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그 사람, 변호사 자격 없는데?”…법무부 뒤늦게 “아차!”

입력 2023.01.31 (18:31) 수정 2023.05.0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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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남부지검장을 지냈던 김진모 변호사.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2비서관으로 일했는데,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무마할 목적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5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업무상 횡령 등 혐의를 적용해 2018년 2월 김 전 검사장을 구속 기소했고, 2020년 5월 대법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습니다.

현행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개업 등록을 할 수 없고 이미 등록됐다면 취소해야 합니다.

■'징역형 확정'부터 '변호사 등록 취소'까지 32개월

그런데 KBS 취재 결과,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초에야 대한변협에 김 전 검사장에 대한 '변호사 등록 취소'를 명령했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형이 확정된 지 32개월이나 지나선데, 추미애 장관과 박범계 장관을 거쳐 한동훈 장관이 취임한 뒤 7개월이 흘러서야 김 전 검사장에게 변호사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한 겁니다.

그런데 김 전 검사장은 같은 달 28일 '대통령 신년 특별사면'에서 복권됐습니다. 뒤늦게 취소된 변호사 자격이 3주 만에 다시 살아났고, 법무부의 '취소 명령'은 사실상 '촌극'이 됐습니다. (물론 법무부가 신년 특사 대상을 검토하다가 김 전 검사장의 변호사 등록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개연성도 있습니다.)

김진모 변호사는 복권된 뒤 하루 만에 국민의힘 청주시 서원구 조직위원장에 임명됐고, 최근 당협위원장으로 추대됐다김진모 변호사는 복권된 뒤 하루 만에 국민의힘 청주시 서원구 조직위원장에 임명됐고, 최근 당협위원장으로 추대됐다

변호사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김 전 검사장이 유죄를 확정받고도 변론 활동을 했다면 그 자체로도 불법이 됩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가 변호사로 활동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 전 검사장은 KBS 취재진에게 "유죄가 확정된 뒤 내가 만든 법무법인이 폐업했다"며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실제로도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보고는 받았는데…" 장관 바뀌는 내내 몰랐던 법무부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지방검찰청장은 변호사의 범죄 등 징계 사유를 발견하면 대한변협회장에게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를 신청하고, '검찰보고 사무규칙'에 따라 해당 사건의 재판 결과 등을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변호사법 제97조의2(징계개시의 신청)
① 지방검찰청검사장 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범죄수사 등 업무의 수행 중 변호사에게 제91조에 따른 징계 사유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을 때에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에게 그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를 신청하여야 한다.

법무부는 "김 전 검사장의 경우 수사 개시 당시 이미 3년의 징계시효가 지나 (당시 지검장이) 징계개시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대한변협도 법무부에 등록 취소 명령을 요청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전 비서관에 대한 재판 결과도 확정 선고가 난 2020년 5월쯤 법무부에 보고는 됐다"며 "당시 대한변협의 등록 취소 명령 요청이 없어 법무부도 등록 취소 명령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한변협은 "변호사에 대한 형 확정을 언론보도 외에 알 수 없어, 법무부에 먼저 변호사 등록 취소 요청을 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입니다.

정리하자면, 2020년 5월 당시 법무부가 김 전 검사장에 대한 징역형 확정 사실을 보고받고도 대한변협에 알리지 않았고, 그 상태가 장관이 두 번이나 바뀔 때까지 그대로 유지됐던 겁니다.

■법무부 "결격사유 변호사, 신속히 등록 취소"

지난 3년간 법무부가 변호사 등록 취소 명령을 한 건은 모두 34차례, 대상은 모두 54명입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유죄 확정 뒤 5개월 만에 등록 취소 명령이 내려졌고,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은 일주일이 걸리는 등 모두 제각각입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내부적으로 사무 점검을 하다가 이와 같은 사례를 발견해 전수조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재판 결과를 보고하는 업무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이후 관련 업무를 체계화하고, 대한변협의 요청이 없더라도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변호사에 대한 등록 취소를 신속히 명령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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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그 사람, 변호사 자격 없는데?”…법무부 뒤늦게 “아차!”
    • 입력 2023-01-31 18:31:55
    • 수정2023-05-04 11:41:42
    취재K

서울남부지검장을 지냈던 김진모 변호사.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2비서관으로 일했는데,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을 폭로한 장진수 전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을 무마할 목적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5천만 원을 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업무상 횡령 등 혐의를 적용해 2018년 2월 김 전 검사장을 구속 기소했고, 2020년 5월 대법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습니다.

현행 변호사법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형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변호사는 변호사 업무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개업 등록을 할 수 없고 이미 등록됐다면 취소해야 합니다.

■'징역형 확정'부터 '변호사 등록 취소'까지 32개월

그런데 KBS 취재 결과,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초에야 대한변협에 김 전 검사장에 대한 '변호사 등록 취소'를 명령했단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형이 확정된 지 32개월이나 지나선데, 추미애 장관과 박범계 장관을 거쳐 한동훈 장관이 취임한 뒤 7개월이 흘러서야 김 전 검사장에게 변호사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한 겁니다.

그런데 김 전 검사장은 같은 달 28일 '대통령 신년 특별사면'에서 복권됐습니다. 뒤늦게 취소된 변호사 자격이 3주 만에 다시 살아났고, 법무부의 '취소 명령'은 사실상 '촌극'이 됐습니다. (물론 법무부가 신년 특사 대상을 검토하다가 김 전 검사장의 변호사 등록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개연성도 있습니다.)

김진모 변호사는 복권된 뒤 하루 만에 국민의힘 청주시 서원구 조직위원장에 임명됐고, 최근 당협위원장으로 추대됐다
변호사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김 전 검사장이 유죄를 확정받고도 변론 활동을 했다면 그 자체로도 불법이 됩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 결격사유에 해당하는 자가 변호사로 활동하는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김 전 검사장은 KBS 취재진에게 "유죄가 확정된 뒤 내가 만든 법무법인이 폐업했다"며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실제로도 변호사 활동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보고는 받았는데…" 장관 바뀌는 내내 몰랐던 법무부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지방검찰청장은 변호사의 범죄 등 징계 사유를 발견하면 대한변협회장에게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를 신청하고, '검찰보고 사무규칙'에 따라 해당 사건의 재판 결과 등을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변호사법 제97조의2(징계개시의 신청)
① 지방검찰청검사장 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범죄수사 등 업무의 수행 중 변호사에게 제91조에 따른 징계 사유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을 때에는 대한변호사협회의 장에게 그 변호사에 대한 징계개시를 신청하여야 한다.

법무부는 "김 전 검사장의 경우 수사 개시 당시 이미 3년의 징계시효가 지나 (당시 지검장이) 징계개시 신청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대한변협도 법무부에 등록 취소 명령을 요청하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전 비서관에 대한 재판 결과도 확정 선고가 난 2020년 5월쯤 법무부에 보고는 됐다"며 "당시 대한변협의 등록 취소 명령 요청이 없어 법무부도 등록 취소 명령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한변협은 "변호사에 대한 형 확정을 언론보도 외에 알 수 없어, 법무부에 먼저 변호사 등록 취소 요청을 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입니다.

정리하자면, 2020년 5월 당시 법무부가 김 전 검사장에 대한 징역형 확정 사실을 보고받고도 대한변협에 알리지 않았고, 그 상태가 장관이 두 번이나 바뀔 때까지 그대로 유지됐던 겁니다.

■법무부 "결격사유 변호사, 신속히 등록 취소"

지난 3년간 법무부가 변호사 등록 취소 명령을 한 건은 모두 34차례, 대상은 모두 54명입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유죄 확정 뒤 5개월 만에 등록 취소 명령이 내려졌고,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은 일주일이 걸리는 등 모두 제각각입니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내부적으로 사무 점검을 하다가 이와 같은 사례를 발견해 전수조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재판 결과를 보고하는 업무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며 "이후 관련 업무를 체계화하고, 대한변협의 요청이 없더라도 결격 사유에 해당하는 변호사에 대한 등록 취소를 신속히 명령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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