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로 밀반입 ‘고려불상’ 소유권 일본으로…1심 뒤집혀

[앵커]

깊은 상념에 빠진 듯한 이 불상은 고려시대인 1330년 충남 부석사에 모셔졌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평민 서른두 명의 시주로 만들어졌다는데요.

그 뒤 조선시대, 왜구에 약탈당했다는 게 부석사의 설명입니다.

실제 이 불상은 한참 뒤 일본 대마도의 한 절에서 발견됐습니다.

그 다음이 문제인데요.

한국의 절도범들이 이 불상을 다시 훔쳐온 겁니다.

원래 우리 것이었으니 그냥 둬야 한다, 아니다 훔친 거니 돌려줘야 한다 논란에 소송전까지 진행되고 있는데, 2심 법원이 오늘(1일) 1심 판결을 뒤집고 불상을 일본에 돌려주라고 판결했습니다.

한솔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2년 절도범에 의해 일본의 한 사찰에서 국내로 밀반입된 고려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

정부가 압수한 불상을 일본에 돌려주려다 불상 안에서 충남 서산의 옛 이름인 서주 부석사에서 만들어졌다는 문서가 나오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불상 소유권을 두고 부석사와 정부 간 법적 다툼이 시작돼 1심 재판부는 왜구 약탈에 의한 반출을 인정해 부석사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6년 뒤 열린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대전고법은 부석사의 청구를 기각하고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불상이 제작된 서주 부석사와 현재 소유권을 주장하는 부석사를 같은 곳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왜구가 약탈해 반출했다고 볼만한 증거도 있지만, 도난 전까지 일본 사찰에 60년간 있었던 사실이 인정돼 20년의 취득시효를 넘겼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문화재 반환 문제는 국제법이나 문화재 환수 협약에 따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부석사 측은 즉각 반발하고 대법원에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원우/서산 부석사 전 주지 스님 : "저희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고 용기 있는 대한민국의 판사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그런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판결이 나오자 불상의 조기반환을 우리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불상은 대전 국립문화재연구소에 10년째 보관돼 있습니다.

KBS 뉴스 한솔입니다.

촬영기자:박평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