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지 못하는 대통령실…떠나가지 못하는 나경원

입력 2023.01.12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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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자로서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처사"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은 강경해 보였습니다. '출산 시 부채 탕감'이라는 나 부위원장의 말이 정부 정책 기조와 다르다는 공개 설명에도, 나 부위원장이 SNS 등을 통해 이를 재차 언급한 데 따른 것입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공직을 자기 정치에 이용한다. 더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며 "부위원장에서 해촉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며칠 뒤 나 부위원장이 문자 메시지 등으로 '사의'를 밝혔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강경한 분위기였던 대통령실은 어찌된 일인지, '사의'에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왜 나 부위원장을 놔주지 않는 건지, 나 부위원장은 왜 더 강하게 사의를 밝히지 않는 건지,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맞물려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사의 밝혔다"…"정식 사직서를 안 냈다"

10일 나경원 부위원장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게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소식이 나 부위원장 '측근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김 실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대통령실 고위 참모에게 다른 사람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의를 밝혔다고 했습니다.

저출산위의 위원장은 대통령인데, 나 부위원장은 아직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통령실은 10일에는 "사의를 들은 바 없다"고 했다가, 나 부위원장이 11일 사의를 표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자 그제야 "사의를 타진한 듯하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 설명은 이렇습니다. "(나 부위원장의 사의는) '대통령에게 누가 됐다'는 정도의 유감 표명 의사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행정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도 아니고 의사만 전달한 것이라서 수용이든 반려든 할 만큼의 일이 진척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며 당장이라도 해촉할 듯하더니, 이제는 '정식 사표를 안 냈으니 더 할 말 없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사의를 밝힌 측도, 이를 접수한 측도, 이례적으로 소극적인 모양새입니다.


■ '의도된 침묵'?..설 연휴 전에 입장 나올까

대통령실이 당장 나경원 부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하지 않는 건, '당 대표 선거에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인 동시에, '대통령실이 당무에 개입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사의를 수용하는 건 어찌됐든 '당 대표 선거에 나가도 좋다'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습니다. 또 대통령실이 원하는 차기 여당 대표는 다른 사람인데 나 부위원장이 나서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서지 말라는 물밑 설득 작업도 실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 부위원장 또한, 대통령실과 부딪히는 모양새로 당 대표 선거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양쪽이 시간을 갖고 이른바 '출구 전략'을 찾고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하고 재신임하면, 나 부위원장이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로 갈등을 봉합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실은 '실리'를 얻고, 나 부위원장은 '명분'을 얻는 것입니다.

나 부위원장의 태도를 비판했었던 여권 관계자는, 사의 표명 뒤에는 "(나 부위원장은) 범여권의 측면에서 보면 나름대로 가치 있는 자원 아니겠냐"라고 했습니다.

나경원 부위원장이 그래도, 당 대표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지난 한 주 잠재적 당 대표 후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데다 당내 여론도 나쁘지 않은 만큼 결국에는 출마를 결심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실과의 잡음 속에 당 대표 선거에 나설 경우 이른바 '반윤' 이미지가 부담일 텐데, 나 부위원장은 11일 공개 행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절대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당 대표에) 출마하면, 이른바 '반윤' 이미지가 찍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는 기자들 질문에 "찍는다고 찍혀지나요"라고 답한 게 눈에 띕니다.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은 14일부터 21일까지 해외 순방에 나서고, 이후에는 설 명절이 이어집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나 부위원장을 둘러싼 이야기는 명절 밥상 민심의 한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떤 결론이든 명절 이후에 명확해 질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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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어지지 못하는 대통령실…떠나가지 못하는 나경원
    • 입력 2023-01-12 17:42:27
    취재K

■ "공직자로서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처사"

이번 주 초까지만 해도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입장은 강경해 보였습니다. '출산 시 부채 탕감'이라는 나 부위원장의 말이 정부 정책 기조와 다르다는 공개 설명에도, 나 부위원장이 SNS 등을 통해 이를 재차 언급한 데 따른 것입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공직을 자기 정치에 이용한다. 더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며 "부위원장에서 해촉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습니다.

며칠 뒤 나 부위원장이 문자 메시지 등으로 '사의'를 밝혔다는 사실이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강경한 분위기였던 대통령실은 어찌된 일인지, '사의'에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실은 왜 나 부위원장을 놔주지 않는 건지, 나 부위원장은 왜 더 강하게 사의를 밝히지 않는 건지,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맞물려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 "사의 밝혔다"…"정식 사직서를 안 냈다"

10일 나경원 부위원장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등에게 저출산위 부위원장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전했다는 소식이 나 부위원장 '측근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김 실장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대통령실 고위 참모에게 다른 사람을 통해 간접적으로 사의를 밝혔다고 했습니다.

저출산위의 위원장은 대통령인데, 나 부위원장은 아직 윤석열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통령실은 10일에는 "사의를 들은 바 없다"고 했다가, 나 부위원장이 11일 사의를 표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자 그제야 "사의를 타진한 듯하다"고 했습니다.

대통령실 설명은 이렇습니다. "(나 부위원장의 사의는) '대통령에게 누가 됐다'는 정도의 유감 표명 의사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행정적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도 아니고 의사만 전달한 것이라서 수용이든 반려든 할 만큼의 일이 진척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며 당장이라도 해촉할 듯하더니, 이제는 '정식 사표를 안 냈으니 더 할 말 없다'는 입장인 것입니다.

사의를 밝힌 측도, 이를 접수한 측도, 이례적으로 소극적인 모양새입니다.


■ '의도된 침묵'?..설 연휴 전에 입장 나올까

대통령실이 당장 나경원 부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하지 않는 건, '당 대표 선거에 나서지 말라'는 메시지인 동시에, '대통령실이 당무에 개입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사의를 수용하는 건 어찌됐든 '당 대표 선거에 나가도 좋다'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습니다. 또 대통령실이 원하는 차기 여당 대표는 다른 사람인데 나 부위원장이 나서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서지 말라는 물밑 설득 작업도 실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 부위원장 또한, 대통령실과 부딪히는 모양새로 당 대표 선거에 나서기는 부담스러운 만큼 양쪽이 시간을 갖고 이른바 '출구 전략'을 찾고 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사의를 반려하고 재신임하면, 나 부위원장이 이를 수용하는 모양새로 갈등을 봉합하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실은 '실리'를 얻고, 나 부위원장은 '명분'을 얻는 것입니다.

나 부위원장의 태도를 비판했었던 여권 관계자는, 사의 표명 뒤에는 "(나 부위원장은) 범여권의 측면에서 보면 나름대로 가치 있는 자원 아니겠냐"라고 했습니다.

나경원 부위원장이 그래도, 당 대표 선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지난 한 주 잠재적 당 대표 후보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은 데다 당내 여론도 나쁘지 않은 만큼 결국에는 출마를 결심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대통령실과의 잡음 속에 당 대표 선거에 나설 경우 이른바 '반윤' 이미지가 부담일 텐데, 나 부위원장은 11일 공개 행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절대 화합'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당 대표에) 출마하면, 이른바 '반윤' 이미지가 찍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는 기자들 질문에 "찍는다고 찍혀지나요"라고 답한 게 눈에 띕니다.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은 14일부터 21일까지 해외 순방에 나서고, 이후에는 설 명절이 이어집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나 부위원장을 둘러싼 이야기는 명절 밥상 민심의 한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어떤 결론이든 명절 이후에 명확해 질 거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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