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봉쇄령…지금 평양엔 무슨 일이?

입력 2023.01.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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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기 질환 환자 증가'를 이유로 지난 25일부터 평양에 봉쇄령이 내려진 사실이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북한은 봉쇄령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평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알린 '평양 봉쇄령'

평양 봉쇄령은 북한 전문매체 NK 뉴스 보도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NK 뉴스는 25일, 평양에 주민 포고문을 통해 5일간 봉쇄령이 내려졌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보도는 어제 평양에 있는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외무성으로부터 받은 통지문 전문을 공개한 건데요.

북한은 통지문에서 "이번 조치가 25일 0시부터 29일 24시까지 적용되며, 상황에 따라 3일간 연장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물론 북한 내 외교공관 직원들의 외출과 차량 이동까지 제한했습니다.

또 다른 북한 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양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재발했다고 보도했지만, 북한 통지문은 봉쇄 이유로 '겨울철 계절성 독감과 다른 호흡기 질환 환자가 증가'라고만 밝혔습니다.

정작 북한 관영매체들은 봉쇄령이 내려진 지 사흘이 되도록 관련 보도를 일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연일 북한 밖에서 코로나 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만 전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어제 주민들에게 '세계적인 상황에 대비해 방역 분위기를 확고히 견지하자'고 했을 뿐, 오늘은 방역 관련 기사를 아예 싣지 않았습니다.

사진 설명 : 북한 외무성이 주북 러시아 대사관에 보낸 비상방역 통지문 (출처 : 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어제)사진 설명 : 북한 외무성이 주북 러시아 대사관에 보낸 비상방역 통지문 (출처 : 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어제)

■ 봉쇄 직전 '방역 대승' 선전…열병식 사전조치?

조선중앙TV는 봉쇄령이 내려지기 직전인 23일 저녁에는 '건국 이래 대동란을 방역대승에로'를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19가 북한 전역에 확산된 최중대 비상사태가 발생했지만, 인민 사수를 위해 최전방에 나선 김정은의 영도 아래 상황을 종식 시켰다는 내용의 기록영화입니다. 봉쇄령을 목전에 두고 이른바 방역 대승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입니다.

이때문에 이번 봉쇄령은 다음 달 8일(인민군 창건 75주년) 개최 가능성이 제기돼온 열병식을 앞두고 내려진 사전적인 방역 강화 조치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각지의 주민들을 평양으로 집결시켜 열병식 등 각종 대형 행사를 진행하다 전국적으로 코로나가 퍼진 뼈아픈 경험을 했는데요. 이 때문에 올해에는 열병식에 앞서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취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평양에서는 지난 주말(21일)까지 열병식 훈련장에 대규모 인파가 동원된 모습이 잇따라 포착됐습니다.

반면, 평양 봉쇄령이 실제로 코로나19 발병과 관련됐을 거란 관측도 제기됩니다. 평양에 있는 모든 사람의 외출을 제한할 정도면 단순 감기 확산은 아닐 거라는 겁니다. 대사관 통지문에 나온 '하루 4번 체온 측정', '고열자 발생 시 즉시 통보' 등의 내용을 두고 코로나 확진 가능성이 큰 발열자가 이미 많이 발생했다는 증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사진 설명 : 조선중앙TV가 23일 저녁 방영한 ‘건국 이래 대동란을 방역대승에로’ 캡처사진 설명 : 조선중앙TV가 23일 저녁 방영한 ‘건국 이래 대동란을 방역대승에로’ 캡처

■ 북, 봉쇄령 실체 공개할까?

평양 봉쇄령의 실체가 뭔지는 북한이 공개하지 않는 한 알기 어렵습니다. 만약, 코로나 19가 재확산되는 위기 상황에 빠진 거라면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12일 코로나 확진자 발생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4월 말부터 전파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만큼 이번 평양 봉쇄령 역시 코로나 19와 관련성이 있더라도 북한 당국의 발표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종식을 김정은의 대표적인 성과로 선전해온 만큼 북한 당국이 이번에는 코로나 발생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나옵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사실이라면, 열병식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난해 연말 별다른 경제 성과를 내놓지 못한 북한으로선 내부 결속을 위해 열병식 같은 정치 행사가 절실합니다. 다만, 코로나 확산 위험을 안고서도 열병식을 강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시기가 조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이번 봉쇄가 코로나 때문이라면 열병식이 연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설명 : 이달 21일 촬영된 평양 김일성 광장.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 열병식 예행연습 (출처 : 38노스)사진 설명 : 이달 21일 촬영된 평양 김일성 광장.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 열병식 예행연습 (출처 : 38노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도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새해 첫날 조선소년단원들을 만난 이후 3주 넘게 공개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김정은의 코로나 확진 사실을 공개한 바 있는데요. 그의 이번 잠행 역시 평양 봉쇄와 맞물려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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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밀’ 봉쇄령…지금 평양엔 무슨 일이?
    • 입력 2023-01-27 14:32:36
    취재K

'호흡기 질환 환자 증가'를 이유로 지난 25일부터 평양에 봉쇄령이 내려진 사실이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당사자인 북한은 봉쇄령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평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 주북 러시아 대사관이 알린 '평양 봉쇄령'

평양 봉쇄령은 북한 전문매체 NK 뉴스 보도로 처음 알려졌습니다. NK 뉴스는 25일, 평양에 주민 포고문을 통해 5일간 봉쇄령이 내려졌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보도는 어제 평양에 있는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북한 외무성으로부터 받은 통지문 전문을 공개한 건데요.

북한은 통지문에서 "이번 조치가 25일 0시부터 29일 24시까지 적용되며, 상황에 따라 3일간 연장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주민들은 물론 북한 내 외교공관 직원들의 외출과 차량 이동까지 제한했습니다.

또 다른 북한 전문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평양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재발했다고 보도했지만, 북한 통지문은 봉쇄 이유로 '겨울철 계절성 독감과 다른 호흡기 질환 환자가 증가'라고만 밝혔습니다.

정작 북한 관영매체들은 봉쇄령이 내려진 지 사흘이 되도록 관련 보도를 일절 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연일 북한 밖에서 코로나 19 확산이 지속되고 있다는 소식만 전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어제 주민들에게 '세계적인 상황에 대비해 방역 분위기를 확고히 견지하자'고 했을 뿐, 오늘은 방역 관련 기사를 아예 싣지 않았습니다.

사진 설명 : 북한 외무성이 주북 러시아 대사관에 보낸 비상방역 통지문 (출처 : 주북 러시아 대사관 페이스북, 어제)
■ 봉쇄 직전 '방역 대승' 선전…열병식 사전조치?

조선중앙TV는 봉쇄령이 내려지기 직전인 23일 저녁에는 '건국 이래 대동란을 방역대승에로'를 방영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코로나 19가 북한 전역에 확산된 최중대 비상사태가 발생했지만, 인민 사수를 위해 최전방에 나선 김정은의 영도 아래 상황을 종식 시켰다는 내용의 기록영화입니다. 봉쇄령을 목전에 두고 이른바 방역 대승을 대대적으로 선전한 것입니다.

이때문에 이번 봉쇄령은 다음 달 8일(인민군 창건 75주년) 개최 가능성이 제기돼온 열병식을 앞두고 내려진 사전적인 방역 강화 조치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북한은 지난해 4월 각지의 주민들을 평양으로 집결시켜 열병식 등 각종 대형 행사를 진행하다 전국적으로 코로나가 퍼진 뼈아픈 경험을 했는데요. 이 때문에 올해에는 열병식에 앞서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취했을 수 있다는 겁니다. 평양에서는 지난 주말(21일)까지 열병식 훈련장에 대규모 인파가 동원된 모습이 잇따라 포착됐습니다.

반면, 평양 봉쇄령이 실제로 코로나19 발병과 관련됐을 거란 관측도 제기됩니다. 평양에 있는 모든 사람의 외출을 제한할 정도면 단순 감기 확산은 아닐 거라는 겁니다. 대사관 통지문에 나온 '하루 4번 체온 측정', '고열자 발생 시 즉시 통보' 등의 내용을 두고 코로나 확진 가능성이 큰 발열자가 이미 많이 발생했다는 증거란 분석도 나옵니다.

사진 설명 : 조선중앙TV가 23일 저녁 방영한 ‘건국 이래 대동란을 방역대승에로’ 캡처
■ 북, 봉쇄령 실체 공개할까?

평양 봉쇄령의 실체가 뭔지는 북한이 공개하지 않는 한 알기 어렵습니다. 만약, 코로나 19가 재확산되는 위기 상황에 빠진 거라면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지켜봐야 합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12일 코로나 확진자 발생 사실을 외부에 알리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4월 말부터 전파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만큼 이번 평양 봉쇄령 역시 코로나 19와 관련성이 있더라도 북한 당국의 발표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종식을 김정은의 대표적인 성과로 선전해온 만큼 북한 당국이 이번에는 코로나 발생을 인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나옵니다.

코로나19 재확산이 사실이라면, 열병식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난해 연말 별다른 경제 성과를 내놓지 못한 북한으로선 내부 결속을 위해 열병식 같은 정치 행사가 절실합니다. 다만, 코로나 확산 위험을 안고서도 열병식을 강행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시기가 조절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 전문가는 "이번 봉쇄가 코로나 때문이라면 열병식이 연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설명 : 이달 21일 촬영된 평양 김일성 광장.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 열병식 예행연습 (출처 : 38노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행보도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새해 첫날 조선소년단원들을 만난 이후 3주 넘게 공개 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 김정은의 코로나 확진 사실을 공개한 바 있는데요. 그의 이번 잠행 역시 평양 봉쇄와 맞물려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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