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국적 해법” 피해자 반발 속 강제동원 협의는 ‘가속화’

입력 2023.01.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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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진단한다’ 토론회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진단한다’ 토론회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방안을 내놓은 지 26일로 2주가 됐습니다. 지난 12일 공개 토론회에서 외교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전범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 측은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굴욕 해법"이라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그 반발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망국적 해법 강행 시 대응 방안 모색해 실행"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진단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안이, 소송 당시 미쓰비시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것과 맥락이 거의 같다며 "피고 기업이 그림을 그려주자 거기에 우리 외교부가 틀을 짜 맞춘 것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우리 정부는 마치 이 문제 때문에 한일 간 경제 관계가 아작날 것처럼 벌벌 기고 있다"며 "정정당당한 외교적 노력을 행사하지 않은 망국적 해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강제동원 소송 대리인단도 발표문을 통해, 외교부가 피해자 측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오히려 피해자 중심주의에 반하는 접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 측은 전범 기업으로부터 변제받기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나 '대위변제 또는 채무인수'를 들고 나오면서 피해자 측 입장이 협상안에 반영된 것이 없었다는 겁니다.

이어 "정부 안이 강행되면 피해자들은 이에 항의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해 실행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진단한다’ 토론회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측과 법조계, 학계 인사들이 발표하고 있다.‘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진단한다’ 토론회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측과 법조계, 학계 인사들이 발표하고 있다.

■법조계·학계 우려…"피해자 중심 원칙 위에서 해법 마련돼야"

토론회에서는, 정부 안을 두고 법조계와 학계 인사들도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강제동원 추가소송 대리인인 전범진 변호사는 민법상 제3자인 재단도 채무의 변제를 할 수 있다고 하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 때는 제3자 변제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을 토대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전 변호사는 "역사적, 사회적 상징성이 큰 강제동원 사건의 채무 성질상 단순히 제3자인 국내 재단이 채무를 변제한다고 마무리 될 수는 없다"면서, "채권자인 강제동원 피해자나 유족이 반대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 국내 재단이 변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가해자인 일본 기업의 채무를 유지하면서 제3자인 재단이 채무를 함께 부담하는 '병존적 채무 인수'의 경우,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는 민법 조항을 들며 "일본이 순순히 가해자임을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한편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는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정관을 개정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이 지급될 경우, 대법원 판결이 명령한 '위자료'의 명목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특별법에 따라 지급되는 것은 '위로금'으로 표현돼 있어, 대법 판결의 핵심인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 배상'이라는 의미가 지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식민 지배가 합법이었다고 주장하는 일본이 이를 유리하게 해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남 교수는 또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일본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딱지를 붙였는데, 이를 우리가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일본 요구대로 과거사 문제 해결의 문을 닫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어떠한 대안 논의도 의미를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가치 외교를 강조하며 내세우는 국제규범과 인권의 가치에는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라는 원칙이 담겨있다"며 "강제동원 문제 해법도 그 원칙 위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협의 더욱 가속화"…'성의 있는 호응 조치' 나올까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조속한 현안 해결과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해 외교당국 간의 긴밀한 협의를 더욱 가속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르면 이달 중 서울에서 한일 국장급 협의가 있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가 요구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윤곽을 드러낼지, 그 내용은 어떨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0년 째 계속되는 일본의 "독도는 일본 땅" 억지 주장과 최근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으로 일본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되는 가운데, 피해자 측이 만족하지 못하는 방안을 정부가 강행한다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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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국적 해법” 피해자 반발 속 강제동원 협의는 ‘가속화’
    • 입력 2023-01-26 19:30:13
    취재K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진단한다’ 토론회가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방안을 내놓은 지 26일로 2주가 됐습니다. 지난 12일 공개 토론회에서 외교부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전범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해 보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시 강제동원 피해자 측은 "한국 정부가 나서서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굴욕 해법"이라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그리고 그 반발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망국적 해법 강행 시 대응 방안 모색해 실행"

2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진단한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대표는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안이, 소송 당시 미쓰비시에서 재판부에 제출한 것과 맥락이 거의 같다며 "피고 기업이 그림을 그려주자 거기에 우리 외교부가 틀을 짜 맞춘 것 아닌가 싶을 정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대표는 "우리 정부는 마치 이 문제 때문에 한일 간 경제 관계가 아작날 것처럼 벌벌 기고 있다"며 "정정당당한 외교적 노력을 행사하지 않은 망국적 해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강제동원 소송 대리인단도 발표문을 통해, 외교부가 피해자 측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오히려 피해자 중심주의에 반하는 접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피해자 측은 전범 기업으로부터 변제받기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나 '대위변제 또는 채무인수'를 들고 나오면서 피해자 측 입장이 협상안에 반영된 것이 없었다는 겁니다.

이어 "정부 안이 강행되면 피해자들은 이에 항의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해 실행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진단한다’ 토론회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측과 법조계, 학계 인사들이 발표하고 있다.
■법조계·학계 우려…"피해자 중심 원칙 위에서 해법 마련돼야"

토론회에서는, 정부 안을 두고 법조계와 학계 인사들도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강제동원 추가소송 대리인인 전범진 변호사는 민법상 제3자인 재단도 채무의 변제를 할 수 있다고 하나, 채무의 성질 또는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의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 때는 제3자 변제를 할 수 없다는 내용을 토대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전 변호사는 "역사적, 사회적 상징성이 큰 강제동원 사건의 채무 성질상 단순히 제3자인 국내 재단이 채무를 변제한다고 마무리 될 수는 없다"면서, "채권자인 강제동원 피해자나 유족이 반대하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그대로 진행하는 경우, 국내 재단이 변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가해자인 일본 기업의 채무를 유지하면서 제3자인 재단이 채무를 함께 부담하는 '병존적 채무 인수'의 경우, "이해관계가 없는 제3자는 채무자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못한다"는 민법 조항을 들며 "일본이 순순히 가해자임을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한편 남기정 서울대학교 일본연구소 교수는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정관을 개정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이 지급될 경우, 대법원 판결이 명령한 '위자료'의 명목을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특별법에 따라 지급되는 것은 '위로금'으로 표현돼 있어, 대법 판결의 핵심인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 배상'이라는 의미가 지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식민 지배가 합법이었다고 주장하는 일본이 이를 유리하게 해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남 교수는 또 "대법원 판결에 대해 일본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딱지를 붙였는데, 이를 우리가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일본 요구대로 과거사 문제 해결의 문을 닫는 것이고, 이렇게 되면 어떠한 대안 논의도 의미를 잃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가치 외교를 강조하며 내세우는 국제규범과 인권의 가치에는 피해자 중심의 접근이라는 원칙이 담겨있다"며 "강제동원 문제 해법도 그 원칙 위에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협의 더욱 가속화"…'성의 있는 호응 조치' 나올까

이런 가운데 외교부는 "조속한 현안 해결과 한일 관계의 개선을 위해 외교당국 간의 긴밀한 협의를 더욱 가속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르면 이달 중 서울에서 한일 국장급 협의가 있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 정부가 요구한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윤곽을 드러낼지, 그 내용은 어떨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10년 째 계속되는 일본의 "독도는 일본 땅" 억지 주장과 최근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으로 일본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되는 가운데, 피해자 측이 만족하지 못하는 방안을 정부가 강행한다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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