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끄는데 84명…소방력 빨아들이는 전기차 화재

입력 2023.01.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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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전기차 화재 증가…'열 폭주'에 속수무책
대규모 인력 투입에 최대 7~8시간 소요
'이동식 수조' 운영 중이지만 한계도 뚜렷
"내연기관차보다 화재 비율 적어" 반론도


■ 불 한 번 나면 소방인력·장비 총출동

7일 서울 성수동 테슬라 서비스센터에서 차량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다음은 당시 출동했던 소방서의 보고서 중 일부 내용입니다.

<화재 상황 보고서>
1. 대상: 차량 1대(테슬라 모델X)
2. 동원: ①인원:65명(소방52, 경찰11, 구청2)
②차량:27대(펌프6, 탱크7, 구조5, 구급2, 기타7)
3. 개요: 배터리에서 열 폭주 시작하면서 차량 화재
4. 시간:1.7(토) 17:03 출동->20:50 상황 종료
-서울 성동소방서-

이틀 만에 세종시에서 다시 일어난 테슬라 차량 화재에서도 소방당국은 인원 50명과 장비 17대를 투입해야만 했습니다. 시민들이 창문을 깨고 운전자를 구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으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운전자를 겨우 끄집어내고 영화처럼 차가 폭발했다"는 목격담이 나올 정도로 매우 긴박한 상황이었고, 자칫 구조 인력까지 피해를 볼 수도 있었습니다.

9일 저녁 세종시 국도에서 일어난 테슬라 차량 화재9일 저녁 세종시 국도에서 일어난 테슬라 차량 화재

■ 내연기관차 대비 많은 인력·시간…1대 끄는데 84명까지

물론 내연기관차에 불이 나도 수십 명의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도착하자마자 화재를 진압할 수 있고, 투입되는 자원의 양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알려진 대로 배터리에서 1,000도 이상의 온도까지 오르는 '열폭주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 불을 쉽게 끌 수 없습니다. 건물 화재에 버금가는 발열량을 보이는 데다 소화수를 아무리 뿌려도 진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부 조사이기는 하지만 최근 국내 전기차 화재 진압에 평균 30명 정도의 소방 인력과 2만 리터 이상의 소화수가 투입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통계는 최근까지의 전수조사가 아닌 평균이고 더 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실제로 2020년 서울 용산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 사고 당시 무려 84명의 소방 인력이 투입됐고 4만 4천여 리터의 소화수가 사용됐습니다. 웬만한 건물 한 채 불을 끄는 데 필요한 양을 차 한 대에 쏟아부은 것입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도 2년 전 테슬라 전기차에도 불이 났고, 진압하는 데 10만 6천 리터의 물을 썼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미 NBC 방송은 "당시 사용한 물의 양이 평균적인 미국의 가정이 2년 정도 쓰는 물의 양과 맞먹고, 내연기관 차량 화재 진압에 드는 물의 100배 이른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진압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문제입니다. 불을 제압하는 데 보통 2, 3시간은 기본이고 많게는 7, 8시간까지 걸립니다. 대거 출동한 소방인력이 수 시간 동안 차 한 대 불을 끄는데 묶여 있어야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다른 화재나 구조 등 위급 상황에 대한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용 수조 운영에도 추가 인력·훈련 필요

이런 소방력 남용 논란은 전기차 불을 쉽게 끌 방법이 아직 마땅치 않다는 데 그 배경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전기차를 물에 통째로 담궈 불을 끄는 방식이 점차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이동식 수조 '방식입니다.

이동식 수화수조를  이용해 전기차 진화 작업을 하는 모습(세종소방본부  제공)이동식 수화수조를 이용해 전기차 진화 작업을 하는 모습(세종소방본부 제공)

현재로서는 이런 수조 사용 방식이 전기차 화재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문제는 또 있습니다. 우선 지금의 기술 수준에서 수조를 사용할 경우 출동 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수조 하나를 쓰는데 소방관 10명 정도가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좁은 골목길이나 지하 주차장 등 지형에 따라 사용이 어려운 데다 아직 이동식 수조 숫자가 전국에 10여 개 정도에 불과한 점도 운용상 한계로 꼽힙니다.

■"피해 더 늘 것" vs "침소봉대 말아야"

전기차 보급 대수가 점차 늘면서 이런 열 폭주로 인한 화재 사고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실내 주차장 등에서 충전 중이나 주차 중인 차량에서 불이 날 경우 그 피해는 막대할 것이라는 걱정이 나옵니다.

7일 서울 테슬라 성수 서비스센터에서 일어난 차량 화재 사고(서울 성동소방서 제공)7일 서울 테슬라 성수 서비스센터에서 일어난 차량 화재 사고(서울 성동소방서 제공)

반면 전기차의 화재 비율이 내연기관 차량의 60분의 1 정도라는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보험서비스 제공업체 오토인슈어런스 EZ) 전기차를 무조건 위험하다고 보는 인식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있습니다. 배터리 열 폭주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지 않거나 획기적인 화재 진압 방법이 나오지 않는 한 전기차 화재에 투입되는 소방인력과 자원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인포그래픽: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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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대 끄는데 84명…소방력 빨아들이는 전기차 화재
    • 입력 2023-01-12 06:00:02
    취재K
전기차 화재 증가…'열 폭주'에 속수무책<br />대규모 인력 투입에 최대 7~8시간 소요<br />'이동식 수조' 운영 중이지만 한계도 뚜렷<br />"내연기관차보다 화재 비율 적어" 반론도

■ 불 한 번 나면 소방인력·장비 총출동

7일 서울 성수동 테슬라 서비스센터에서 차량 화재가 일어났습니다. 다음은 당시 출동했던 소방서의 보고서 중 일부 내용입니다.

<화재 상황 보고서>
1. 대상: 차량 1대(테슬라 모델X)
2. 동원: ①인원:65명(소방52, 경찰11, 구청2)
②차량:27대(펌프6, 탱크7, 구조5, 구급2, 기타7)
3. 개요: 배터리에서 열 폭주 시작하면서 차량 화재
4. 시간:1.7(토) 17:03 출동->20:50 상황 종료
-서울 성동소방서-

이틀 만에 세종시에서 다시 일어난 테슬라 차량 화재에서도 소방당국은 인원 50명과 장비 17대를 투입해야만 했습니다. 시민들이 창문을 깨고 운전자를 구했기에 망정이지 조금만 늦었으면 인명피해로 이어질 뻔했습니다. "운전자를 겨우 끄집어내고 영화처럼 차가 폭발했다"는 목격담이 나올 정도로 매우 긴박한 상황이었고, 자칫 구조 인력까지 피해를 볼 수도 있었습니다.

9일 저녁 세종시 국도에서 일어난 테슬라 차량 화재
■ 내연기관차 대비 많은 인력·시간…1대 끄는데 84명까지

물론 내연기관차에 불이 나도 수십 명의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도착하자마자 화재를 진압할 수 있고, 투입되는 자원의 양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우 알려진 대로 배터리에서 1,000도 이상의 온도까지 오르는 '열폭주 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있어 불을 쉽게 끌 수 없습니다. 건물 화재에 버금가는 발열량을 보이는 데다 소화수를 아무리 뿌려도 진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부 조사이기는 하지만 최근 국내 전기차 화재 진압에 평균 30명 정도의 소방 인력과 2만 리터 이상의 소화수가 투입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통계는 최근까지의 전수조사가 아닌 평균이고 더 많은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실제로 2020년 서울 용산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 사고 당시 무려 84명의 소방 인력이 투입됐고 4만 4천여 리터의 소화수가 사용됐습니다. 웬만한 건물 한 채 불을 끄는 데 필요한 양을 차 한 대에 쏟아부은 것입니다.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도 2년 전 테슬라 전기차에도 불이 났고, 진압하는 데 10만 6천 리터의 물을 썼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미 NBC 방송은 "당시 사용한 물의 양이 평균적인 미국의 가정이 2년 정도 쓰는 물의 양과 맞먹고, 내연기관 차량 화재 진압에 드는 물의 100배 이른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진압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문제입니다. 불을 제압하는 데 보통 2, 3시간은 기본이고 많게는 7, 8시간까지 걸립니다. 대거 출동한 소방인력이 수 시간 동안 차 한 대 불을 끄는데 묶여 있어야 하고 이는 필연적으로 다른 화재나 구조 등 위급 상황에 대한 공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전용 수조 운영에도 추가 인력·훈련 필요

이런 소방력 남용 논란은 전기차 불을 쉽게 끌 방법이 아직 마땅치 않다는 데 그 배경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전기차를 물에 통째로 담궈 불을 끄는 방식이 점차 시도되고 있습니다. 이른바 '이동식 수조 '방식입니다.

이동식 수화수조를  이용해 전기차 진화 작업을 하는 모습(세종소방본부  제공)
현재로서는 이런 수조 사용 방식이 전기차 화재에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문제는 또 있습니다. 우선 지금의 기술 수준에서 수조를 사용할 경우 출동 인력을 더 늘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수조 하나를 쓰는데 소방관 10명 정도가 더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좁은 골목길이나 지하 주차장 등 지형에 따라 사용이 어려운 데다 아직 이동식 수조 숫자가 전국에 10여 개 정도에 불과한 점도 운용상 한계로 꼽힙니다.

■"피해 더 늘 것" vs "침소봉대 말아야"

전기차 보급 대수가 점차 늘면서 이런 열 폭주로 인한 화재 사고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실내 주차장 등에서 충전 중이나 주차 중인 차량에서 불이 날 경우 그 피해는 막대할 것이라는 걱정이 나옵니다.

7일 서울 테슬라 성수 서비스센터에서 일어난 차량 화재 사고(서울 성동소방서 제공)
반면 전기차의 화재 비율이 내연기관 차량의 60분의 1 정도라는 조사 결과를 인용해 (미국 보험서비스 제공업체 오토인슈어런스 EZ) 전기차를 무조건 위험하다고 보는 인식이 잘못됐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점에서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있습니다. 배터리 열 폭주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지 않거나 획기적인 화재 진압 방법이 나오지 않는 한 전기차 화재에 투입되는 소방인력과 자원은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인포그래픽: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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