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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 손가락 모두 훼손…경찰은 “동상” 이라는데
입력 2023.01.31 (11:13) 수정 2023.01.31 (14:14) 취재K

"노인 한 분이 산에 쓰러진 채 온몸을 떨고 있어요."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소방서에 접수된 신고. 수원 장안구 광교산 등산로에서 80대 이 모 씨가 발견됐단 내용이었습니다.

영하 17도 안팎의 혹한 속에, 이 씨는 청바지와 얇은 외투 두세 겹만 걸친 상태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의식은 있었지만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씨는 '치매 노인'이었습니다. 거주지는 수원시 연무동, 혼자 사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거주지에서 발견 장소까지는 약 7km, 정상 보행으로도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 손가락, 심각한 중상

심각한 건, 이 씨의 부상 정도와 부위였습니다.

발견 당시, 열 손가락 모두 크게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손가락 대부분이 잘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두 손은 피투성이였고, 훼손된 부위가 이 씨 옆에서 함께 발견됐습니다.

소방은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 씨를 데려갔습니다.


■ 경찰 "범죄 혐의점 없다"

경찰의 결론은 수사 종결이었습니다. 노인의 손가락 훼손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노인을 발견한 지 약 2시간 만에 내린 결정입니다. 경찰은 단순히 동상 때문에 손가락이 잘린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출동한 수원중부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수도권에 한파경보가 내려져 있었고, '동상이 심하다'는 구급대원의 말에 따라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가 동상으로 인해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벤치나 돌 등에 손가락을 긁은 거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게 이 사건은 '발생 보고서'에만 기록됐습니다.

■ 전문가 "동상 단정할 수 없어"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KBS 취재진은 발견 당시 노인의 손가락 훼손 사진을 법의학자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이정빈 가천대 의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동상을 입어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잘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노인의 손가락 상태를 볼 때, 칼로 베였거나 어딘가에 큰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과 교수도 "손가락 절단 형태나 손등 상처를 볼 때 둔기에 꾹 늘린 흔적이 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 "목격자를 찾습니다"

당사자나 보호자에게 묻는 게 가장 확실하고 빠를 일이었습니다.

KBS 취재진은 노인이 이송된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해당 병원에는 입원 기록이 없었습니다.

응급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인이 발견된 광교산 등산로 인근을 탐문했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해당 장소에는 CCTV가 없었고, 목격했다는 이를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경찰의 판단처럼 동상으로 다쳤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게 아니었다면, 사건은 복잡해집니다. 인적이 드문 장소였고, 치매 노인이 정확히 진술해줄 거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마냥 넘기기엔 할아버지의 손가락 부상 정도가 너무 심각했습니다.

KBS는 이 씨의 보호자 혹은 이 씨를 아는 주민이나 목격자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치매 노인, 손가락 모두 훼손…경찰은 “동상” 이라는데
    • 입력 2023-01-31 11:13:38
    • 수정2023-01-31 14:14:31
    취재K

"노인 한 분이 산에 쓰러진 채 온몸을 떨고 있어요."

지난 24일 경기도 수원소방서에 접수된 신고. 수원 장안구 광교산 등산로에서 80대 이 모 씨가 발견됐단 내용이었습니다.

영하 17도 안팎의 혹한 속에, 이 씨는 청바지와 얇은 외투 두세 겹만 걸친 상태로 쓰러져 있었습니다.

의식은 있었지만 온몸을 덜덜 떨고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 씨는 '치매 노인'이었습니다. 거주지는 수원시 연무동, 혼자 사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거주지에서 발견 장소까지는 약 7km, 정상 보행으로도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 손가락, 심각한 중상

심각한 건, 이 씨의 부상 정도와 부위였습니다.

발견 당시, 열 손가락 모두 크게 훼손된 상태였습니다. 손가락 대부분이 잘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습니다.

두 손은 피투성이였고, 훼손된 부위가 이 씨 옆에서 함께 발견됐습니다.

소방은 즉시 인근 병원으로 이 씨를 데려갔습니다.


■ 경찰 "범죄 혐의점 없다"

경찰의 결론은 수사 종결이었습니다. 노인의 손가락 훼손과 관련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노인을 발견한 지 약 2시간 만에 내린 결정입니다. 경찰은 단순히 동상 때문에 손가락이 잘린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당시 출동한 수원중부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수도권에 한파경보가 내려져 있었고, '동상이 심하다'는 구급대원의 말에 따라 범죄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씨가 동상으로 인해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벤치나 돌 등에 손가락을 긁은 거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게 이 사건은 '발생 보고서'에만 기록됐습니다.

■ 전문가 "동상 단정할 수 없어"

전문가들의 의견은 어떨까.

KBS 취재진은 발견 당시 노인의 손가락 훼손 사진을 법의학자들에게 보여줬습니다.

이정빈 가천대 의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동상을 입어 자연스럽게 손가락이 잘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노인의 손가락 상태를 볼 때, 칼로 베였거나 어딘가에 큰 충격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성호 서울대 의대 법의학과 교수도 "손가락 절단 형태나 손등 상처를 볼 때 둔기에 꾹 늘린 흔적이 있다"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 "목격자를 찾습니다"

당사자나 보호자에게 묻는 게 가장 확실하고 빠를 일이었습니다.

KBS 취재진은 노인이 이송된 대학병원을 찾았지만, 해당 병원에는 입원 기록이 없었습니다.

응급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거나 다른 병원으로 이송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인이 발견된 광교산 등산로 인근을 탐문했지만, 성과는 없었습니다. 해당 장소에는 CCTV가 없었고, 목격했다는 이를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경찰의 판단처럼 동상으로 다쳤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그게 아니었다면, 사건은 복잡해집니다. 인적이 드문 장소였고, 치매 노인이 정확히 진술해줄 거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마냥 넘기기엔 할아버지의 손가락 부상 정도가 너무 심각했습니다.

KBS는 이 씨의 보호자 혹은 이 씨를 아는 주민이나 목격자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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