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층시사국] 취업빙하기,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입력 2023.02.01 (23:49) 수정 2023.02.1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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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보다 깊고, 다큐보다 가볍게! 뉴스와 유튜브를 넘나드는 '감성시사' 9층시사국>

■ [9층시사국] 취업빙하기,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프롤로그 VCR]
경기침체는 예고된 거나 마찬가지!

김용춘/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
“글로벌 시장 자체가 지금 완전히 죽었습니다.”


대한민국 청춘들은 때를 잘못 만났습니다.

정윤아/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정규직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용춘/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
"(올해) 역대급으로 고용한파가 몰아치지 않을까..."

그런데 일본에는 더 혹독했던 '취업빙하기'가 있었습니다.

일본 취업준비생 (1995년 뉴스 화면)
"원하는 직장을 고른다기보다 면접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려 10년 동안이나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일본 취업준비생 (1995년 뉴스 화면)
"저희가 취업할 때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일본의 취업빙하기 세대, 20여 년 동안 무직과 비정규직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훌쩍 중년이 되어 버렸습니다.

찰스 유지 호리오카/일본 고베대학교 교수
"한국에서도 완전히 똑같은 일이 발생할 거라고 봅니다. "


■ "청년일자리 쏟아졌다지만..." 여전히 '취업 터널' 갇힌 청년들…왜?

[VCR]
대한민국 청춘들은 지금 좁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춥고, 외롭고, 무섭고, 힘들어도 혼자서 헤쳐 나가야만 합니다.

이 심정을 알아줄 이는 역시 또래 친구들뿐입니다. 취업준비에 고단한 26살 동갑내기 친구들이 모인 저녁 자리, 수다는 걱정을 지워줍니다.


하지만 잠깐 동안의 안도감을 세상은 허락해주지 않습니다. 취업한파 때문에 대학생들이 졸업을 미룬다는 뉴스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김보미/26살, 취업준비생 (계약직 근무중)
"저기 (TV 뉴스에) 우리 얘기 나와. 나도 졸업 유예했는데."

정윤아/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아 진짜? 그래?"

이도이/26살, 취업준비생
"지금 유예 중인 거야?"

김보미/26살, 취업준비생 (계약직 근무중)
"왜 했냐면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 졸업을 해버리면 취업이 안 된대."

정윤아/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올해 구인이) 정말? 10분의 1이래..."

김보미/26살, 취업준비생 (계약직 근무중)
"진짜 다 취업 못 하는구나..."


여기 모인 세 사람 중에 취업을 한 사람은 딱 한 명, 그마저도 다음 달 계약이 만료되면 앞이 막막합니다.

김보미/26살, 취업준비생 (계약직 근무)
"공백기를 놔두기에는 제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3월에 제 계약이 만료되는데 그 전에 취업될지도 미지수고 작년에 호황이다, 이런 소리도 많이 들리고 하는데 저는 실제로는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고 체감은 많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제 주변 친구들도 다 취업도 안 되는 상황이고..."



코로나 격리가 풀린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6.4%로 이례적으로 낮았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취직한 친구가 주위에 왜 안 보일까요?


■ "경력 없는 '생 신입'이 입사하는 건 기적에 가까워요" 취업 안 돼 단기직 떠도는 청년들

서울의 조용한 주택가. 새벽 기운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또 한 명의 청춘은 허름한 골목길을 나섭니다. 28살 권진수(가명) 씨 이야기입니다.

[INT] 권진수(가명)/ 28살,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 근무중)
"오늘 7시 한 35분쯤에 출발한 것 같아요."


진수 씨는 매일 전철로 한 시간 남짓 이동해 화려한 빌딩이 즐비한 도심으로 출근합니다. 언뜻 봐도 번듯해 보이는 회사, 하지만 이곳은 진수 씨 회사이기도 하고, 진수 씨 회사가 아니기도 합니다. 진수 씨는 몇 달 전 이 회사 신입사원 모집에서 떨어졌습니다. 자신을 거부한 회사에서 3개월짜리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를 얻었습니다.

[INT] 권진수(가명) / 28살,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 근무)
“(이 회사에) 지원도 했고 서류 제출도 했는데 아쉽게 잘 되지는 않아서 딱 마침 같은 부서에서 사무 아르바이트를 뽑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자신을 이긴 경쟁자들을 거들어주는 일입니다.

차주하 / 9층시사국 취재기자
"일을 해 보니까 어떠세요?"

권진수(가명) / 28살,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 근무)
"실질적인 업무는 아닌 것 같기는 해요, 확실히. 사원들이 다 하지 못하는 일들을 서포트 해 주는 느낌이라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업무진행 상황, 그런 거를 볼 수 있다는 점은 그나마 괜찮은 것 같아요."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위안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요즘 신입사원들 대부분이 1~2년씩 경력을 쌓은 중고신입들, 이른바 ‘생 신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권진수(가명) / 28살,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 근무)
"아무리 진짜 신입 공채라도 진짜 '생 신입'이 되는 거는 진짜 거의 기적에 가깝다는 분위기가 좀 형성되어 있죠."

(기자: 기적에 가깝다고요?) "네."

(기자: 왜요? 그만큼 드물어요?) "그
만큼 경력이 있는 사람도 많고 아니면 학부 때 이미 휴학을 하면서 인턴 같은 일 경력을 쌓는 분들도 많아서 당연히 진짜 학부 졸업장만 가지고 취업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죠."

일단 대학 졸업부터 미뤄놓고 아르바이트 경력을 쌓은 다음 다시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INT]권진수(가명) / 28살,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 근무)
"저는 다른 분들만큼 경력이 없었고 그리고 신입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경력을 기업에서도 요구하는 것 같아서 힘들긴 힘들고..."


기업들은 점점 신입사원을 뽑아 키우려 들지 않습니다.

김용춘/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
"특히 대졸 신입 청년들 같은 경우에 취업문이 더 좁아질 수 있는 게 경력직 채용 현상은 아마 더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대졸 신입생들의 취업 종말이 왔다’라는 그런 표현을 쓸 정도로 아마 대졸 신입들 같은 경우에 다른 별도의 경력을 쌓지 않으면 원하는 직장을 갖기는 쉽지 않은 그런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한요셉/KDI 산업ㆍ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청년층의) 첫 일자리 구직 기간이 과거에는 1년 미만으로 보통 집계가 되고 있었는데 최근에 올수록 빠르게 증가했고요. 안정성이 높지 않은 이러한 일자리로 계속 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효과가 노동시장 진입 이후에 10년 이상 나타나는 것으로..."

김유빈/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코로나19 이전에는 기업이 근로자들의 훈련 부담을 자신들이 떠안았다고 볼 수 있는 반면에 러한 부담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그런 행태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래저래 고달픈 청춘들입니다.

차주하 / 9층시사국 취재기자
"2022년에 다들 취업이 그래도 무난하게 잘 됐다라고 볼 수 있을까요?"

권진수(가명) / 28살,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 근무)
“제 주변만 놓고 보자면 이번에 굳이 취업을 도전을 하지 않은 친구들이 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이번보다는 다음을 좀 더 노려보자고 기다리는 친구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 2022년 청년 실업률 6.4%, 고용한파 왜? … "문제는 일자리의 질, 청년 비정규직 비율 40% 넘어"

[ 스튜디오 ]
남현종 아나운서 / 9층시사국 MC
"자, 우리 청년들의 상황을 만나보니까 지금 이 계절, 한파보다 더 혹독하고 시린 고용 한파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어요. 청년 실업률만 봤을 때 작년에 6%대, 상당히 낮은 수치인데 정작 우리 주변에 있는 청년들은 취업, 고용 때문에 굉장히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잖아요."

차주하 / 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렇죠. 지난해 코로나19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이례적으로 일자리가 상당히 늘었거든요. 당연히 청년일자리도 함께 늘었기 때문에 실업률은 낮게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건 늘어난 일자리가 어떤 일자리였나, 이런 걸 살펴봐야 되거든요. 이런 게 바로 연령별로 노동자 중에 비정규직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 이걸 살펴보면 알 수 있죠."

MC: "청년층과 다른 연령층의 비정규직 비율 얼마나 차이가 나고 있습니까?"

기자: "경제활동이 활발한 30~40대의 비정규직 비율부터 먼저 살펴보면 되는데요. 30대 같은 경우에는 전체 노동자 중에서 20%대 초반 정도, 최근 3년 동안 비정규직 비율이 그 정도로 나타났고 같은 기간 40대는 이것보다 조금 더 높은 20% 중반대로 나타나고 있었거든요. 나머지는 정규직 노동자였다고 보면 되겠죠."


MC: "그렇다면 청년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청년들의 경우에는 지난해 청년 일자리 그렇게 많았다고도 하는데 비정규직 비율이
41% 정도가 나왔거든요. 최근 3년 동안에도 계속 40% 안팎으로 나왔어요. 그러니까 일하는 청년 열의 넷은 비정규직이었다, 이 말인즉슨 작년에 늘어난 청년 일자리 중에서도 사실 상당수는 불안정한 일자리였다는 얘기가 되겠죠."

MC: 거의 비율로만 봤을 때는 청년층과 30~40대 층의 비정규직 비율, 2배 정도 차이가 나는데
왜 이렇게 청년층에서는 비정규직이 많은 걸까요?"

기자: "저희가 청년 노동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 한국노동연구원과 KDI의 전문가들을 만나 뵀는데요. 청년들이 고용 시장에서 취약 계층이라고 하고요.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오면 신규 채용의 문부터 닫 는다든지 아니면 청년을 채용하더라도 고용 조정이 쉬운 비정규직을 뽑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하고요.
또 코로나19로 인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있었잖아요. 가뜩이나 기업들이 최근에는 신규 채용은 좀 꺼려하고 경력직 선호 현상이 있었는데 이 기간 동안에 이런 현상이 강화된 결과였다고 볼 수가 있는 거죠.

MC: 그렇다보니까 아무래도 청년층에서의 취업경쟁도 더 치열할 것 같고요. 청년실업률만 봤을 때는 멀리서 봤을 때는 고용 호황, 희극인 줄 알았습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비극적인 고용 한파였습니다.
이렇게 때를 잘못 만난 우리 청년들은 때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장소를 바꿔서 살 길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취업 한파 속 기회조차 못 받는 청년들…"기회가 있는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어요"


[ VCR ]
9층시사국 취재진은 지난 달 14일, 대구국제공항을 찾았습니다. 겨울방학인데도 대구 경북 지역의 한 전문대학교 학과장과 교수님들이 출국장에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본 회사에 합격한 학생들이 현지를 둘러보고 돌아온 겁니다.

[INT] 한규민/일본취업자, 전문대 3학년
"저는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동경 현지 면접 연수라는 거를 갔다 와서 지금 방금 입국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일본에 교세라 그룹의 자회사인 KCME라는 회사에 취업이 된 상태고요."



이 학교는 2006년부터 '일본 IT과'를 신설해 일본 취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김종율/영진전문대 일본IT과 학과장
"(저희 과에서는) 2009년도부터 졸업자가 나왔습니다. 그러면 지금 한 13년, 14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국내 취업처를 보니까 우수한 취업처가 잘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일본에서 인재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인재를 보내보니까 굉장히 학생들의 만족도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죠."

올해 일본 취업자만 백여 명, 지난 10여 년 동안을 합치면 천 명이 넘습니다.

김소은/일본취업자, 전문대 3학년
"국내 취업은 고려해본 적은 없습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포트폴리오가 없으면 면접 자체를 볼 수가 없고 결과를 낸 게 없으면 면접 자체를 볼 수 없고 서류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진짜 많았습니다. 그래서 여기는 결과가 없으면 시작조차 못 해보는구나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방 전문대라는 약점에도 취업률 75%를 기록하는 데 일본 취업이 한 몫을 했습니다.

김종율/영진전문대 일본IT과 학과장
"삼성전자에서 하겠다면 삼성전자 갈 겁니다. 이렇게 채용하고 면접 보러 온다, 이렇게 된다면. 그런데 그 기회 자체가 없는 거죠. 네이버에서 채용을 하겠다, 이렇게 되면 저희들이 할 수 있죠. 그런데 네이버에서는 오지 않습니다. 기회가 없는 거죠. 점점 기회가 있는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된다는 거죠."



■ "청년이 갑" 한국과 딴판인 일본 청년들의 취업 상황

우리 청년들이 일본 취업까지 선택하는 이유가 뭘까? 10년 전쯤부터 일본엔 청년 취업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일본의 취업박람회를 잠깐 들여다보기만 해도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문과, 이과 불문’, 문과생들에게도 문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학력, 지식, 경험 불문', 경력직 선호현상이 심각한 우리나라와는 딴판입니다.9층시사국 취재진은 현재 일본에서 IT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한국 청년과 화상인터뷰로 연락해 일본의 취업 시장이 어떤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INT] 김현재/ 일본 취업 9년차 (지난 달 화상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33살 김현재라고 하고요. 일본에 2015년에 와서 9년차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뭔가 스펙을 본다든지, 학력을 본다든지, 이런 거는 덜하고 그 사람의 역량이라든지, 성장가능성이라든지 이런 걸 살펴봅니다."


‘100% 정규직 채용, 전근 없음, 완전 실력주의’, ‘사장 강연중’
어떤 회사는 사장님이 취업박람회장에 와서 직접 강연을 합니다. 이렇게 성의를 보이면 그나마 자리가 찹니다.

[INT] 다카하시 / 일본 취업준비생
"(취재진: 취업박람회장에서 기업 부스 몇 곳 정도 다녔어요?) 서너 곳밖에 안 다녔어요."
"(취재진" 마음에 드는 회사는 찾으셨나요?) 아직 못 찾았어요. 오늘은 못 찾았어요. (웃음)"
"취업이 확정되면 놀러다닐 거예요. 대학 생활이 1년 남았으니까요.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걸 해보고 싶어요. 여행부터 가고 싶어요."



■ 일본은 청년 취업 천국? 20년 전은 달랐다! 고용 충격 맞은 청년들, 중년에도 여전히 '불안정'

일본도 항상 이랬던 건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불황과 함께 이른바 ‘취업빙하기’가 찾아왔습니다.

[INT] 취업빙하기 취업준비생 (1995년 뉴스 화면)
"제가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는 것보다 면접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거의 10년이나 계속된 혹독한 취업빙하기, 취업빙하기 세대는 단기직, 임시직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INT] 찰스 유지 호리오카 / 고베대학교 교수
"이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재능이 아주 많고 의욕도 있어요. 유일하게 죄가 있다면 잘못된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뿐이에요. 경기가 악화되었을 때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한 것, 오직 그 이유만으로 인생이 엉망이 된 것이기에 정말로 안쓰럽습니다."


20년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취업빙하기 세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9층시사국 취재진은 일본 현지 취재원을 통해 취업빙하기 세대를 찾아봤습니다. 중년이 된 취업빙하기 세대와 이들을 부양하는 노년의 부모님들의 어려움을 돕고 있는 일본의 사회복지사, 가쓰베 레이코 씨를 지난 달 토요나카 시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쓰베 씨의 가정 방문 현장을 따라갔습니다.


가쓰베 레이코/사회복지사
"가쓰베예요, 아버님 계세요?"

일본 취업빙하기 세대 자녀 부양 아버지
"안녕하세요."

가쓰베 레이코/사회복지사
"아! 안녕하세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일본 취업빙하기 세대 자녀 부양 아버지
"얼마 전에 쓰러져서 중환자실에 있었어요."

가쓰베 레이코/사회복지사
"따님도 걱정 많으셨죠?"

일본 취업빙하기 세대 자녀 부양 아버지
"얘는 별로 생각을 안 하니까 속이 편하죠."


노년의 아버지 옆에 선 중년에 접어든 딸, '취업빙하기 세대'입니다. 20년 가까이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습니다.


[INT] 가쓰베 레이코/사회복지사
"아버님이 은둔형 외톨이인 따님 2명을 데리고 사셨어요.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든 상황이었는데, 저희와 연결이 됐습니다. 따님의 방이 쓰레기로 가득 찬 상태여서, 그방을 정리하고 그밖의 다른 조치를 취했습니다. 따님들은 안정이 되었고요. 따님 한 명은 혼자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40~50대 독신자녀가 80대 부모에 얹혀사는 문제를 일본에선 ‘8050 문제’라고 부릅니다. 가쓰베씨 가 만든 용어입니다.

가쓰베 레이코/사회복지사
"'80대인데 50대 무직 아들, 딸과 사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 라고 강연장에서 물어봤습니다. '있어요, 있어요', '우리집이 그래요', '이웃집이 그래요', '친척이 그래요',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때부터 알기 쉽게 '8050문제'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취재진: 언제부터였나요?) 벌써 10년 전이에요."


일본정부는 장기간 소득이 없거나 적었던 '잃어버린 세대'가 약 100만 명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찰스 유지 호리오카 / 고베대학교 교수
"'잃어버린 세대'는 수입이 없으니까 소비도 못하고, 그다지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상품이 잘 팔리지 않게 되고 기업의 이익도 줄어듭니다. 그렇게 보면 기업에 크게 악영향을 줄 거라고 봅니다.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요."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 1990년대 중반과 2019년 사이에 중년 세대의 소득이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한창 소비를 많이 해야할 세대들의 소비여력이 줄어든 겁니다. 기업들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가쓰베 레이코 / 사회복지사
"경제만 생각하면 기업은 고용하는 비용을 낮춘다는 의미에서 비정규직 고용을 선호했는데요.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이나 거기에서도 탈락한 사람들, 자신이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 없는 사람들이 100만명이나 있으면 결과적으로 경제 전체가 후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제는 살아남았지만 나라는 망해 없어지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취업빙하기 세대의 좌절이 수면 위로 떠오른 사건들도 있었습니다. 2019년 5월, 일본 도쿄와 인접한 가와사키 시에서 50대 은둔형 외톨이가 통학버스를 타려던 초등학생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사상자가 잇따랐던 사건입니다. 당시 일본의 전문가들은 " 20년 전 해결하지 못한 청년 문제가 짐이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제서야 일본 정부는 뒤늦은 대책을 내놨습니다.

[INT] 아베 신조 / 당시 일본 총리 (2019년 11월 26일)
"당시에 경제상황이 무척 어려워져서 취업빙하기에 취업연령을 맞았던 분들이 대단히 힘든 상황입니다. 좀 더 빨리 취업빙하기 세대 정책을 시행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국가에서도 적극 움직인다는 관점에서 국가공무원의 경력직 채용에 대해 올해부터 구체적으로 힘을 쏟겠습니다."



"지역취업빙하기세대 지원 가속화사업 추진실"
2019년 11월, 일본 정부는 취업빙하기세대 지원을 추진하는 별도기구를 신설했습니다. 취업 빙하기 세대를 대상으로 국가 공무원의 중도 채용을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년 동안 취업빙하기세대 일자리 30만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2020년부터 2년간 실제 일자리는 3만 명 증가에 그쳤습니다.

찰스 유지 호리오카/고베대학교 교수
'일본은 몇 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대처하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경험에서 한국이 참고할 점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 일본이 보여준 것…"청년 고용 불안, 사회 전체의 부담" 2023년 우리 청년 취업빙하기 대책은?

[ 스튜디오 ]
남현종 아나운서 / 9층시사국 MC
"먼저 대기업 부장님이 발 벗고 나서서 청년들을 구인하는 일본의 현재 취업 박람회의 모습, 굉장히 낯설고 신기하고 우리나라 청년들이 부러워할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그런데 20년 전 일본의 취업 빙하기 세대의 청년층. 그 청년세대가 지금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본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거죠?"

차주하 / 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렇죠. 바로 그런 지점이 저희가 일본의 사례에서 참고해야 되는 상황이기도 하고 굉장히 무서운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 거거든요. 물론 일본과 우리의 경제적 사회적 상황이 완전히 같지 않지만
이런 고용 충격의 여파를 청년층이 크게 맞는다고 하는 것들은 저희와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거고요."

"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안정적으로 안착을 해야 되는 그런 시기, 숙련을 쌓아야 하는 이 청년 시기를 놓쳤을 때 결국 이 문제가 중년이 돼서까지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는 거고, 그러면 우리 지금 현재 20대 청년들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갖고 있는 문제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점이기 때문에 굉장히 저희가 경각심을 가져야하는 거죠."

MC : "올해 경제 상황도 나쁠 것 같은데, 청년들이 더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죠. 올해 경기침체의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잖아요. 지난해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코로나19 회복으로 인해서 이례적으로 취업자 수가 많이 늘었기 때문에 증가폭이 80만 명 대 정도는 됐거든요. 하지만 올해는 각 기관들마다 올해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지난해의 10분의 1로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취업자 수 증가폭이 8만에서 10만 명 정도로 그칠 것이다, 이렇게들 보고 있는 거죠."

MC: "그러면 자연스럽게 청년층의 일자리도 더 줄어드는 거고요."

기자: "그렇죠. 그 러면 8만에서 10만 정도의 증가폭에서 청년 일자리는 얼마나 될 것이냐라고 물었을 때는 1만 명 미만일 것이라고 보고 있거든요. 일자리 수 증가 자체가 줄어들었을 때는 과연 이 중에서 안정적인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얼마나 될 것이냐고 하면 굉장히 그 부분은 미지수인 거죠."

MC : 어쩌면 점점 취업 빙하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재계의 전망은 어떤가요 ?

기자: "재계에서는 이런 경기침체의 전망과 관련해서도 사실은 8만~10만 (명) 정도의 증가폭도 낙관적일 수 있다, 이보다 더 안 좋을 수 있다고도 보고 있고요. 그래서 사실은 신규채용의 문부터
걸어 닫을 우려가 상당히 큰 상황이거든요. 한번 재계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죠."

[INT] 김용춘/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8만 (명)에서 10만 정도 보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게 굉장히 희망적인 수치일 수 있거든요. 이런 침체가 일자형으로 계속 이렇게 길게 간다라고 한다면 사실 채용을 저 정도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신규 채용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기존 인력을 줄여야 되는 그런 상황에 직면해 있을 수 있습니다."


MC: "어떻게 보면 청년들은 지금 고용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렵고 그러나 회사에서 내몰리기는 쉬운 정말 취약한 계층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바늘구멍 뚫고 들어간 그 자리를 지키는 것조차 힘든 청년들, 취업의 굴레, 취업의 터널에 갇혀 있는 청년들 만나봤습니다."


■ 씨 마른 신규채용, 감원 1순위까지…2023년 취업빙하기 우려에 더욱 힘겨운 청년들

[VCR]
서울의 한 빌라촌. 6년차 콘텐츠 편집자인 33살 최수진(가명) 씨가 집에서 면접 준비에 한창입니다.

최수진(가명)/33살, 스타트업 실직자
"올라와있는 (채용) 공고들의 양 자체가 좀 많이 줄어든 것 같이 느껴졌어요. 지원할 만한 곳도 확실히 줄어든 것 같고. 첫 번째 이직할 때는 사실 엄청 여러 군데를 보지 않고 여기 지원해볼까 해서 두세 번째 시도 만에 이직이 됐거든요."


코로나 위기라던 1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여러 회사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회사를 골라갈 수 있었습니다.


[INT] 최수진(가명) / 33살, 스타트업 실직자
"이전에는 거의 헬스 쪽 관련 콘텐츠 정보를 다루다가 아예 새로운 영역인 건축 쪽에 가서 내가 새로 공부하고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됐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입사 8개월 만에 해고통보를 받았습니다.

최수진(가명) / 33살, 스타트업 실직자
"갑자기 어느 날 불러서 이런 상황이고 하루하루가 되게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해서 통보를 받았어요. 정말 갑작스럽게. (해고통보한) 그분이 막 오히려 울면서 미안하다고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셨는데 꽤 많은 인원들이 감축됐거든요. 거의 절반 가까이?"


자기발전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고, 그저 앞날이 막막할 뿐입니다.

최수진(가명)/33살, 스타트업 실직자
"평범하기가 제일 어렵다는 말에는 많이 공감하고. 예전에는 행복해지고 싶다, 좋은 일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 이상적인 말을 뱉었다면 되게 평범하게, 당장의 생계 이런 거 잘릴까 이런 걱정 불안 없이 일하고 좋아하는 거 하고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고..."



수진 씨만 그런 게 아닙니다. 정규직 청년들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정윤아/ 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입사했을 때) 아, 진짜 진정한 임상병리사가 되는구나. 뭔가 나도 이제 일을 하는구나. 되게 설레고 앞으로 여기가 평생직장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정규직이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다 너무 좋아보이고 그냥 오래 오래 다니고 싶었죠, 그때는, 그때는. 저는 그 일을 하는 게 너무 재밌었고 환자들을 대면하는 것도 너무 재밌고..."


하지만 좋은 시절은 겨우 1년 남짓 이어졌을 뿐입니다. 경영난이 시작되자 병원은 곧바로 인력 감축에 나섰고, 신입사원인 윤아 씨가 1순위가 되어버렸습니다.

정윤아/ 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환자가 계속 줄어들어서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나 봐요. 그래서 응급실이 폐쇄되고 그러면 저희는 당직 인원을 줄여야 되는 게 맞으니까. 두 명을 감축한다고 했는데 그 둘 중의 한 명이 저였던 거죠."

(기자: 이렇게 될 줄 생각도 못했을 것 같아요.) "그렇죠, 1년 2개월 만에..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해고되고 나서 첫날, 세상에서 혼자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았습니다.

정윤아/ 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그 다음날, 평일이 됐는데 너무 출근하고 싶은 거예요. 환자들 채혈하고 (병원) 선생님들이랑 같이 놀고 이야기하고 같이 일하고 그게 그리웠죠."


1년 만에 또다시 채용공고를 찾아보는 윤아 씨. 정규직은 없고, 계약직 자리가 하나 났습니다.

차주하 / 9층시사국 취재기자
"윤아 씨 지금 공고 많이 떴나요?"

정윤아/ 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공고, 제가 원하는 병원은 떴어요. 하나. (기자: 하나?) 네.
계약직. 신규 채용이라고 떴네요, 여기. 경력 있기는 한데 그래도 신규로 가야죠."


지난 1년간의 경력은 하나도 인정을 못 받습니다. 그래도 망설일 때가 아닙니다.

[ 에필로그 ]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일들이 다 내 잘못 같습니다.

# 편의점에서 대화하는 두 취업 준비생

정윤아/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야, 나 면접 연락도 안 와, 오라고."

이도이/26살. 취업준비생
"그런데 그러면 연락 안 오거나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이러면 약간 ‘아, 내가 아직 자질이 부족한 건가?’ 약간 내 스스로가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그 기분이 별로 안 좋아."

정윤아 / 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맞아."


[INT] 가쓰베 레이코 / 사회복지사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해요. 세상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에 대해서 불만이 많이 생기고, 세상에 대해서 절망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는 정말로 활력이 떨어집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고비니까 지금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이 얼마나 귀한 사람들인지, 지금이라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INT] 한요셉 / KDI 산업ㆍ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인구 구조가 고령화 되고 그러한 상황 가운데서도 청년 실업 문제는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이 됐습니다. ‘잃어버린 세대’라고 표현할 만큼 계속적인 이런 사회 문제에 노출이 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도 사실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고요."



윤아 씨는 오늘도 채용공고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INT] 정윤아/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응, 엄마도. 파이팅. (통화 끝) 아... 지쳐, 지쳐, 지쳐..."


엄마와 전화를 끊고, 윤아 씨는 또 채용공고를 들여다봅니다.
2023년 2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너무도 추운 겨울입니다. (끝)

취재기자 : 차주하
영상편집 : 김대영 한효정

방송일시 : KBS 2TV 2023년 2월 1일 밤 11시
'9층시사국' 홈페이지 https://program.kbs.co.kr/2tv/news/9fsisa/pc/index.html
유튜브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jESAf4PvYLnnmsk80fSD0373mW-pjV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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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층시사국] 취업빙하기,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입력 2023-02-01 23:49:06
    • 수정2023-02-13 09:25:36
    9층시사국
<뉴스보다 깊고, 다큐보다 가볍게! 뉴스와 유튜브를 넘나드는 '감성시사' 9층시사국>

■ [9층시사국] 취업빙하기,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프롤로그 VCR]
경기침체는 예고된 거나 마찬가지!

김용춘/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
“글로벌 시장 자체가 지금 완전히 죽었습니다.”


대한민국 청춘들은 때를 잘못 만났습니다.

정윤아/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정규직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김용춘/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
"(올해) 역대급으로 고용한파가 몰아치지 않을까..."

그런데 일본에는 더 혹독했던 '취업빙하기'가 있었습니다.

일본 취업준비생 (1995년 뉴스 화면)
"원하는 직장을 고른다기보다 면접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려 10년 동안이나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일본 취업준비생 (1995년 뉴스 화면)
"저희가 취업할 때는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일본의 취업빙하기 세대, 20여 년 동안 무직과 비정규직을 전전하다가 지금은 훌쩍 중년이 되어 버렸습니다.

찰스 유지 호리오카/일본 고베대학교 교수
"한국에서도 완전히 똑같은 일이 발생할 거라고 봅니다. "


■ "청년일자리 쏟아졌다지만..." 여전히 '취업 터널' 갇힌 청년들…왜?

[VCR]
대한민국 청춘들은 지금 좁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춥고, 외롭고, 무섭고, 힘들어도 혼자서 헤쳐 나가야만 합니다.

이 심정을 알아줄 이는 역시 또래 친구들뿐입니다. 취업준비에 고단한 26살 동갑내기 친구들이 모인 저녁 자리, 수다는 걱정을 지워줍니다.


하지만 잠깐 동안의 안도감을 세상은 허락해주지 않습니다. 취업한파 때문에 대학생들이 졸업을 미룬다는 뉴스가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김보미/26살, 취업준비생 (계약직 근무중)
"저기 (TV 뉴스에) 우리 얘기 나와. 나도 졸업 유예했는데."

정윤아/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아 진짜? 그래?"

이도이/26살, 취업준비생
"지금 유예 중인 거야?"

김보미/26살, 취업준비생 (계약직 근무중)
"왜 했냐면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 졸업을 해버리면 취업이 안 된대."

정윤아/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올해 구인이) 정말? 10분의 1이래..."

김보미/26살, 취업준비생 (계약직 근무중)
"진짜 다 취업 못 하는구나..."


여기 모인 세 사람 중에 취업을 한 사람은 딱 한 명, 그마저도 다음 달 계약이 만료되면 앞이 막막합니다.

김보미/26살, 취업준비생 (계약직 근무)
"공백기를 놔두기에는 제 마음이 너무 불안해서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 3월에 제 계약이 만료되는데 그 전에 취업될지도 미지수고 작년에 호황이다, 이런 소리도 많이 들리고 하는데 저는 실제로는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고 체감은 많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제 주변 친구들도 다 취업도 안 되는 상황이고..."



코로나 격리가 풀린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6.4%로 이례적으로 낮았습니다. 그런데 제대로 취직한 친구가 주위에 왜 안 보일까요?


■ "경력 없는 '생 신입'이 입사하는 건 기적에 가까워요" 취업 안 돼 단기직 떠도는 청년들

서울의 조용한 주택가. 새벽 기운이 가시지 않은 이른 아침, 또 한 명의 청춘은 허름한 골목길을 나섭니다. 28살 권진수(가명) 씨 이야기입니다.

[INT] 권진수(가명)/ 28살,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 근무중)
"오늘 7시 한 35분쯤에 출발한 것 같아요."


진수 씨는 매일 전철로 한 시간 남짓 이동해 화려한 빌딩이 즐비한 도심으로 출근합니다. 언뜻 봐도 번듯해 보이는 회사, 하지만 이곳은 진수 씨 회사이기도 하고, 진수 씨 회사가 아니기도 합니다. 진수 씨는 몇 달 전 이 회사 신입사원 모집에서 떨어졌습니다. 자신을 거부한 회사에서 3개월짜리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를 얻었습니다.

[INT] 권진수(가명) / 28살,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 근무)
“(이 회사에) 지원도 했고 서류 제출도 했는데 아쉽게 잘 되지는 않아서 딱 마침 같은 부서에서 사무 아르바이트를 뽑아서 시작하게 됐어요.”


자신을 이긴 경쟁자들을 거들어주는 일입니다.

차주하 / 9층시사국 취재기자
"일을 해 보니까 어떠세요?"

권진수(가명) / 28살,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 근무)
"실질적인 업무는 아닌 것 같기는 해요, 확실히. 사원들이 다 하지 못하는 일들을 서포트 해 주는 느낌이라서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래도 전체적인 업무진행 상황, 그런 거를 볼 수 있다는 점은 그나마 괜찮은 것 같아요."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위안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요즘 신입사원들 대부분이 1~2년씩 경력을 쌓은 중고신입들, 이른바 ‘생 신입’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권진수(가명) / 28살,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 근무)
"아무리 진짜 신입 공채라도 진짜 '생 신입'이 되는 거는 진짜 거의 기적에 가깝다는 분위기가 좀 형성되어 있죠."

(기자: 기적에 가깝다고요?) "네."

(기자: 왜요? 그만큼 드물어요?) "그
만큼 경력이 있는 사람도 많고 아니면 학부 때 이미 휴학을 하면서 인턴 같은 일 경력을 쌓는 분들도 많아서 당연히 진짜 학부 졸업장만 가지고 취업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야죠."

일단 대학 졸업부터 미뤄놓고 아르바이트 경력을 쌓은 다음 다시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INT]권진수(가명) / 28살,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 근무)
"저는 다른 분들만큼 경력이 없었고 그리고 신입인데도 불구하고 뭔가 경력을 기업에서도 요구하는 것 같아서 힘들긴 힘들고..."


기업들은 점점 신입사원을 뽑아 키우려 들지 않습니다.

김용춘/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
"특히 대졸 신입 청년들 같은 경우에 취업문이 더 좁아질 수 있는 게 경력직 채용 현상은 아마 더 가속화될 것이기 때문에 ‘대졸 신입생들의 취업 종말이 왔다’라는 그런 표현을 쓸 정도로 아마 대졸 신입들 같은 경우에 다른 별도의 경력을 쌓지 않으면 원하는 직장을 갖기는 쉽지 않은 그런 시대가 올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한요셉/KDI 산업ㆍ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청년층의) 첫 일자리 구직 기간이 과거에는 1년 미만으로 보통 집계가 되고 있었는데 최근에 올수록 빠르게 증가했고요. 안정성이 높지 않은 이러한 일자리로 계속 전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부정적인 효과가 노동시장 진입 이후에 10년 이상 나타나는 것으로..."

김유빈/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
"코로나19 이전에는 기업이 근로자들의 훈련 부담을 자신들이 떠안았다고 볼 수 있는 반면에 러한 부담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그런 행태가 나타났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래저래 고달픈 청춘들입니다.

차주하 / 9층시사국 취재기자
"2022년에 다들 취업이 그래도 무난하게 잘 됐다라고 볼 수 있을까요?"

권진수(가명) / 28살, 취업준비생 (아르바이트 근무)
“제 주변만 놓고 보자면 이번에 굳이 취업을 도전을 하지 않은 친구들이 좀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이번보다는 다음을 좀 더 노려보자고 기다리는 친구들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 2022년 청년 실업률 6.4%, 고용한파 왜? … "문제는 일자리의 질, 청년 비정규직 비율 40% 넘어"

[ 스튜디오 ]
남현종 아나운서 / 9층시사국 MC
"자, 우리 청년들의 상황을 만나보니까 지금 이 계절, 한파보다 더 혹독하고 시린 고용 한파를
겪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어요. 청년 실업률만 봤을 때 작년에 6%대, 상당히 낮은 수치인데 정작 우리 주변에 있는 청년들은 취업, 고용 때문에 굉장히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잖아요."

차주하 / 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렇죠. 지난해 코로나19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이례적으로 일자리가 상당히 늘었거든요. 당연히 청년일자리도 함께 늘었기 때문에 실업률은 낮게 나타났습니다. 중요한 건 늘어난 일자리가 어떤 일자리였나, 이런 걸 살펴봐야 되거든요. 이런 게 바로 연령별로 노동자 중에 비정규직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 이걸 살펴보면 알 수 있죠."

MC: "청년층과 다른 연령층의 비정규직 비율 얼마나 차이가 나고 있습니까?"

기자: "경제활동이 활발한 30~40대의 비정규직 비율부터 먼저 살펴보면 되는데요. 30대 같은 경우에는 전체 노동자 중에서 20%대 초반 정도, 최근 3년 동안 비정규직 비율이 그 정도로 나타났고 같은 기간 40대는 이것보다 조금 더 높은 20% 중반대로 나타나고 있었거든요. 나머지는 정규직 노동자였다고 보면 되겠죠."


MC: "그렇다면 청년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청년들의 경우에는 지난해 청년 일자리 그렇게 많았다고도 하는데 비정규직 비율이
41% 정도가 나왔거든요. 최근 3년 동안에도 계속 40% 안팎으로 나왔어요. 그러니까 일하는 청년 열의 넷은 비정규직이었다, 이 말인즉슨 작년에 늘어난 청년 일자리 중에서도 사실 상당수는 불안정한 일자리였다는 얘기가 되겠죠."

MC: 거의 비율로만 봤을 때는 청년층과 30~40대 층의 비정규직 비율, 2배 정도 차이가 나는데
왜 이렇게 청년층에서는 비정규직이 많은 걸까요?"

기자: "저희가 청년 노동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 한국노동연구원과 KDI의 전문가들을 만나 뵀는데요. 청년들이 고용 시장에서 취약 계층이라고 하고요. 경제적인 불확실성이 오면 신규 채용의 문부터 닫 는다든지 아니면 청년을 채용하더라도 고용 조정이 쉬운 비정규직을 뽑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하고요.
또 코로나19로 인해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있었잖아요. 가뜩이나 기업들이 최근에는 신규 채용은 좀 꺼려하고 경력직 선호 현상이 있었는데 이 기간 동안에 이런 현상이 강화된 결과였다고 볼 수가 있는 거죠.

MC: 그렇다보니까 아무래도 청년층에서의 취업경쟁도 더 치열할 것 같고요. 청년실업률만 봤을 때는 멀리서 봤을 때는 고용 호황, 희극인 줄 알았습니다만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비극적인 고용 한파였습니다.
이렇게 때를 잘못 만난 우리 청년들은 때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에 장소를 바꿔서 살 길을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취업 한파 속 기회조차 못 받는 청년들…"기회가 있는 해외로 떠날 수밖에 없어요"


[ VCR ]
9층시사국 취재진은 지난 달 14일, 대구국제공항을 찾았습니다. 겨울방학인데도 대구 경북 지역의 한 전문대학교 학과장과 교수님들이 출국장에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본 회사에 합격한 학생들이 현지를 둘러보고 돌아온 겁니다.

[INT] 한규민/일본취업자, 전문대 3학년
"저는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동경 현지 면접 연수라는 거를 갔다 와서 지금 방금 입국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일본에 교세라 그룹의 자회사인 KCME라는 회사에 취업이 된 상태고요."



이 학교는 2006년부터 '일본 IT과'를 신설해 일본 취업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김종율/영진전문대 일본IT과 학과장
"(저희 과에서는) 2009년도부터 졸업자가 나왔습니다. 그러면 지금 한 13년, 14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국내 취업처를 보니까 우수한 취업처가 잘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일본에서 인재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고 그 인재를 보내보니까 굉장히 학생들의 만족도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죠."

올해 일본 취업자만 백여 명, 지난 10여 년 동안을 합치면 천 명이 넘습니다.

김소은/일본취업자, 전문대 3학년
"국내 취업은 고려해본 적은 없습니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면 포트폴리오가 없으면 면접 자체를 볼 수가 없고 결과를 낸 게 없으면 면접 자체를 볼 수 없고 서류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진짜 많았습니다. 그래서 여기는 결과가 없으면 시작조차 못 해보는구나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지방 전문대라는 약점에도 취업률 75%를 기록하는 데 일본 취업이 한 몫을 했습니다.

김종율/영진전문대 일본IT과 학과장
"삼성전자에서 하겠다면 삼성전자 갈 겁니다. 이렇게 채용하고 면접 보러 온다, 이렇게 된다면. 그런데 그 기회 자체가 없는 거죠. 네이버에서 채용을 하겠다, 이렇게 되면 저희들이 할 수 있죠. 그런데 네이버에서는 오지 않습니다. 기회가 없는 거죠. 점점 기회가 있는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된다는 거죠."



■ "청년이 갑" 한국과 딴판인 일본 청년들의 취업 상황

우리 청년들이 일본 취업까지 선택하는 이유가 뭘까? 10년 전쯤부터 일본엔 청년 취업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일본의 취업박람회를 잠깐 들여다보기만 해도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문과, 이과 불문’, 문과생들에게도 문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학력, 지식, 경험 불문', 경력직 선호현상이 심각한 우리나라와는 딴판입니다.9층시사국 취재진은 현재 일본에서 IT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한국 청년과 화상인터뷰로 연락해 일본의 취업 시장이 어떤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INT] 김현재/ 일본 취업 9년차 (지난 달 화상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이제 33살 김현재라고 하고요. 일본에 2015년에 와서 9년차 개발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뭔가 스펙을 본다든지, 학력을 본다든지, 이런 거는 덜하고 그 사람의 역량이라든지, 성장가능성이라든지 이런 걸 살펴봅니다."


‘100% 정규직 채용, 전근 없음, 완전 실력주의’, ‘사장 강연중’
어떤 회사는 사장님이 취업박람회장에 와서 직접 강연을 합니다. 이렇게 성의를 보이면 그나마 자리가 찹니다.

[INT] 다카하시 / 일본 취업준비생
"(취재진: 취업박람회장에서 기업 부스 몇 곳 정도 다녔어요?) 서너 곳밖에 안 다녔어요."
"(취재진" 마음에 드는 회사는 찾으셨나요?) 아직 못 찾았어요. 오늘은 못 찾았어요. (웃음)"
"취업이 확정되면 놀러다닐 거예요. 대학 생활이 1년 남았으니까요. 후회 없이 하고 싶은 걸 해보고 싶어요. 여행부터 가고 싶어요."



■ 일본은 청년 취업 천국? 20년 전은 달랐다! 고용 충격 맞은 청년들, 중년에도 여전히 '불안정'

일본도 항상 이랬던 건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불황과 함께 이른바 ‘취업빙하기’가 찾아왔습니다.

[INT] 취업빙하기 취업준비생 (1995년 뉴스 화면)
"제가 원하는 회사에 들어가는 것보다 면접이라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거의 10년이나 계속된 혹독한 취업빙하기, 취업빙하기 세대는 단기직, 임시직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INT] 찰스 유지 호리오카 / 고베대학교 교수
"이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재능이 아주 많고 의욕도 있어요. 유일하게 죄가 있다면 잘못된 시대에 태어났다는 것뿐이에요. 경기가 악화되었을 때 고등학교나 대학교를 졸업한 것, 오직 그 이유만으로 인생이 엉망이 된 것이기에 정말로 안쓰럽습니다."


20년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취업빙하기 세대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9층시사국 취재진은 일본 현지 취재원을 통해 취업빙하기 세대를 찾아봤습니다. 중년이 된 취업빙하기 세대와 이들을 부양하는 노년의 부모님들의 어려움을 돕고 있는 일본의 사회복지사, 가쓰베 레이코 씨를 지난 달 토요나카 시에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가쓰베 씨의 가정 방문 현장을 따라갔습니다.


가쓰베 레이코/사회복지사
"가쓰베예요, 아버님 계세요?"

일본 취업빙하기 세대 자녀 부양 아버지
"안녕하세요."

가쓰베 레이코/사회복지사
"아! 안녕하세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일본 취업빙하기 세대 자녀 부양 아버지
"얼마 전에 쓰러져서 중환자실에 있었어요."

가쓰베 레이코/사회복지사
"따님도 걱정 많으셨죠?"

일본 취업빙하기 세대 자녀 부양 아버지
"얘는 별로 생각을 안 하니까 속이 편하죠."


노년의 아버지 옆에 선 중년에 접어든 딸, '취업빙하기 세대'입니다. 20년 가까이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습니다.


[INT] 가쓰베 레이코/사회복지사
"아버님이 은둔형 외톨이인 따님 2명을 데리고 사셨어요.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든 상황이었는데, 저희와 연결이 됐습니다. 따님의 방이 쓰레기로 가득 찬 상태여서, 그방을 정리하고 그밖의 다른 조치를 취했습니다. 따님들은 안정이 되었고요. 따님 한 명은 혼자 자취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40~50대 독신자녀가 80대 부모에 얹혀사는 문제를 일본에선 ‘8050 문제’라고 부릅니다. 가쓰베씨 가 만든 용어입니다.

가쓰베 레이코/사회복지사
"'80대인데 50대 무직 아들, 딸과 사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 라고 강연장에서 물어봤습니다. '있어요, 있어요', '우리집이 그래요', '이웃집이 그래요', '친척이 그래요', 그런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그때부터 알기 쉽게 '8050문제'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취재진: 언제부터였나요?) 벌써 10년 전이에요."


일본정부는 장기간 소득이 없거나 적었던 '잃어버린 세대'가 약 100만 명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찰스 유지 호리오카 / 고베대학교 교수
"'잃어버린 세대'는 수입이 없으니까 소비도 못하고, 그다지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상품이 잘 팔리지 않게 되고 기업의 이익도 줄어듭니다. 그렇게 보면 기업에 크게 악영향을 줄 거라고 봅니다. 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고요."



일본 내각부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 1990년대 중반과 2019년 사이에 중년 세대의 소득이 큰 폭으로 떨어졌습니다.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고, 한창 소비를 많이 해야할 세대들의 소비여력이 줄어든 겁니다. 기업들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가쓰베 레이코 / 사회복지사
"경제만 생각하면 기업은 고용하는 비용을 낮춘다는 의미에서 비정규직 고용을 선호했는데요. 결과를 보면 비정규직이나 거기에서도 탈락한 사람들, 자신이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 없는 사람들이 100만명이나 있으면 결과적으로 경제 전체가 후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제는 살아남았지만 나라는 망해 없어지는 일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취업빙하기 세대의 좌절이 수면 위로 떠오른 사건들도 있었습니다. 2019년 5월, 일본 도쿄와 인접한 가와사키 시에서 50대 은둔형 외톨이가 통학버스를 타려던 초등학생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사상자가 잇따랐던 사건입니다. 당시 일본의 전문가들은 " 20년 전 해결하지 못한 청년 문제가 짐이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제서야 일본 정부는 뒤늦은 대책을 내놨습니다.

[INT] 아베 신조 / 당시 일본 총리 (2019년 11월 26일)
"당시에 경제상황이 무척 어려워져서 취업빙하기에 취업연령을 맞았던 분들이 대단히 힘든 상황입니다. 좀 더 빨리 취업빙하기 세대 정책을 시행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국가에서도 적극 움직인다는 관점에서 국가공무원의 경력직 채용에 대해 올해부터 구체적으로 힘을 쏟겠습니다."



"지역취업빙하기세대 지원 가속화사업 추진실"
2019년 11월, 일본 정부는 취업빙하기세대 지원을 추진하는 별도기구를 신설했습니다. 취업 빙하기 세대를 대상으로 국가 공무원의 중도 채용을 확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3년 동안 취업빙하기세대 일자리 30만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습니다. 2020년부터 2년간 실제 일자리는 3만 명 증가에 그쳤습니다.

찰스 유지 호리오카/고베대학교 교수
'일본은 몇 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이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대처하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경험에서 한국이 참고할 점이 있을 거라고 봅니다."


■ 일본이 보여준 것…"청년 고용 불안, 사회 전체의 부담" 2023년 우리 청년 취업빙하기 대책은?

[ 스튜디오 ]
남현종 아나운서 / 9층시사국 MC
"먼저 대기업 부장님이 발 벗고 나서서 청년들을 구인하는 일본의 현재 취업 박람회의 모습, 굉장히 낯설고 신기하고 우리나라 청년들이 부러워할 것 같기도 하고 여러모로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그런데 20년 전 일본의 취업 빙하기 세대의 청년층. 그 청년세대가 지금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본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거죠?"

차주하 / 9층시사국 취재기자
"그렇죠. 바로 그런 지점이 저희가 일본의 사례에서 참고해야 되는 상황이기도 하고 굉장히 무서운 현상이라고도 볼 수 있는 거거든요. 물론 일본과 우리의 경제적 사회적 상황이 완전히 같지 않지만
이런 고용 충격의 여파를 청년층이 크게 맞는다고 하는 것들은 저희와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는 거고요."

"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안정적으로 안착을 해야 되는 그런 시기, 숙련을 쌓아야 하는 이 청년 시기를 놓쳤을 때 결국 이 문제가 중년이 돼서까지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는 거고, 그러면 우리 지금 현재 20대 청년들의 불안정한 일자리가 갖고 있는 문제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점이기 때문에 굉장히 저희가 경각심을 가져야하는 거죠."

MC : "올해 경제 상황도 나쁠 것 같은데, 청년들이 더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죠. 올해 경기침체의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잖아요. 지난해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코로나19 회복으로 인해서 이례적으로 취업자 수가 많이 늘었기 때문에 증가폭이 80만 명 대 정도는 됐거든요. 하지만 올해는 각 기관들마다 올해는 취업자 수 증가 폭이 지난해의 10분의 1로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거든요. 그래서 취업자 수 증가폭이 8만에서 10만 명 정도로 그칠 것이다, 이렇게들 보고 있는 거죠."

MC: "그러면 자연스럽게 청년층의 일자리도 더 줄어드는 거고요."

기자: "그렇죠. 그 러면 8만에서 10만 정도의 증가폭에서 청년 일자리는 얼마나 될 것이냐라고 물었을 때는 1만 명 미만일 것이라고 보고 있거든요. 일자리 수 증가 자체가 줄어들었을 때는 과연 이 중에서 안정적인 양질의 청년 일자리가 얼마나 될 것이냐고 하면 굉장히 그 부분은 미지수인 거죠."

MC : 어쩌면 점점 취업 빙하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재계의 전망은 어떤가요 ?

기자: "재계에서는 이런 경기침체의 전망과 관련해서도 사실은 8만~10만 (명) 정도의 증가폭도 낙관적일 수 있다, 이보다 더 안 좋을 수 있다고도 보고 있고요. 그래서 사실은 신규채용의 문부터
걸어 닫을 우려가 상당히 큰 상황이거든요. 한번 재계의 목소리 직접 들어보시죠."

[INT] 김용춘/전국경제인연합회 고용정책팀장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8만 (명)에서 10만 정도 보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게 굉장히 희망적인 수치일 수 있거든요. 이런 침체가 일자형으로 계속 이렇게 길게 간다라고 한다면 사실 채용을 저 정도 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신규 채용이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기존 인력을 줄여야 되는 그런 상황에 직면해 있을 수 있습니다."


MC: "어떻게 보면 청년들은 지금 고용 취약계층이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렵고 그러나 회사에서 내몰리기는 쉬운 정말 취약한 계층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바늘구멍 뚫고 들어간 그 자리를 지키는 것조차 힘든 청년들, 취업의 굴레, 취업의 터널에 갇혀 있는 청년들 만나봤습니다."


■ 씨 마른 신규채용, 감원 1순위까지…2023년 취업빙하기 우려에 더욱 힘겨운 청년들

[VCR]
서울의 한 빌라촌. 6년차 콘텐츠 편집자인 33살 최수진(가명) 씨가 집에서 면접 준비에 한창입니다.

최수진(가명)/33살, 스타트업 실직자
"올라와있는 (채용) 공고들의 양 자체가 좀 많이 줄어든 것 같이 느껴졌어요. 지원할 만한 곳도 확실히 줄어든 것 같고. 첫 번째 이직할 때는 사실 엄청 여러 군데를 보지 않고 여기 지원해볼까 해서 두세 번째 시도 만에 이직이 됐거든요."


코로나 위기라던 1년 전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여러 회사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회사를 골라갈 수 있었습니다.


[INT] 최수진(가명) / 33살, 스타트업 실직자
"이전에는 거의 헬스 쪽 관련 콘텐츠 정보를 다루다가 아예 새로운 영역인 건축 쪽에 가서 내가 새로 공부하고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이직을 결심하게 됐어요."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입사 8개월 만에 해고통보를 받았습니다.

최수진(가명) / 33살, 스타트업 실직자
"갑자기 어느 날 불러서 이런 상황이고 하루하루가 되게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해서 통보를 받았어요. 정말 갑작스럽게. (해고통보한) 그분이 막 오히려 울면서 미안하다고 그런 식으로 얘기를 하셨는데 꽤 많은 인원들이 감축됐거든요. 거의 절반 가까이?"


자기발전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고, 그저 앞날이 막막할 뿐입니다.

최수진(가명)/33살, 스타트업 실직자
"평범하기가 제일 어렵다는 말에는 많이 공감하고. 예전에는 행복해지고 싶다, 좋은 일 생겼으면 좋겠다, 그런 이상적인 말을 뱉었다면 되게 평범하게, 당장의 생계 이런 거 잘릴까 이런 걱정 불안 없이 일하고 좋아하는 거 하고 그렇게 지냈으면 좋겠고..."



수진 씨만 그런 게 아닙니다. 정규직 청년들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정윤아/ 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입사했을 때) 아, 진짜 진정한 임상병리사가 되는구나. 뭔가 나도 이제 일을 하는구나. 되게 설레고 앞으로 여기가 평생직장이 될 수도 있으니까 정규직이니까. 그리고 사람들이 다 너무 좋아보이고 그냥 오래 오래 다니고 싶었죠, 그때는, 그때는. 저는 그 일을 하는 게 너무 재밌었고 환자들을 대면하는 것도 너무 재밌고..."


하지만 좋은 시절은 겨우 1년 남짓 이어졌을 뿐입니다. 경영난이 시작되자 병원은 곧바로 인력 감축에 나섰고, 신입사원인 윤아 씨가 1순위가 되어버렸습니다.

정윤아/ 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환자가 계속 줄어들어서 재정적인 어려움이 있었나 봐요. 그래서 응급실이 폐쇄되고 그러면 저희는 당직 인원을 줄여야 되는 게 맞으니까. 두 명을 감축한다고 했는데 그 둘 중의 한 명이 저였던 거죠."

(기자: 이렇게 될 줄 생각도 못했을 것 같아요.) "그렇죠, 1년 2개월 만에.. 평생직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해고되고 나서 첫날, 세상에서 혼자 버려진 것 같은 느낌이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았습니다.

정윤아/ 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그 다음날, 평일이 됐는데 너무 출근하고 싶은 거예요. 환자들 채혈하고 (병원) 선생님들이랑 같이 놀고 이야기하고 같이 일하고 그게 그리웠죠."


1년 만에 또다시 채용공고를 찾아보는 윤아 씨. 정규직은 없고, 계약직 자리가 하나 났습니다.

차주하 / 9층시사국 취재기자
"윤아 씨 지금 공고 많이 떴나요?"

정윤아/ 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공고, 제가 원하는 병원은 떴어요. 하나. (기자: 하나?) 네.
계약직. 신규 채용이라고 떴네요, 여기. 경력 있기는 한데 그래도 신규로 가야죠."


지난 1년간의 경력은 하나도 인정을 못 받습니다. 그래도 망설일 때가 아닙니다.

[ 에필로그 ]

생각해보면, 이 모든 일들이 다 내 잘못 같습니다.

# 편의점에서 대화하는 두 취업 준비생

정윤아/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야, 나 면접 연락도 안 와, 오라고."

이도이/26살. 취업준비생
"그런데 그러면 연락 안 오거나 면접에서 떨어지거나 이러면 약간 ‘아, 내가 아직 자질이 부족한 건가?’ 약간 내 스스로가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는 그 기분이 별로 안 좋아."

정윤아 / 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맞아."


[INT] 가쓰베 레이코 / 사회복지사
"사람은 다른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해요. 세상이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에 대해서 불만이 많이 생기고, 세상에 대해서 절망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는 정말로 활력이 떨어집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고비니까 지금 생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년이 얼마나 귀한 사람들인지, 지금이라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INT] 한요셉 / KDI 산업ㆍ시장정책연구부 연구위원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인구 구조가 고령화 되고 그러한 상황 가운데서도 청년 실업 문제는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이 됐습니다. ‘잃어버린 세대’라고 표현할 만큼 계속적인 이런 사회 문제에 노출이 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도 사실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고요."



윤아 씨는 오늘도 채용공고를 검색하고 있습니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INT] 정윤아/26살, 취업준비생 (지난해 실직)
"응, 엄마도. 파이팅. (통화 끝) 아... 지쳐, 지쳐, 지쳐..."


엄마와 전화를 끊고, 윤아 씨는 또 채용공고를 들여다봅니다.
2023년 2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너무도 추운 겨울입니다. (끝)

취재기자 : 차주하
영상편집 : 김대영 한효정

방송일시 : KBS 2TV 2023년 2월 1일 밤 11시
'9층시사국' 홈페이지 https://program.kbs.co.kr/2tv/news/9fsisa/pc/index.html
유튜브 https://www.youtube.com/playlist?list=PLjESAf4PvYLnnmsk80fSD0373mW-pjV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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