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제자 철저히 길들였다…나중엔 “없던 일로 하자” 회유 시도​

입력 2023.01.30 (21:23) 수정 2023.05.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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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취재 결과 강 씨는 이 모임을 여러 해 동안 유지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성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착취한 제자들도 여럿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10년 동안 착취당한 피해자와 강 씨 사이의 대화를 분석해봤습니다.

단독보도, 이어서 양예빈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6년 고등학교 2학년인 A 씨를 논술 동아리 선생님으로 만난 강 씨.

처음부터 아빠라고 부르라며 친근함을 쌓고는 이른바 '변신'을 얘기했습니다.

[강OO/전직 교사/2007년 당시/음성변조 : "암적 신체와 텅 빈 신체를 넘어 그것을 넘을 때 충만한 신체가 나오는 거지."]

오래지 않아 성폭행한 뒤에는, 기쁘지 않냐며 답변을 강요하고 유도했습니다.

전부를 걸어야 한다면서 부양 책임까지 요구했습니다.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의 전형입니다.

[김지은/상담심리전문가 : "내가 너의 보호자고, 내가 너를 유일하게 챙겨주는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도 주고, 벗어날 수 없다는 인상도 주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손 놓치지 말고 딴 데 보지 말라며 다독이듯이 몰아붙였습니다.

A 씨는 자신도 모르게 순종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합숙을 해가며 착취 당하면서도 거부할 엄두를 못 낸 이유입니다.

2016년 그 모임을 떠난 뒤에도 못 받은 임금을 받아내겠다는 결심을 하는 데에만 4년이 걸렸습니다.

성폭력 피해는 체불 임금을 상담하던 노무사가 상담센터를 소개해준 뒤에야 겨우 깨달았습니다.

[피해자 A 씨/음성변조 : "그 사람이 하는 말이나 관점에 이미 세뇌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도 있었고."]

강 씨 측은 A씨가 문제를 삼자 그제서야 태도를 바꿨습니다.

임금 일부를 줄 테니 과거는 없던 일로 하자며 회유를 시도했습니다.

[윤형준/변호사 : "(임금 일부를 주는 대신) 이제까지 모든 행위에 대해서 합의하는 조건을 제시받은 것.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강 씨 측은 여전히 범행을 부인합니다.

"고3 여학생이 좋아하면서 이성으로 따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도리어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경찰은, 조만간 강 씨 부부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양예빈입니다.

[앵커]

이 사건 추적해 온 탐사보도부 양예빈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양예빈 기자, 이 사건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 건가요?

[기자]

경찰이 이달 초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공식 확인한 피해자는 1명입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 외에도 지난번 보도 때 전해드린 B씨, 그 밖에도 여러 명이 더 있다고 확인됐습니다.

제보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경찰의 수사와 함께 저희도 더 추적해가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여러 명과 집단생활을 하면서 성적인 착취, 경제적인 착취를 지속했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기자]

앞서 보신 것처럼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이 치밀하게 진행됐기 때문일 텐데요.

강 씨는 꽤 이름난 논술 지도 교사였고요, 언변이 뛰어났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활용해 피해자들이 복종하고 순종하도록 철저히 길들이고 만들어 갔다고 합니다.

자신을 아빠, 아내를 엄마라고 부르게 하면서, 제자로 만난 학생을 안심시키고 또 그 제자들을 통해 다른 학생들을 데려오게 했다는 게 공통된 증언입니다.

마치 가족이라고 믿게 한 거죠.

[앵커]

그래서 수사도 쉽지 않았다면서요?

[기자]

네, 피해 신고도 늦었고, 그 뒤 경찰이 수사를 하면서도 적지 않게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은 강 씨 집을 압수수색하는 모습인데요, 워낙 은밀하게 벌어진 일이라서 물증 찾기도 쉽지 않았고요 가해자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추가 피해자를 찾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들 중엔 아직도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여럿 있다고 합니다.

[앵커]

피해자들도 잘못 아니냐는 일부 목소리는 분명 잘못된 것이겠죠?

[기자]

네, 맞습니다.

지난 첫 보도 이후 저희 기사에 달린 일부 댓글에서도 피해자의 책임을 묻는 반응이 있었습니다만, 그런 시선이야말로 반드시 피해야 할 2차 가해입니다.

그루밍, 가스라이팅 범죄는 피해자가 인지하기 어렵다는 그 자체가 특성입니다.

처음엔 믿고 의지하다가 가해자의 말을 점점 따르는 게 당연해지는 거죠.

잘못은 피해자가 아니라 그런 범행을 실행한 가해자가 한 겁니다.

[앵커]

이같은 그루밍 범죄, 처벌은 당연하겠죠?

[기자]

강 씨는 현재 준강간치상과 공갈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온라인 대화로 아동 청소년을 유인하는 온라인 그루밍 행위는 2021년 9월부터 처벌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그루밍 범죄는 아직 처벌 대상이 아닌 거죠.

여성가족부가 이달 초, 그루밍 처벌 대상을 오프라인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아직은 법안 발의, 부처 협의 등 절차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촬영기자:김민준/보도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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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제자 철저히 길들였다…나중엔 “없던 일로 하자” 회유 시도​
    • 입력 2023-01-30 21:23:27
    • 수정2023-05-04 11: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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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취재 결과 강 씨는 이 모임을 여러 해 동안 유지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성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착취한 제자들도 여럿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는지 10년 동안 착취당한 피해자와 강 씨 사이의 대화를 분석해봤습니다.

단독보도, 이어서 양예빈 기자입니다.

[리포트]

2006년 고등학교 2학년인 A 씨를 논술 동아리 선생님으로 만난 강 씨.

처음부터 아빠라고 부르라며 친근함을 쌓고는 이른바 '변신'을 얘기했습니다.

[강OO/전직 교사/2007년 당시/음성변조 : "암적 신체와 텅 빈 신체를 넘어 그것을 넘을 때 충만한 신체가 나오는 거지."]

오래지 않아 성폭행한 뒤에는, 기쁘지 않냐며 답변을 강요하고 유도했습니다.

전부를 걸어야 한다면서 부양 책임까지 요구했습니다.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의 전형입니다.

[김지은/상담심리전문가 : "내가 너의 보호자고, 내가 너를 유일하게 챙겨주는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도 주고, 벗어날 수 없다는 인상도 주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손 놓치지 말고 딴 데 보지 말라며 다독이듯이 몰아붙였습니다.

A 씨는 자신도 모르게 순종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합숙을 해가며 착취 당하면서도 거부할 엄두를 못 낸 이유입니다.

2016년 그 모임을 떠난 뒤에도 못 받은 임금을 받아내겠다는 결심을 하는 데에만 4년이 걸렸습니다.

성폭력 피해는 체불 임금을 상담하던 노무사가 상담센터를 소개해준 뒤에야 겨우 깨달았습니다.

[피해자 A 씨/음성변조 : "그 사람이 하는 말이나 관점에 이미 세뇌가 되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도 있었고."]

강 씨 측은 A씨가 문제를 삼자 그제서야 태도를 바꿨습니다.

임금 일부를 줄 테니 과거는 없던 일로 하자며 회유를 시도했습니다.

[윤형준/변호사 : "(임금 일부를 주는 대신) 이제까지 모든 행위에 대해서 합의하는 조건을 제시받은 것.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요."]

하지만 강 씨 측은 여전히 범행을 부인합니다.

"고3 여학생이 좋아하면서 이성으로 따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도리어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입니다.

경찰은, 조만간 강 씨 부부 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다른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계획입니다.

KBS 뉴스 양예빈입니다.

[앵커]

이 사건 추적해 온 탐사보도부 양예빈 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양예빈 기자, 이 사건 피해자가 얼마나 되는 건가요?

[기자]

경찰이 이달 초 구속영장을 신청할 때 공식 확인한 피해자는 1명입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이 외에도 지난번 보도 때 전해드린 B씨, 그 밖에도 여러 명이 더 있다고 확인됐습니다.

제보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경찰의 수사와 함께 저희도 더 추적해가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여러 명과 집단생활을 하면서 성적인 착취, 경제적인 착취를 지속했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기자]

앞서 보신 것처럼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이 치밀하게 진행됐기 때문일 텐데요.

강 씨는 꽤 이름난 논술 지도 교사였고요, 언변이 뛰어났다고 합니다.

이런 점을 활용해 피해자들이 복종하고 순종하도록 철저히 길들이고 만들어 갔다고 합니다.

자신을 아빠, 아내를 엄마라고 부르게 하면서, 제자로 만난 학생을 안심시키고 또 그 제자들을 통해 다른 학생들을 데려오게 했다는 게 공통된 증언입니다.

마치 가족이라고 믿게 한 거죠.

[앵커]

그래서 수사도 쉽지 않았다면서요?

[기자]

네, 피해 신고도 늦었고, 그 뒤 경찰이 수사를 하면서도 적지 않게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지금 보시는 화면은 강 씨 집을 압수수색하는 모습인데요, 워낙 은밀하게 벌어진 일이라서 물증 찾기도 쉽지 않았고요 가해자는 범행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추가 피해자를 찾는 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들 중엔 아직도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도 여럿 있다고 합니다.

[앵커]

피해자들도 잘못 아니냐는 일부 목소리는 분명 잘못된 것이겠죠?

[기자]

네, 맞습니다.

지난 첫 보도 이후 저희 기사에 달린 일부 댓글에서도 피해자의 책임을 묻는 반응이 있었습니다만, 그런 시선이야말로 반드시 피해야 할 2차 가해입니다.

그루밍, 가스라이팅 범죄는 피해자가 인지하기 어렵다는 그 자체가 특성입니다.

처음엔 믿고 의지하다가 가해자의 말을 점점 따르는 게 당연해지는 거죠.

잘못은 피해자가 아니라 그런 범행을 실행한 가해자가 한 겁니다.

[앵커]

이같은 그루밍 범죄, 처벌은 당연하겠죠?

[기자]

강 씨는 현재 준강간치상과 공갈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온라인 대화로 아동 청소년을 유인하는 온라인 그루밍 행위는 2021년 9월부터 처벌하지만 오프라인에서 발생하는 그루밍 범죄는 아직 처벌 대상이 아닌 거죠.

여성가족부가 이달 초, 그루밍 처벌 대상을 오프라인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아직은 법안 발의, 부처 협의 등 절차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촬영기자:김민준/보도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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