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K] 기후위기를 ‘사기극’으로 믿는 이들을 어떻게 대할까 [무너진 한계]③

입력 2023.02.02 (07:00) 수정 2023.02.02 (13:4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KBS 베를린 지국은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요한 록스트롬 소장을 단독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기후 환경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인간 생존에 필요한 환경적 한계인 '지구 위험 한계선'의 창시자로 유명합니다. 넷플릭스가 그의 연구를 '브레이킹 바운더리'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를 총 3편의 연재기사로 전합니다.


[무너진한계]① 넷플릭스 나온 기후 석학…“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왔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583769
[무너진한계]② 기후 석학이 왜 ‘한국 경제’를 걱정할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590987

■ 기후위기 음모론자들에게 "할 말 많다"는 요한 록스트롬


[무너진한계] 1편과 2편 기사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기후위기를 사기극으로 믿는 음모론자들은 우리 사회에서도 이렇게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음모론에 대한 믿음과 지식의 정도는 저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이들은 기후위기 관련 기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 훈계와 질타를 건넵니다.

세계적인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에서 기후(Climate)를 검색하면 가장 상위에 ' 기후사기'(#Climatescam)가 연관 검색어로 뜹니다. 기후위기 음모론은 이미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습니다.


기후 환경 분야의 석학은 이런 음모론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이 질문을 던지자 인터뷰 중 목소리가 잠시 높아졌습니다.

Q. 기후위기를 믿지 않은 음모론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들에게 할 말이 많습니다. 한 가지는 과학적 증거들에 관해 대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날 소셜미디어 때문에 전세계가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진짜 위협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고립된 섬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신만의 관점들은 다양한 가짜 뉴스에 의해 더욱 확고해집니다. 우리는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습니다. 서로를 비난하는 이야기를 할 뿐이죠. 그래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과 KBS 인터뷰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과 KBS 인터뷰

■ 기후위기의 과학적 증거 'IPCC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인터뷰에서 기후위기의 매커니즘을 설명하면서 ' IPCC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언급했습니다. IPCC 보고서는 유엔 산하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기후 변화 메커니즘과 대책을 밝히기 위해 1990년부터 5~7년 주기로 발간하는 보고서입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작성에 참여하며, 발간한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로 사용됩니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국제사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대응을 나설 수 있었던 것도 IPCC 보고서가 기후위기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1995년 IPCC 2차 보고서는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인류'를 명시했고, 2007년 4차 보고서는 인류가 기후변화에 아무런 대응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막대한 환경적·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 5차 보고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으면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4도 이상 상승해 기후재해가 발생한다고 예측했습니다. 5차 보고서는 이듬해 195개국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근거가 됐습니다.

IPCC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IPCC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

■ "기후위기 음모론자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 말자"

기후위기 음모론자들에게 IPCC 보고서를 보여주고 설명해도 이들은 믿지 않습니다. 음모론은 나름의 체계와 논리를 갖추고 있고, 음모론자들은 서로 논리를 공유하며 연대합니다. 음모론에 대한 그들의 강화된 '확증편향'은 진실과 이성을 압도합니다.

요한 록스트롬 소장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음모론자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 말자"고 말합니다.

Q. 기후위기를 믿지 않은 음모론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후위기 문제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생각을 바꿀 시간이 없습니다. 이들은 너무나 소수이고 너무나 극단적입니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은 모든 종류의 과학에 반대하고, 모든 형태의 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모든 것에 반대하는 독불장군인 경향이 있습니다. 꼭 기후에 관한 것일 필요는 없지요. 이들은 일반적으로 그저 모든 형태의 구조나 민주주의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미국 의사당 폭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나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을 보면 이들이 기후변화 부정론자이기도 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이대로 계속하자고 조언하겠습니다. 그냥 할 일을 합시다. 기후 행동을 취하고, 기후변화를 우려하고 해결책을 원하는 모든 연맹, 모든 비즈니스 리더, 모든 도시의 지자체장, 모든 공동체와 함께 협력합시다.

지속가능성이 우리에게 더 나은 결과, 더 현대적인 사회를 가져다준다는 증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은 이기는 도박입니다. 그렇다면 왜 부정주의자들과 토론을 하며 시간을 낭비해야 합니까? 우리가 이것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그들은 동참할 겁니다.


음모론은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어떤 문제를 누군가의 의도된 거짓말로 해석하면,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날 출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후위기의 공포 앞에 눈을 감을 수 없습니다. 과학적 증거들은 지구의 환경적 한계가 이미 무너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10년 전보다 상황은 악화됐고,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각국의 공동 대응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누군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중국과 인도가 있는데 왜 한국이 기후위기 해결에 나서야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앞서 ' [무너진한계]② 기후 석학이 왜 ‘한국 경제’를 걱정할까'에서 다뤘듯 한국의 탄소배출 책임은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기조가 지금처럼 세계 흐름과 반대로 간다면 한국은 수출시장에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우리가 너무 늦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실패하게 될 겁니다. 이것은 미래 세대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과 KBS 인터뷰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과 KBS 인터뷰

(인포그래픽: 권세라)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기후K] 기후위기를 ‘사기극’으로 믿는 이들을 어떻게 대할까 [무너진 한계]③
    • 입력 2023-02-02 07:00:47
    • 수정2023-02-02 13:47:18
    세계는 지금
KBS 베를린 지국은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요한 록스트롬 소장을 단독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기후 환경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인간 생존에 필요한 환경적 한계인 '지구 위험 한계선'의 창시자로 유명합니다. 넷플릭스가 그의 연구를 '브레이킹 바운더리'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 가량 진행된 인터뷰를 총 3편의 연재기사로 전합니다.

[무너진한계]① 넷플릭스 나온 기후 석학…“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왔어”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583769
[무너진한계]② 기후 석학이 왜 ‘한국 경제’를 걱정할까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590987

■ 기후위기 음모론자들에게 "할 말 많다"는 요한 록스트롬


[무너진한계] 1편과 2편 기사에 달린 댓글들입니다. 기후위기를 사기극으로 믿는 음모론자들은 우리 사회에서도 이렇게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음모론에 대한 믿음과 지식의 정도는 저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이들은 기후위기 관련 기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 훈계와 질타를 건넵니다.

세계적인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에서 기후(Climate)를 검색하면 가장 상위에 ' 기후사기'(#Climatescam)가 연관 검색어로 뜹니다. 기후위기 음모론은 이미 전 세계에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습니다.


기후 환경 분야의 석학은 이런 음모론을 어떻게 생각할까요?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이 질문을 던지자 인터뷰 중 목소리가 잠시 높아졌습니다.

Q. 기후위기를 믿지 않은 음모론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그들에게 할 말이 많습니다. 한 가지는 과학적 증거들에 관해 대화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날 소셜미디어 때문에 전세계가 실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진짜 위협입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관점을 가진 고립된 섬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신만의 관점들은 다양한 가짜 뉴스에 의해 더욱 확고해집니다. 우리는 서로 대화를 나누지 않습니다. 서로를 비난하는 이야기를 할 뿐이죠. 그래서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과 KBS 인터뷰
■ 기후위기의 과학적 증거 'IPCC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인터뷰에서 기후위기의 매커니즘을 설명하면서 ' IPCC 기후변화 평가보고서'를 언급했습니다. IPCC 보고서는 유엔 산하 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기후 변화 메커니즘과 대책을 밝히기 위해 1990년부터 5~7년 주기로 발간하는 보고서입니다.

전 세계 전문가들이 작성에 참여하며, 발간한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과학적 근거로 사용됩니다.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1997년 교토의정서,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 등 국제사회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공동대응을 나설 수 있었던 것도 IPCC 보고서가 기후위기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1995년 IPCC 2차 보고서는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인류'를 명시했고, 2007년 4차 보고서는 인류가 기후변화에 아무런 대응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막대한 환경적·경제적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2014년 5차 보고서는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으면 2100년까지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4도 이상 상승해 기후재해가 발생한다고 예측했습니다. 5차 보고서는 이듬해 195개국이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 이하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근거가 됐습니다.

IPCC 정책결정자를 위한 요약본
■ "기후위기 음모론자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 말자"

기후위기 음모론자들에게 IPCC 보고서를 보여주고 설명해도 이들은 믿지 않습니다. 음모론은 나름의 체계와 논리를 갖추고 있고, 음모론자들은 서로 논리를 공유하며 연대합니다. 음모론에 대한 그들의 강화된 '확증편향'은 진실과 이성을 압도합니다.

요한 록스트롬 소장도 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음모론자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쓰지 말자"고 말합니다.

Q. 기후위기를 믿지 않은 음모론자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후위기 문제가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생각을 바꿀 시간이 없습니다. 이들은 너무나 소수이고 너무나 극단적입니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면 이들은 모든 종류의 과학에 반대하고, 모든 형태의 진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이들은 말 그대로 모든 것에 반대하는 독불장군인 경향이 있습니다. 꼭 기후에 관한 것일 필요는 없지요. 이들은 일반적으로 그저 모든 형태의 구조나 민주주의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미국 의사당 폭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나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을 보면 이들이 기후변화 부정론자이기도 하다는 걸 확신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들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이대로 계속하자고 조언하겠습니다. 그냥 할 일을 합시다. 기후 행동을 취하고, 기후변화를 우려하고 해결책을 원하는 모든 연맹, 모든 비즈니스 리더, 모든 도시의 지자체장, 모든 공동체와 함께 협력합시다.

지속가능성이 우리에게 더 나은 결과, 더 현대적인 사회를 가져다준다는 증거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것은 이기는 도박입니다. 그렇다면 왜 부정주의자들과 토론을 하며 시간을 낭비해야 합니까? 우리가 이것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만 한다면 그들은 동참할 겁니다.


음모론은 인간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줍니다. 어떤 문제를 누군가의 의도된 거짓말로 해석하면,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날 출구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후위기의 공포 앞에 눈을 감을 수 없습니다. 과학적 증거들은 지구의 환경적 한계가 이미 무너지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10년 전보다 상황은 악화됐고, 문제 해결을 위한 세계 각국의 공동 대응은 여전히 부족합니다.

누군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 중국과 인도가 있는데 왜 한국이 기후위기 해결에 나서야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앞서 ' [무너진한계]② 기후 석학이 왜 ‘한국 경제’를 걱정할까'에서 다뤘듯 한국의 탄소배출 책임은 적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 기조가 지금처럼 세계 흐름과 반대로 간다면 한국은 수출시장에서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요한 록스트롬 소장은 "우리가 너무 늦게 행동한다면, 우리는 실패하게 될 겁니다. 이것은 미래 세대에게 재앙이 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요한 록스트롬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소장과 KBS 인터뷰
(인포그래픽: 권세라)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