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슈] “고려 불상 일본 소유 인정”…판결 뒤집혔다 이유는?

입력 2023.02.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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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좌를 튼 온화한 자태.

흘러내리듯 섬세하게 표현된 옷자락.

불가에서 자비로 중생을 구제한다는 관음보살의 형상입니다.

정식 명칭은 '금동관음보살 좌상'.

충남 서산 부석사에 봉안된 고려시대 불상으로, 왜구에 약탈됐다가 절도범이 일본에서 훔쳐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왔는데요.

약탈 문화재 혹은 도난된 장물.

이 불상의 반환 여부에 대한 법원의 2심 판결이 오늘 1일 나왔습니다.

대전고등법원 민사1부는 이날 오후 2시 부석사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 인도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어, '불상 소유권'을 주장한 원고 부석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약탈 가능성'을 인정해 부석사 측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뒤집은 겁니다.

'부석사 불상 소유권 분쟁'의 기원은 약 7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부석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 불상은 1330년경 고려왕조 때 부석사 봉안을 위해 높이 50.5㎝, 무게 38.6㎏으로 제작됐고, 1352년과 1381년 사이 5차례 일어난 왜구의 서산 침략 과정에서 약탈됐습니다.

이후 일본으로 유출된 불상은, 오랜 기간 대마도 관음사에 모셔져 있었습니다.

2012년 국내 절도단이 이를 훔쳐 국내로 다시 들여와 22억 원에 처분하려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2017년 한국 부석사와 일본 관음사 중, 어느 쪽에 '불상 소유권'이 있는지에 대한 1심 판결은 부석사의 승소였는데요.

일본 관음사 측 주장은 달랐습니다.

1527년 당시 조선에서 수행을 하던 관음사 창설자 '종관'이라는 사람이 불상을 적법하게 물려받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불상을 약탈했다는 주체와 시점이 확실치 않은 데다, 약탈된 문화재라도 관음사가 수백 년 동안 보관해왔기 때문에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관음사 측 주장처럼 약탈 문화재더라도 소유 의사를 갖고, 장기간 소유했다면 '취득 시효'가 인정된다는 논리입니다.

문화재청이 진품으로 판명한 이 불상은,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수장고에 보관돼 있는 상황입니다.

KBS 뉴스 신승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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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1 15: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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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좌를 튼 온화한 자태.

흘러내리듯 섬세하게 표현된 옷자락.

불가에서 자비로 중생을 구제한다는 관음보살의 형상입니다.

정식 명칭은 '금동관음보살 좌상'.

충남 서산 부석사에 봉안된 고려시대 불상으로, 왜구에 약탈됐다가 절도범이 일본에서 훔쳐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왔는데요.

약탈 문화재 혹은 도난된 장물.

이 불상의 반환 여부에 대한 법원의 2심 판결이 오늘 1일 나왔습니다.

대전고등법원 민사1부는 이날 오후 2시 부석사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유체동산 인도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어, '불상 소유권'을 주장한 원고 부석사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약탈 가능성'을 인정해 부석사 측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뒤집은 겁니다.

'부석사 불상 소유권 분쟁'의 기원은 약 7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부석사 측 설명에 따르면, 이 불상은 1330년경 고려왕조 때 부석사 봉안을 위해 높이 50.5㎝, 무게 38.6㎏으로 제작됐고, 1352년과 1381년 사이 5차례 일어난 왜구의 서산 침략 과정에서 약탈됐습니다.

이후 일본으로 유출된 불상은, 오랜 기간 대마도 관음사에 모셔져 있었습니다.

2012년 국내 절도단이 이를 훔쳐 국내로 다시 들여와 22억 원에 처분하려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2017년 한국 부석사와 일본 관음사 중, 어느 쪽에 '불상 소유권'이 있는지에 대한 1심 판결은 부석사의 승소였는데요.

일본 관음사 측 주장은 달랐습니다.

1527년 당시 조선에서 수행을 하던 관음사 창설자 '종관'이라는 사람이 불상을 적법하게 물려받았다는 것입니다.

또한 불상을 약탈했다는 주체와 시점이 확실치 않은 데다, 약탈된 문화재라도 관음사가 수백 년 동안 보관해왔기 때문에 소유권이 인정된다는 논리였습니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관음사 측 주장처럼 약탈 문화재더라도 소유 의사를 갖고, 장기간 소유했다면 '취득 시효'가 인정된다는 논리입니다.

문화재청이 진품으로 판명한 이 불상은, 현재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원 수장고에 보관돼 있는 상황입니다.

KBS 뉴스 신승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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