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이준석…승부수? 자충수?

입력 2023.02.0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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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계 해봐야 별 볼일 없습니다. 다들 공천에 설설 길때 험지 출마 각오해야 하고, 냉정하게 실력주의로 움직이고, 주변에서 '날리면'이라고 들린다고 해도 칼같이 '바이든'이라고 듣고…

이걸 누가 하겠습니까? 윤핵관 또는 그 호소인하면 저 반대로 편하게 살면 되는데. 그래도 그냥 같은 꿈을 꾸니까 다들 동지(同志)하는 겁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감 시간인 어제(3일) 오후 5시. 이준석 전 대표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입니다.

이 대표는 후보 등록 직전인 지난 1일에도 전당대회를 겨냥해 여러 건의 SNS를 올렸습니다.

항상 선거는 차선이나 차악을 뽑지 않고 최선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명심하자.

주변에 '간재비'와 '하고재비' 영업하는 사람 있으면 조기에 정리해야 된다.

'간재비'는 '뜸만 들이고 간만 보는 사람'으로 안철수 후보를, '하고재비'는 '무슨 일이든 하려고 덤비는 사람'으로 김기현 후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전대를 앞둔 여권에 '빅 스피커' 이준석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친이준석계로 꼽히는 인사들의 전당대회 출마가 이어지면서입니다. 이 전 대표도 '동지'(同志)를 위해 SNS 지원 사격은 물론, 일부 후원회장까지 맡았습니다.

돌아온 이준석, 그의 선택은 묘수일까요? 자충수일까요?


■ 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진용 갖춘 '이준석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는 모두 9명이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낯선 이름 하나가 눈에 띕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입니다. 그의 출마 일성은 "'윤심팔이 간신배들'이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긴 대통령에 대한 우스울 정도의 충성 경쟁, 윤심 팔이는 대통령과 국민의힘 모두의 지지도와 신뢰도를 갉아먹는 주범입니다.

천 위원장 외에도 이준석계 인사들이 속속 전대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최고위원에는 허은아 의원과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청년최고위원에 이기인 경기도 의회 의원이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사실상 러닝메이트를 맺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 전 대표는 허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의 후원회장까지 맡았습니다.

이들의 출마가 곧, 이준석의 '정치 활동 재개 선언'으로 비춰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 '삼분지계'(三分之計)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전 대표는 대표 기간 '젋은 보수'를 강조하며 외연 확대에 힘썼습니다.

그 결과, 2년 전 전당대회 때 30만 명 수준이었던 책임 당원이 현재 80만 명을 넘어섰고, 특히 20·30세대 당원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전 대표가 '킹메이커'를 자처하고 나선 배경을 여기서 찾고 있습니다.

당내에서 자기를 지지하는 지분이 얼마나 되는지 한 번 확인해 둘 필요는 있거든요, 정치를 하려면... 그래서 이번에 아마 이준석 같은 경우 그거를 조금 확인해 보고 싶은 모양이에요. 이걸 통해가지고 간접적으로 확인이 되지 않을까.

- 진중권 작가 (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中)

천 위원장이 김기현·안철수 '양강 구도'에 균열을 일으키고 유의미한 결과를 얻는다면 이 전 대표의 존재감이 다시 한번 부각될 거란 겁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이른바 '삼분지계'(三分之計)입니다.

또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쟁탈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로 갈 곳을 잃은 '비윤 표심'을 흡수할 수 있다는, 이 전 대표의 자신감도 깔려 있을 거란 해석이 나옵니다.

■ '찻잔 속 태풍' 이면 입지 좁아져

하지만 이 전 대표에게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건 아닙니다.

'이준석 라인업'이 기대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입지를 갉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과연 유승민, 이준석계에서 몇 퍼센트 책임 당원의 지지를 받는 가를 한 번 확인해 보는 과정이 객관적으로 (필요하다.) 막상 투표를 해 보니까 2~3%밖에 안 나왔다, 이러면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이렇게 가야 될 거라고 봅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로고 및 슬로건. <국민의힘 제공>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로고 및 슬로건. <국민의힘 제공>

관건은 '컷오프 통과'

이 전 대표 측은 일단 오는 10일, 천 위원장의 컷오프(예비경선) 통과를 1차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유의미한 지지율로 컷오프를 넘어선다면 지난 선거에서 이 전 대표가 그랬던 것처럼 '변화의 바람'이 불수도 있다는 기대감입니다. 컷오프 이후에는 전국을 돌며 지원 사격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2년 전,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경선 결과 발표가 있기 하루 전날, '이준석 돌풍의 배경이 무엇인지'를 묻자, 당시 이준석 후보는 기자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로 보내왔습니다.

"지금까지 이슈를 피해 다니기만 했던 정치권의 보신 적 회피 기동에 대한 유권자의 염증"

실제로 이 전 대표의 당선이 '기존 정치에 대한 염증'에서 비롯됐다는 사후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번 선거 역시 본격 레이스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윤심 전대'라 불리며 '과시 경쟁'에 매몰됐다는 평가가 상당합니다.

이 전 대표가 다시 한번 '유권자들의 염증'을 읽어낼 수 있을지, 그래서 계획한 '삼분지계 전략'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지켜 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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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아온 이준석…승부수? 자충수?
    • 입력 2023-02-04 07:01:12
    취재K

이준석계 해봐야 별 볼일 없습니다. 다들 공천에 설설 길때 험지 출마 각오해야 하고, 냉정하게 실력주의로 움직이고, 주변에서 '날리면'이라고 들린다고 해도 칼같이 '바이든'이라고 듣고…

이걸 누가 하겠습니까? 윤핵관 또는 그 호소인하면 저 반대로 편하게 살면 되는데. 그래도 그냥 같은 꿈을 꾸니까 다들 동지(同志)하는 겁니다.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후보 등록 마감 시간인 어제(3일) 오후 5시. 이준석 전 대표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입니다.

이 대표는 후보 등록 직전인 지난 1일에도 전당대회를 겨냥해 여러 건의 SNS를 올렸습니다.

항상 선거는 차선이나 차악을 뽑지 않고 최선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후회가 없다. 명심하자.

주변에 '간재비'와 '하고재비' 영업하는 사람 있으면 조기에 정리해야 된다.

'간재비'는 '뜸만 들이고 간만 보는 사람'으로 안철수 후보를, '하고재비'는 '무슨 일이든 하려고 덤비는 사람'으로 김기현 후보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전대를 앞둔 여권에 '빅 스피커' 이준석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친이준석계로 꼽히는 인사들의 전당대회 출마가 이어지면서입니다. 이 전 대표도 '동지'(同志)를 위해 SNS 지원 사격은 물론, 일부 후원회장까지 맡았습니다.

돌아온 이준석, 그의 선택은 묘수일까요? 자충수일까요?


■ 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진용 갖춘 '이준석계'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로는 모두 9명이 등록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낯선 이름 하나가 눈에 띕니다.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입니다. 그의 출마 일성은 "'윤심팔이 간신배들'이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명언을 남긴 대통령에 대한 우스울 정도의 충성 경쟁, 윤심 팔이는 대통령과 국민의힘 모두의 지지도와 신뢰도를 갉아먹는 주범입니다.

천 위원장 외에도 이준석계 인사들이 속속 전대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최고위원에는 허은아 의원과 김용태 전 최고위원이, 청년최고위원에 이기인 경기도 의회 의원이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사실상 러닝메이트를 맺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 전 대표는 허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의 후원회장까지 맡았습니다.

이들의 출마가 곧, 이준석의 '정치 활동 재개 선언'으로 비춰지고 있는 이유입니다.


■ '삼분지계'(三分之計) 성공할 수 있을까?

이 전 대표는 대표 기간 '젋은 보수'를 강조하며 외연 확대에 힘썼습니다.

그 결과, 2년 전 전당대회 때 30만 명 수준이었던 책임 당원이 현재 80만 명을 넘어섰고, 특히 20·30세대 당원의 비율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 전 대표가 '킹메이커'를 자처하고 나선 배경을 여기서 찾고 있습니다.

당내에서 자기를 지지하는 지분이 얼마나 되는지 한 번 확인해 둘 필요는 있거든요, 정치를 하려면... 그래서 이번에 아마 이준석 같은 경우 그거를 조금 확인해 보고 싶은 모양이에요. 이걸 통해가지고 간접적으로 확인이 되지 않을까.

- 진중권 작가 (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中)

천 위원장이 김기현·안철수 '양강 구도'에 균열을 일으키고 유의미한 결과를 얻는다면 이 전 대표의 존재감이 다시 한번 부각될 거란 겁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이른바 '삼분지계'(三分之計)입니다.

또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 쟁탈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유승민 전 의원의 불출마로 갈 곳을 잃은 '비윤 표심'을 흡수할 수 있다는, 이 전 대표의 자신감도 깔려 있을 거란 해석이 나옵니다.

■ '찻잔 속 태풍' 이면 입지 좁아져

하지만 이 전 대표에게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건 아닙니다.

'이준석 라인업'이 기대만큼의 '폭발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오히려 자신의 입지를 갉아먹을 수도 있습니다.

과연 유승민, 이준석계에서 몇 퍼센트 책임 당원의 지지를 받는 가를 한 번 확인해 보는 과정이 객관적으로 (필요하다.) 막상 투표를 해 보니까 2~3%밖에 안 나왔다, 이러면 내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이렇게 가야 될 거라고 봅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로고 및 슬로건. <국민의힘 제공>
관건은 '컷오프 통과'

이 전 대표 측은 일단 오는 10일, 천 위원장의 컷오프(예비경선) 통과를 1차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유의미한 지지율로 컷오프를 넘어선다면 지난 선거에서 이 전 대표가 그랬던 것처럼 '변화의 바람'이 불수도 있다는 기대감입니다. 컷오프 이후에는 전국을 돌며 지원 사격도 본격화할 예정입니다.

2년 전, 국민의힘 당 대표 예비경선 결과 발표가 있기 하루 전날, '이준석 돌풍의 배경이 무엇인지'를 묻자, 당시 이준석 후보는 기자에게 이런 문자메시지로 보내왔습니다.

"지금까지 이슈를 피해 다니기만 했던 정치권의 보신 적 회피 기동에 대한 유권자의 염증"

실제로 이 전 대표의 당선이 '기존 정치에 대한 염증'에서 비롯됐다는 사후 평가가 많았습니다.

이번 선거 역시 본격 레이스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윤심 전대'라 불리며 '과시 경쟁'에 매몰됐다는 평가가 상당합니다.

이 전 대표가 다시 한번 '유권자들의 염증'을 읽어낼 수 있을지, 그래서 계획한 '삼분지계 전략'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지켜 볼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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