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미국이 부도난다?…‘정부 부채 한도 상한’이 뭐길래

입력 2023.02.03 (10:52) 수정 2023.02.03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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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의 나랏빚이 늘어나면서 의회가 결정하는 정부의 부채 한도를 높이는 문제를 두고 미국 정치권이 소란스럽습니다.

의회가 부채 한도를 높여주려면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이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야당인 공화당은 먼저 정부가 지출을 크게 줄여야, 부채 한도를 올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미국의 정부 부채 한도, 용어가 좀 어려운데요.

왜 이렇게 큰 문제가 되나요?

[기자]

정부 부채 한도는 말 그대로 나라 살림을 하는 정부가 빚을 낼 수 있는 상한선인데요.

정부가 너무 많이 빚을 지면 안 되니까 의회가 그 한도를 정합니다.

문제는 최근 미국의 부채가 앞서 정해뒀던 한도에 다다랐다는 겁니다.

현재 미국의 부채 한도는 우리 돈으로 3경 8천조 원 정도인데, 지난달 중순 이미 이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미 정부는 부랴부랴 '특별조치'를 가동한 상태인데요.

당장 급하지 않은 지출을 멈추고 나랏빚이 한도를 넘지 않게 조절하는 겁니다.

하지만 임시방편이라, 이마저도 6월쯤엔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러면 방법은 빚을 줄이거나, 아니면, 빚을 더 낼 수 있도록 부채 한도를 올리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하는 거네요.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이 부채 한도를 높여달라고 공화당 소속인 하원의장을 만난 거군요?

[기자]

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이후 미국 의회 상원은 그대로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하원은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이 됐죠.

바이든 정부가 부채 한도를 높이고 싶으면, 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결국 공화당을 설득해야 하는 겁니다.

현지시각 그제,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매카시 하원의장이 만나 이 문제를 처음으로 논의했는데, 별다른 성과는 없었습니다.

회동 뒤 매카시 하원의장은 "좋은 만남이었다"면서도, "정부가 '지출 폭주'를 멈추고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케빈 맥카시/미국 하원의장/공화당 : "정부에 낭비성 지출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에서 정부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쓸데 없는 곳에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있으니 빚 한도를 높여 달라고만 하지 말고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얘기입니다.

미국 재정 적자 규모는 코로나 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대폭 늘어났는데요.

지난해 1년간 적자는 우리 돈으로 약 천8백조 원으로, 하루에 5조 원 정도씩 채무가 늘어난 셈입니다.

[앵커]

빚을 감당하기 힘들면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요청도 일리는 있지만, 미국 경제 구조상 지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이 빚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고요?

[기자]

사실 미국 정부가 부채 한도를 늘려달라는 건 돈을 더 빌려서 펑펑 쓰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여기 저기서 빌렸던 돈의 청구서가 날아올 때가 됐는데 여윳돈이 없으니 새로 빚을 내서 막겠다는 건데요.

미국은 거의 매년 세수보다 지출이 큰 국가입니다.

나라 살림이 적자 구조라는 겁니다.

모자란 부분은 국채를 발행하는 등 끊임없이 돈을 빌려 해결합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싶은데, 미국 달러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기축통화라서 누리는 특권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나랏빚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니까 이번처럼 정부 부채가 한도까지 차오르는 일도 계속 반복돼 왔습니다.

그때마다 의회는 한도를 늘려줬고요.

1960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정부 부채 한도가 78번이나 상향 조정했습니다.

매년 한 번 이상 꼴로 정부의 부채 한도를 늘려준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등을 갚을 수 없게 되고, 미국 정부가 채무불이행에 빠지는, 즉 부도가 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앵커]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인데 이번엔 왜 유난히 논란이 되나요?

[기자]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입장에선 임기 반환점을 돈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고, 또, 정부 지출 삭감 같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기 때문에 쉽게 협조해줄 이유가 없습니다.

[카린 장-피에르/미 백악관 대변인 : "부채 한도를 높이는 것에는 항상 초당적인 협력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하고 유지돼야만 합니다. 정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요.

2011년엔 오바마 정부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부채 한도 상향을 두고 싸우다가 채무불이행 시한 이틀 전에 극적 타결했습니다.

가까스로 국가 부도는 면했지만,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가 70년 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죠.

그런 우여곡절 끝에 부채 한도를 늘려놨지만, 2년 뒤 또, 부채 한도에 도달했고, 다시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은 또 한참이나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10년이 지나 또 비슷한 상황인데, 바이든 행정부와 공화당 모두 국가 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겠지만, 갈등이 길어지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까지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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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3 10:52:37
    • 수정2023-02-03 10:5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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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나랏빚이 늘어나면서 의회가 결정하는 정부의 부채 한도를 높이는 문제를 두고 미국 정치권이 소란스럽습니다.

의회가 부채 한도를 높여주려면 하원의 다수당인 공화당이 협조가 있어야 하는데, 야당인 공화당은 먼저 정부가 지출을 크게 줄여야, 부채 한도를 올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미국의 정부 부채 한도, 용어가 좀 어려운데요.

왜 이렇게 큰 문제가 되나요?

[기자]

정부 부채 한도는 말 그대로 나라 살림을 하는 정부가 빚을 낼 수 있는 상한선인데요.

정부가 너무 많이 빚을 지면 안 되니까 의회가 그 한도를 정합니다.

문제는 최근 미국의 부채가 앞서 정해뒀던 한도에 다다랐다는 겁니다.

현재 미국의 부채 한도는 우리 돈으로 3경 8천조 원 정도인데, 지난달 중순 이미 이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미 정부는 부랴부랴 '특별조치'를 가동한 상태인데요.

당장 급하지 않은 지출을 멈추고 나랏빚이 한도를 넘지 않게 조절하는 겁니다.

하지만 임시방편이라, 이마저도 6월쯤엔 한계에 다다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그러면 방법은 빚을 줄이거나, 아니면, 빚을 더 낼 수 있도록 부채 한도를 올리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하는 거네요.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이 부채 한도를 높여달라고 공화당 소속인 하원의장을 만난 거군요?

[기자]

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이후 미국 의회 상원은 그대로 민주당이 다수당이지만, 하원은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당이 됐죠.

바이든 정부가 부채 한도를 높이고 싶으면, 하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결국 공화당을 설득해야 하는 겁니다.

현지시각 그제,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매카시 하원의장이 만나 이 문제를 처음으로 논의했는데, 별다른 성과는 없었습니다.

회동 뒤 매카시 하원의장은 "좋은 만남이었다"면서도, "정부가 '지출 폭주'를 멈추고 책임감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케빈 맥카시/미국 하원의장/공화당 : "정부에 낭비성 지출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에서 정부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쓸데 없는 곳에 돈을 너무 많이 쓰고 있으니 빚 한도를 높여 달라고만 하지 말고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얘기입니다.

미국 재정 적자 규모는 코로나 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대폭 늘어났는데요.

지난해 1년간 적자는 우리 돈으로 약 천8백조 원으로, 하루에 5조 원 정도씩 채무가 늘어난 셈입니다.

[앵커]

빚을 감당하기 힘들면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요청도 일리는 있지만, 미국 경제 구조상 지출을 줄이는 것만으로는 이 빚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고요?

[기자]

사실 미국 정부가 부채 한도를 늘려달라는 건 돈을 더 빌려서 펑펑 쓰겠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보다는 여기 저기서 빌렸던 돈의 청구서가 날아올 때가 됐는데 여윳돈이 없으니 새로 빚을 내서 막겠다는 건데요.

미국은 거의 매년 세수보다 지출이 큰 국가입니다.

나라 살림이 적자 구조라는 겁니다.

모자란 부분은 국채를 발행하는 등 끊임없이 돈을 빌려 해결합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싶은데, 미국 달러가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기축통화라서 누리는 특권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나랏빚이 늘어날 수 밖에 없는 구조니까 이번처럼 정부 부채가 한도까지 차오르는 일도 계속 반복돼 왔습니다.

그때마다 의회는 한도를 늘려줬고요.

1960년 이후 지금까지 미국에서는 정부 부채 한도가 78번이나 상향 조정했습니다.

매년 한 번 이상 꼴로 정부의 부채 한도를 늘려준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 등을 갚을 수 없게 되고, 미국 정부가 채무불이행에 빠지는, 즉 부도가 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앵커]

관행적으로 해오던 일인데 이번엔 왜 유난히 논란이 되나요?

[기자]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 입장에선 임기 반환점을 돈 바이든 행정부를 압박하고, 또, 정부 지출 삭감 같은 정치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기 때문에 쉽게 협조해줄 이유가 없습니다.

[카린 장-피에르/미 백악관 대변인 : "부채 한도를 높이는 것에는 항상 초당적인 협력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야만 하고 유지돼야만 합니다. 정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바마 정부 시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데요.

2011년엔 오바마 정부와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부채 한도 상향을 두고 싸우다가 채무불이행 시한 이틀 전에 극적 타결했습니다.

가까스로 국가 부도는 면했지만,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가 70년 만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떨어뜨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죠.

그런 우여곡절 끝에 부채 한도를 늘려놨지만, 2년 뒤 또, 부채 한도에 도달했고, 다시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은 또 한참이나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10년이 지나 또 비슷한 상황인데, 바이든 행정부와 공화당 모두 국가 부도라는 최악의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는 있겠지만, 갈등이 길어지면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까지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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