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 원대 해외송금’ 20명 기소…은행 시스템에도 ‘구멍’

입력 2023.01.18 (19:17) 수정 2023.01.18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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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우리 외환 시장에서 큰 '의문'으로 떠올랐던 수조 원대 불법 송금 사건의 수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알려진 대로 가상화폐의 국가간 시세 차익,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일종의 환투기였고, 검찰은, 이 일에 관여한 20명을 붙잡아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들이 불법 송금한 외화액은 확인된 것만 4조 원대에 이르는데, 송금을 해준 은행들은 실적 쌓기에만 몰두했는지, 전혀 검증하지도 걸러내지도 못했습니다.

김지숙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6월, 거액의 외화가 해외로 이상 송금됐다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했습니다.

금액은 2조 원 남짓, 하지만 금감원이 은행들을 검사해 봤더니 전체 '불법 송금' 의심액은 10조 원 규모로 늘어났습니다.

[이준수/금융감독원 부원장/지난해 7월 27일 : "자체 점검을 실시하고 파악된 내용은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로 통보하는 한편..."]

검찰 수사 결과, 시중은행 9곳에서 불법적으로 빠져나간 외환은, 확인된 것만 4조 3천억 원어치였습니다.

검찰은 이 일에 연루된 20명을 붙잡아 기소했는데, 그들이 했던 건, 일종의 '가상화폐 환투기'였습니다.

해외보다 국내에서 종종 더 비싸게 팔리는 가상화폐의 시세차익,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겁니다.

이들은 서류 상으로만 존재하는 무역회사로 돈을 보낸 뒤, '무역대금'이라고 은행을 속여, 일본, 홍콩, 중국 등지에 있는 다른 '페이퍼 컴퍼니' 등으로 외화를 송금했습니다.

그 돈으로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산 다음 우리나라 거래소에서 되팔아 3에서 5%가량 차익을 챙긴 겁니다.

이 과정을 여러차례 반복하자 송금액은 수조 원 규모로 불어났고, 그렇게 챙긴 '차익'만 최대 2천 백억 원대로 추정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외환보유고는 적지않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송금 과정엔 국내 시중은행 9곳이 이용됐는데 하나같이 이 '이상 거래'를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해 서류 심사도 제대로 안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행 입장에선 영업 수익이 생기는 데다 담당 직원의 성과 보상과도 관련이 있어, 적극적으로 차단하려는 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고, 검찰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검찰은, 기소된 일당의 범죄수익 131억 원 가량을 환수하고 수사를 더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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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조 원대 해외송금’ 20명 기소…은행 시스템에도 ‘구멍’
    • 입력 2023-01-18 19:17:41
    • 수정2023-01-18 19:4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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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우리 외환 시장에서 큰 '의문'으로 떠올랐던 수조 원대 불법 송금 사건의 수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알려진 대로 가상화폐의 국가간 시세 차익,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일종의 환투기였고, 검찰은, 이 일에 관여한 20명을 붙잡아 재판에 넘겼습니다.

이들이 불법 송금한 외화액은 확인된 것만 4조 원대에 이르는데, 송금을 해준 은행들은 실적 쌓기에만 몰두했는지, 전혀 검증하지도 걸러내지도 못했습니다.

김지숙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6월, 거액의 외화가 해외로 이상 송금됐다고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금감원에 보고했습니다.

금액은 2조 원 남짓, 하지만 금감원이 은행들을 검사해 봤더니 전체 '불법 송금' 의심액은 10조 원 규모로 늘어났습니다.

[이준수/금융감독원 부원장/지난해 7월 27일 : "자체 점검을 실시하고 파악된 내용은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로 통보하는 한편..."]

검찰 수사 결과, 시중은행 9곳에서 불법적으로 빠져나간 외환은, 확인된 것만 4조 3천억 원어치였습니다.

검찰은 이 일에 연루된 20명을 붙잡아 기소했는데, 그들이 했던 건, 일종의 '가상화폐 환투기'였습니다.

해외보다 국내에서 종종 더 비싸게 팔리는 가상화폐의 시세차익,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겁니다.

이들은 서류 상으로만 존재하는 무역회사로 돈을 보낸 뒤, '무역대금'이라고 은행을 속여, 일본, 홍콩, 중국 등지에 있는 다른 '페이퍼 컴퍼니' 등으로 외화를 송금했습니다.

그 돈으로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산 다음 우리나라 거래소에서 되팔아 3에서 5%가량 차익을 챙긴 겁니다.

이 과정을 여러차례 반복하자 송금액은 수조 원 규모로 불어났고, 그렇게 챙긴 '차익'만 최대 2천 백억 원대로 추정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외환보유고는 적지않은 타격을 입었습니다.

송금 과정엔 국내 시중은행 9곳이 이용됐는데 하나같이 이 '이상 거래'를 걸러내지 못했습니다.

실적을 올리는 데 급급해 서류 심사도 제대로 안 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은행 입장에선 영업 수익이 생기는 데다 담당 직원의 성과 보상과도 관련이 있어, 적극적으로 차단하려는 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고, 검찰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검찰은, 기소된 일당의 범죄수익 131억 원 가량을 환수하고 수사를 더 확대해나갈 방침입니다.

KBS 뉴스 김지숙입니다.

영상편집:차정남/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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