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버스 기사 폭행당하는데…농어촌 버스는 보호 제외?

입력 2023.01.20 (12:39) 수정 2023.01.20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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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버스나 택시 기사가 운행 중 폭행을 당하는 사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엔 전남에서 버스 기사가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는데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운전사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 가림막이 설치됐다고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2천 년 대 중반부터 버스 운전석 주위에는 이런 안전막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버스 기사가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고,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보호 칸막이인데요.

그 위협의 주체, 다름 아닌 승객입니다.

갖가지 이유로 승객이 버스 운전사를 신체적·언어적으로 폭행하는 사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운전기사뿐 아니라 다른 승객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 지난 주말에도 벌어졌습니다.

한 남성 승객이 버스 운전사에게 삿대질을 하다 뺨을 때리고 주먹을 휘두릅니다.

이어 멱살을 잡고, 밀치기도 합니다.

이 승객, 버스에서 내리는가 싶더니 올라와 또다시 운전기사를 폭행합니다.

지난 15일, 전남 나주의 한 종점 차고지에 도착한 버스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폭행 피해 버스 운전기사/음성변조 : "회차지 와서 온갖 욕설을 하시면서 폭행을 하더라고요. 많이 무서웠죠."]

승객은 술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버스 번호를 알려주는 LED 표시등이 꺼졌다며 폭행을 가했는데요.

운전기사는 고막이 찢어지고,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관련법에는 시내 버스에 운전사 보호 칸막이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폭행 사건이 일어난 버스와 같은 회사 차량의 운전석에는 안전 가림막이 설치돼 있지 않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는데요.

2년 전에도 비슷한 폭행 사건이 있었지만, 회사 측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나주의 버스는 농어촌 버스에 속해 의무사항이 아닌 데다, 설치 자금이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이기완/나주교통 총무부장 : "연료비나 인건비 쪽에 치우쳐지니까 (보호 칸막이를 설치하려면) 나머지 자금이 필요합니다."]

운전기사 안전용 가림막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되며 지자체들이 설치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전남 17개 군 지역을 운행하는 농어촌 버스 어느 한 대에도 설치 돼 있지 않습니다.

비슷한 일, 최근에도 여러 건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경남 창원의 한 시내버스 안인데요.

50대 남성 승객이 가방을 휘두르며 기사를 위협합니다.

급기야 보호벽 안으로 손을 뻗어 얼굴을 때립니다.

요금을 미리 준비해달라는 기사의 말에 "버릇이 없다"라며 실랑이가 시작됐는데, 버스가 멈춰 선 곳은 5차선 도로 한가운데였습니다.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정말 아찔하죠.

전북 전주에서는 한 남성이 학생 요금 결제를 거절당하자 60대 버스 기사에게 소화기를 뿌린 사건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음료를 들고 탄 남성을 제지한 기사에게, 폭언이 쏟아졌습니다.

[버스 승객/음성변조 : "무식하면 무식한 대로! (음료를 들고) 타지 말라는 법적인 근거를 얘기해주세요!"]

최근 5년 동안 경찰에 신고된 버스나 택시 운전자 폭행 사건은 한 해 평균 2천 9백여 건, 2021년에는 4천 건이 넘었습니다.

현행법상 운행 중인 택시나 버스에서 기사를 폭행하면 최고 징역 5년형까지 처벌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폭행 사건 4건 가운데 1건꼴로만 재판에 넘겨졌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사건이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징역형은 10건 가운데 1건 수준에 그쳤습니다.

솜방망이 처벌로 운전자 폭행 사건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데요.

자칫 대형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운전자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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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0 12:39:46
    • 수정2023-01-20 13: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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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버스나 택시 기사가 운행 중 폭행을 당하는 사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엔 전남에서 버스 기사가 승객으로부터 폭행을 당했는데요.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운전사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 가림막이 설치됐다고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요?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2천 년 대 중반부터 버스 운전석 주위에는 이런 안전막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버스 기사가 외부 위협으로부터 보호받고,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든 보호 칸막이인데요.

그 위협의 주체, 다름 아닌 승객입니다.

갖가지 이유로 승객이 버스 운전사를 신체적·언어적으로 폭행하는 사건,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운전기사뿐 아니라 다른 승객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 지난 주말에도 벌어졌습니다.

한 남성 승객이 버스 운전사에게 삿대질을 하다 뺨을 때리고 주먹을 휘두릅니다.

이어 멱살을 잡고, 밀치기도 합니다.

이 승객, 버스에서 내리는가 싶더니 올라와 또다시 운전기사를 폭행합니다.

지난 15일, 전남 나주의 한 종점 차고지에 도착한 버스 안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폭행 피해 버스 운전기사/음성변조 : "회차지 와서 온갖 욕설을 하시면서 폭행을 하더라고요. 많이 무서웠죠."]

승객은 술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버스 번호를 알려주는 LED 표시등이 꺼졌다며 폭행을 가했는데요.

운전기사는 고막이 찢어지고,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관련법에는 시내 버스에 운전사 보호 칸막이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폭행 사건이 일어난 버스와 같은 회사 차량의 운전석에는 안전 가림막이 설치돼 있지 않아 위험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는데요.

2년 전에도 비슷한 폭행 사건이 있었지만, 회사 측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나주의 버스는 농어촌 버스에 속해 의무사항이 아닌 데다, 설치 자금이 부족하다는 입장입니다.

[이기완/나주교통 총무부장 : "연료비나 인건비 쪽에 치우쳐지니까 (보호 칸막이를 설치하려면) 나머지 자금이 필요합니다."]

운전기사 안전용 가림막은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용도로도 활용되며 지자체들이 설치에 나서기도 했는데요.

전남 17개 군 지역을 운행하는 농어촌 버스 어느 한 대에도 설치 돼 있지 않습니다.

비슷한 일, 최근에도 여러 건 벌어졌습니다.

지난달 경남 창원의 한 시내버스 안인데요.

50대 남성 승객이 가방을 휘두르며 기사를 위협합니다.

급기야 보호벽 안으로 손을 뻗어 얼굴을 때립니다.

요금을 미리 준비해달라는 기사의 말에 "버릇이 없다"라며 실랑이가 시작됐는데, 버스가 멈춰 선 곳은 5차선 도로 한가운데였습니다.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데, 정말 아찔하죠.

전북 전주에서는 한 남성이 학생 요금 결제를 거절당하자 60대 버스 기사에게 소화기를 뿌린 사건도 있었습니다.

얼마 전에는, 음료를 들고 탄 남성을 제지한 기사에게, 폭언이 쏟아졌습니다.

[버스 승객/음성변조 : "무식하면 무식한 대로! (음료를 들고) 타지 말라는 법적인 근거를 얘기해주세요!"]

최근 5년 동안 경찰에 신고된 버스나 택시 운전자 폭행 사건은 한 해 평균 2천 9백여 건, 2021년에는 4천 건이 넘었습니다.

현행법상 운행 중인 택시나 버스에서 기사를 폭행하면 최고 징역 5년형까지 처벌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폭행 사건 4건 가운데 1건꼴로만 재판에 넘겨졌고, 이 가운데 절반 가까운 사건이 집행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징역형은 10건 가운데 1건 수준에 그쳤습니다.

솜방망이 처벌로 운전자 폭행 사건이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데요.

자칫 대형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운전자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신선미/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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