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 장비가 멘탈을 좌우한다’…김시우의 브룸스틱 퍼터

입력 2023.01.19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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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우, 애덤 스콧 권유로 지난해 9월부터 브룸스틱 퍼터 사용

김시우가 소니오픈 골프 우승 때 사용한 퍼터는 가슴 가운데까지 올라오는 길이의 '브룸스틱 퍼터'다. 퍼팅에 대해 고민하던 김시우는 호주 애덤 스콧의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해 9월부터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하고 있다.

손목의 움직임을 없애고 어깨로 공을 치도록 유도하는 브룸스틱 퍼터는 그립 끝 부분을 왼손으로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샤프트 가운데를 집게 모양으로 지지해 진자운동과 같이 일관성 있는 스트로크를 하도록 만들어주는 퍼터다.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해 본 프로 경력의 선수는 "실제로 써보면 정확성에서 아주 큰 장점이 있다. 퍼터는 일정하게 시계추 운동이 이뤄져야 하는데 브룸스틱 퍼터는 거의 서서 하므로 스트로크를 정확히 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정교한 퍼팅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 퍼터를 사용한 대표 주자는 바로 김시우에게 사용법을 알려준 스콧. 스콧은 지난 2010년부터 이 퍼터를 사용해 2013년 마스터스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후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일명 '앵커링(anchoring) 금지' 규정을 만들고 브룸스틱 퍼터와 벨리 퍼터, 암롹 퍼터 등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앵커링(anchoring) 금지는 퍼터를 신체의 어느 한 부위에라도 고정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다. 브룸스틱 퍼터의 경우 퍼터 끝은 물론 퍼터를 쥔 왼손이 가슴에 닿는 것도 안 된다.

2016년부터 이 규정이 시행되면서 브룸스틱 퍼터를 포함해 배꼽 근처에 고정해서 퍼팅하는 밸리 퍼터, 왼쪽 팔에 붙여서 쓰는 암롹 퍼터 등 롱퍼터가 사라져 갔다. 스콧 역시 한동안 짧은 퍼터를 사용하다 그립 끝을 가슴에 대지 않고 왼쪽 팔로 지탱한 채 사용하는 방법으로 다시 브룸스틱 퍼터로 회귀했다.

■ "때로 장비가 심리를 지배한다"… 김시우의 경우는?

지난 2021년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에 참가했던 김시우는 대회 2라운드에서 화를 내며 자신의 퍼터를 부러뜨린 적이 있다. 14번 홀에서 쓰리 퍼트로 보기를 한 데 이어 15번 홀 칩샷이 핀을 지나 프린지까지 굴러가자 퍼터 순서를 기다리다 화를 참지 못하고 퍼터를 바닥에 내리쳤다.

라운드 도중 클럽을 변형하거나 성능에 변화를 줬을 경우 그 클럽을 사용하지 못하고 교체할 수도 없다. 퍼터를 망가뜨린 김시우는 이후 우드로 퍼팅하는 '진기명기'를 펼쳤다. 경기 규정을 따르느라 생긴 궁여지책이었다.

짧은 퍼터를 브룸스틱 퍼터로 바꾼 김시우는 장비를 교체하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는 데 도움을 받았을까?

김시우의 샷 자료 가운데 '퍼팅으로 이득을 본 타수(SGP, Strokes Gained Putting)'를 살펴 보면 지난해 CJ컵 대회에서 마이너스 수치로 저조하던 수치가 점점 회복세를 보이다 이번 소니오픈 대회에서 플러스 상태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한 프로 선수는 “퍼팅은 기술보다 심리적 요인이 성패를 좌우하는데 짧은 퍼트를 연속해서 놓치면 자신감이 사라진다. 이 때 퍼터를 바꾸면 안정감을 되찾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장비 교체가 심리적 안정을 찾는 방법이 됐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룸스틱 퍼터에 적응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아 가고 있는 김시우는 내일( 20일, 한국 시각)부터 나흘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파72·7,187야드)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800만 달러) 대회에서 2연승에 도전한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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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때로 장비가 멘탈을 좌우한다’…김시우의 브룸스틱 퍼터
    • 입력 2023-01-19 11: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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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우, 애덤 스콧 권유로 지난해 9월부터 브룸스틱 퍼터 사용

김시우가 소니오픈 골프 우승 때 사용한 퍼터는 가슴 가운데까지 올라오는 길이의 '브룸스틱 퍼터'다. 퍼팅에 대해 고민하던 김시우는 호주 애덤 스콧의 권유를 받아들여 지난해 9월부터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하고 있다.

손목의 움직임을 없애고 어깨로 공을 치도록 유도하는 브룸스틱 퍼터는 그립 끝 부분을 왼손으로 고정하고 오른손으로 샤프트 가운데를 집게 모양으로 지지해 진자운동과 같이 일관성 있는 스트로크를 하도록 만들어주는 퍼터다.

브룸스틱 퍼터를 사용해 본 프로 경력의 선수는 "실제로 써보면 정확성에서 아주 큰 장점이 있다. 퍼터는 일정하게 시계추 운동이 이뤄져야 하는데 브룸스틱 퍼터는 거의 서서 하므로 스트로크를 정확히 하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고 정교한 퍼팅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 퍼터를 사용한 대표 주자는 바로 김시우에게 사용법을 알려준 스콧. 스콧은 지난 2010년부터 이 퍼터를 사용해 2013년 마스터스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이후 영국왕실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가 일명 '앵커링(anchoring) 금지' 규정을 만들고 브룸스틱 퍼터와 벨리 퍼터, 암롹 퍼터 등에 대한 규제에 나섰다.

앵커링(anchoring) 금지는 퍼터를 신체의 어느 한 부위에라도 고정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다. 브룸스틱 퍼터의 경우 퍼터 끝은 물론 퍼터를 쥔 왼손이 가슴에 닿는 것도 안 된다.

2016년부터 이 규정이 시행되면서 브룸스틱 퍼터를 포함해 배꼽 근처에 고정해서 퍼팅하는 밸리 퍼터, 왼쪽 팔에 붙여서 쓰는 암롹 퍼터 등 롱퍼터가 사라져 갔다. 스콧 역시 한동안 짧은 퍼터를 사용하다 그립 끝을 가슴에 대지 않고 왼쪽 팔로 지탱한 채 사용하는 방법으로 다시 브룸스틱 퍼터로 회귀했다.

■ "때로 장비가 심리를 지배한다"… 김시우의 경우는?

지난 2021년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에 참가했던 김시우는 대회 2라운드에서 화를 내며 자신의 퍼터를 부러뜨린 적이 있다. 14번 홀에서 쓰리 퍼트로 보기를 한 데 이어 15번 홀 칩샷이 핀을 지나 프린지까지 굴러가자 퍼터 순서를 기다리다 화를 참지 못하고 퍼터를 바닥에 내리쳤다.

라운드 도중 클럽을 변형하거나 성능에 변화를 줬을 경우 그 클럽을 사용하지 못하고 교체할 수도 없다. 퍼터를 망가뜨린 김시우는 이후 우드로 퍼팅하는 '진기명기'를 펼쳤다. 경기 규정을 따르느라 생긴 궁여지책이었다.

짧은 퍼터를 브룸스틱 퍼터로 바꾼 김시우는 장비를 교체하면서 심리적인 안정감을 찾는 데 도움을 받았을까?

김시우의 샷 자료 가운데 '퍼팅으로 이득을 본 타수(SGP, Strokes Gained Putting)'를 살펴 보면 지난해 CJ컵 대회에서 마이너스 수치로 저조하던 수치가 점점 회복세를 보이다 이번 소니오픈 대회에서 플러스 상태가 된 것을 알 수 있다.


한 프로 선수는 “퍼팅은 기술보다 심리적 요인이 성패를 좌우하는데 짧은 퍼트를 연속해서 놓치면 자신감이 사라진다. 이 때 퍼터를 바꾸면 안정감을 되찾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장비 교체가 심리적 안정을 찾는 방법이 됐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룸스틱 퍼터에 적응하면서 자신감을 되찾아 가고 있는 김시우는 내일( 20일, 한국 시각)부터 나흘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킨타 PGA 웨스트 스타디움 코스(파72·7,187야드)에서 열리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총상금 800만 달러) 대회에서 2연승에 도전한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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