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K] 기후 석학이 왜 ‘한국 경제’를 걱정할까 [무너진 한계]②

입력 2023.01.27 (07:00) 수정 2023.02.0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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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KBS 베를린 지국은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요한 록스트롬 소장을 단독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기후 환경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인간 생존에 필요한 환경적 한계인 '지구 위험 한계선'의 창시자로 유명합니다. 넷플릭스가 그의 연구를 '브레이킹 바운더리'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를 총 3편의 연재기사로 전합니다.


[무너진한계]① 넷플릭스 나온 기후 석학…“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왔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583769

■ 기후위기 해법은? … 화석연료와 '헤어질 결심'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2010년 8월 테드(TED) 강연에서 "우리는 과학 덕분에 인간이 발전을 위해 지구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첫 번째 세대"라고 말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인류는 기후위기의 메커니즘을 알게 됐고, 이를 통해 해법도 찾았습니다. 답은 '탄소 중립',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산림 조성 등으로 탄소를 흡수해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KBS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다시 한번 '탄소 중립'을 강조했습니다.

Q. 기후위기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요?

2030년까지 탄소 배출 50% 절감, 2050년까지 세계 경제의 넷 제로(탄소 순 배출량 0) 도달, 그리고 천연 탄소 흡수원들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일을 한다면, 저는 여전히 기온 상승 상한선인 '1.5도' 목표를 유지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전 세계가 고작 7년이라는 시간 내에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일 거라는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목표를 유지하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1.5도를 우리의 기온 상승 상한선 목표로 유지함으로써, 우리가 1.7도에서 멈출 가능성이 좀 더 높기 때문입니다. 0.1도 하나하나가 중요합니다.

만약 우리가 너무 늦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실패하게 될 겁니다. 이것은 미래 세대에게 재앙이 되겠죠.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이러한 전환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서 현명하게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과 단계적 기온 상승을 할 것인지, 아니면 갑작스러운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말입니다.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과 KBS 인터뷰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과 KBS 인터뷰

■ 화석연료 퇴출하는 EU…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목표' 퇴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을까요? EU는 2021년 7월 '핏포 55(FIt for 55)'라는 입법안 패키지를 내놨습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55% 줄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입니다. 특히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에 벗어나고자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은 EU의 변화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보다 40%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수단인 재생에너지의 목표 비율을 오히려 낮췄습니다.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세운 2030년 발전량 목표치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30.2%였는데,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이를 21.6%로 줄였습니다. EU보다 낮았던 지난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새 정부가 더 낮춘겁니다.

그렇다고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지도 않습니다.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세계 11위 수준입니다.
국제 민간기구가 발표하는 기후대응지수에서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60개국 중 57위, 최하위권입니다.

Q. 한국은 기후위기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의심의 여지가 없이 한국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여전히 GDP나 1인당 국민소득, 기대 수명과 같은 사회 지표와 건강 지표 등에서 성공적인 경제이지만,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제가 드릴 조언은 단계별 석탄 퇴출부터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가장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석탄 발전을 멈추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모든 부문에서 녹색 전력(재생에너지)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제 말은, 모빌리티, 산업, 가정 등 가능한 모든 것에서 녹색 전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이것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사용 가능한 기술들이 나와 있고 또 그리드 패리티(화석발전과 신재생 에너지 발전 원가가 같아지는 지점)를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과 KBS 인터뷰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과 KBS 인터뷰

■ 유럽의 기후위기 정책이 왜 한국 경제에 위기가 될까?

"유럽에서는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결정들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인터뷰 중에 최근 놀란 만한 변화라며 EU의 핏포 55(Fit for 55)에 포함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강조했습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하거나 수입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나라마다 탄소 감축에 기울이는 노력이 다르니 그 차이를 관세로 보정하겠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유럽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지키고, 기업들이 탄소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걸 막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적용 대상 품목은 일단 철강· 알루미늄·비료·시멘트 ·전력·수소 등 6개 품목으로, 오는 10월 시범 시행을 거쳐 2026년부터 도입됩니다.

미국도 이러한 변화에 동참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3월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통상정책 연례보고서를 통해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을 시사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 삼아 EU와 미국이 새로운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는 겁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 문제로 확장됩니다.

특히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이기에 이런 통상 환경 변화는 치명적입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무역의존도는 63.7%(수출 33.0%, 수입 30.7%)로, G20 국가 중 2위입니다. 더구나 주요 수출업종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에 포함된 철강을 비롯해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디스플레이·기계·석유정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지 않는 게, 단순히 환경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내 산업의 불이익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물론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로도 볼 수 있지만, 심각한 기후위기 문제는 그들의 변화에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Q)한국은 기후위기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기후 위기에 관해서라면 사건들이 상당히 급작스럽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 정책 방안에 있어서도 그럴 겁니다. 여러분들이 아셔야 할 게 유럽 연합에서는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결정들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이제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실시할 겁니다. 이것은 유럽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에 국경에서 조정된 탄소세를 부과하는 겁니다. 이 제도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그래서 한국으로서는 국내에서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 더욱 현명할 겁니다. 그래야 유럽의 국경에서 세금을 내는 대신, 한국 정부가 그 돈을 받아서 재투자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이 모든 혼란의 와중에도 기후 정책과 기후 경제에 있어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움직임이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합니다.

■ 국회미래연구원 "CBAM 전면 도입 시, 국내 추가 부담 8조 원 이상"

요한 록스트롬 소장의 우려를 국내에서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국회 미래연구원이 2021년 12월 31일 발간한 <탄소국경조정 대응 산업지원 정책과제와 정책효과 예측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 그 우려가 정확히 담겨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우리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로 우리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 파급 정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중략)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그간 현대 인류사회 발전을 견인해왔던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사회 시스템의 대대적인 전환이 요구되는 크고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에 대해 철저히 대응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잃을 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2030년 CBAM 전면 도입을 가정한 BAU 시나리오에서 국내 산업 총 부담액은 약 8조 2,456억 원 규모로 산출되었으며, 이는 2030년 EU 대상 수출 총액의 11.3%에 해당함.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1조 4,630억 원(17.7%), ▲석유정제 1조 3,475억 원(16.3%), ▲운송장비 1조 974억 원(13.3%). ▲철강 9,731억 원(11.8%), ▲자동차 7,948억 원(9.6%), ▲전기/전자/정밀 6,696억 원(8.1%)으로 6대 주요 산업군이 총 탄소국경조정 부담액의 약 84.3%를 차지

회미래연구원<탄소국경조정 대응 산업지원 정책과제와 정책효과 예측 연구>

국회미래연구원은 "CBAM 대응을 위한 산업지원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규제 강화와 저탄소 산업체계로의 체질 개선을 지원하고, 산업계가 기후위기 대응에 선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산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한 보호 정책이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함을 확인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연구보고서가 발간된 지 1년이 넘었지만, 한국 사회는 보고서의 결론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G20 국가 중 무역의존도 1위인 독일은 재생 에너지 비중이 지난해 47%를 기록했습니다. 2030년엔 이를 80%까지 늘리는 내용의 법안도 지난해 통과시켰습니다.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최근 약 534조 원에 이르는 재생에너지 투자 의사를 밝힌 것도 독일이 재생에너지를 경제 변혁의 핵심축으로 삼은 것을 시사합니다.

요한 록스트롬 소장과의 인터뷰를 다룬 '무너진한계' 마지막 기사는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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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K] 기후 석학이 왜 ‘한국 경제’를 걱정할까 [무너진 한계]②
    • 입력 2023-01-27 07:00:32
    • 수정2023-02-02 13:47:18
    세계는 지금
KBS 베를린 지국은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요한 록스트롬 소장을 단독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기후 환경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인간 생존에 필요한 환경적 한계인 '지구 위험 한계선'의 창시자로 유명합니다. 넷플릭스가 그의 연구를 '브레이킹 바운더리'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를 총 3편의 연재기사로 전합니다.

[무너진한계]① 넷플릭스 나온 기후 석학…“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왔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583769

■ 기후위기 해법은? … 화석연료와 '헤어질 결심'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2010년 8월 테드(TED) 강연에서 "우리는 과학 덕분에 인간이 발전을 위해 지구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첫 번째 세대"라고 말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인류는 기후위기의 메커니즘을 알게 됐고, 이를 통해 해법도 찾았습니다. 답은 '탄소 중립',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산림 조성 등으로 탄소를 흡수해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KBS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다시 한번 '탄소 중립'을 강조했습니다.

Q. 기후위기에 대한 해법은 무엇인가요?

2030년까지 탄소 배출 50% 절감, 2050년까지 세계 경제의 넷 제로(탄소 순 배출량 0) 도달, 그리고 천연 탄소 흡수원들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일을 한다면, 저는 여전히 기온 상승 상한선인 '1.5도' 목표를 유지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것은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전 세계가 고작 7년이라는 시간 내에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일 거라는 징후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목표를 유지하는게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1.5도를 우리의 기온 상승 상한선 목표로 유지함으로써, 우리가 1.7도에서 멈출 가능성이 좀 더 높기 때문입니다. 0.1도 하나하나가 중요합니다.

만약 우리가 너무 늦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실패하게 될 겁니다. 이것은 미래 세대에게 재앙이 되겠죠.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이러한 전환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서 현명하게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과 단계적 기온 상승을 할 것인지, 아니면 갑작스러운 방식으로 할 것인지를 말입니다.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과 KBS 인터뷰
■ 화석연료 퇴출하는 EU…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목표' 퇴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탄소 배출을 줄이고 있을까요? EU는 2021년 7월 '핏포 55(FIt for 55)'라는 입법안 패키지를 내놨습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보다 55% 줄이기 위한 구체적 방안입니다. 특히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에 벗어나고자 재생에너지 확대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은 EU의 변화와 반대로 가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2018년보다 40%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수단인 재생에너지의 목표 비율을 오히려 낮췄습니다. 2021년 문재인 정부가 세운 2030년 발전량 목표치의 재생에너지 비율은 30.2%였는데, 지난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이를 21.6%로 줄였습니다. EU보다 낮았던 지난 정부의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새 정부가 더 낮춘겁니다.

그렇다고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적지도 않습니다. 한국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세계 11위 수준입니다.
국제 민간기구가 발표하는 기후대응지수에서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 60개국 중 57위, 최하위권입니다.

Q. 한국은 기후위기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의심의 여지가 없이 한국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독일과 마찬가지로 한국은 여전히 GDP나 1인당 국민소득, 기대 수명과 같은 사회 지표와 건강 지표 등에서 성공적인 경제이지만,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과학적으로 제가 드릴 조언은 단계별 석탄 퇴출부터 시작하라는 것입니다. 가장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목표는 석탄 발전을 멈추는 것입니다. 첫 번째는 모든 부문에서 녹색 전력(재생에너지)으로 넘어가는 것입니다. 제 말은, 모빌리티, 산업, 가정 등 가능한 모든 것에서 녹색 전력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이것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사용 가능한 기술들이 나와 있고 또 그리드 패리티(화석발전과 신재생 에너지 발전 원가가 같아지는 지점)를 달성했기 때문입니다.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과 KBS 인터뷰
■ 유럽의 기후위기 정책이 왜 한국 경제에 위기가 될까?

"유럽에서는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결정들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인터뷰 중에 최근 놀란 만한 변화라며 EU의 핏포 55(Fit for 55)에 포함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강조했습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는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하거나 수입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입니다. 나라마다 탄소 감축에 기울이는 노력이 다르니 그 차이를 관세로 보정하겠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유럽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지키고, 기업들이 탄소배출 규제가 느슨한 국가로 생산시설을 옮기는 걸 막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적용 대상 품목은 일단 철강· 알루미늄·비료·시멘트 ·전력·수소 등 6개 품목으로, 오는 10월 시범 시행을 거쳐 2026년부터 도입됩니다.

미국도 이러한 변화에 동참할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2021년 3월 미국무역대표부(USTR)의 통상정책 연례보고서를 통해 탄소국경조정세 도입을 시사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명분 삼아 EU와 미국이 새로운 무역 장벽을 세우고 있는 겁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 문제로 확장됩니다.

특히 한국은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국가이기에 이런 통상 환경 변화는 치명적입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무역의존도는 63.7%(수출 33.0%, 수입 30.7%)로, G20 국가 중 2위입니다. 더구나 주요 수출업종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에 포함된 철강을 비롯해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디스플레이·기계·석유정제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 대부분입니다.

결국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지 않는 게, 단순히 환경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국내 산업의 불이익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물론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선진국들의 '사다리 걷어차기'로도 볼 수 있지만, 심각한 기후위기 문제는 그들의 변화에 정당성을 부여합니다.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한국 기업들이 이러한 변화를 읽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Q)한국은 기후위기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요?

기후 위기에 관해서라면 사건들이 상당히 급작스럽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기후 정책 방안에 있어서도 그럴 겁니다. 여러분들이 아셔야 할 게 유럽 연합에서는 몇 년 전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결정들이 내려지고 있습니다.

이제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을 실시할 겁니다. 이것은 유럽으로 들어오는 수입품에 국경에서 조정된 탄소세를 부과하는 겁니다. 이 제도는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겁니다. 그래서 한국으로서는 국내에서 탄소세를 부과하는 것이 더욱 현명할 겁니다. 그래야 유럽의 국경에서 세금을 내는 대신, 한국 정부가 그 돈을 받아서 재투자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입니다. 이 모든 혼란의 와중에도 기후 정책과 기후 경제에 있어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움직임이 있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합니다.

■ 국회미래연구원 "CBAM 전면 도입 시, 국내 추가 부담 8조 원 이상"

요한 록스트롬 소장의 우려를 국내에서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국회 미래연구원이 2021년 12월 31일 발간한 <탄소국경조정 대응 산업지원 정책과제와 정책효과 예측 연구>라는 제목의 연구보고서에 그 우려가 정확히 담겨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우리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로 우리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그 파급 정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중략)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은 그간 현대 인류사회 발전을 견인해왔던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사회 시스템의 대대적인 전환이 요구되는 크고 어려운 과제입니다. 이에 대해 철저히 대응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의 신뢰를 잃을 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을 입을 것입니다."

2030년 CBAM 전면 도입을 가정한 BAU 시나리오에서 국내 산업 총 부담액은 약 8조 2,456억 원 규모로 산출되었으며, 이는 2030년 EU 대상 수출 총액의 11.3%에 해당함. 업종별로는 석유화학 1조 4,630억 원(17.7%), ▲석유정제 1조 3,475억 원(16.3%), ▲운송장비 1조 974억 원(13.3%). ▲철강 9,731억 원(11.8%), ▲자동차 7,948억 원(9.6%), ▲전기/전자/정밀 6,696억 원(8.1%)으로 6대 주요 산업군이 총 탄소국경조정 부담액의 약 84.3%를 차지

회미래연구원<탄소국경조정 대응 산업지원 정책과제와 정책효과 예측 연구>

국회미래연구원은 "CBAM 대응을 위한 산업지원 정책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규제 강화와 저탄소 산업체계로의 체질 개선을 지원하고, 산업계가 기후위기 대응에 선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산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한 보호 정책이 통합적으로 추진해야 함을 확인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연구보고서가 발간된 지 1년이 넘었지만, 한국 사회는 보고서의 결론을 이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G20 국가 중 무역의존도 1위인 독일은 재생 에너지 비중이 지난해 47%를 기록했습니다. 2030년엔 이를 80%까지 늘리는 내용의 법안도 지난해 통과시켰습니다.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최근 약 534조 원에 이르는 재생에너지 투자 의사를 밝힌 것도 독일이 재생에너지를 경제 변혁의 핵심축으로 삼은 것을 시사합니다.

요한 록스트롬 소장과의 인터뷰를 다룬 '무너진한계' 마지막 기사는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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