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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친 말고 남동무로 부르라우!”…北은 왜 ‘한국 말투’ 두려워하나?
입력 2023.01.29 (09:00) 수정 2023.01.29 (09:26) 취재K
■ "北의 사상과 제도, 문화 굳건히 수호 위해"…북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우리 언어 생활 영역에서 '비규범적인 언어 요소'들을 배격하고, 평양문화어를 보호하며 적극 살려나갈 데 대한 조선노동당의 구성과 의도 철저히 실현…. 우리의 사상과 제도, 문화를 굳건히 수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담보를 마련하는 데 실천적 의의가 있다." - 지난 19일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 보도 |
북한이 이른바 '한국식 말투'에 대해 '단속의 칼'을 빼 들었습니다. 지난 17~1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된 제14기 제8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주민들에게 '남한 말 등 외래어 사용을 금지하고 북한 말 쓰기를 지시하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한 것입니다.
해당 법의 구체적 조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 북한 말 가운데서도 표준어로 취급되는 '평양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처벌이 가해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앞서 2020년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최대 사형에 처하는' 초강수 처벌 조항이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자체 문화'를 중시하는 이번 법에도 '단속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인데요.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 정권이)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근래 들어 북한 내부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한류 콘텐츠의 한국 생활 양식 전파'를 막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이어 '어법(語法)을 단속하는 법령'까지 신설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외래어 중에서도 같은 한글을 사용하는 '한국식 말투' '남한 말씨'까지 배격하려는 걸까요? 주로 어떤 말투를 금지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 北, '오빠·남친·쪽팔리다' 등 한국 말투 집중 단속…"자기야~" 부른 대학생, 퇴학당해 '탄광' 가기도
지난 2021년 7월,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가정보원 보고를 토대로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한국식 말투를 규제하는 예'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가령 부인은 남편을 부를 때 '오빠'가 아닌 '여보'라고 해야 하고, 남자친구는 줄임말인 '남친' 대신 '남동무'로 표현해야 하며, '쪽팔리다'는 남한식 속어는 '창피하다'로 고쳐서 써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이에 대한 북한 당국의 규제 수준은 매우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주민 증언에 따르면, 대학생 몇몇은 한국 말투로 통화를 하다 적발돼 퇴학 처분을 받고 탄광으로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요즘도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 속에서 '괴뢰 말투(남한식 말투)'를 쓰는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당국이 '청년 사상 교양' 강화 등 단속에 나서고 있다. 당국은 '남조선 말투를 쓰는 현상은 우리 내부를 와해시키려는 반혁명 범죄 행위'라며, 대책을 강하게 세울 것을 지시했다. 실제로 이 때문에 청진농업대 학생 4명은 퇴학 처분을 당하고 온성탄광으로 강제 배치됐다. 그중 한 명이 역전 기다림 칸에서 '자기야' 같은 남조선 말투로 전화를 하다가, 주변에 있던 단속 요원에게 적발됐기 때문이다. 나머지 3명도 동조했다는 이유로 함께 처벌을 받았다." (함경북도 주민 소식통) - 작년 12월 29일 북한 전문 매체 '자유아시아방송' 보도 |

지난 9일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2'에도, 북한 당국이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을 조사하면서 '한국 말투로 문자를 보냈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정도로, 현지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접하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국 말투'가 널리 쓰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16년 탈북한 나민희씨는 앞서 KBS와의 인터뷰에서 "저희 때는 '남친' 이런 것도 있지만, 데이트, 커플, 파트너 같은 말도 많이 썼다. 특히 (자주 썼던) 대표적인 남한식 말투가 '어떻게 할 거야?'였다"며 "북한에서는 '어떻게 할래, 했니, 핸?'이라고 표현하는데, 남한식으로 하면 '너 어떻게 할 거야?'다. 이렇게 많이 (남한식으로) 바꿔서 얘기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서울말 기준 표준어는 '투쟁 무기' 될 수 없다'는 계산…'평양 말' 고수하는 北의 속내
그렇다면 한국 말투 등 이른바 '반(反)사회주의' 외래어를 단속하며, 북한이 고수하고자 하는 '평양문화어(평양어 또는 문화어)'란 무엇일까요?
논문 「'문화어학습'으로 본 북한의 문법 교육」(최영란, 『국어교육연구』 제25집, 2010)에 따르면, 북한의 소위 '문화어'란 '평양 말 중심의 표준어'로 1966년 김일성이 언어학자들과 가진 담화에서 처음 제창(提唱·어떤 일을 처음 내놓아 주장함)됐습니다. 당시 김일성은 "혁명의 수도이며 요람지인 평양을 중심지로 하고, 평양 말을 기준으로 하여 '언어의 민족적 특성'을 보존·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1995년 당시 유동석 부산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논문 「북한(北韓)의 언어생활(言語生活)」에서 "북한의 '서울말'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이 '문화어 운동'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들(북한)은 서울말이 영어, 일본어, 한자어의 침투로 민족적 특성을 찾기 어려운 '잡탕 말'로 변질되어 '민족어 발전의 기준'으로 삼기 어렵기 때문에, '평양 말'이 그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외에도 그들이 평양 말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공용어를 제정한 배경에는 '발전과 투쟁의 무기(스탈린)'라는 유물론적 언어관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말을 기준으로 한 표준어는 지리적으로 황해도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북한 주민에게는 낯선 고장의 말이므로, '발전과 투쟁의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없다는 계산인 것"이라고 논했습니다.
유 교수 논문에 제시된 북한 문화어의 특징적인 어휘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로 방언과 고유어, 사회주의 체제 언어가 사용됐습니다.
- 표준어와 대응되는 자체 어휘: 남새(채소), 닭알(달걀), 가찹다(가깝다), 소래(대야), 덧머리(가발), 보임광선(가시광선), 마른얼음(드라이아이스), 잠약(수면제), 왼쪽지기(좌익수) 등 - 사회주의 체제 특수 어휘: 인민배우, 계급교양, 선동사업, 소요분자, 노농적위대, 인민무력부 등 |

■ 북한·어학 전문가 "한국 말투 등 한류로 北 내부 '사상 문제' 발생…통제 법 만들어도 '우리말 영향력' 막을 수 없을 것"
결론적으로 '새로이 법까지 제정'할 정도로, 북한 당국이 사회 전반에서 '한국 말투'를 근절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인 2019년 말부터, 대외 관계를 외교적으로 풀어가는 게 아닌 '자력 갱생'을 통한 이른바 '정면 돌파전'을 선언·추구해 왔다"며 "이에 따른 사회 내부의 불만을 통제하고 '사상 투쟁'을 강조하기 위해 해당 법을 만든 것이다. 특히 한국 말투 등 '한류 영향'을 배격함으로써, '부르주아 사상'의 유입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나아가 박 교수는 "언어에는 단순히 말뿐 아니라 '생활 습관'부터 '문화·역사'까지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한 체제에서 민중들이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북한 정권도 '언어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 말투를 민감하게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해당 법 제정을 포함, 근 몇 년간 북한이 계속해 '반사회주의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내부적으로 '사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정권 차원에서 '한국 말투' 등 한류 문화 유입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성우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북한의 평양문화어보호법 제정은, 현재 북한 청년들이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를 접하면서 한국 말투를 배워 사용하는 것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방증해주는 일"이라며 "아무리 통제법을 만들어도 대중들의 언어 사용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 문화 콘텐츠 자체의 유입은 막으려면 막을 수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전파되는 우리 말의 영향력은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 “남친 말고 남동무로 부르라우!”…北은 왜 ‘한국 말투’ 두려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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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01-29 09:00:21
- 수정2023-01-29 09:26:23

■ "北의 사상과 제도, 문화 굳건히 수호 위해"…북한 '평양문화어보호법' 채택
"평양문화어보호법은 우리 언어 생활 영역에서 '비규범적인 언어 요소'들을 배격하고, 평양문화어를 보호하며 적극 살려나갈 데 대한 조선노동당의 구성과 의도 철저히 실현…. 우리의 사상과 제도, 문화를 굳건히 수호하기 위한 강력한 법적 담보를 마련하는 데 실천적 의의가 있다." - 지난 19일 북한 관영 매체 '조선중앙통신' 보도 |
북한이 이른바 '한국식 말투'에 대해 '단속의 칼'을 빼 들었습니다. 지난 17~18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된 제14기 제8차 최고인민회의에서, 주민들에게 '남한 말 등 외래어 사용을 금지하고 북한 말 쓰기를 지시하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한 것입니다.
해당 법의 구체적 조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 북한 말 가운데서도 표준어로 취급되는 '평양어'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강력한 처벌이 가해진다'는 내용이 담겨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앞서 2020년 12월 제정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남측 영상물 유포자를 최대 사형에 처하는' 초강수 처벌 조항이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자체 문화'를 중시하는 이번 법에도 '단속 조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인데요.
이에 대해 통일부는 "(북한 정권이) 사회 전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려는 의도"로 평가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근래 들어 북한 내부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는 한류 콘텐츠의 한국 생활 양식 전파'를 막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이어 '어법(語法)을 단속하는 법령'까지 신설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은 왜, 외래어 중에서도 같은 한글을 사용하는 '한국식 말투' '남한 말씨'까지 배격하려는 걸까요? 주로 어떤 말투를 금지하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 취재했습니다.

■ 北, '오빠·남친·쪽팔리다' 등 한국 말투 집중 단속…"자기야~" 부른 대학생, 퇴학당해 '탄광' 가기도
지난 2021년 7월, 국회 정보위원회는 국가정보원 보고를 토대로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한국식 말투를 규제하는 예'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가령 부인은 남편을 부를 때 '오빠'가 아닌 '여보'라고 해야 하고, 남자친구는 줄임말인 '남친' 대신 '남동무'로 표현해야 하며, '쪽팔리다'는 남한식 속어는 '창피하다'로 고쳐서 써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이에 대한 북한 당국의 규제 수준은 매우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주민 증언에 따르면, 대학생 몇몇은 한국 말투로 통화를 하다 적발돼 퇴학 처분을 받고 탄광으로 끌려가기도 했습니다.
"요즘도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들 속에서 '괴뢰 말투(남한식 말투)'를 쓰는 현상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당국이 '청년 사상 교양' 강화 등 단속에 나서고 있다. 당국은 '남조선 말투를 쓰는 현상은 우리 내부를 와해시키려는 반혁명 범죄 행위'라며, 대책을 강하게 세울 것을 지시했다. 실제로 이 때문에 청진농업대 학생 4명은 퇴학 처분을 당하고 온성탄광으로 강제 배치됐다. 그중 한 명이 역전 기다림 칸에서 '자기야' 같은 남조선 말투로 전화를 하다가, 주변에 있던 단속 요원에게 적발됐기 때문이다. 나머지 3명도 동조했다는 이유로 함께 처벌을 받았다." (함경북도 주민 소식통) - 작년 12월 29일 북한 전문 매체 '자유아시아방송' 보도 |

지난 9일 통일연구원이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22'에도, 북한 당국이 학생들의 휴대전화 사용 내역을 조사하면서 '한국 말투로 문자를 보냈는지' 등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정도로, 현지에서는 한국 드라마를 접하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국 말투'가 널리 쓰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016년 탈북한 나민희씨는 앞서 KBS와의 인터뷰에서 "저희 때는 '남친' 이런 것도 있지만, 데이트, 커플, 파트너 같은 말도 많이 썼다. 특히 (자주 썼던) 대표적인 남한식 말투가 '어떻게 할 거야?'였다"며 "북한에서는 '어떻게 할래, 했니, 핸?'이라고 표현하는데, 남한식으로 하면 '너 어떻게 할 거야?'다. 이렇게 많이 (남한식으로) 바꿔서 얘기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서울말 기준 표준어는 '투쟁 무기' 될 수 없다'는 계산…'평양 말' 고수하는 北의 속내
그렇다면 한국 말투 등 이른바 '반(反)사회주의' 외래어를 단속하며, 북한이 고수하고자 하는 '평양문화어(평양어 또는 문화어)'란 무엇일까요?
논문 「'문화어학습'으로 본 북한의 문법 교육」(최영란, 『국어교육연구』 제25집, 2010)에 따르면, 북한의 소위 '문화어'란 '평양 말 중심의 표준어'로 1966년 김일성이 언어학자들과 가진 담화에서 처음 제창(提唱·어떤 일을 처음 내놓아 주장함)됐습니다. 당시 김일성은 "혁명의 수도이며 요람지인 평양을 중심지로 하고, 평양 말을 기준으로 하여 '언어의 민족적 특성'을 보존·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1995년 당시 유동석 부산대 국어교육학과 교수는 논문 「북한(北韓)의 언어생활(言語生活)」에서 "북한의 '서울말'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이 '문화어 운동'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들(북한)은 서울말이 영어, 일본어, 한자어의 침투로 민족적 특성을 찾기 어려운 '잡탕 말'로 변질되어 '민족어 발전의 기준'으로 삼기 어렵기 때문에, '평양 말'이 그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 외에도 그들이 평양 말을 기준으로 한 새로운 공용어를 제정한 배경에는 '발전과 투쟁의 무기(스탈린)'라는 유물론적 언어관이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말을 기준으로 한 표준어는 지리적으로 황해도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북한 주민에게는 낯선 고장의 말이므로, '발전과 투쟁의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없다는 계산인 것"이라고 논했습니다.
유 교수 논문에 제시된 북한 문화어의 특징적인 어휘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로 방언과 고유어, 사회주의 체제 언어가 사용됐습니다.
- 표준어와 대응되는 자체 어휘: 남새(채소), 닭알(달걀), 가찹다(가깝다), 소래(대야), 덧머리(가발), 보임광선(가시광선), 마른얼음(드라이아이스), 잠약(수면제), 왼쪽지기(좌익수) 등 - 사회주의 체제 특수 어휘: 인민배우, 계급교양, 선동사업, 소요분자, 노농적위대, 인민무력부 등 |

■ 북한·어학 전문가 "한국 말투 등 한류로 北 내부 '사상 문제' 발생…통제 법 만들어도 '우리말 영향력' 막을 수 없을 것"
결론적으로 '새로이 법까지 제정'할 정도로, 북한 당국이 사회 전반에서 '한국 말투'를 근절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후인 2019년 말부터, 대외 관계를 외교적으로 풀어가는 게 아닌 '자력 갱생'을 통한 이른바 '정면 돌파전'을 선언·추구해 왔다"며 "이에 따른 사회 내부의 불만을 통제하고 '사상 투쟁'을 강조하기 위해 해당 법을 만든 것이다. 특히 한국 말투 등 '한류 영향'을 배격함으로써, '부르주아 사상'의 유입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나아가 박 교수는 "언어에는 단순히 말뿐 아니라 '생활 습관'부터 '문화·역사'까지 다 들어가 있기 때문에, 한 체제에서 민중들이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북한 정권도 '언어의 힘'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 말투를 민감하게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해당 법 제정을 포함, 근 몇 년간 북한이 계속해 '반사회주의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결국 내부적으로 '사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정권 차원에서 '한국 말투' 등 한류 문화 유입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한성우 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는 "북한의 평양문화어보호법 제정은, 현재 북한 청년들이 우리나라 문화 콘텐츠를 접하면서 한국 말투를 배워 사용하는 것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방증해주는 일"이라며 "아무리 통제법을 만들어도 대중들의 언어 사용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한국 문화 콘텐츠 자체의 유입은 막으려면 막을 수 있겠지만, 자연스럽게 전파되는 우리 말의 영향력은 결코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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