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묶여 있는 이란 70억 달러는 어떤 돈?

입력 2023.01.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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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도로 이름은 '테헤란로' 입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엔 '서울로'라는 도로가 있습니다. 1977년 두 도시가 자매결연을 한 것을 기념해 주요 도로에 각자의 이름을 붙인 겁니다. 이란은 1962년 우리나라가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수교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두 나라의 관계가 삐걱대고 있습니다. 이란 외무부가 한국 대사를 불러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항의를 하자 우리 외교부도 이란 대사를 불러 정부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돈 문제입니다.

이란에 있는 윤강현 한국대사를 부른 레자 나자피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한국이 이란의 금융자산을 차단하는 등 비우호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이 돈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차단된 걸까요?

■ UN 제재 이후 국내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UN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차례에 걸쳐 이란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킵니다. 그 중에서도 눈여겨볼 건 4번째 2010년에 내린 제재입니다. 해외에 있는 이란 은행들의 금융거래를 모두 제재하고 거래를 감시하기로 한 겁니다.

전자제품 등을 팔고 원유 등을 수입하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금융 제재를 따르는 대신 우회적인 방법을 만든 겁니다. 이란에 직접 돈을 송금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물론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이란중앙은행의 원화 계좌를 만든겁니다.

국내 기업이 이란 국영석유회사로부터 원유를 6억 원어치 수입했다면 국내 기업은 이 돈을 국내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에 입금합니다. 그럼 이란중앙은행이 입금을 확인한 뒤 국영석유회사에 이 돈을 송금하는 방식입니다.

■ 거세진 미국 정부 압박에 묶인 돈…일부 UN 분담금 지급

이 방법은 2018년까지도 유지됐습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줄이도록 압박은 했습니다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인도, 일본 등 8개 나라에 대해서 한시적으로 예외를 인정해줬습니다. 그러다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여 2019년 5월부터 이 유예조치를 중단시켰습니다. 이란중앙은행이 갖고 있는 돈이 그대로 묶인 겁니다. 70억 달러, 현재 환율로는 대략 8조 6천억 원 정도로 이란이 해외에 동결된 자산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1년 1월 이란 앞바다인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우리 선박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됩니다. 석 달 동안 억류됐는데 우리나라에 묶여 있는 돈 70억 달러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난감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했습니다. 이란이 UN에 내야 할 분담금 일부를 이 돈에서 낼 수 있게 한 겁니다.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는 "미국 재무부와 UN 사무국 등 관계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이란의 분담금 1,800만 달러를 낼 수 있게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국제 사회의 제재가 계속되는 이상 돈을 건네줄 방법은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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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에 묶여 있는 이란 70억 달러는 어떤 돈?
    • 입력 2023-01-21 10:00:04
    취재K

서울 강남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도로 이름은 '테헤란로' 입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엔 '서울로'라는 도로가 있습니다. 1977년 두 도시가 자매결연을 한 것을 기념해 주요 도로에 각자의 이름을 붙인 겁니다. 이란은 1962년 우리나라가 중동 국가 중 처음으로 수교한 나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두 나라의 관계가 삐걱대고 있습니다. 이란 외무부가 한국 대사를 불러 윤석열 대통령 발언에 대해 항의를 하자 우리 외교부도 이란 대사를 불러 정부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건 돈 문제입니다.

이란에 있는 윤강현 한국대사를 부른 레자 나자피 법무·국제기구 담당 차관은 "한국이 이란의 금융자산을 차단하는 등 비우호적인 행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는데 이 돈의 정체는 무엇이고 왜 차단된 걸까요?

■ UN 제재 이후 국내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UN 안전보장이사회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4차례에 걸쳐 이란에 대한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킵니다. 그 중에서도 눈여겨볼 건 4번째 2010년에 내린 제재입니다. 해외에 있는 이란 은행들의 금융거래를 모두 제재하고 거래를 감시하기로 한 겁니다.

전자제품 등을 팔고 원유 등을 수입하는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그러자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금융 제재를 따르는 대신 우회적인 방법을 만든 겁니다. 이란에 직접 돈을 송금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물론 우리은행, IBK기업은행에 이란중앙은행의 원화 계좌를 만든겁니다.

국내 기업이 이란 국영석유회사로부터 원유를 6억 원어치 수입했다면 국내 기업은 이 돈을 국내에 개설된 이란중앙은행 계좌에 입금합니다. 그럼 이란중앙은행이 입금을 확인한 뒤 국영석유회사에 이 돈을 송금하는 방식입니다.

■ 거세진 미국 정부 압박에 묶인 돈…일부 UN 분담금 지급

이 방법은 2018년까지도 유지됐습니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줄이도록 압박은 했습니다만 우리나라를 포함해 중국, 인도, 일본 등 8개 나라에 대해서 한시적으로 예외를 인정해줬습니다. 그러다 미국이 압박 수위를 높여 2019년 5월부터 이 유예조치를 중단시켰습니다. 이란중앙은행이 갖고 있는 돈이 그대로 묶인 겁니다. 70억 달러, 현재 환율로는 대략 8조 6천억 원 정도로 이란이 해외에 동결된 자산 가운데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1년 1월 이란 앞바다인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우리 선박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됩니다. 석 달 동안 억류됐는데 우리나라에 묶여 있는 돈 70억 달러에 대한 불만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 정부 입장에서도 난감했지만 할 수 있는 만큼 노력을 했습니다. 이란이 UN에 내야 할 분담금 일부를 이 돈에서 낼 수 있게 한 겁니다.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는 "미국 재무부와 UN 사무국 등 관계기관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이란의 분담금 1,800만 달러를 낼 수 있게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국제 사회의 제재가 계속되는 이상 돈을 건네줄 방법은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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