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이재현 회장, ‘조세포탈범’ 명단에서 사라지나?

입력 2023.01.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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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포탈범'

조세범 처벌법 등에 규정된 범죄자로 과세 당국의 세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사기 같은 부정한 행위를 해 징역형의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를 뜻합니다. 차명계좌를 활용하거나 다른 사람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는 등의 범죄 행위로 탈세한 것으로 단순히 세금을 내지 못한 것과는 다릅니다.

국세청은 유죄 판결을 받은 조세포탈범 가운데 포탈 금액이 2억 원 이상인 경우 명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18일 조세포탈범 명단 공개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국세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 조세포탈범 5년 뒤 공개 명단에서 삭제…"권익 침해 방지"

정부는 조세포탈범의 명단 공개 기간을 원칙적으로 5년으로 두되 상습적 조세포탈자나 면세유 부정유통자는 10년으로 기간을 설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외 가공·허위세금계산서 발급 5년,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3년입니다.


당초 국세기본법에는 기간 제한 없이 명단을 공개하게 돼 있는데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기간을 제한하기로 한 겁니다.

이에 대해 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조세포탈범이 매년 나오는데 공개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포커스가 줄어들어 오히려 효과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며 “또, 포탈범이라고 해서 계속 공개하는 것은 지나친 권익 침해”라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명단 공개 '사회적 경각심 고취' 목적인데…"5년만 지나면 된다는 신호 줄 수도"

당초 2014년 조세포탈범의 명단을 공개하는 법안이 시행된 건 형벌만으로는 탈세 근절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사회적 징벌’까지 추가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국세기본법 제85조의 5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로서 포탈세액 등이 일정 금액 이상인 자의 인적사항, 포탈세액 등을 공개한다”

공개 항목은 조세포탈범의 성명·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포탈세액의 세목, 금액, 판결 요지 및 형량 등입니다.

조세포탈범 명단 공개는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즉시 공개됩니다. 징역 형량을 모두 마쳤는지, 벌금을 냈는지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법안의 취지를 일부 약화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조세포탈범을 경계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 조세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데 오히려 조세포탈범의 인권을 강조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입니다.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은 "예방 차원, 경계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처벌받으면 5년만 지나면 없어진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단순 체납자와 달리 조세포탈범은 범죄 행위가 중후한 사람들인데 이들의 인권을 먼저 강조하는 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탈세를 조장하거나 성실 신고를 유인하는 것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법적 처벌을 받았음에도 행정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건 그만큼 조세포탈의 국가재정 수입 확보라든가 납세자 성실성 확보에서 이같은 조치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본 것"이라며 "이런 게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한을 둔다는 것은 법안의 취지를 뛰어넘은 시행령"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CJ 이재현 회장 등 5년 지난 조세포탈범 다음 달 명단에서 삭제될 듯

시행령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개정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달 중 입법예고를 거쳐 다음 달 말 시행될 예정인데 과거분까지 소급해서 적용됩니다. 5년이 경과된 2014~2017년까지의 명단이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삭제될 예정입니다.

대표적으로 2017년 국세청이 공개한 조세포탈범 가운데 이재현 CJ 회장과 신동기 당시 CJ 글로벌홀딩스 부사장 등은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장은 해외 유령회사나 차명계좌를 활용해 배당소득과 양도대금을 은닉하는 등 251억 원의 세금을 포탈해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받아 공개됐습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개된 조세포탈범은 누적 286명입니다. 매년 30여 명 정도 공개되는 겁니다. 정부는 공개 기간을 제한하는 또 다른 이유로 매년 공개 대상이 늘면 집중도가 떨어지고, 공개의 실효성도 그만큼 약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조세포탈범과 별도로 공개되고 있는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은 지난해에만 7,000명 정도가 대상입니다. 이와 비교하면 훨씬 적은 수준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제한된 범죄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조세포탈 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낮춘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조세포탈 혐의자에 대해 조세범칙 조사를 엄정하게 해 탈루된 세금을 추징하고, 형사고발과 명단 공개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철저한 세금 추징 노력과 별개로 조세포탈범에 대한 사회적 처벌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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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J 이재현 회장, ‘조세포탈범’ 명단에서 사라지나?
    • 입력 2023-01-19 09:00:18
    취재K

'조세포탈범'

조세범 처벌법 등에 규정된 범죄자로 과세 당국의 세금 부과를 피하기 위해 사기 같은 부정한 행위를 해 징역형의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자를 뜻합니다. 차명계좌를 활용하거나 다른 사람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신청하는 등의 범죄 행위로 탈세한 것으로 단순히 세금을 내지 못한 것과는 다릅니다.

국세청은 유죄 판결을 받은 조세포탈범 가운데 포탈 금액이 2억 원 이상인 경우 명단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18일 조세포탈범 명단 공개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국세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했습니다.

■ 조세포탈범 5년 뒤 공개 명단에서 삭제…"권익 침해 방지"

정부는 조세포탈범의 명단 공개 기간을 원칙적으로 5년으로 두되 상습적 조세포탈자나 면세유 부정유통자는 10년으로 기간을 설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외 가공·허위세금계산서 발급 5년, 불성실 기부금 수령단체 3년입니다.


당초 국세기본법에는 기간 제한 없이 명단을 공개하게 돼 있는데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기간을 제한하기로 한 겁니다.

이에 대해 고광효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조세포탈범이 매년 나오는데 공개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포커스가 줄어들어 오히려 효과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다”며 “또, 포탈범이라고 해서 계속 공개하는 것은 지나친 권익 침해”라고 개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명단 공개 '사회적 경각심 고취' 목적인데…"5년만 지나면 된다는 신호 줄 수도"

당초 2014년 조세포탈범의 명단을 공개하는 법안이 시행된 건 형벌만으로는 탈세 근절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사회적 징벌’까지 추가해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취지였습니다.

국세기본법 제85조의 5
“유죄판결이 확정된 자로서 포탈세액 등이 일정 금액 이상인 자의 인적사항, 포탈세액 등을 공개한다”

공개 항목은 조세포탈범의 성명·상호(법인명), 나이, 직업, 주소, 포탈세액의 세목, 금액, 판결 요지 및 형량 등입니다.

조세포탈범 명단 공개는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즉시 공개됩니다. 징역 형량을 모두 마쳤는지, 벌금을 냈는지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법안의 취지를 일부 약화시킨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조세포탈범을 경계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 조세 정의를 실현해야 하는데 오히려 조세포탈범의 인권을 강조하는 게 부당하다는 지적입니다.

구재이 한국납세자권리연구소장은 "예방 차원, 경계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처벌받으면 5년만 지나면 없어진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단순 체납자와 달리 조세포탈범은 범죄 행위가 중후한 사람들인데 이들의 인권을 먼저 강조하는 것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탈세를 조장하거나 성실 신고를 유인하는 것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법적 처벌을 받았음에도 행정적으로 공개하도록 한 건 그만큼 조세포탈의 국가재정 수입 확보라든가 납세자 성실성 확보에서 이같은 조치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본 것"이라며 "이런 게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한을 둔다는 것은 법안의 취지를 뛰어넘은 시행령"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CJ 이재현 회장 등 5년 지난 조세포탈범 다음 달 명단에서 삭제될 듯

시행령은 정부가 자체적으로 개정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이달 중 입법예고를 거쳐 다음 달 말 시행될 예정인데 과거분까지 소급해서 적용됩니다. 5년이 경과된 2014~2017년까지의 명단이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삭제될 예정입니다.

대표적으로 2017년 국세청이 공개한 조세포탈범 가운데 이재현 CJ 회장과 신동기 당시 CJ 글로벌홀딩스 부사장 등은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장은 해외 유령회사나 차명계좌를 활용해 배당소득과 양도대금을 은닉하는 등 251억 원의 세금을 포탈해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받아 공개됐습니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개된 조세포탈범은 누적 286명입니다. 매년 30여 명 정도 공개되는 겁니다. 정부는 공개 기간을 제한하는 또 다른 이유로 매년 공개 대상이 늘면 집중도가 떨어지고, 공개의 실효성도 그만큼 약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조세포탈범과 별도로 공개되고 있는 고액·상습체납자 명단은 지난해에만 7,000명 정도가 대상입니다. 이와 비교하면 훨씬 적은 수준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만큼 제한된 범죄자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부는 조세포탈 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낮춘 것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조세포탈 혐의자에 대해 조세범칙 조사를 엄정하게 해 탈루된 세금을 추징하고, 형사고발과 명단 공개도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철저한 세금 추징 노력과 별개로 조세포탈범에 대한 사회적 처벌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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