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학교 500m 내 못 산다”…한국형 ‘제시카법’ 추진

입력 2023.01.26 (21:24) 수정 2023.01.26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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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플로리다주의 이 마을에는 성범죄자가 백명 넘게 모여 삽니다.

이른바 '제시카법' 때문입니다.

2005년 성범죄 전과자에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 이름을 딴 법인데 성범죄자가 학교나 공원 근처에 살지 못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얼마 전부터 우리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조두순, 김근식 같은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거주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혼란을 겪는 일이 되풀이 됩니다.

그래서 성범죄자들 사는 곳을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도입한다는데 어떤 내용인지 먼저 오승목 기자 보도 보시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리포트]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대학가 원룸이 밀집한 경기도의 한 주택가.

지난해 10월 출소한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가 사는 동네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학교 근처에 이런 사람들을 데려다 놓는다는 건 말이 아니에요."]

성범죄자 거주 지역마다 이런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법무부가 그들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법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학교나 보육시설 주변엔 성범죄자가 살지 못하게 하는 미국의 '제시카 법'을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해보잔 건데, 상습 성폭행범이나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 등 '재범 고위험군'이 그 대상입니다.

교육시설 반경 500m 이내 거주 제한을 원칙으로 하되, 인구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 상황을 감안해서, 법원이 개별 상황에 맞게 제한 거리를 정하도록 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새해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한정하고 법원의 결정을 거치게 해서 헌법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이 밖에도 오늘(26일) 업무보고에선, 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막거나 이익집단이 조직적·폭력적 불법 행위에 나서는 사례, '온라인 마녀사냥', '좌표찍기' 등도 '반법치 행위'로 분류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또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은 올 상반기 안에 성과를 내고, 국내 불법 체류자는 5년 안에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단 목표도 함께 밝혔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촬영기자:김휴동/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김지혜

[앵커]

이 사안 취재한 사회부 오승목 기자와 함께 내용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상습 성범죄자들 문제,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 정부가 '최근 들어서' 주거 제한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배경,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최근 1~2년 사이에 워낙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출소가 한 차례 큰 소동을 빚었고요.

조두순도 거주지를 놓고 이웃과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도 3번 이상 성범죄 저지른 사람이 50명 넘게 출소하는데, 번번이 이런 '거주 갈등' 되풀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을 보완해서라도 거주지 '직접 제한' 카드를 동원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제시카 법'이라는 게 성범죄 '피해자'의 이름을 딴 법이라면서요?

[기자]

네, 2005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제시카라는 아동이 옆집에 사는 존 코이에게 성폭행 당하고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이 법이 만들어졌는데, 3년 전 저희 KBS 보도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잠깐 화면 보시겠습니다.

[안주식/KBS PD/'특파원보고 세계는지금'/KBS 1TV, 2020.12.12 : "130명의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이곳은 미국에서도 최대 규모입니다. 스마트폰 사용과 인터넷 사용 제한된 이곳은 외부와 고립된 채 섬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거주할 곳이 마땅찮은 성범죄자들, 미국은 아예 '따로 모아놓고' 살게 한 거죠.

한동훈 법무장관이 최근 이 방송 영상을, 법무부 간부들에게 시청하도록 권하기도 했습니다.

전자발찌 부착이나 신상공개 같은 기존 방법만으론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고 보고, 보다 실효적인 대책을 적극 강구하고 나선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 법무부가 관할하는 별도의 '집단 수용 시설' 같은 보완책 논의도 뒤따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일단은 '주거 제한'부터 가시권에 들어왔는데, 여기엔 또 반론이나 논란이 없을까요?

[기자]

네, 일단 화면을 보면서 설명을 좀 드리겠습니다.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분석한 내용인데요.

빨간색으로 표시한 서울 성범죄자 거주지 반경 500m와, 어린이집, 학교, 학원 등의 반경 500m를 지도로 겹쳐봤습니다.

보시다시피, 거의 대부분 겹치고 있지요?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인데, 따라서 '제시카법'이 적용되면, 성범죄자들이 대도시엔 살 곳이 없고, 결국은 중소도시나 농어촌으로 몰릴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무부는, 개별 성범죄자 특성에 맞게, 법원이 사건별로 재량껏 범위를 정하게 하자고 제안한 겁니다.

다만 '누구는 100m, 누구는 50m' 기준이 엇갈리다 보면 이에 대한 논란도 좀 있을 수 있고요.

법무부도 전문가 의견 등을 더 세부적으로 수렴해서 5월 안에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 뒤에는 또 국회 입법 절차가 남아있겠죠.

오승목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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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범죄자, 학교 500m 내 못 산다”…한국형 ‘제시카법’ 추진
    • 입력 2023-01-26 21:24:12
    • 수정2023-01-26 2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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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플로리다주의 이 마을에는 성범죄자가 백명 넘게 모여 삽니다.

이른바 '제시카법' 때문입니다.

2005년 성범죄 전과자에게 목숨을 잃은 피해자 이름을 딴 법인데 성범죄자가 학교나 공원 근처에 살지 못하게 하는 내용입니다.

얼마 전부터 우리도 비슷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조두순, 김근식 같은 성범죄자가 출소할 때마다 거주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하고, 혼란을 겪는 일이 되풀이 됩니다.

그래서 성범죄자들 사는 곳을 제한하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도입한다는데 어떤 내용인지 먼저 오승목 기자 보도 보시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리포트]

초등학교와 어린이집, 대학가 원룸이 밀집한 경기도의 한 주택가.

지난해 10월 출소한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가 사는 동네입니다.

[인근 주민/음성변조 : "학교 근처에 이런 사람들을 데려다 놓는다는 건 말이 아니에요."]

성범죄자 거주 지역마다 이런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법무부가 그들의 거주지를 제한하는 법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학교나 보육시설 주변엔 성범죄자가 살지 못하게 하는 미국의 '제시카 법'을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해보잔 건데, 상습 성폭행범이나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 등 '재범 고위험군'이 그 대상입니다.

교육시설 반경 500m 이내 거주 제한을 원칙으로 하되, 인구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 상황을 감안해서, 법원이 개별 상황에 맞게 제한 거리를 정하도록 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새해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 "적용 대상을 명확히 한정하고 법원의 결정을 거치게 해서 헌법적 문제를 해결하면서도 국민들께서 안심하고 공감할 수 있는 해결책을 마련하겠습니다."]

이 밖에도 오늘(26일) 업무보고에선, 영장 집행을 물리적으로 막거나 이익집단이 조직적·폭력적 불법 행위에 나서는 사례, '온라인 마녀사냥', '좌표찍기' 등도 '반법치 행위'로 분류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또 '출입국·이민관리청' 신설은 올 상반기 안에 성과를 내고, 국내 불법 체류자는 5년 안에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단 목표도 함께 밝혔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촬영기자:김휴동/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김지혜

[앵커]

이 사안 취재한 사회부 오승목 기자와 함께 내용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상습 성범죄자들 문제,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 정부가 '최근 들어서' 주거 제한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배경, 어디에 있을까요?

[기자]

최근 1~2년 사이에 워낙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앞서 전해드린 것처럼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출소가 한 차례 큰 소동을 빚었고요.

조두순도 거주지를 놓고 이웃과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당장 올해도 3번 이상 성범죄 저지른 사람이 50명 넘게 출소하는데, 번번이 이런 '거주 갈등' 되풀이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법을 보완해서라도 거주지 '직접 제한' 카드를 동원하겠다는 겁니다.

[앵커]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제시카 법'이라는 게 성범죄 '피해자'의 이름을 딴 법이라면서요?

[기자]

네, 2005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제시카라는 아동이 옆집에 사는 존 코이에게 성폭행 당하고 목숨을 잃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후 이 법이 만들어졌는데, 3년 전 저희 KBS 보도를 통해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잠깐 화면 보시겠습니다.

[안주식/KBS PD/'특파원보고 세계는지금'/KBS 1TV, 2020.12.12 : "130명의 성범죄자가 살고 있는 이곳은 미국에서도 최대 규모입니다. 스마트폰 사용과 인터넷 사용 제한된 이곳은 외부와 고립된 채 섬처럼 존재하고 있습니다."]

거주할 곳이 마땅찮은 성범죄자들, 미국은 아예 '따로 모아놓고' 살게 한 거죠.

한동훈 법무장관이 최근 이 방송 영상을, 법무부 간부들에게 시청하도록 권하기도 했습니다.

전자발찌 부착이나 신상공개 같은 기존 방법만으론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고 보고, 보다 실효적인 대책을 적극 강구하고 나선 겁니다.

따라서 앞으로, 법무부가 관할하는 별도의 '집단 수용 시설' 같은 보완책 논의도 뒤따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앵커]

일단은 '주거 제한'부터 가시권에 들어왔는데, 여기엔 또 반론이나 논란이 없을까요?

[기자]

네, 일단 화면을 보면서 설명을 좀 드리겠습니다.

KBS 데이터저널리즘팀이 분석한 내용인데요.

빨간색으로 표시한 서울 성범죄자 거주지 반경 500m와, 어린이집, 학교, 학원 등의 반경 500m를 지도로 겹쳐봤습니다.

보시다시피, 거의 대부분 겹치고 있지요?

인구밀도가 높기 때문인데, 따라서 '제시카법'이 적용되면, 성범죄자들이 대도시엔 살 곳이 없고, 결국은 중소도시나 농어촌으로 몰릴 거란 우려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무부는, 개별 성범죄자 특성에 맞게, 법원이 사건별로 재량껏 범위를 정하게 하자고 제안한 겁니다.

다만 '누구는 100m, 누구는 50m' 기준이 엇갈리다 보면 이에 대한 논란도 좀 있을 수 있고요.

법무부도 전문가 의견 등을 더 세부적으로 수렴해서 5월 안에 최종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 뒤에는 또 국회 입법 절차가 남아있겠죠.

오승목 기자,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김선영/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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