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박덕흠 이해충돌 방지규칙’ 논의 착수…가족 정보는 결국 비공개?

입력 2023.01.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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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국회 예결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자녀 명의로 이스타홀딩스 주식을 대량 보유했던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있으면서 가족 소유 건설사를 통해 피감 기관에서 수천억 원대 공사를 수주했던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국회의원 이해충돌을 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관련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법'이 이듬해 4월 통과됐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시행도 됐습니다.

하지만 규칙이 문제였습니다. 시행할 때 필요한 세부 사항을 규정한 국회 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실상은 절반만 '시행'된 거였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법 시행 8개월만인 그제(25일), 드디어 규칙 마련 논의에 착수했습니다.

■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법 핵심은 '가족 정보'

국회법 32조의2 (사적 이해관계의 등록)

①의원 당선인은 당선 20일 이내 다음 각호의 사항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위원회는 다른 법령에서 정보공개가 금지되지 않는 범위에서 다음 각호의 사항 중 의원 본인에 관한 사항을 공개할 수 있다.

1. 의원 본인, 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임원ㆍ대표자ㆍ관리자 또는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법인ㆍ단체의 명단 및 그 업무 내용
2. 의원 본인, 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대리하거나 고문ㆍ자문 등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법인ㆍ단체의 명단 및 그 업무 내용
3. 당선 전 3년 이내 본인이 재직했던 법인ㆍ단체의 명단 및 그 업무 내용
4. 당선 전 3년 이내 본인이 대리하거나 고문ㆍ자문 등을 했던 개인이나 법인ㆍ단체의 명단 및 그 업무 내용
5. 당선 전 3년 이내 본인이 민간 부문에서 관리ㆍ운영했던 사업 또는 영리 행위의 내용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과 구분되는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법(국회법)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 정보' 사전 등록입니다.

국회법은 국회의원 본인뿐 아니라 그 배우자 등 가족의 사적 이해관계 사항을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 등록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이상직 전 의원과 박덕흠 의원 사례에서 문제가 된 게 '가족 명의'였기 때문입니다.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가족 명의 차명 회사나 주식 등을 엄격하게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었습니다.

이 때문에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의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의 직무 관련 정보도 사전 등록하도록 의무가 명시됐지만, 그래도 공개 범위는 ' 의원 본인' 정보로 한정했습니다. 그마저도 공개가 의무가 아닌 ' 공개할 수 있다'고 여지를 둔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 사적 이해관계의 " 등록과 공개, 소명자료 제출의 절차 등은 국회 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투명한 감시를 위해선 공개가 의무라고 주장하며 국회 규칙을 마련할 때 공개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 국회의장 규칙안, 여전히 공개에는 소극적


국회 정개특위 국회선진화소위원회는 규칙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국회의장이 제출한 '국회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규칙 제정 의견' 등도 함께 상정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 시절 작성된 규칙 제정안은 국회의원이 당선 3년 전 ▲재직했던 법인ㆍ단체의 명단 및 업무 내용 ▲대리하거나 고문ㆍ자문 등을 했던 개인이나 법인ㆍ단체의 명단 및 업무 내용 ▲민간 부문에서 관리ㆍ운영했던 사업 또는 영리행위의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의원의 배우자나 가족이 대표나 임원, 사외이사 등으로 재직하고 있는 법인이나 단체의 명단은 공개 대상에서 역시나, 제외됐습니다.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법의 '핵심 조항'인 가족 관련 정보가 결국엔 비공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정개특위 국회선진화소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그제(25일) 소위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방지와 관련한 내용이 워낙 광범위하고 공개 범위나 등록 범위도 광범위하고 폭 넓어 의원 의견 수렴 과정도 꼭 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교섭단체 별로 의견 수렴도 하고, 원내대표 사이에 협의도 있어야 될 것으로 얘기가 됐다"고도 했습니다.

논의 과정에 공개나 등록 범위가 더 제한됐으면 됐지 확대되지는 않을 기류입니다. 국회 정개특위 소속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예를 들어 의원이 사인 간의 거래를 했을 때 공개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공개를 엄하게 다룬다. 공익을 위한 협업일지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이해충돌로 비춰질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 참여연대 "사적 이해관계 '공개 의무' 명시해야"

참여연대는 지난 19일 공개한 입법 의견서를 통해 "'공개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는 이해충돌 방지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될 거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법 논의 과정에서도 제기됐습니다.

"본인에 관한 사항을 공개한다는 것도 아니고 공개할 수 있다라고 하는 이게 저는 적어도 본인이라도 공개한다, 이렇게 규정을 바꾸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요." - 정의당 강은미 의원(국회 운영위원회, 2021년 4월 22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민선영 간사는 규칙 논의에 앞서, "국회법이 상위 법령이므로 '공개해야 한다'고 법을 개정해야 하며, 그에 상응하도록 규칙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렇게 해야 의원의 사적 이해관계를 공개하는 데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국회사무처에도 공개해야 하는 책임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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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1-27 11:02:02
    취재K

2020년 국회 예결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자녀 명의로 이스타홀딩스 주식을 대량 보유했던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 있으면서 가족 소유 건설사를 통해 피감 기관에서 수천억 원대 공사를 수주했던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국회의원 이해충돌을 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관련 내용을 담은 국회법 개정안, 이른바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법'이 이듬해 4월 통과됐습니다. 지난해 5월부터는 시행도 됐습니다.

하지만 규칙이 문제였습니다. 시행할 때 필요한 세부 사항을 규정한 국회 규칙이 마련되지 않아 실상은 절반만 '시행'된 거였습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법 시행 8개월만인 그제(25일), 드디어 규칙 마련 논의에 착수했습니다.

■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법 핵심은 '가족 정보'

국회법 32조의2 (사적 이해관계의 등록)

①의원 당선인은 당선 20일 이내 다음 각호의 사항을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위원회는 다른 법령에서 정보공개가 금지되지 않는 범위에서 다음 각호의 사항 중 의원 본인에 관한 사항을 공개할 수 있다.

1. 의원 본인, 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임원ㆍ대표자ㆍ관리자 또는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법인ㆍ단체의 명단 및 그 업무 내용
2. 의원 본인, 그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 대리하거나 고문ㆍ자문 등을 제공하는 개인이나 법인ㆍ단체의 명단 및 그 업무 내용
3. 당선 전 3년 이내 본인이 재직했던 법인ㆍ단체의 명단 및 그 업무 내용
4. 당선 전 3년 이내 본인이 대리하거나 고문ㆍ자문 등을 했던 개인이나 법인ㆍ단체의 명단 및 그 업무 내용
5. 당선 전 3년 이내 본인이 민간 부문에서 관리ㆍ운영했던 사업 또는 영리 행위의 내용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과 구분되는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법(국회법)의 가장 큰 특징은 '가족 정보' 사전 등록입니다.

국회법은 국회의원 본인뿐 아니라 그 배우자 등 가족의 사적 이해관계 사항을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 등록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이상직 전 의원과 박덕흠 의원 사례에서 문제가 된 게 '가족 명의'였기 때문입니다. 언론과 전문가들로부터 가족 명의 차명 회사나 주식 등을 엄격하게 감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었습니다.

이 때문에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의원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의 직무 관련 정보도 사전 등록하도록 의무가 명시됐지만, 그래도 공개 범위는 ' 의원 본인' 정보로 한정했습니다. 그마저도 공개가 의무가 아닌 ' 공개할 수 있다'고 여지를 둔 정도였습니다.

그러면서 사적 이해관계의 " 등록과 공개, 소명자료 제출의 절차 등은 국회 규칙으로 정한다"고 규정했습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투명한 감시를 위해선 공개가 의무라고 주장하며 국회 규칙을 마련할 때 공개 조항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 국회의장 규칙안, 여전히 공개에는 소극적


국회 정개특위 국회선진화소위원회는 규칙 마련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면서 국회의장이 제출한 '국회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규칙 제정 의견' 등도 함께 상정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박병석 전 국회의장 시절 작성된 규칙 제정안은 국회의원이 당선 3년 전 ▲재직했던 법인ㆍ단체의 명단 및 업무 내용 ▲대리하거나 고문ㆍ자문 등을 했던 개인이나 법인ㆍ단체의 명단 및 업무 내용 ▲민간 부문에서 관리ㆍ운영했던 사업 또는 영리행위의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의원의 배우자나 가족이 대표나 임원, 사외이사 등으로 재직하고 있는 법인이나 단체의 명단은 공개 대상에서 역시나, 제외됐습니다.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법의 '핵심 조항'인 가족 관련 정보가 결국엔 비공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진 겁니다.

이런 가운데 국회 정개특위 국회선진화소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그제(25일) 소위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들의 이해충돌 방지와 관련한 내용이 워낙 광범위하고 공개 범위나 등록 범위도 광범위하고 폭 넓어 의원 의견 수렴 과정도 꼭 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교섭단체 별로 의견 수렴도 하고, 원내대표 사이에 협의도 있어야 될 것으로 얘기가 됐다"고도 했습니다.

논의 과정에 공개나 등록 범위가 더 제한됐으면 됐지 확대되지는 않을 기류입니다. 국회 정개특위 소속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예를 들어 의원이 사인 간의 거래를 했을 때 공개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공개를 엄하게 다룬다. 공익을 위한 협업일지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 이해충돌로 비춰질 수도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 참여연대 "사적 이해관계 '공개 의무' 명시해야"

참여연대는 지난 19일 공개한 입법 의견서를 통해 "'공개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는 이해충돌 방지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될 거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국회의원 이해충돌 방지법 논의 과정에서도 제기됐습니다.

"본인에 관한 사항을 공개한다는 것도 아니고 공개할 수 있다라고 하는 이게 저는 적어도 본인이라도 공개한다, 이렇게 규정을 바꾸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요." - 정의당 강은미 의원(국회 운영위원회, 2021년 4월 22일)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민선영 간사는 규칙 논의에 앞서, "국회법이 상위 법령이므로 '공개해야 한다'고 법을 개정해야 하며, 그에 상응하도록 규칙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렇게 해야 의원의 사적 이해관계를 공개하는 데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국회사무처에도 공개해야 하는 책임이 부여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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