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야” 달집 태우기…자칫 산불로 번질까 ‘비상’

입력 2023.0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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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집태우기     사진제공:대전 동구청달집태우기 사진제공:대전 동구청

■4년 만에 다시 찾아온 '정월 대보름' 행사

설이나 추석처럼 공휴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명절하면 정월 대보름이 가장 먼저 꼽힙니다. 음력 1월 15일,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을 맞아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각종 세시풍속이 자리를 잡고 있어 비중으로 치면 설날만큼 중요한 취급을 받고 있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정월 대보름이 찾아왔고, 대보름인 5일 전후 전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특히 그동안은 코로나 19여파로 대면 행사가 대부분 취소되거나 축소됐었는데, 올해는 거리두기가 해제된 상황에서 대면 행사를 계획하고 여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전지역만 해도 노거수가 있는 중구 태평동 등에서 '목신제'를 시작으로 오늘(3일)부터 본격적인 정월 대보름 행사가 이어집니다. 특히 예전부터 큰 행사가 열렸던 동구 대청호반과 중구 무수동 일대에서는 지신밟기와 짐대놀이, 대보름 음식 나누기 등의 민속 행사와 더불어 달집태우기 등의 행사가 열리는데요.

정월 대보름의 꽃, 뭐니 뭐니 해도 각자의 소원을 빌면서 쌓아놓은 나뭇더미를 태우는 '달집태우기' 일 겁니다. 예전에는 들녘의 해충을 없애는 불을 놓기 위해 했다는 추억의 '쥐불놀이'도 역시 이 대보름에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로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월 대보름과 '산불'..10년 간 69건

코로나 19의 제약에서 벗어나 대면 행사를 열고 다시 흥겨운 명절 분위기를 되찾은 것은 반길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사들의 개최 소식에 마음 졸이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산불을 관리하는 산림청 등 산림 관련 기관인데요. 속내를 들여다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진제공: 산림청사진제공: 산림청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사이 정월대보름에 무려 69건의 관련 산불이 났습니다. 적을 때는 4건부터 많을 때는 12건까지 산불이 난 적이 있습니다.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만 430여 헥타르에 이르고 특히 지난해엔 이 중 95%를 차지하는 416.25헥타르의 피해가 났는데요. 유독 산불이 잦고 났다 하면 대형으로 번진 지난해 산불 경향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보름 관련 산불이 난 곳은 영덕과 창원, 성주, 진주 등 동해안과 경상도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해 역시 전체 산불 피해가 집중됐던 것과 궤를 같이했습니다. 물론 이 가운데 상당수는 달집태우기 등 공식적인 행사 때문이 아니라 산속에서 제를 올리기 위해 촛불을 켜는 등의 무속 행위와, 항상 거론되는 담뱃불 등으로 인한 입산자 실화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겨울 가뭄이 이어지고 있고 산불이 집중되는 봄철이 다가오면서 경계심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 자치단체나 산림청 등에서 정월 대보름 산불방지 특별대책을 추진하고 있고, 비상 근무체제에 돌입했습니다.

■ 안전한 '정월 대보름'..'LED'달집도 등장

지난해 11월부터 산림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돼 산림이나 산림 인접 지역 100 미터 이내 지역에서의 소각행위는 모두 금지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농업부산물, 일명 논밭두렁 태우기를 위해 사전에 시장이나 군수의 허가를 받으면 예외적으로 불을 피울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겁니다. 이에 따라 산림이나 인접 지역에 불을 가지고 들어가는 행위만으로 과태료가 부과되고 실수로 산불을 냈더라고 예외 없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됩니다.

일부 자치단체나 행사장에서는 산불이나 화재로 옮겨붙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 'LED 달집'을 도입한 곳도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형태로, 점등하면 전구에 붉은 불이 들어오면서 정말 불길이 타오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데요. 한 해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뜻깊은 자리. 안전을 세심하게 챙긴다면 오랜만에 열리는 대면 행사가 더 즐겁고 의미 있는 자리로 새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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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랜만이야” 달집 태우기…자칫 산불로 번질까 ‘비상’
    • 입력 2023-02-03 06:00:06
    취재K
달집태우기     사진제공:대전 동구청
■4년 만에 다시 찾아온 '정월 대보름' 행사

설이나 추석처럼 공휴일은 아니지만, 여전히 명맥이 이어지고 있는 명절하면 정월 대보름이 가장 먼저 꼽힙니다. 음력 1월 15일, 새해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을 맞아 한 해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각종 세시풍속이 자리를 잡고 있어 비중으로 치면 설날만큼 중요한 취급을 받고 있는데요. 올해도 어김없이 정월 대보름이 찾아왔고, 대보름인 5일 전후 전국 곳곳에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특히 그동안은 코로나 19여파로 대면 행사가 대부분 취소되거나 축소됐었는데, 올해는 거리두기가 해제된 상황에서 대면 행사를 계획하고 여는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대전지역만 해도 노거수가 있는 중구 태평동 등에서 '목신제'를 시작으로 오늘(3일)부터 본격적인 정월 대보름 행사가 이어집니다. 특히 예전부터 큰 행사가 열렸던 동구 대청호반과 중구 무수동 일대에서는 지신밟기와 짐대놀이, 대보름 음식 나누기 등의 민속 행사와 더불어 달집태우기 등의 행사가 열리는데요.

정월 대보름의 꽃, 뭐니 뭐니 해도 각자의 소원을 빌면서 쌓아놓은 나뭇더미를 태우는 '달집태우기' 일 겁니다. 예전에는 들녘의 해충을 없애는 불을 놓기 위해 했다는 추억의 '쥐불놀이'도 역시 이 대보름에 즐길 수 있는 민속놀이로 종종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정월 대보름과 '산불'..10년 간 69건

코로나 19의 제약에서 벗어나 대면 행사를 열고 다시 흥겨운 명절 분위기를 되찾은 것은 반길 만한 일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사들의 개최 소식에 마음 졸이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산불을 관리하는 산림청 등 산림 관련 기관인데요. 속내를 들여다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사진제공: 산림청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사이 정월대보름에 무려 69건의 관련 산불이 났습니다. 적을 때는 4건부터 많을 때는 12건까지 산불이 난 적이 있습니다. 산불로 인한 피해 면적만 430여 헥타르에 이르고 특히 지난해엔 이 중 95%를 차지하는 416.25헥타르의 피해가 났는데요. 유독 산불이 잦고 났다 하면 대형으로 번진 지난해 산불 경향과 일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보름 관련 산불이 난 곳은 영덕과 창원, 성주, 진주 등 동해안과 경상도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해 역시 전체 산불 피해가 집중됐던 것과 궤를 같이했습니다. 물론 이 가운데 상당수는 달집태우기 등 공식적인 행사 때문이 아니라 산속에서 제를 올리기 위해 촛불을 켜는 등의 무속 행위와, 항상 거론되는 담뱃불 등으로 인한 입산자 실화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겨울 가뭄이 이어지고 있고 산불이 집중되는 봄철이 다가오면서 경계심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각 자치단체나 산림청 등에서 정월 대보름 산불방지 특별대책을 추진하고 있고, 비상 근무체제에 돌입했습니다.

■ 안전한 '정월 대보름'..'LED'달집도 등장

지난해 11월부터 산림보호법 시행령이 개정돼 산림이나 산림 인접 지역 100 미터 이내 지역에서의 소각행위는 모두 금지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농업부산물, 일명 논밭두렁 태우기를 위해 사전에 시장이나 군수의 허가를 받으면 예외적으로 불을 피울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겁니다. 이에 따라 산림이나 인접 지역에 불을 가지고 들어가는 행위만으로 과태료가 부과되고 실수로 산불을 냈더라고 예외 없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됩니다.

일부 자치단체나 행사장에서는 산불이나 화재로 옮겨붙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서 'LED 달집'을 도입한 곳도 있습니다. 크리스마스 트리 같은 형태로, 점등하면 전구에 붉은 불이 들어오면서 정말 불길이 타오르는 듯한 모습을 연출하는데요. 한 해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뜻깊은 자리. 안전을 세심하게 챙긴다면 오랜만에 열리는 대면 행사가 더 즐겁고 의미 있는 자리로 새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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