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나는 진윤!”…與 ‘진박 감별 몰락’ 잊었나?

입력 2023.02.0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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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른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전대'라 불립니다. 누가 더 윤 대통령의 마음에 드느냐로 '과시 경쟁'이 한창입니다.

이렇게 '윤심 쟁탈전'이 치열한 와중에 이번엔 '진윤'(眞尹)이란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이 오늘(1일) 자신을 '진윤'이라 칭하며 "진짜 윤심은 나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예비경선에 도전하는 윤상현 의원. 〈연합뉴스〉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예비경선에 도전하는 윤상현 의원. 〈연합뉴스〉

"김기현 후보는 '친윤 후보'고요. 윤상현 후보는 '진윤 후보'예요. 그게 차이점이고."

"솔직히 김기현 후보는 완전히 마케팅 아닙니까? '윤심 팔이', '윤심 마케팅', 이게 결국 대통령한테 도움이 안 됩니다. 세상에 내가 대통령을 만났다, 대통령의 뜻이다, 저는 절대로 그런 얘기를 안 합니다. 그러나 제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결국은 대통령을 위한 거라는 걸 다 알고 계십니다."

-윤상현 의원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中)

'윤심'과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

그 역시 알려진 것과 달리 '윤심'이 전부 김기현 의원에게 쏠린 건 아니라는 취지로 말을 보탰습니다.

진행자 : '윤심'이 김기현 의원에게 지금 100% 가 있는 거 아니냐, 이런 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말씀이세요?
안철수 의원 : 네, 그렇습니다.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中)

■ 범윤, 친윤, 비윤, 반윤에 이어 진윤까지 등장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국민의힘 내에는 수많은 '윤'(尹)들이 생겨났습니다.

집권 초기, 여당에서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 대부분은 스스로를 '친윤'이라 칭합니다. 대통령과 정부 정책에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소극적 친윤'들은 이른바 '범윤'(汎尹), '범(汎)친윤'으로 분류되죠.

하지만 매번 같은 박자로 호흡할 수 없기에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는 '비윤'(非尹)이 생겨나고, 이 색채가 강해지면 '반윤'(反尹)이 되기도 합니다.

'비윤'을 넘어 '반윤'이 되면 주류로 발돋움하기는커녕, 당내 입지마저 흔들립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유승민 전 의원은 그동안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계속해서 세우며 '반윤 대표주자'로 꼽혀왔습니다. 어제, 당 대표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도 "폭정을 막고 민주 공화정을 지키는 소명을 다 하겠다"며 윤 대통령을 겨냥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력 주자였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또 한 사람, 나경원 전 의원은 결이 약간 다릅니다. '친윤'을 자처했지만, '반윤'으로 내몰린 사례입니다. 출마를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거론했던 한 마디에 순식간에 '반윤 우두머리'로 찍힌 겁니다.

결국, 이번 전당대회에선 '친윤' 타이틀을 잃으면 당권 구도에 뛰어들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그 와중에 윤상현 의원이 사실상 금지어에 가까웠던 '진윤'까지 언급하고 나선 겁니다.

■ 보수 정당 짓누르는 '진박 트라우마'

이미 옛일이 된 지 오래지만, 여권 내에선 박근혜 정부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
-박근혜 대통령 (2015년 11월 10일 국무회의 中)

이 발언 이후 이른바 ‘진박·가박’ 논란이 여권을 휩쓸었습니다. 진박은 ‘진짜 친박’ 또는 ‘진실한 친박’, 가박은 ‘가짜 친박’이란 뜻입니다.

진박 감별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탈당해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서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제2당이 됐고,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2020년 총선까지 내리 지게 됩니다. 이른바 '진박 트라우마'입니다.

이에 대한 기시감 때문인지,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핵관', '친윤계'의 목소리가 날로 커가는 상황을 놓고 당시의 '진박 감별사'와 유사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그 윤핵관들은 정말 제가 옛날에 무슨 '진박 감별사'들. 그보다 좀 더 심한 사람들 아니냐."
-유승민 전 의원 (지난해 12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中')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2016년의 악몽이 떠오릅니다."
- 나경원 전 의원 (지난달 15일, 페이스북 中)

집권 여당 내 반복되는 '친○' 논란은 그 자체로 낯뜨거운 풍경입니다.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는, 퇴행적 태도란 지적도 상당합니다.

무엇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허덕이는 국민은 '진윤'을 감별할 여유도, 이유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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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윤? 나는 진윤!”…與 ‘진박 감별 몰락’ 잊었나?
    • 입력 2023-02-01 14:30:51
    취재K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전당대회 후보 등록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른바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전대'라 불립니다. 누가 더 윤 대통령의 마음에 드느냐로 '과시 경쟁'이 한창입니다.

이렇게 '윤심 쟁탈전'이 치열한 와중에 이번엔 '진윤'(眞尹)이란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당권 주자인 윤상현 의원이 오늘(1일) 자신을 '진윤'이라 칭하며 "진짜 윤심은 나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나선 겁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 대표 예비경선에 도전하는 윤상현 의원. 〈연합뉴스〉
"김기현 후보는 '친윤 후보'고요. 윤상현 후보는 '진윤 후보'예요. 그게 차이점이고."

"솔직히 김기현 후보는 완전히 마케팅 아닙니까? '윤심 팔이', '윤심 마케팅', 이게 결국 대통령한테 도움이 안 됩니다. 세상에 내가 대통령을 만났다, 대통령의 뜻이다, 저는 절대로 그런 얘기를 안 합니다. 그러나 제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결국은 대통령을 위한 거라는 걸 다 알고 계십니다."

-윤상현 의원 (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中)

'윤심'과 상대적으로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 당권 주자인 안철수 의원.

그 역시 알려진 것과 달리 '윤심'이 전부 김기현 의원에게 쏠린 건 아니라는 취지로 말을 보탰습니다.

진행자 : '윤심'이 김기현 의원에게 지금 100% 가 있는 거 아니냐, 이런 게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런 말씀이세요?
안철수 의원 : 네, 그렇습니다.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中)

■ 범윤, 친윤, 비윤, 반윤에 이어 진윤까지 등장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국민의힘 내에는 수많은 '윤'(尹)들이 생겨났습니다.

집권 초기, 여당에서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이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 대부분은 스스로를 '친윤'이라 칭합니다. 대통령과 정부 정책에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는 '소극적 친윤'들은 이른바 '범윤'(汎尹), '범(汎)친윤'으로 분류되죠.

하지만 매번 같은 박자로 호흡할 수 없기에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는 '비윤'(非尹)이 생겨나고, 이 색채가 강해지면 '반윤'(反尹)이 되기도 합니다.

'비윤'을 넘어 '반윤'이 되면 주류로 발돋움하기는커녕, 당내 입지마저 흔들립니다.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유승민 전 의원은 그동안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계속해서 세우며 '반윤 대표주자'로 꼽혀왔습니다. 어제, 당 대표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도 "폭정을 막고 민주 공화정을 지키는 소명을 다 하겠다"며 윤 대통령을 겨냥하는 듯한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유력 주자였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또 한 사람, 나경원 전 의원은 결이 약간 다릅니다. '친윤'을 자처했지만, '반윤'으로 내몰린 사례입니다. 출마를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윤 대통령을 거론했던 한 마디에 순식간에 '반윤 우두머리'로 찍힌 겁니다.

결국, 이번 전당대회에선 '친윤' 타이틀을 잃으면 당권 구도에 뛰어들기조차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그 와중에 윤상현 의원이 사실상 금지어에 가까웠던 '진윤'까지 언급하고 나선 겁니다.

■ 보수 정당 짓누르는 '진박 트라우마'

이미 옛일이 된 지 오래지만, 여권 내에선 박근혜 정부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
-박근혜 대통령 (2015년 11월 10일 국무회의 中)

이 발언 이후 이른바 ‘진박·가박’ 논란이 여권을 휩쓸었습니다. 진박은 ‘진짜 친박’ 또는 ‘진실한 친박’, 가박은 ‘가짜 친박’이란 뜻입니다.

진박 감별의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2016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탈당해 야권이 분열된 상황에서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은 제2당이 됐고, 이후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2020년 총선까지 내리 지게 됩니다. 이른바 '진박 트라우마'입니다.

이에 대한 기시감 때문인지, 현재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핵관', '친윤계'의 목소리가 날로 커가는 상황을 놓고 당시의 '진박 감별사'와 유사하다는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그 윤핵관들은 정말 제가 옛날에 무슨 '진박 감별사'들. 그보다 좀 더 심한 사람들 아니냐."
-유승민 전 의원 (지난해 12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中')

"제2의 '진박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습니까? 2016년의 악몽이 떠오릅니다."
- 나경원 전 의원 (지난달 15일, 페이스북 中)

집권 여당 내 반복되는 '친○' 논란은 그 자체로 낯뜨거운 풍경입니다.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하는, 퇴행적 태도란 지적도 상당합니다.

무엇보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허덕이는 국민은 '진윤'을 감별할 여유도, 이유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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