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의 워싱턴정치K] 기밀문서 유출에 총격까지…‘갈팡질팡’ 미국 정치

입력 2023.01.19 (08:00) 수정 2024.01.2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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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선거 패배는 모두 사기야'…총으로 보복한 낙선자

솔로몬 페냐.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뉴멕시코주 하원의원에 도전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떨어졌습니다. 그야말로 압도적 표 차이로 졌습니다. 26%대 74%. 검표조차 필요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 정도면 받아들일 만도 한데, 페냐는 자신의 패배를 믿지 않았습니다. 주의원들과 카운티 당국자들이 선거 조작에 개입했다고 서류까지 만들어 주장했습니다. 지역 선거관리위원들의 집을 막무가내로 찾아가 말싸움도 벌였습니다.

2022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뉴멕시코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솔로몬 페냐가 선거 관리인과 민주당 정치인 등에 총격을 사주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사진=AP/The Albuquerque Journal 제공)2022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뉴멕시코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솔로몬 페냐가 선거 관리인과 민주당 정치인 등에 총격을 사주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사진=AP/The Albuquerque Journal 제공)

주장이 통하지 않자 페냐는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했습니다. 500 달러쯤을 주고 선거 관리인과 상대당 소속 정치인 5명에 총기 공격을 하라고 사주했습니다. 돈을 받은 4명은 지난달 4일과 8일, 11일 페냐가 일러준 대로 정치인들의 자택에 총격을 가했습니다.

마지막은 이달 3일, 린다 로페즈 주 상원의원의 자택이었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게 답답했던 듯 페냐는 직접 자동소총을 들었습니다. 페냐의 총은 오작동으로 발사되지 않았지만, 다른 고용인들이 쏜 총알은 로페즈 의원의 10살 딸의 방에까지 날아들었습니다. 다행히 모든 총격은 미수에 그쳤습니다.

■ 전과 19범도 주 의원 후보…'선거 부정' 극우 눈감은 폐해

페냐는 강도와 절도 등 19건의 중범죄 전과가 있었습니다. 9년 복역한 이력도 있습니다. 그런 그가 6년 만에 주 하원의원 후보가 됩니다. 요란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덕이 컸습니다. SNS에 트럼프 지지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그의 대선 재출마를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졌다고 주장하는 단체에서도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페냐가 어떻게 후보까지 됐는지 밝혀진 건 없지만, 그의 전과 경력을 비난하는 민주당에 맞서 공화당이 강하게 감쌌던 기록은 남아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후보자 선출에 일일이 개입해 많은 자신의 강성 지지자들을 후보로 내세웠는데, 페냐가 그 흐름을 잘 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검증되지 않은 부실 후보들은 무더기 탈락했고, 페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페냐는 인정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솔로몬 페냐의 2022 중간선거 당시 선거 광고(위)와 2021년 미국 의회 난입 당시 참여했던 사진(아래) (사진=솔로몬 페냐 트위터)솔로몬 페냐의 2022 중간선거 당시 선거 광고(위)와 2021년 미국 의회 난입 당시 참여했던 사진(아래) (사진=솔로몬 페냐 트위터)

이번 사건엔 공화당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라이언 레인 뉴멕시코주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어떤 형태이든 폭력을 규탄한다, 아무도 다치지 않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대선을 부정선거로 빼앗겼다는 트럼프의 줄기찬 주장과 여기에 속절없이 끌려다니기만 한 공화당이 만든 폐해가 극단적 방식으로 현실화됐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게 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 초 하원의장 선거에서 케빈 매카시 의장의 선출을 14번이나 저지하는 데 힘을 발휘하며 당내 영향력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재임 시절 기밀 문서를 반출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데다, 중간선거에 부실 후보들을 내세워 공화당의 선거 부진을 가져온 탓에 영향력이 전만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트럼프에게 페냐의 사건이 또 하나의 흠을 남겼습니다.

■ 바이든 재선 가도 '빨간 불'…이틀마다 나오는 또 다른 기밀문서

위에 언급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 문서 유출 사건 같은 문제가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도 잡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처럼 부통령 재직 시절의 기밀 문서를 무단으로 유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지난 9일, 미국 CBS 방송은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펜-바이든 센터' 내 바이든 대통령의 과거 개인 사무실에서 '기밀' 표기가 된 문건들이 발견됐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다루던 문서인데, 임기를 마치며 정부 기밀 문서를 제대로 반납하지 않고 무단으로 가지고 나온 셈이 되는 겁니다.

미 백악관은 보도를 인정했지만, 문건의 세부 사항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습니다. 이때 멕시코를 방문 중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 정상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문건 발견 소식에 나도 놀랐다", "문건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잇따라 다른 기밀문서들도 발견됐습니다. 이번엔 바이든 대통령이 주말을 보내는 사저에서였습니다.

■ "조사 끝났다" 확언했지만…'내로남불' 비판에 몸 사리는 바이든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재임 시절 다룬 기밀 문서가 이곳에서 발견됐다. (사진=CNN)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재임 시절 다룬 기밀 문서가 이곳에서 발견됐다. (사진=CNN)

12일,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 사저에서 '기밀'이라고 찍힌 문서 한 장이 더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미국 NBC 방송이 유출된 기밀 문건이 더 발견됐다고 한 보도를 시인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기밀 문서는 더 나오지 않을 거고, "조사가 끝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불과 이틀 뒤, 이번엔 기밀문서 5장이 더 발견됩니다. 이번에도 사저였습니다. 앞서 발견된 문서 한 장과 같은 묶음으로 보였지만, 백악관은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만 기밀문서 유출을 시인하고, 조사도 부실하게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일주일 동안 아예 입을 닫았습니다. 13일(현지 시간), 일본 기시다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했는데도 공동기자회견은 생략됐습니다. 주말을 보내러 전용헬기 '마린 원'을 타고 사저로 가는 길에도, 돌아오는 길에도 취재진을 피했습니다.

아직 2024년 대선 출마를 확언하진 않았지만 이미 백악관에 재선 준비팀을 꾸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겐 정치적 악재입니다. 지난해 8월, 트럼프 전 대통령 사저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기밀 문건이 무더기 발견되자 강도 높게 비판한 바이든 대통령입니다. 특검이 조사 중이긴 하지만, 만일 바이든 대통령이 유출된 문건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내로남불' 아니냔 정치적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문건의 내용이나 기밀 수위가 높다면 법적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건 유출 사실을 몰랐다"고 발 빠르게 해명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30박스 넘는 기밀 문건이 나왔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유출된 양도 십여 페이지에 불과하고, 개인적인 문서 사이에 섞여 있었다는 점, 바로 당국에 신고하고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게 백악관 해명입니다.

■ 악재 이어지는 미국 정치권…'분열의 정치' 올해도 계속되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간 1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교회에서 열린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 예배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간 1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교회에서 열린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 예배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미국 정치권이 각종 사건으로 먼저 새해 첫 발을 디뎠습니다. 갈팡질팡 서로 다른 사건 같아 보이지만, 다음 미국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현 대통령이 벌려놓은 대립의 정치를 벗어나기 힘들 거라는 점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묘한 관련성이 보이기도 합니다.

백악관과 의회를 민주당이 싹쓸이했던 지난해와 달리, 상하원을 양당이 양분한 올해는 이런 대립이 더 두드러질 전망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기념일을 앞두고 "민주주의냐 독재냐 중 선택해야 한다"며 자신을 지지하는 게 민주주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건 유출 의혹에 '사법 당국을 믿을 수 없으니 의회가 직접 조사하겠다'고 주장하는 공화당은 당장 오는 19일, 미국의 국가부채가 한도에 도달할 때 '함부로 한도 못 올려준다'며 힘을 과시할 예정입니다. 2024년 대선 준비를 슬슬 시작하는 미국 정치의 예고된 혼란상이 벌써부터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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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19 08:00:12
    • 수정2024-01-25 12: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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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선거 패배는 모두 사기야'…총으로 보복한 낙선자

솔로몬 페냐. 지난해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뉴멕시코주 하원의원에 도전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떨어졌습니다. 그야말로 압도적 표 차이로 졌습니다. 26%대 74%. 검표조차 필요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 정도면 받아들일 만도 한데, 페냐는 자신의 패배를 믿지 않았습니다. 주의원들과 카운티 당국자들이 선거 조작에 개입했다고 서류까지 만들어 주장했습니다. 지역 선거관리위원들의 집을 막무가내로 찾아가 말싸움도 벌였습니다.

2022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뉴멕시코주 하원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솔로몬 페냐가 선거 관리인과 민주당 정치인 등에 총격을 사주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사진=AP/The Albuquerque Journal 제공)
주장이 통하지 않자 페냐는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했습니다. 500 달러쯤을 주고 선거 관리인과 상대당 소속 정치인 5명에 총기 공격을 하라고 사주했습니다. 돈을 받은 4명은 지난달 4일과 8일, 11일 페냐가 일러준 대로 정치인들의 자택에 총격을 가했습니다.

마지막은 이달 3일, 린다 로페즈 주 상원의원의 자택이었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게 답답했던 듯 페냐는 직접 자동소총을 들었습니다. 페냐의 총은 오작동으로 발사되지 않았지만, 다른 고용인들이 쏜 총알은 로페즈 의원의 10살 딸의 방에까지 날아들었습니다. 다행히 모든 총격은 미수에 그쳤습니다.

■ 전과 19범도 주 의원 후보…'선거 부정' 극우 눈감은 폐해

페냐는 강도와 절도 등 19건의 중범죄 전과가 있었습니다. 9년 복역한 이력도 있습니다. 그런 그가 6년 만에 주 하원의원 후보가 됩니다. 요란하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덕이 컸습니다. SNS에 트럼프 지지 문구가 적힌 옷을 입고 그의 대선 재출마를 지지하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정선거로 졌다고 주장하는 단체에서도 열심히 활동했습니다.

페냐가 어떻게 후보까지 됐는지 밝혀진 건 없지만, 그의 전과 경력을 비난하는 민주당에 맞서 공화당이 강하게 감쌌던 기록은 남아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의 후보자 선출에 일일이 개입해 많은 자신의 강성 지지자들을 후보로 내세웠는데, 페냐가 그 흐름을 잘 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검증되지 않은 부실 후보들은 무더기 탈락했고, 페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페냐는 인정하지 못했지만 말입니다.

솔로몬 페냐의 2022 중간선거 당시 선거 광고(위)와 2021년 미국 의회 난입 당시 참여했던 사진(아래) (사진=솔로몬 페냐 트위터)
이번 사건엔 공화당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라이언 레인 뉴멕시코주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어떤 형태이든 폭력을 규탄한다, 아무도 다치지 않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대선을 부정선거로 빼앗겼다는 트럼프의 줄기찬 주장과 여기에 속절없이 끌려다니기만 한 공화당이 만든 폐해가 극단적 방식으로 현실화됐다는 비판을 피할 순 없게 됐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 초 하원의장 선거에서 케빈 매카시 의장의 선출을 14번이나 저지하는 데 힘을 발휘하며 당내 영향력을 과시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재임 시절 기밀 문서를 반출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데다, 중간선거에 부실 후보들을 내세워 공화당의 선거 부진을 가져온 탓에 영향력이 전만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트럼프에게 페냐의 사건이 또 하나의 흠을 남겼습니다.

■ 바이든 재선 가도 '빨간 불'…이틀마다 나오는 또 다른 기밀문서

위에 언급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 문서 유출 사건 같은 문제가 바이든 대통령의 발목도 잡았습니다. 바이든 대통령도 트럼프처럼 부통령 재직 시절의 기밀 문서를 무단으로 유출한 것 아니냐는 의혹입니다.

지난 9일, 미국 CBS 방송은 워싱턴 DC의 싱크탱크 '펜-바이든 센터' 내 바이든 대통령의 과거 개인 사무실에서 '기밀' 표기가 된 문건들이 발견됐다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시절 다루던 문서인데, 임기를 마치며 정부 기밀 문서를 제대로 반납하지 않고 무단으로 가지고 나온 셈이 되는 겁니다.

미 백악관은 보도를 인정했지만, 문건의 세부 사항에 대해선 입을 다물었습니다. 이때 멕시코를 방문 중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캐나다·멕시코 정상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문건 발견 소식에 나도 놀랐다", "문건을 가지고 있었는지 몰랐다",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잇따라 다른 기밀문서들도 발견됐습니다. 이번엔 바이든 대통령이 주말을 보내는 사저에서였습니다.

■ "조사 끝났다" 확언했지만…'내로남불' 비판에 몸 사리는 바이든

미국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바이든 대통령의 사저.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재임 시절 다룬 기밀 문서가 이곳에서 발견됐다. (사진=CNN)
12일,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 사저에서 '기밀'이라고 찍힌 문서 한 장이 더 발견됐다고 밝혔습니다. 역시 미국 NBC 방송이 유출된 기밀 문건이 더 발견됐다고 한 보도를 시인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제 기밀 문서는 더 나오지 않을 거고, "조사가 끝난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불과 이틀 뒤, 이번엔 기밀문서 5장이 더 발견됩니다. 이번에도 사저였습니다. 앞서 발견된 문서 한 장과 같은 묶음으로 보였지만, 백악관은 언론 보도가 나올 때만 기밀문서 유출을 시인하고, 조사도 부실하게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일주일 동안 아예 입을 닫았습니다. 13일(현지 시간), 일본 기시다 총리와 첫 정상회담을 했는데도 공동기자회견은 생략됐습니다. 주말을 보내러 전용헬기 '마린 원'을 타고 사저로 가는 길에도, 돌아오는 길에도 취재진을 피했습니다.

아직 2024년 대선 출마를 확언하진 않았지만 이미 백악관에 재선 준비팀을 꾸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겐 정치적 악재입니다. 지난해 8월, 트럼프 전 대통령 사저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기밀 문건이 무더기 발견되자 강도 높게 비판한 바이든 대통령입니다. 특검이 조사 중이긴 하지만, 만일 바이든 대통령이 유출된 문건의 존재를 미리 알고 있었다면 '내로남불' 아니냔 정치적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문건의 내용이나 기밀 수위가 높다면 법적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문건 유출 사실을 몰랐다"고 발 빠르게 해명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30박스 넘는 기밀 문건이 나왔던 트럼프 대통령과는 달리 유출된 양도 십여 페이지에 불과하고, 개인적인 문서 사이에 섞여 있었다는 점, 바로 당국에 신고하고 수사에 협조하고 있는 등 트럼프 전 대통령과는 다르다는 게 백악관 해명입니다.

■ 악재 이어지는 미국 정치권…'분열의 정치' 올해도 계속되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간 1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한 교회에서 열린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 예배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미국 정치권이 각종 사건으로 먼저 새해 첫 발을 디뎠습니다. 갈팡질팡 서로 다른 사건 같아 보이지만, 다음 미국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현 대통령이 벌려놓은 대립의 정치를 벗어나기 힘들 거라는 점이 확인된다는 점에서 묘한 관련성이 보이기도 합니다.

백악관과 의회를 민주당이 싹쓸이했던 지난해와 달리, 상하원을 양당이 양분한 올해는 이런 대립이 더 두드러질 전망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 시간) 흑인 인권운동가였던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기념일을 앞두고 "민주주의냐 독재냐 중 선택해야 한다"며 자신을 지지하는 게 민주주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건 유출 의혹에 '사법 당국을 믿을 수 없으니 의회가 직접 조사하겠다'고 주장하는 공화당은 당장 오는 19일, 미국의 국가부채가 한도에 도달할 때 '함부로 한도 못 올려준다'며 힘을 과시할 예정입니다. 2024년 대선 준비를 슬슬 시작하는 미국 정치의 예고된 혼란상이 벌써부터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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