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미 계약으로 수수료만 ‘꿀꺽’…대형 보험중개사 압수수색

입력 2023.01.27 (21:41) 수정 2023.01.27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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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경찰이 최근 한 대형 보험중개 업체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계약자와 보험설계사가 짬짜미해 보험 상품을 중도에 해지하더라도 두 사람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한 건데, 어떤 꼼수를 쓴 건지 이윤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소기업 대표 이 모 씨가 든 종신보험은 월 보험료만 310만 원입니다.

부담될 만한 액수인데, 가입한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이OO/보험계약자/음성변조 : "(보험설계사가) 얼마짜리 보험을 들면 바로 한 보험료의 두 배 미리 당겨서 줄 수 있다, 이제 그렇게 해서 시작이 됐었죠."]

실제로 설계사는 매달 일정 현금을 지급했고 수령 확인서까지 받아갔습니다.

그 돈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계약이 체결되면, 설계사들은 보험료에 비례해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습니다.

수십 년짜리 보험도, 통상 2년 안에 수수료를 몰아서 받습니다.

바로 이걸 나눠주겠다며, 계약자와 일종의 '짬짜미'를 맺고, 수수료 수익이 극대화될 시점에 맞춰 보험을 해지하게 합니다.

그럼 가입자는 중도환급금에 수수료를 더해서 이득, 설계사도 나머지 수수료를 챙겨서 이득입니다.

'중도 해지하면 손실을 본다는' 보험 상식을 뒤집는 꼼수입니다.

[송OO/전 보험대리점 직원/음성변조 : "은행보다 이자가 10배 이상 높게 준다, 이런 식으로 멘트를 만들어서 해오게 하던지. 가입했을 때 어느 정도의 이익금을 좀 주는 방식으로 해서 명의자를 구해오는..."]

이런 걸, 업계에서는 '작성 계약'이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현금 지급을 대가로 한 거라 보험업법 위반이지만, 계약자들은 모르고 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OO/보험 계약자/음성변조 : "(불법성이 있다 좀 이런 부분을 인지하기는 어려우셨던 걸까요?) 보험 하시는 사람이 해줘서 당연히 크게 문제는 없는 줄 알았었죠."]

이렇게 수수료만 챙겨 가는 계약은 결국, 보험사 손실을 키우고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됩니다.

경찰은 한 대형 보험중개 대리점에서 이런 식으로 수억 원이 새나간 것으로 보고 최근 압수수색을 했는데, 한 내부자는, 허위 계약 규모가 그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합니다.

[민OO/전 보험 대리점 직원 : "계약자가 많이 필요하니까요. 내가 공짜로 보험 가입시켜 줄게. (보험료를) 2년 낼 거야. 들어오면 그런 교육을 먼저 시켜요."]

해당 중개업체 측은 "일부 설계사들의 개인적 일탈이었고,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김민준 안민식/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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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짬짜미 계약으로 수수료만 ‘꿀꺽’…대형 보험중개사 압수수색
    • 입력 2023-01-27 21:41:43
    • 수정2023-01-27 22:03:27
    뉴스 9
[앵커]

경찰이 최근 한 대형 보험중개 업체를 압수수색했습니다.

계약자와 보험설계사가 짬짜미해 보험 상품을 중도에 해지하더라도 두 사람 모두 이익을 볼 수 있도록 한 건데, 어떤 꼼수를 쓴 건지 이윤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중소기업 대표 이 모 씨가 든 종신보험은 월 보험료만 310만 원입니다.

부담될 만한 액수인데, 가입한 이유가 따로 있습니다.

[이OO/보험계약자/음성변조 : "(보험설계사가) 얼마짜리 보험을 들면 바로 한 보험료의 두 배 미리 당겨서 줄 수 있다, 이제 그렇게 해서 시작이 됐었죠."]

실제로 설계사는 매달 일정 현금을 지급했고 수령 확인서까지 받아갔습니다.

그 돈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계약이 체결되면, 설계사들은 보험료에 비례해 보험사로부터 수수료를 받습니다.

수십 년짜리 보험도, 통상 2년 안에 수수료를 몰아서 받습니다.

바로 이걸 나눠주겠다며, 계약자와 일종의 '짬짜미'를 맺고, 수수료 수익이 극대화될 시점에 맞춰 보험을 해지하게 합니다.

그럼 가입자는 중도환급금에 수수료를 더해서 이득, 설계사도 나머지 수수료를 챙겨서 이득입니다.

'중도 해지하면 손실을 본다는' 보험 상식을 뒤집는 꼼수입니다.

[송OO/전 보험대리점 직원/음성변조 : "은행보다 이자가 10배 이상 높게 준다, 이런 식으로 멘트를 만들어서 해오게 하던지. 가입했을 때 어느 정도의 이익금을 좀 주는 방식으로 해서 명의자를 구해오는..."]

이런 걸, 업계에서는 '작성 계약'이라고 합니다.

처음부터 현금 지급을 대가로 한 거라 보험업법 위반이지만, 계약자들은 모르고 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OO/보험 계약자/음성변조 : "(불법성이 있다 좀 이런 부분을 인지하기는 어려우셨던 걸까요?) 보험 하시는 사람이 해줘서 당연히 크게 문제는 없는 줄 알았었죠."]

이렇게 수수료만 챙겨 가는 계약은 결국, 보험사 손실을 키우고 보험료 인상 요인이 됩니다.

경찰은 한 대형 보험중개 대리점에서 이런 식으로 수억 원이 새나간 것으로 보고 최근 압수수색을 했는데, 한 내부자는, 허위 계약 규모가 그보다 훨씬 크다고 주장합니다.

[민OO/전 보험 대리점 직원 : "계약자가 많이 필요하니까요. 내가 공짜로 보험 가입시켜 줄게. (보험료를) 2년 낼 거야. 들어오면 그런 교육을 먼저 시켜요."]

해당 중개업체 측은 "일부 설계사들의 개인적 일탈이었고, 지금은 그런 일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KBS 뉴스 이윤우입니다.

촬영기자:이상훈 김민준 안민식/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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