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반송·폐기’ 한국 라면…유해물질 검출?

입력 2023.02.02 (08: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타이완, 태국에서 유통 중단’ 국내 제조 라면‘타이완, 태국에서 유통 중단’ 국내 제조 라면

■ 타이완·태국서 유통 중단된 한국 라면

타이완과 태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출된 컵라면에 대해 잇달아 유통 중단 조치를 내렸다. 농심의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면'이 그 대상이다.

태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태국 식품의약청은 이 컵라면 제품 3,040개를 회수해 안전성 검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타이완에 수출된 같은 제품에서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돼 유통이 중단된 것에 뒤이은 조치이다.

타이완 정부는 지난달 17일 같은 제품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에서 발암물질인 '에틸렌옥사이드'(EO)가 스프에서 검출됐다면서, 자국의 잔류농약 허용기준치를 초과해 유통 중인 1,000 상자를 모두 반송하거나 폐기한다고 밝혔다.

농심 측은 이에 대해 "발암물질인 EO가 검출된 것이 아니라, 2-클로로에탄올(2-CE)이 검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2-CE는 문제가 되지 않는 걸까?

■ 라면서 검출된 2-CE, 뭐길래?

2-CE는 EO처럼 발암물질로 분류되진 않는다. 하지만 인체 독성의 우려가 있는 물질이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이 최근 논란과 관련해 발표한 '라면 2-CE 검출 사건에 대한 의견서'에선 두 물질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출처: ‘라면 2-CE 검출 사건에 대한 의견서’(한국식품안전연구원)출처: ‘라면 2-CE 검출 사건에 대한 의견서’(한국식품안전연구원)

유럽연합(EU)에서는 돌연변이와 발암성 우려로 식품 생산에 EO를 사용 금지하고 있는데, 2-CE를 EO의 대사 산물로 보고 EO와 2-CE 합을 EO로 일괄 표시해 0.02ppm을 허용기준으로 삼는다.

타이완은 비교적 까다로운 이 유럽연합의 허용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번에 타이완 정부가 밝힌 검출량은 0.075mg/kg.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KBS와 인터뷰에서 "미량으로 안전성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미국이 정해놓은 인체노출 안전기준(체중 1kg 당 0.824mg)을 넘기려면 체중 60kg의 소비자가 라면을 한꺼번에 400개나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도 의견서에서 "대부분의 나라들은 식품 중 EO와 2-CE 잔류기준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사실 타이완이 라면 스프에서 검출했다고 하는 EO는 EO가 아니라 2-CE다. 소비자들이 인체 위해성을 전혀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 2021년, 2022년 유럽서도 검출

해외 수출된 국내 기업의 라면에서 2-CE가 검출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21년 8월 독일에 수출한 라면에서 잇달아 2-CE가 검출된 직후 식약처는 라면 제조업체 현장조사과 수거검사를 실시해 EO는 모든 제품에서 불검출됐지만 2-CE는 소량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위해성 평가 결과 2-CE의 ‘인체노출안전기준’(일일 체중 kg당 0.824mg) 대비 ‘1일추정노출량’은 모든 연령에서 0.3%, 3∼6세 영유아는 0.8% 수준에 불과해 안전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도, 2-CE의 국내 잠정기준을 '30 ppm(㎎/㎏)'으로 설정했고 EO의 경우, ‘0.01 ppm 이하’를 적용했다.

■ 같은 사태 반복…무엇을 놓쳤나?

농심의 경우 이미 2021년 독일에 수출한 자사 라면에서 2-CE가 검출됐고, 지난해는 이탈리아에서도 검출됐는데, 재발 방지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타이완에서 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때까지 유해물질의 유입 경로도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다른 나라의 허용기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허용기준은 고속도로 제한속도와 같다. 타이완의 고속도로에서는 반드시 타이완의 제한속도를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유입경로를 밝히는 게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시일이 걸리더라도 2-CE의 검출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려는 노력과 유해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온전히 제조사의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식약처는 이번 달 중순까지 라면 등을 수거해 안전성 검사를 진행한다. 국내 유통되는 라면(유탕면) 40건을 대상으로 EO와 2-CE 등 항목을 검사한다.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 사례가 있다면, 관련 법령에 따라 행정처분, 회수·폐기 등 조치할 예정이다.

농심 측이 내수용 라면은 수출용과 다른 생산라인에서 제조되며 다른 원료를 사용한다고 밝혔지만, 국내 유통되는 라면에서도 2-CE 검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해외서 ‘반송·폐기’ 한국 라면…유해물질 검출?
    • 입력 2023-02-02 08:00:58
    취재K
‘타이완, 태국에서 유통 중단’ 국내 제조 라면
■ 타이완·태국서 유통 중단된 한국 라면

타이완과 태국이 우리나라에서 수출된 컵라면에 대해 잇달아 유통 중단 조치를 내렸다. 농심의 '신라면 블랙 두부김치 사발면'이 그 대상이다.

태국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태국 식품의약청은 이 컵라면 제품 3,040개를 회수해 안전성 검사를 진행 중이다.

앞서 타이완에 수출된 같은 제품에서 허용기준을 초과하는 유해물질이 검출돼 유통이 중단된 것에 뒤이은 조치이다.

타이완 정부는 지난달 17일 같은 제품에 대한 잔류농약 검사에서 발암물질인 '에틸렌옥사이드'(EO)가 스프에서 검출됐다면서, 자국의 잔류농약 허용기준치를 초과해 유통 중인 1,000 상자를 모두 반송하거나 폐기한다고 밝혔다.

농심 측은 이에 대해 "발암물질인 EO가 검출된 것이 아니라, 2-클로로에탄올(2-CE)이 검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2-CE는 문제가 되지 않는 걸까?

■ 라면서 검출된 2-CE, 뭐길래?

2-CE는 EO처럼 발암물질로 분류되진 않는다. 하지만 인체 독성의 우려가 있는 물질이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이 최근 논란과 관련해 발표한 '라면 2-CE 검출 사건에 대한 의견서'에선 두 물질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출처: ‘라면 2-CE 검출 사건에 대한 의견서’(한국식품안전연구원)
유럽연합(EU)에서는 돌연변이와 발암성 우려로 식품 생산에 EO를 사용 금지하고 있는데, 2-CE를 EO의 대사 산물로 보고 EO와 2-CE 합을 EO로 일괄 표시해 0.02ppm을 허용기준으로 삼는다.

타이완은 비교적 까다로운 이 유럽연합의 허용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번에 타이완 정부가 밝힌 검출량은 0.075mg/kg.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KBS와 인터뷰에서 "미량으로 안전성을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 미국이 정해놓은 인체노출 안전기준(체중 1kg 당 0.824mg)을 넘기려면 체중 60kg의 소비자가 라면을 한꺼번에 400개나 먹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도 의견서에서 "대부분의 나라들은 식품 중 EO와 2-CE 잔류기준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사실 타이완이 라면 스프에서 검출했다고 하는 EO는 EO가 아니라 2-CE다. 소비자들이 인체 위해성을 전혀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라고 밝혔다.

■ 2021년, 2022년 유럽서도 검출

해외 수출된 국내 기업의 라면에서 2-CE가 검출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21년 8월 독일에 수출한 라면에서 잇달아 2-CE가 검출된 직후 식약처는 라면 제조업체 현장조사과 수거검사를 실시해 EO는 모든 제품에서 불검출됐지만 2-CE는 소량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다만, 위해성 평가 결과 2-CE의 ‘인체노출안전기준’(일일 체중 kg당 0.824mg) 대비 ‘1일추정노출량’은 모든 연령에서 0.3%, 3∼6세 영유아는 0.8% 수준에 불과해 안전하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면서도, 2-CE의 국내 잠정기준을 '30 ppm(㎎/㎏)'으로 설정했고 EO의 경우, ‘0.01 ppm 이하’를 적용했다.

■ 같은 사태 반복…무엇을 놓쳤나?

농심의 경우 이미 2021년 독일에 수출한 자사 라면에서 2-CE가 검출됐고, 지난해는 이탈리아에서도 검출됐는데, 재발 방지의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타이완에서 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때까지 유해물질의 유입 경로도 정확하게 밝혀내지 못하고 다른 나라의 허용기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면서 "허용기준은 고속도로 제한속도와 같다. 타이완의 고속도로에서는 반드시 타이완의 제한속도를 지켜야만 하는 것이다. 유입경로를 밝히는 게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시일이 걸리더라도 2-CE의 검출 원인을 정확하게 밝혀내려는 노력과 유해물질의 농도를 낮추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온전히 제조사의 책임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식약처는 이번 달 중순까지 라면 등을 수거해 안전성 검사를 진행한다. 국내 유통되는 라면(유탕면) 40건을 대상으로 EO와 2-CE 등 항목을 검사한다.

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 사례가 있다면, 관련 법령에 따라 행정처분, 회수·폐기 등 조치할 예정이다.

농심 측이 내수용 라면은 수출용과 다른 생산라인에서 제조되며 다른 원료를 사용한다고 밝혔지만, 국내 유통되는 라면에서도 2-CE 검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인포그래픽 김서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