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르는 도로 살얼음…특히 위험한 ‘마의 구간’은?

입력 2023.01.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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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지난해보다 잦은 눈, 도로 살얼음 사고 속출
터널 출입구·다리 위·내리막길 특히 취약
빙판길 사고는 2차 연쇄 추돌사고가 더 위험
연료 소비 많은 눈길, 기름은 충분히 확보


새해 들어 강원도를 중심으로 폭설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주말에는 경기도 포천에서 40여 대가 관련된 연쇄추돌사고가 나면서 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눈과 얼음이 도로에서 사라지는 봄이 되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 습설과 한파에 취약한 도로 살얼음에 대해서 짚어봅니다.
(내용 감수:임기상 /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제설제 뿌렸다지만…사망 사고로 이어진 연쇄 추돌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 다중추돌 사고와 관련된 정부의 1차 잠정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최초 사고 지점은 축석령 터널의 포천 방향 출구에서 500~600미터 떨어진 지점이고 이후에 40여 대의 연쇄 추돌로 이어졌다고 국토교통부가 밝혔습니다. 장소가 살얼음 사고가 잦은 '터널 출입구' 부분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이 사고 당일 해당 도로에 제설제를 3차례나 뿌렸지만, 노면 온도가 영하 2도 전후였던 상황에서 진눈깨비까지 내리고 있어 도로 결빙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국토부의 1차 판단입니다. 살포 기준 이상으로 제설제를 썼는데도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구리-포천 고속도로 다중추돌 사고 관련 국토부 보도자료(1.16)구리-포천 고속도로 다중추돌 사고 관련 국토부 보도자료(1.16)

■터널 출입구·다리 위 왜 특히 취약한가?

앞서 언급했듯이 사고가 난 지역은 터널 출입구입니다. 눈이 쌓이지 않는, 정상적인 상태에 가까운 터널 내부를 벗어나자마자 차들이 바로 마주치는 곳입니다. 지형상 바람이 강하게 부는 데다 그늘진 곳도 많아 도로 살얼음이 만들어지기 쉬운 조건입니다. 특히 도로 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터널 내부를 빠른 속도로 주행하다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대형 미끄럼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교량 위도 대표적인 위험구간으로 꼽힙니다. 도로 아래가 땅인 일반도로와 달리 밑으로 바람이 지나기 때문에 온도가 낮고 빙판길로 변하기 쉽습니다. 특히 계곡과 계곡을 다리로 연결한 구간 등을 지날 때는 반드시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살얼음 현상'은 도로의 스펀지 현상으로 밤새 투명한 얼음 등으로 도로가 코팅돼 결빙되는 것을 말합니다. 새벽이나 심야시간대, 일반도로보다 약 5도 정도 낮은 터널 출입구나 다리 위, 강가, 산모퉁이 한파 도로가 주 경계 대상입니다.

■1차보다 2·3차 연쇄 추돌사고 더 위험할 수도

일반적으로 1차 사고는 접촉사고이지만 2차부터 이어지는 미끄럼 사고는 뒤차들이 제어하기 쉽지 않은 다중 추돌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눈이 보이거나 살얼음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급제동과 급핸들 조작은 바로 사고를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속도를 줄이고 앞차와의 차간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는 상식을 지켜야 자신과 타인의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눈길에 미끄러지면 핸들과 브레이크는 어떻게?

눈길에 타이어가 미끄러지면 핸들을 차체가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틀어 스핀(spin)을 방지합니다. 대부분 본능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급하게 작동하는 과정에서 직진 때 미끄럼 현상이 발생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브레이크는 밟아야 할 상황이 온다면 두세 번 정도 짧게 나눠 작동해 타이어가 급하게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가능하면 엔진 브레이크를 같이 쓰는 것이 사고를 막는 데 유리합니다.

염화칼슘이 뿌려져 있는 도로라고 해서 마냥 안심해서도 안 됩니다. 공업용 염화칼슘의 경우 용해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왕 모래알 효과'를 일으켜 눈 녹은 도로에서 급제동을 걸면 눈길과 큰 차이 없는 미끄럼이 생깁니다. 서행운전으로, 앞차가 통과한 바퀴 자국을 따라 달리는 것이 안전하지만, 대형차와 낙하물이 있는 화물차는 되도록 피합니다.

지난 주말 강원도에서 폭설에 꽉 막힌 차들(연합뉴스 제공)지난 주말 강원도에서 폭설에 꽉 막힌 차들(연합뉴스 제공)

■연료는 충분히, 스노우체인은 30km/h 이하일 때만

평소 도로보다 가혹 조건인 눈길에서는 서행과 잦은 브레이크 작동, 공회전으로 연료 소모가 큽니다. 자칫 정체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따라서 눈길 운행을 감수해야 한다면 연료를 가능한 한 가득 채우고 주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노우 체인 사용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시속 30km 이상으로 주행할 경우 휠 하우스나 차체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벗겨내야 합니다. 도로에 끊어진 체인을 잘못 밟고 지나가면 바퀴에 감겨 조향장치 부품인 등속조인트가 망가지거나 순간적으로 차가 미끄러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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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 부르는 도로 살얼음…특히 위험한 ‘마의 구간’은?
    • 입력 2023-01-17 06:00:06
    취재K
지난해보다 잦은 눈, 도로 살얼음 사고 속출<br />터널 출입구·다리 위·내리막길 특히 취약<br />빙판길 사고는 2차 연쇄 추돌사고가 더 위험<br />연료 소비 많은 눈길, 기름은 충분히 확보

새해 들어 강원도를 중심으로 폭설에 한파까지 겹치면서 교통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주말에는 경기도 포천에서 40여 대가 관련된 연쇄추돌사고가 나면서 1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눈과 얼음이 도로에서 사라지는 봄이 되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한 상황. 습설과 한파에 취약한 도로 살얼음에 대해서 짚어봅니다.
(내용 감수:임기상 / 자동차시민연합 대표)

■제설제 뿌렸다지만…사망 사고로 이어진 연쇄 추돌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 다중추돌 사고와 관련된 정부의 1차 잠정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최초 사고 지점은 축석령 터널의 포천 방향 출구에서 500~600미터 떨어진 지점이고 이후에 40여 대의 연쇄 추돌로 이어졌다고 국토교통부가 밝혔습니다. 장소가 살얼음 사고가 잦은 '터널 출입구' 부분이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이 사고 당일 해당 도로에 제설제를 3차례나 뿌렸지만, 노면 온도가 영하 2도 전후였던 상황에서 진눈깨비까지 내리고 있어 도로 결빙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국토부의 1차 판단입니다. 살포 기준 이상으로 제설제를 썼는데도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구리-포천 고속도로 다중추돌 사고 관련 국토부 보도자료(1.16)
■터널 출입구·다리 위 왜 특히 취약한가?

앞서 언급했듯이 사고가 난 지역은 터널 출입구입니다. 눈이 쌓이지 않는, 정상적인 상태에 가까운 터널 내부를 벗어나자마자 차들이 바로 마주치는 곳입니다. 지형상 바람이 강하게 부는 데다 그늘진 곳도 많아 도로 살얼음이 만들어지기 쉬운 조건입니다. 특히 도로 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터널 내부를 빠른 속도로 주행하다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대형 미끄럼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교량 위도 대표적인 위험구간으로 꼽힙니다. 도로 아래가 땅인 일반도로와 달리 밑으로 바람이 지나기 때문에 온도가 낮고 빙판길로 변하기 쉽습니다. 특히 계곡과 계곡을 다리로 연결한 구간 등을 지날 때는 반드시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살얼음 현상'은 도로의 스펀지 현상으로 밤새 투명한 얼음 등으로 도로가 코팅돼 결빙되는 것을 말합니다. 새벽이나 심야시간대, 일반도로보다 약 5도 정도 낮은 터널 출입구나 다리 위, 강가, 산모퉁이 한파 도로가 주 경계 대상입니다.

■1차보다 2·3차 연쇄 추돌사고 더 위험할 수도

일반적으로 1차 사고는 접촉사고이지만 2차부터 이어지는 미끄럼 사고는 뒤차들이 제어하기 쉽지 않은 다중 추돌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눈이 보이거나 살얼음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급제동과 급핸들 조작은 바로 사고를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속도를 줄이고 앞차와의 차간 거리를 충분히 유지해야 한다는 상식을 지켜야 자신과 타인의 목숨을 살릴 수 있습니다.

■눈길에 미끄러지면 핸들과 브레이크는 어떻게?

눈길에 타이어가 미끄러지면 핸들을 차체가 '미끄러지는 방향'으로 틀어 스핀(spin)을 방지합니다. 대부분 본능적으로 반대 방향으로 핸들을 급하게 작동하는 과정에서 직진 때 미끄럼 현상이 발생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하게 됩니다.

브레이크는 밟아야 할 상황이 온다면 두세 번 정도 짧게 나눠 작동해 타이어가 급하게 미끄러지지 않도록 해야 하고 가능하면 엔진 브레이크를 같이 쓰는 것이 사고를 막는 데 유리합니다.

염화칼슘이 뿌려져 있는 도로라고 해서 마냥 안심해서도 안 됩니다. 공업용 염화칼슘의 경우 용해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왕 모래알 효과'를 일으켜 눈 녹은 도로에서 급제동을 걸면 눈길과 큰 차이 없는 미끄럼이 생깁니다. 서행운전으로, 앞차가 통과한 바퀴 자국을 따라 달리는 것이 안전하지만, 대형차와 낙하물이 있는 화물차는 되도록 피합니다.

지난 주말 강원도에서 폭설에 꽉 막힌 차들(연합뉴스 제공)
■연료는 충분히, 스노우체인은 30km/h 이하일 때만

평소 도로보다 가혹 조건인 눈길에서는 서행과 잦은 브레이크 작동, 공회전으로 연료 소모가 큽니다. 자칫 정체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따라서 눈길 운행을 감수해야 한다면 연료를 가능한 한 가득 채우고 주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노우 체인 사용에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시속 30km 이상으로 주행할 경우 휠 하우스나 차체를 손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벗겨내야 합니다. 도로에 끊어진 체인을 잘못 밟고 지나가면 바퀴에 감겨 조향장치 부품인 등속조인트가 망가지거나 순간적으로 차가 미끄러질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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