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대한 더 뽑을게요” 리베이트 정해놓고 ‘up 감정’ 맞췄다

입력 2023.01.25 (21:23) 수정 2023.05.04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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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빌라 한 채를 놓고 전세 사기의 얼개를 짜는 데에만 뒷돈 수천만 원이 오가는 상황을 보셨습니다.

전세 계약을 통해 어떻게 이런 이득이 생기는 걸까요?

핵심은 바로 빌라의 가치를 매기는 감정평가에 있었습니다.

만약 시세 2억 원인 빌라를 2억 5천만 원 가치로 감정평가를 받는다면, 부풀린 평가액만큼 전세금도 더 받을 수 있고 그렇게 생긴 차익을 사기 일당이 나눠 챙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부풀린 감정평가를 사기 조직들은 'up 감정'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up 감정'이 전세 사기의 출발점이었던 셈입니다.

'빌라왕'을 전면에 내세운 조직들은 이렇게 감정 평가를 부풀리는 브로커까지 각각 둔 채 전세 사기를 모의하고 설계해왔습니다.

단독 보도, 송수진 기자가 이어갑니다.

[리포트]

지난해 6월.

인천 부천 지역의 조직 총책 김 씨는 서울 강서구 지역 조직 총책 신 씨에게 빌라 7곳 주소를 전달합니다.

9천8백만 원과 1억 원. 빌라마다 액수를 제시합니다.

김 씨가 바라는 감정 평가액입니다.

신 씨는 이 내용을 이 모 씨에게 넘겨주고 희망 금액에 맞게 감정 평가를 의뢰합니다.

취재 결과 이 씨는 신 씨의 입맛대로 감정 평가 작업을 중개하는 브로커였습니다.

이들은 의뢰한 감정 평가 법인에서 희망한 만큼 감정 평가액이 나오지 않자 다른 곳에 다시 의뢰하겠다며 평가액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계속합니다.

거꾸로 신 씨가 김 씨에게 감정 평가 의뢰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빌라 전세 실거래가는 2020년 2억 4천 400만 원에서 지난해 7월, 3억 2천 400만 원으로 8천만 원 올랐습니다.

이들은 당시 감정 평가 의뢰에 대한 리베이트를 독촉하고 주고받습니다.

이른바 '업(UP)감정'을 모의하고 성공한 정황들입니다.

아예 나눠 챙길 뒷돈 규모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게 감정 평가액을 올리려 한 시도도 있었습니다.

리베이트로 2천만 원을 챙길 수 있게 전세 보증금을 책정하고 그 계약이 가능하도록 감정 평가액을 부풀려주겠다는 내용입니다.

[장석호/공인중개사 : "(감정 평가액을)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는 금액까지 올려달라는 걸로 보이네요."]

감정 평가액을 부풀리면 전세 보증금을 올려받을 수 있어 사기 조직의 수익은 그만큼 늘어납니다.

부담과 피해는 세입자의 몫입니다.

명목상 집주인인 '빌라왕'이 숨지거나 잠적하는 경우, 보증금을 못 돌려준다고 버티는 경우엔 대신 물어줘야 할 보증공사의 부담도 커지게 됩니다.

'up 감정'을 기반으로 한 전세 사기는 또, 매매와 전세 시세를 비정상적으로 올리는 부작용도 낳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촬영기자:허용석/영상편집:차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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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최대한 더 뽑을게요” 리베이트 정해놓고 ‘up 감정’ 맞췄다
    • 입력 2023-01-25 21:23:30
    • 수정2023-05-04 11:40:05
    뉴스 9
[앵커]

빌라 한 채를 놓고 전세 사기의 얼개를 짜는 데에만 뒷돈 수천만 원이 오가는 상황을 보셨습니다.

전세 계약을 통해 어떻게 이런 이득이 생기는 걸까요?

핵심은 바로 빌라의 가치를 매기는 감정평가에 있었습니다.

만약 시세 2억 원인 빌라를 2억 5천만 원 가치로 감정평가를 받는다면, 부풀린 평가액만큼 전세금도 더 받을 수 있고 그렇게 생긴 차익을 사기 일당이 나눠 챙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부풀린 감정평가를 사기 조직들은 'up 감정'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up 감정'이 전세 사기의 출발점이었던 셈입니다.

'빌라왕'을 전면에 내세운 조직들은 이렇게 감정 평가를 부풀리는 브로커까지 각각 둔 채 전세 사기를 모의하고 설계해왔습니다.

단독 보도, 송수진 기자가 이어갑니다.

[리포트]

지난해 6월.

인천 부천 지역의 조직 총책 김 씨는 서울 강서구 지역 조직 총책 신 씨에게 빌라 7곳 주소를 전달합니다.

9천8백만 원과 1억 원. 빌라마다 액수를 제시합니다.

김 씨가 바라는 감정 평가액입니다.

신 씨는 이 내용을 이 모 씨에게 넘겨주고 희망 금액에 맞게 감정 평가를 의뢰합니다.

취재 결과 이 씨는 신 씨의 입맛대로 감정 평가 작업을 중개하는 브로커였습니다.

이들은 의뢰한 감정 평가 법인에서 희망한 만큼 감정 평가액이 나오지 않자 다른 곳에 다시 의뢰하겠다며 평가액을 억지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계속합니다.

거꾸로 신 씨가 김 씨에게 감정 평가 의뢰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해당 빌라 전세 실거래가는 2020년 2억 4천 400만 원에서 지난해 7월, 3억 2천 400만 원으로 8천만 원 올랐습니다.

이들은 당시 감정 평가 의뢰에 대한 리베이트를 독촉하고 주고받습니다.

이른바 '업(UP)감정'을 모의하고 성공한 정황들입니다.

아예 나눠 챙길 뒷돈 규모를 먼저 정하고 그에 맞게 감정 평가액을 올리려 한 시도도 있었습니다.

리베이트로 2천만 원을 챙길 수 있게 전세 보증금을 책정하고 그 계약이 가능하도록 감정 평가액을 부풀려주겠다는 내용입니다.

[장석호/공인중개사 : "(감정 평가액을) 리베이트를 받을 수 있는 금액까지 올려달라는 걸로 보이네요."]

감정 평가액을 부풀리면 전세 보증금을 올려받을 수 있어 사기 조직의 수익은 그만큼 늘어납니다.

부담과 피해는 세입자의 몫입니다.

명목상 집주인인 '빌라왕'이 숨지거나 잠적하는 경우, 보증금을 못 돌려준다고 버티는 경우엔 대신 물어줘야 할 보증공사의 부담도 커지게 됩니다.

'up 감정'을 기반으로 한 전세 사기는 또, 매매와 전세 시세를 비정상적으로 올리는 부작용도 낳습니다.

KBS 뉴스 송수진입니다.

촬영기자:허용석/영상편집:차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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