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댓글 단어 1천만개 분석…보수·진보 의식의 흐름은?

입력 2023.0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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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기획 창 ‘알고리즘 인류 - 2부 민주주의가 위험하다’ 중에서 〉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진실이 무엇인지는 가려지지 않았고, 갈등만 남았습니다.

현실의 갈등은 인터넷상에서 어떻게 키워지고 있을까.

대표적인 보수, 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서 댓글 30만 건을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천만 개 넘는 단어들의 관계를 파악해 의미망을 그린 다음, 댓글 참여자들이 어떤 단어에 더 많이 반응하는지를 분석하면 이들의 인식 흐름도가 그려집니다.

<인터뷰>김도훈/빅데이터 분석업체 아르스프락시아 대표/사회인류학 박사
"김은혜 대변인이 이거는 ‘잘못 들은 거다, 날리면이다’라고 얘기를 하면서 논란이 수그러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화되는 그런 양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이게 과연 온당했느냐, 어느 정도 선이 적절했느냐, 정도나 방식에 대해서 면밀한 논의를 하기보다는 상대방을 최대한 공격하면서 한 치도 물러서면 안 된다는 그런 의식이 양 진영에서 다 보여집니다."

온라인 토론을 통해 서로 다른 의견들이 만나 확장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였습니다.

"같은 국민의힘 정당 내에서도 조금 중도적으로 보이거나 상대적으로, 아주 극단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배신자라고 표현한다는 거죠. 문제는 이런 말들이 굉장히 유의미하게 담론 공간을 형성하고 또 메인 스토리 라인에 지금 반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게 점점 더 어떤 정치의 극단화, 적어도 온라인 공간에서 정치의 극단화 양상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정 언론사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직후, 진보 측 댓글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이 형성됩니다.

"탑승 거부 사건을 계기로 해서 대통령 퇴진에 대한 표현들이 점증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하는 담론이 잡히는데 윤석열 정권은 쫓아내야 한다, 쫓아내, 이런 표현들이 가장 핵심적인 수렴어로 잡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근길 문답 중단 발표 후 갈등은 정점에 달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일종의 스포츠로 지금 팬덤들이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상대방을 공격하고 아니면 차단하고 배제하는 것에 대해서 ‘시원하다’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그런 정서들이 발견됩니다.

어떤 이슈가 있었을 때 거기에 대해서 해명하거나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는 상대방을 공격할 거리부터 찾는 것 같아요."

정치인들의 잦은 습성 중 하나는 단어 뜻을 막론하고 마치 추천 알고리즘처럼 눈길 끄는 어휘를 고르는 데 골몰한다는 겁니다.

충분히 예상되는 갈등을 촉발시킵니다.

"어떤 시비를 따지기보다는 우리 영부인을 공격했으니까, 너희 전 대통령 영부인도 공격을 받아야 한다, 그런 식으로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김정숙 여사를 끌어들여가지고 또 비난을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 엄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감정이 실린 비아냥 이런 것들이 증폭되는 모습도 확인이 됩니다."

시민들에게 한국 사회 갈등의 가장 큰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정치인보다 언론과 소셜미디어라고 답한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100명의 거리 인터뷰가 전체 여론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보다 깊이 있는 견해와 함께 공통된 흐름이 보입니다.

<인터뷰>정희전
"사실에 근거해서 얘기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거죠."

<인터뷰>현가빈
"확인 안 된 정보로 물어뜯고 다른 사람이 정보 팩트를 가져와도 그거 볼 생각도 안하고.."

<인터뷰>김정희
"전보다 아주 심해졌어요. 그게 제일 걱정이 돼요. 도저히 논리라든가 이런 게 통하지 않는 사회가 돼버렸어."

정치인들의 다툼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의 여론 유통 환경이 더 우려된다는 겁니다.

<인터뷰>김다빈
댓글을 아예 없애든가 아니면 실명제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서현지
(언론이) 공평하게 정확하게 해야 국민들이 믿고 가는 것 같아요.

생업에 충실하며 묵묵히 제 역할을 다 하는 시민들의 건강한 의견은 얼굴을 마주할 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혁신이라 부르며 언제 어디서든 손바닥 안에서 볼 수 있는 그 곳의 목소리와는 달랐습니다.

"과대 대표된다는 게 굉장히 문제고요. 온라인상에서 적대적 부족주의가 더 강화돼서 표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극단적으로 발언했을 때 자기 진영에서 주목도가 높아지니까, 더욱 더 극단적인 표현들에 의존하게 되는 그런 면이 나타납니다. 상대방을 가장 강력하게, 가장 극단적인 표현으로 공격을 함으로써 그 부족 내에서 인정을 받는 그런 정서가 온라인에서 더 강화되는 것 같습니다."

흑과 백만을 말하는 세상에선 다른 색깔의 사람은 비인간화되고 때로 폭력 본성까지 깨어납니다.

<인터뷰>장동선/궁금한뇌연구소 대표, 사회인지신경과학 박사
"누군가에 대해서 극단적인 행위를 할 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은 선과 악의 구분이 되게 명확해요. 그래서 마녀는 악이고, 우리가 믿고 있는 신과 우리는 완전히 선이다라고 말하자면 편을 정확하게 나누고 구분을 했죠."

"그러면 악의 편이라고 생각된 쪽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문제는 (중세) 마녀사냥뿐만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가 유태인 학살하는 데도 같은 메카니즘이 사용이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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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5 09:00:30
    취재K
▲ 〈시사기획 창 ‘알고리즘 인류 - 2부 민주주의가 위험하다’ 중에서 〉

<녹취> 윤석열 대통령

진실이 무엇인지는 가려지지 않았고, 갈등만 남았습니다.

현실의 갈등은 인터넷상에서 어떻게 키워지고 있을까.

대표적인 보수, 진보 성향의 유튜브 채널에서 댓글 30만 건을 수집해 분석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천만 개 넘는 단어들의 관계를 파악해 의미망을 그린 다음, 댓글 참여자들이 어떤 단어에 더 많이 반응하는지를 분석하면 이들의 인식 흐름도가 그려집니다.

<인터뷰>김도훈/빅데이터 분석업체 아르스프락시아 대표/사회인류학 박사
"김은혜 대변인이 이거는 ‘잘못 들은 거다, 날리면이다’라고 얘기를 하면서 논란이 수그러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격화되는 그런 양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이게 과연 온당했느냐, 어느 정도 선이 적절했느냐, 정도나 방식에 대해서 면밀한 논의를 하기보다는 상대방을 최대한 공격하면서 한 치도 물러서면 안 된다는 그런 의식이 양 진영에서 다 보여집니다."

온라인 토론을 통해 서로 다른 의견들이 만나 확장하는 게 아니라 그 반대였습니다.

"같은 국민의힘 정당 내에서도 조금 중도적으로 보이거나 상대적으로, 아주 극단적이지 않은 사람들을 배신자라고 표현한다는 거죠. 문제는 이런 말들이 굉장히 유의미하게 담론 공간을 형성하고 또 메인 스토리 라인에 지금 반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게 점점 더 어떤 정치의 극단화, 적어도 온라인 공간에서 정치의 극단화 양상을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정 언론사에 대한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 직후, 진보 측 댓글에서 두드러지는 경향이 형성됩니다.

"탑승 거부 사건을 계기로 해서 대통령 퇴진에 대한 표현들이 점증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생각하는 담론이 잡히는데 윤석열 정권은 쫓아내야 한다, 쫓아내, 이런 표현들이 가장 핵심적인 수렴어로 잡히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근길 문답 중단 발표 후 갈등은 정점에 달합니다.

"그러니까 이게 일종의 스포츠로 지금 팬덤들이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뭔가 상대방을 공격하고 아니면 차단하고 배제하는 것에 대해서 ‘시원하다’라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그런 정서들이 발견됩니다.

어떤 이슈가 있었을 때 거기에 대해서 해명하거나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는 상대방을 공격할 거리부터 찾는 것 같아요."

정치인들의 잦은 습성 중 하나는 단어 뜻을 막론하고 마치 추천 알고리즘처럼 눈길 끄는 어휘를 고르는 데 골몰한다는 겁니다.

충분히 예상되는 갈등을 촉발시킵니다.

"어떤 시비를 따지기보다는 우리 영부인을 공격했으니까, 너희 전 대통령 영부인도 공격을 받아야 한다, 그런 식으로 전 대통령의 영부인이었던 김정숙 여사를 끌어들여가지고 또 비난을 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 엄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감정이 실린 비아냥 이런 것들이 증폭되는 모습도 확인이 됩니다."

시민들에게 한국 사회 갈등의 가장 큰 책임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정치인보다 언론과 소셜미디어라고 답한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100명의 거리 인터뷰가 전체 여론을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보다 깊이 있는 견해와 함께 공통된 흐름이 보입니다.

<인터뷰>정희전
"사실에 근거해서 얘기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거죠."

<인터뷰>현가빈
"확인 안 된 정보로 물어뜯고 다른 사람이 정보 팩트를 가져와도 그거 볼 생각도 안하고.."

<인터뷰>김정희
"전보다 아주 심해졌어요. 그게 제일 걱정이 돼요. 도저히 논리라든가 이런 게 통하지 않는 사회가 돼버렸어."

정치인들의 다툼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최근의 여론 유통 환경이 더 우려된다는 겁니다.

<인터뷰>김다빈
댓글을 아예 없애든가 아니면 실명제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서현지
(언론이) 공평하게 정확하게 해야 국민들이 믿고 가는 것 같아요.

생업에 충실하며 묵묵히 제 역할을 다 하는 시민들의 건강한 의견은 얼굴을 마주할 때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혁신이라 부르며 언제 어디서든 손바닥 안에서 볼 수 있는 그 곳의 목소리와는 달랐습니다.

"과대 대표된다는 게 굉장히 문제고요. 온라인상에서 적대적 부족주의가 더 강화돼서 표현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가장 극단적으로 발언했을 때 자기 진영에서 주목도가 높아지니까, 더욱 더 극단적인 표현들에 의존하게 되는 그런 면이 나타납니다. 상대방을 가장 강력하게, 가장 극단적인 표현으로 공격을 함으로써 그 부족 내에서 인정을 받는 그런 정서가 온라인에서 더 강화되는 것 같습니다."

흑과 백만을 말하는 세상에선 다른 색깔의 사람은 비인간화되고 때로 폭력 본성까지 깨어납니다.

<인터뷰>장동선/궁금한뇌연구소 대표, 사회인지신경과학 박사
"누군가에 대해서 극단적인 행위를 할 때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믿음은 선과 악의 구분이 되게 명확해요. 그래서 마녀는 악이고, 우리가 믿고 있는 신과 우리는 완전히 선이다라고 말하자면 편을 정확하게 나누고 구분을 했죠."

"그러면 악의 편이라고 생각된 쪽에 대해서는 전혀 공감을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문제는 (중세) 마녀사냥뿐만이 아니라 2차 세계대전 때 독일 나치가 유태인 학살하는 데도 같은 메카니즘이 사용이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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