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주식 안 파시나요”…“적법한 보유·처분”

입력 2023.01.26 (18:05) 수정 2023.01.26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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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백지신탁 제도라는게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는 권한이 많습니다. 그 권한은 기업의 실적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특정 회사의 주가를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A 회사의 주식을 많이 보유한 공직자가 A 회사에 유리한 정책만 골라 집행한다면? 시장 질서는 무너질 겁니다. 공적 권한이 사익에 동원되는 꼴입니다.

그걸 막자는 제도가 주식 백지신탁입니다. 2005년부터 도입됐습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고위 공직자와 그의 가족(직계 존비속)이 적용 대상입니다. 그들이 3천만 원을 초과하는 주식은 가진 경우, 그 주식을 일정 기간 안에 팔거나 금융회사에 백지신탁해야 합니다.


물론 이 의무를 면제받는 예외가 있긴 합니다. '직무 관련성 심사'를 통해 이해충돌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경우입니다. 그러나 관련성이 있다면? 역시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해야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매각 또는 백지신탁 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습니다.

■ 주식 백지신탁, 현직 장·차관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윤석열 정부 장·차관들이 이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장·차관 41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는데, 이번 정부 임명 이전 기존 공직자의 경우에는 지난해 3월 기준, 최초 공직자가 된 경우에는 지난해 8월 신고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주식 3,000만 원 이상 보유'를 신고해 '주식 매각·백지신탁 대상자'에 속하는 사람이 16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주식 신고 총액은 74억, 1인당 평균 4억 6,000만 원씩의 주식을 들고 있었습니다.

■ 16명 중 7명은 '의무 불이행'?

그러나 경실련에 따르면, 이들 16명 가운데 7명이 아직 주식을 팔지 않았거나 백지신탁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3월 이후 '주식 매각·백지신탁'을 신고한 내역이 없으니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게 경실련 주장입니다.


직무 관련성 심사를 통해 이해충돌이 없다고 확인된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직무 관련성 심사 정보를 인사혁신처가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그 심사가 적정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서휘원 경실련 사회정책국 팀장은 "이들이 3천만원 이상임에도 이렇게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게, 과연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한 결과인지, 또 제대로 된 심사를 거친 결과인지 의구심이 큰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 "신고한 9명 중 5명, 여전히 3000만 원 이상 보유"

이들 7명을 제외한 다른 9명은 어떨까요. 주식 매각 혹은 백지신탁을 신고한 9명 가운데 5명은 여전히 3,000만 원 이상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 5명이 백지신탁 하지 않은 주식이 과연 직무관련성 심사를 적절히 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경실련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인사혁신처 "절차 거쳐 적법하게 보유하거나 처분했다"

인사혁신처는 경실련의 문제제기를 반박했습니다. 요약하면, 직무관련성 심사를 모두 받았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보유주식 전체에 대해 직무관련성 없음 결정을 받으면 매각이나 백지신탁을 하지 않고 보유할 수 있다"

"보유주식 일부에 대해 직무관련성 없음 결정을 받으면 직무관련성 있는 주식을 매각‧백지신탁하고 나머지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심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법에 따라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겁니다.

■ 정보공개청구 했으나 "비공개"…법 개정 촉구

경실련은 지난 9월, 인사혁신처에 심사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지만, 앞서 인사혁신처 입장처럼 공개가 불가하다고 전달받았습니다.

경실련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주식을 매각하거나 직무 관련성 심사를 통해 공정성 의혹을 없애자는 게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라는 거죠.

고위공직자의 재산 공개와 주식 재산 매각 내역은 관보를 통해 공개하면서도, 의무를 면제받기 위해 진행되는 직무 관련성 심사 내용은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결국, 지난 18일 경실련은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습니다.

이와 함께, 주식 백지신탁을 거부한 고위공직자의 징계 현황을 공개하라고 인사혁신처에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국회에는 3,000만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고위공직자의 경우 예외 없이 매각 또는 신탁하도록 법을 개정할 것도 함께 촉구했습니다.

(인포그래픽 :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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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6 18:05:55
    • 수정2023-01-26 18:56:54
    취재K

주식 백지신탁 제도라는게 있습니다.

고위공직자는 권한이 많습니다. 그 권한은 기업의 실적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특정 회사의 주가를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예컨대, A 회사의 주식을 많이 보유한 공직자가 A 회사에 유리한 정책만 골라 집행한다면? 시장 질서는 무너질 겁니다. 공적 권한이 사익에 동원되는 꼴입니다.

그걸 막자는 제도가 주식 백지신탁입니다. 2005년부터 도입됐습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고위 공직자와 그의 가족(직계 존비속)이 적용 대상입니다. 그들이 3천만 원을 초과하는 주식은 가진 경우, 그 주식을 일정 기간 안에 팔거나 금융회사에 백지신탁해야 합니다.


물론 이 의무를 면제받는 예외가 있긴 합니다. '직무 관련성 심사'를 통해 이해충돌이 없다는 것이 확인된 경우입니다. 그러나 관련성이 있다면? 역시 매각하거나 백지신탁 해야합니다.

정당한 사유 없이 매각 또는 백지신탁 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을 물릴 수 있습니다.

■ 주식 백지신탁, 현직 장·차관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윤석열 정부 장·차관들이 이를 잘 이행하고 있는지 분석해 발표했습니다.


장·차관 41명을 대상으로 분석했는데, 이번 정부 임명 이전 기존 공직자의 경우에는 지난해 3월 기준, 최초 공직자가 된 경우에는 지난해 8월 신고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주식 3,000만 원 이상 보유'를 신고해 '주식 매각·백지신탁 대상자'에 속하는 사람이 16명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주식 신고 총액은 74억, 1인당 평균 4억 6,000만 원씩의 주식을 들고 있었습니다.

■ 16명 중 7명은 '의무 불이행'?

그러나 경실련에 따르면, 이들 16명 가운데 7명이 아직 주식을 팔지 않았거나 백지신탁 신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3월 이후 '주식 매각·백지신탁'을 신고한 내역이 없으니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게 경실련 주장입니다.


직무 관련성 심사를 통해 이해충돌이 없다고 확인된다면 문제가 없을 수 있지만, 직무 관련성 심사 정보를 인사혁신처가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그 심사가 적정했는지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서휘원 경실련 사회정책국 팀장은 "이들이 3천만원 이상임에도 이렇게 많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게, 과연 직무관련성 심사를 청구한 결과인지, 또 제대로 된 심사를 거친 결과인지 의구심이 큰 상태"라고 지적했습니다.

■ "신고한 9명 중 5명, 여전히 3000만 원 이상 보유"

이들 7명을 제외한 다른 9명은 어떨까요. 주식 매각 혹은 백지신탁을 신고한 9명 가운데 5명은 여전히 3,000만 원 이상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들 5명이 백지신탁 하지 않은 주식이 과연 직무관련성 심사를 적절히 받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경실련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 인사혁신처 "절차 거쳐 적법하게 보유하거나 처분했다"

인사혁신처는 경실련의 문제제기를 반박했습니다. 요약하면, 직무관련성 심사를 모두 받았고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보유주식 전체에 대해 직무관련성 없음 결정을 받으면 매각이나 백지신탁을 하지 않고 보유할 수 있다"

"보유주식 일부에 대해 직무관련성 없음 결정을 받으면 직무관련성 있는 주식을 매각‧백지신탁하고 나머지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심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되지 않느냐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습니다. 법에 따라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는 겁니다.

■ 정보공개청구 했으나 "비공개"…법 개정 촉구

경실련은 지난 9월, 인사혁신처에 심사 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지만, 앞서 인사혁신처 입장처럼 공개가 불가하다고 전달받았습니다.

경실련은 수긍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주식을 매각하거나 직무 관련성 심사를 통해 공정성 의혹을 없애자는 게 '공직자윤리법'의 취지라는 거죠.

고위공직자의 재산 공개와 주식 재산 매각 내역은 관보를 통해 공개하면서도, 의무를 면제받기 위해 진행되는 직무 관련성 심사 내용은 왜 공개하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결국, 지난 18일 경실련은 국민권익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제기했습니다.

이와 함께, 주식 백지신탁을 거부한 고위공직자의 징계 현황을 공개하라고 인사혁신처에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국회에는 3,000만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고위공직자의 경우 예외 없이 매각 또는 신탁하도록 법을 개정할 것도 함께 촉구했습니다.

(인포그래픽 : 김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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