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작원 리광진 접선” vs “국정원 주장, 소설”

입력 2023.01.1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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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제주 평화쉼터에서 진행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압수수색 현장지난 18일 제주 평화쉼터에서 진행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압수수색 현장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금속노조 출신인 제주 평화쉼터 운영자 A 씨를 비롯해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광주 기아차노조 소속 인물 등 4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국정원은 수년 동안 내사를 진행해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혐의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대공수사권 부활을 위한 보여주기식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 압수영장에 적시된 내용은?

국정원은 제주 평화쉼터 운영자 A 씨 등 4명이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캄보디아 프놈펜과 베트남 등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 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을 접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은 피의자들이 북한 공작원과 해외에서 은밀히 접선하고, 이후에도 국내에서 이들과 통신 연락하며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이를 이행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행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특히 피의자들이 과거 북한 공작원과 해외에서 회합할 당시 현지에서 'OOO건립 사업'과 '부부 동반 관광 목적'으로 위장했던 전례가 있다며,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직접 접선하거나 다액의 공작금을 수령해 국내 반입할 것에 대비하기 위한 위장 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또 조만간 중국으로 출국해 북한 공작원과 실제로 회합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 비밀통신 수단으로 연락하고 있을 가능성 제기

국정원은 이들이 비밀통신 수단으로 연락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국정원은 2021년 12월 14일부터 2022년 12월 13일까지 1년간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분석한 결과, 피의자 B 씨가 나머지 피의자들과 최근까지 여러 차례 연락하고, 서울과 광주 등에서 개별 접촉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영장에 명시했다.

국정원은 또 A 씨 등 3명은 상호 간의 통화 내역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는 '단선연계 복선포치 원칙'에 따라 하부 조직원 상호 간의 연락을 철저히 차단한 행위라고 분석했다.

단선연계 복선포치 원칙은 하부 조직원이 상부 조직원과 1대1 종적인 연계만을 유지하고, 횡적 관계를 갖지 않는 지하조직의 대표적인 조직 원칙을 일컫는다.

국정원은 또 피의자들이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 또는 사이버 드보크와 같은 비밀통신 수단으로 연락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압수수색 배경 등을 명시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A 씨의 휴대전화와 하드디스크, '녹슬은 해방구'라는 책 등을 압수했다.


■ A 씨 혐의 완강히 부인…"이 정도면 소설"

금속노조 출신인 A 씨는 해외에 여러 차례 나간 적은 있지만, 북한 공작원을 만난 사실 자체가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A 씨는 중국 공작원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국정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최근 SNS에 사업과 관련해 중국 공장과 계약했다는 게시물을 올렸는데, 국정원이 이를 중국으로 출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며 혐의를 반박했다.

비밀통신 수단으로 연락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피의자 3명의 얼굴과 연락처도 알지 못할뿐더러, 텔레그램이나 카톡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화 내역이 없어서 의심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 정도면 소설"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압수 영장에는 A 씨가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령에 따라 제주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하조직을 결성하려다가 적발된 인물과 연락 관계가 있었던 사실도 확인된다고 기재됐다.

A 씨는 이에 대해 "해당 인물이 진보당 인사 중 1명인 것 같다"며 "평화쉼터가 숙박을 하는 곳이다 보니 숙박 문의를 주고 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책 '녹슬은 해방구'를 압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 1~9권 전권을 가져갔다"며 "평화쉼터에 책이 몇백 권이 있는데 그 책을 가져갔다. 인터넷에서도 팔고 있는 책이고, 심지어 제 책도 아니"라고 밝혔다.

■ 압수영장에 등장한 '리광진'

A 씨의 압수영장에는 피의자들이 북한 공작원인 문화교류국 소속 리광진 등과 접선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리광진은 2021년 이른바 '청주 간첩단 사건'이라고 불렸던 '자주통일충북동지회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당시 충북동지회사건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동지회 구성원들이 중국과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기관인 문화교류국 소속 리광진 등 3명을 만나 지하당을 만들라는 지령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리광진은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으로, 1990년대 모자(母子)공작조·부부(夫婦)공작조로 국내에 침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웅 칭호'를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여권 명은 김동진, 출생은 1960년 9월 21일로 알려져 있다.

방첩당국은 이번 사건이 앞서 진행된 창원과 제주지역의 지하조직 결성 혐의 사건과는 별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하고, 지하조직을 결성했다는 혐의 구조는 앞선 사건과 거의 비슷하다.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의 연장선으로 비치는 이유다.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말 제주에서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의 주거지와 진보정당·농민단체 간부 등의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경남 창원과 전주 등에서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 "국정원 대공수사권 복원 위한 수사"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시민단체 등은 혐의를 부인하며 정부가 공안 몰이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대공수사권 부활을 노리는 국정원의 보여주기식 수사라며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내년 1월 경찰 이관을 앞두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민주노총 총연맹과 일부 산별 노동조합 사무실 등 10여 곳에 대해 대대적 압수수색에 나섰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사건을 빌미로 민주노총에 대한 보여주기식 압수수색과 언론 플레이를 통해 국정원 개혁의 핵심인 대공수사권 이관을 되돌리려는 ‘기획’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사건의 수사를 다시 주도하며 나서는 것은 이미 정치ㆍ사회적 합의가 끝난 대공수사권 이관과 전문적 비밀정보기관으로의 전환이라는 개혁의 흐름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밝혔다.

공안탄압저지 민주수호 제주대책위원회도 제주 평화쉼터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행한 것에 대해 성명을 내고 "국가정보원의 도를 넘은 국보법 위반 사건 그림 그리기를 강력히 규탄하며 공안 통치 부활과 퇴행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평화쉼터는 장기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해고자들, 장기수 선생님들, 사회적 참사 희생자 유족들, 그 외 낮은 곳에서 조용히 일하고 있는 수많은 활동가가 언제든 머물며 기운을 충전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야만적 행태를 강력 규탄하고, 공안 통치 부활과 퇴행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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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공작원 리광진 접선” vs “국정원 주장, 소설”
    • 입력 2023-01-19 10:56:22
    취재K
지난 18일 제주 평화쉼터에서 진행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압수수색 현장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금속노조 출신인 제주 평화쉼터 운영자 A 씨를 비롯해 민주노총과 보건의료노조, 광주 기아차노조 소속 인물 등 4명에 대한 압수수색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

국정원은 수년 동안 내사를 진행해 강제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혐의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대공수사권 부활을 위한 보여주기식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 압수영장에 적시된 내용은?

국정원은 제주 평화쉼터 운영자 A 씨 등 4명이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캄보디아 프놈펜과 베트남 등에서 북한 노동당 산하 대남 공작 기구인 문화교류국 공작원을 접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정원은 피의자들이 북한 공작원과 해외에서 은밀히 접선하고, 이후에도 국내에서 이들과 통신 연락하며 북한의 지령을 받아 이를 이행하는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행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특히 피의자들이 과거 북한 공작원과 해외에서 회합할 당시 현지에서 'OOO건립 사업'과 '부부 동반 관광 목적'으로 위장했던 전례가 있다며,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직접 접선하거나 다액의 공작금을 수령해 국내 반입할 것에 대비하기 위한 위장 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또 조만간 중국으로 출국해 북한 공작원과 실제로 회합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덧붙였다.

■ 비밀통신 수단으로 연락하고 있을 가능성 제기

국정원은 이들이 비밀통신 수단으로 연락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국정원은 2021년 12월 14일부터 2022년 12월 13일까지 1년간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분석한 결과, 피의자 B 씨가 나머지 피의자들과 최근까지 여러 차례 연락하고, 서울과 광주 등에서 개별 접촉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영장에 명시했다.

국정원은 또 A 씨 등 3명은 상호 간의 통화 내역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는 '단선연계 복선포치 원칙'에 따라 하부 조직원 상호 간의 연락을 철저히 차단한 행위라고 분석했다.

단선연계 복선포치 원칙은 하부 조직원이 상부 조직원과 1대1 종적인 연계만을 유지하고, 횡적 관계를 갖지 않는 지하조직의 대표적인 조직 원칙을 일컫는다.

국정원은 또 피의자들이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 또는 사이버 드보크와 같은 비밀통신 수단으로 연락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압수수색 배경 등을 명시했다.

국정원과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A 씨의 휴대전화와 하드디스크, '녹슬은 해방구'라는 책 등을 압수했다.


■ A 씨 혐의 완강히 부인…"이 정도면 소설"

금속노조 출신인 A 씨는 해외에 여러 차례 나간 적은 있지만, 북한 공작원을 만난 사실 자체가 없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A 씨는 중국 공작원과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국정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최근 SNS에 사업과 관련해 중국 공장과 계약했다는 게시물을 올렸는데, 국정원이 이를 중국으로 출국할 가능성이 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며 혐의를 반박했다.

비밀통신 수단으로 연락하고 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피의자 3명의 얼굴과 연락처도 알지 못할뿐더러, 텔레그램이나 카톡도 주고받은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화 내역이 없어서 의심을 받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 정도면 소설"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압수 영장에는 A 씨가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령에 따라 제주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하조직을 결성하려다가 적발된 인물과 연락 관계가 있었던 사실도 확인된다고 기재됐다.

A 씨는 이에 대해 "해당 인물이 진보당 인사 중 1명인 것 같다"며 "평화쉼터가 숙박을 하는 곳이다 보니 숙박 문의를 주고 받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책 '녹슬은 해방구'를 압수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 1~9권 전권을 가져갔다"며 "평화쉼터에 책이 몇백 권이 있는데 그 책을 가져갔다. 인터넷에서도 팔고 있는 책이고, 심지어 제 책도 아니"라고 밝혔다.

■ 압수영장에 등장한 '리광진'

A 씨의 압수영장에는 피의자들이 북한 공작원인 문화교류국 소속 리광진 등과 접선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리광진은 2021년 이른바 '청주 간첩단 사건'이라고 불렸던 '자주통일충북동지회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당시 충북동지회사건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동지회 구성원들이 중국과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기관인 문화교류국 소속 리광진 등 3명을 만나 지하당을 만들라는 지령을 받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리광진은 북한 '문화교류국' 공작원으로, 1990년대 모자(母子)공작조·부부(夫婦)공작조로 국내에 침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웅 칭호'를 받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여권 명은 김동진, 출생은 1960년 9월 21일로 알려져 있다.

방첩당국은 이번 사건이 앞서 진행된 창원과 제주지역의 지하조직 결성 혐의 사건과는 별개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하고, 지하조직을 결성했다는 혐의 구조는 앞선 사건과 거의 비슷하다. 별개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사건의 연장선으로 비치는 이유다.

국정원과 경찰은 지난해 말 제주에서 전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의 주거지와 진보정당·농민단체 간부 등의 주거지에서 압수수색을 벌인 바 있다. 경남 창원과 전주 등에서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 "국정원 대공수사권 복원 위한 수사"

압수수색 대상에 오른 시민단체 등은 혐의를 부인하며 정부가 공안 몰이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대공수사권 부활을 노리는 국정원의 보여주기식 수사라며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은 내년 1월 경찰 이관을 앞두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성명을 통해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18일 민주노총 총연맹과 일부 산별 노동조합 사무실 등 10여 곳에 대해 대대적 압수수색에 나섰다"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인 사건을 빌미로 민주노총에 대한 보여주기식 압수수색과 언론 플레이를 통해 국정원 개혁의 핵심인 대공수사권 이관을 되돌리려는 ‘기획’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사건의 수사를 다시 주도하며 나서는 것은 이미 정치ㆍ사회적 합의가 끝난 대공수사권 이관과 전문적 비밀정보기관으로의 전환이라는 개혁의 흐름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밝혔다.

공안탄압저지 민주수호 제주대책위원회도 제주 평화쉼터에 대해 압수수색을 시행한 것에 대해 성명을 내고 "국가정보원의 도를 넘은 국보법 위반 사건 그림 그리기를 강력히 규탄하며 공안 통치 부활과 퇴행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대책위는 "평화쉼터는 장기투쟁을 진행하고 있는 해고자들, 장기수 선생님들, 사회적 참사 희생자 유족들, 그 외 낮은 곳에서 조용히 일하고 있는 수많은 활동가가 언제든 머물며 기운을 충전을 할 수 있는 공간"이라며 "야만적 행태를 강력 규탄하고, 공안 통치 부활과 퇴행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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