더 높이거나 주거 제공 검토"…'효과 미지수'

현재 산청군 보건의료원은 내과 의사 모집을 위해 연봉을 더 높이거나 주거를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지방에 의료 인력이 부족한 현실은 수도권 집중화가 빚어낸 '지방 소멸'과 내과·응급의학과 등을 전공하지 않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겹쳐 나타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산청군처럼 지방의 많은 병원과 보건소가 의사나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습니다. 정말 파격적인 조건이면 몰라도, 단순히 돈 몇 푼 더 준다고 해서 지방으로 의료 인력이 모이지 않을 겁니다.

병원은 있지만, 의사가 없는 의료 공백이나 다름없는 현실. 지방 사람들은 불편을 넘어 불안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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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청군 “내과 의사에 연봉 3억 6천 줄게요”…“전화 한 통 없어”
    • 입력 2023-01-11 17:57:36
    취재K
경남 산청군 보건의료원
경남 산청군은 인구 3만 4천여 명의 농촌 지역입니다. 서울과 수도권 등 대도시와 달리 이곳에선 제대로 된 의료 시설을 찾기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산청군은 1989년부터 보건의료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외과와 소아청소년과, 마취통증의학과, 응급실 등을 갖췄는데요. 지역에서 유일하게 병원급 기능이 있는 데다 입원 치료까지 가능하다 보니 지역민들이 자주 찾고 있습니다.

■ 내과 의사 없는 병원…'열 달째' 공백

그런데 최근 이 보건의료원에 큰 걱정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지난해 4월, 내과 전문 공중보건의가 전역한 뒤로 벌써 열 달째 내과 의사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이곳을 찾는 환자는 하루 평균 백5십여 명,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당뇨나 고혈압 등 내과 진료를 봅니다.

진료를 보고 있는 산청군 보건의료원장
현재 임시방편으로 의료원장과 다른 진료과 공중보건의 8명이 경증이나 일반적인 내과 질환 진료를 보며 그 공백을 메우고는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이곳에선 중증 당뇨 등 내과 전문 진료는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솔/산청군 보건의료원장
"경증이나 일반적인 내과 질환은 진료할 수 있습니다. 최대한 노력하고 계신 데 그래도 내과 전문의 진료가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 "한 시간 떨어진 도시로 원정 치료 다녀"

사정이 이렇다 보니 환자들도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가벼운 증상이라도 집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진주까지 원정 치료를 다니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정숙·하태봉/산청군 시천면
"의사 선생님들이 안 계시고 이러니까 아무래도 (환자들이) 시 단위 (병원으로) 많이 가고 거리가 멀더라고요. 의사 선생님 꼭 계셔야 하는데, 특히 내과는요."

■ "연봉 3억 6천만 원 제시…전화 1통 없어"

보건의료원 측은 환자 불편을 줄이기 위해 벌써 3차례나 내과 전문의 모집 공고를 냈습니다.

산청군 보건의료원 모집 공고
제시한 연봉은 무려 3억 6천만 원! 전국 보건의료원 15곳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임금입니다. 첫 모집 공고를 낸 지 벌써 석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문의 전화 한 통 오지 않았습니다.

권순현/산청군 보건의료원 보건정책과장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게 월 2천6백만 원이었는데 세전, 우리는 3천으로 했거든요. 그러니까 연봉 3억 6천인데도 문의가 안 들어오고 있죠."

내과 전문 공중보건의 배치도 기대하기 어려습니다. 전국적으로 숫자가 부족한 데다 병역 의무가 있는 내과 전문의는 우선하여 군의관에 배정되기 때문입니다. 경상남도는 2021년부터 지금까지 공중보건의로 내과 전문의를 한 명도 배정받지 못했습니다.

■ "연봉 더 높이거나 주거 제공 검토"…'효과 미지수'

현재 산청군 보건의료원은 내과 의사 모집을 위해 연봉을 더 높이거나 주거를 제공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얼마나 큰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지방에 의료 인력이 부족한 현실은 수도권 집중화가 빚어낸 '지방 소멸'과 내과·응급의학과 등을 전공하지 않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이 겹쳐 나타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산청군처럼 지방의 많은 병원과 보건소가 의사나 간호사를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습니다. 정말 파격적인 조건이면 몰라도, 단순히 돈 몇 푼 더 준다고 해서 지방으로 의료 인력이 모이지 않을 겁니다.

병원은 있지만, 의사가 없는 의료 공백이나 다름없는 현실. 지방 사람들은 불편을 넘어 불안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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