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르포] 키이우 지하 100m, 공습을 피해 방공호로

입력 2023.02.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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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기획 창 ‘르포 우크라이나, 일상으로 맞서다’ 中에서〉

소소한 일이지만 웃고 즐기는 사람들. 하지만 이런 즐거움은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EFF.. 공습경보

녹취 / 테티아나 통역
“로켓인 것 같다고. 방공호로 대피하라고.”

공습경보가 울리면 지하철역은 무료로 개방된다.

소련 시절 핵전쟁에 대비해 지어진 탓에 역의 깊이가 지하 100미터에 이른다. 이런 지하철도 공습 상황에선 운행이 제한된다.

녹취 / 안내 방송
“승객 여러분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공습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열차는 아카뎀미스테치코에서 아르세날나역까지만 운행됩니다.”

승강장은 그 자체로 커다란 방공호다. 1년 가까이 겪어온 시도 때도 없는 공습경보와 대피. 이제 적응이 된 탓인지 시민들은 의연하다.

인터뷰 / 올렉산드르
“전쟁 중이니까 자주 내려오죠. 전의가 고조되는 기분이고요. 우리는 해낼 것입니다. 일을 하다가 경보가 울리면 대피소에 옵니다.”

이번 공습경보는 별 피해 없이 해제됐지만, 전쟁 지역에 왔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키이우의 중심인 마이단 광장으로 나가봤다.

이곳에는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는 우크라이나 국기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눈에 젖은 서명록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적혀있다.

녹취 / 테티아나 통역
“부차 근처에서 사망했다. 26살에 불과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우리와 함께 있어줘서 고맙고,
우리를 부모로 선택해서 고맙고, 기억하고 사랑하고. 자랑스럽다.”

매일같이 이 광장을 지나는 시민들, 그들은 긴 전쟁 속에서도 하루하루 단단해지고 있다.

인터뷰 / 이리나
“최전선 군인은 정말 힘들겠지만 우리는 힘들지 않아요. 일을 하며 후방을 지켜야 합니다.우리는 버팀목이고 나라 자체입니다. 견뎌야 합니다.”

도심 성당에선 전쟁 도중 숨진 자원봉사 의료단의 장례식이 열렸다. 스웨덴에서 온 이 남성은 자원해서 의무병 활동을 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인터뷰 / 니카 자원 의무병
“제가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말 후회가 됩니다. 그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민간인의 삶을 버리고 죽음을 불사했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는 만3천 명. 민간인 사망자는 7천 명에 이른다.

시차적응이 안돼 아직 혼곤한 새벽 6시. 갑자기 잠에서 깼다. 뭔가 폭발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서둘러 커튼을 젖혀본다.

EFF.. 공습경보

또다시 공습경보가 울리고 있다. 키이우 시내에 자폭 드론이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탔다.

거리엔 응급차량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새들은 여전히 놀란 상태.

러시아의 공격용 드론이 우크라이나 관공서 지붕에 떨어졌다. 담장 너머로 들여다보니
드론의 꼬리 날개가 보인다.

군과 경찰이 피해 현장을 조사 중이다. 이 폭발 충격 때문에 인근 아파트 유리창은 산산이 깨졌다. 자동차도 폭발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인터뷰 / 로만 인근 주민
“두두두두, 정말 시끄러웠어요. 뭐가 날아가는 듯 했고, 처음에 작은 폭발, 뒤에 큰 폭발이 났어요. 주위 창문 다 부서졌는데 운 좋게 우리 집 창문은 쾅하고 열리기만 했어요”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는 말을 듣고 창문이 부서진 아파트 내부에 들어가 봤다.

일찌감치 도착한 복구반이 깨진 유리창을 치우고 비닐로 겨울바람을 막고 있다. 복구반은 익숙하게 현장을 처리한 뒤 주민에게 연락처를 남긴다.

녹취 / 복구반
“전화번호를 저장해 두시는 게 좋아요. 연락처 저장 누르면 끝이에요”
“이미 번호 적었는데 이거 맞죠?”
“네”

이 집에는 거동이 어려운 노부부가 살고 있다.

인터뷰 / 발렌티나 72세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나서 발코니인 줄 알았는데 가서 보니 열려있기만 해서 닫고 왔죠.
다 끝났나? 조용한데? 생각했죠. 나중에 추워지길래 보니 부엌 창문이 날아가고 없더라고요.
제가 몸이 불편하니까 아는 아가씨가 와서 유리 조각을 치워줬어요.”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다 보니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는 모습이다.

“포격 소리만 안 들리면 괜찮아요. 가게에 식품 있고, 연금도 받아서 살만해요.”

거리엔 깨진 유리창을 수리하지도 못한 건물들이 여전히 즐비하다.

#우크라이나#키이우#전쟁#러시아#공습경보#미사일#드론#부차 #일상

방송일시: 2023년1월31일, KBS 1TV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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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르포] 키이우 지하 100m, 공습을 피해 방공호로
    • 입력 2023-02-04 09:05:24
    세계는 지금
▲ 〈시사기획 창 ‘르포 우크라이나, 일상으로 맞서다’ 中에서〉

소소한 일이지만 웃고 즐기는 사람들. 하지만 이런 즐거움은 길게 이어지지 못한다.

EFF.. 공습경보

녹취 / 테티아나 통역
“로켓인 것 같다고. 방공호로 대피하라고.”

공습경보가 울리면 지하철역은 무료로 개방된다.

소련 시절 핵전쟁에 대비해 지어진 탓에 역의 깊이가 지하 100미터에 이른다. 이런 지하철도 공습 상황에선 운행이 제한된다.

녹취 / 안내 방송
“승객 여러분께 안내말씀 드립니다. 공습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열차는 아카뎀미스테치코에서 아르세날나역까지만 운행됩니다.”

승강장은 그 자체로 커다란 방공호다. 1년 가까이 겪어온 시도 때도 없는 공습경보와 대피. 이제 적응이 된 탓인지 시민들은 의연하다.

인터뷰 / 올렉산드르
“전쟁 중이니까 자주 내려오죠. 전의가 고조되는 기분이고요. 우리는 해낼 것입니다. 일을 하다가 경보가 울리면 대피소에 옵니다.”

이번 공습경보는 별 피해 없이 해제됐지만, 전쟁 지역에 왔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키이우의 중심인 마이단 광장으로 나가봤다.

이곳에는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는 우크라이나 국기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눈에 젖은 서명록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적혀있다.

녹취 / 테티아나 통역
“부차 근처에서 사망했다. 26살에 불과했다. 사랑하는 아들아. 우리와 함께 있어줘서 고맙고,
우리를 부모로 선택해서 고맙고, 기억하고 사랑하고. 자랑스럽다.”

매일같이 이 광장을 지나는 시민들, 그들은 긴 전쟁 속에서도 하루하루 단단해지고 있다.

인터뷰 / 이리나
“최전선 군인은 정말 힘들겠지만 우리는 힘들지 않아요. 일을 하며 후방을 지켜야 합니다.우리는 버팀목이고 나라 자체입니다. 견뎌야 합니다.”

도심 성당에선 전쟁 도중 숨진 자원봉사 의료단의 장례식이 열렸다. 스웨덴에서 온 이 남성은 자원해서 의무병 활동을 하다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인터뷰 / 니카 자원 의무병
“제가 그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정말 후회가 됩니다. 그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민간인의 삶을 버리고 죽음을 불사했습니다.”

이번 전쟁으로 인한 우크라이나군 전사자는 만3천 명. 민간인 사망자는 7천 명에 이른다.

시차적응이 안돼 아직 혼곤한 새벽 6시. 갑자기 잠에서 깼다. 뭔가 폭발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서둘러 커튼을 젖혀본다.

EFF.. 공습경보

또다시 공습경보가 울리고 있다. 키이우 시내에 자폭 드론이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탔다.

거리엔 응급차량의 사이렌 소리가 요란하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새들은 여전히 놀란 상태.

러시아의 공격용 드론이 우크라이나 관공서 지붕에 떨어졌다. 담장 너머로 들여다보니
드론의 꼬리 날개가 보인다.

군과 경찰이 피해 현장을 조사 중이다. 이 폭발 충격 때문에 인근 아파트 유리창은 산산이 깨졌다. 자동차도 폭발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인터뷰 / 로만 인근 주민
“두두두두, 정말 시끄러웠어요. 뭐가 날아가는 듯 했고, 처음에 작은 폭발, 뒤에 큰 폭발이 났어요. 주위 창문 다 부서졌는데 운 좋게 우리 집 창문은 쾅하고 열리기만 했어요”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는 말을 듣고 창문이 부서진 아파트 내부에 들어가 봤다.

일찌감치 도착한 복구반이 깨진 유리창을 치우고 비닐로 겨울바람을 막고 있다. 복구반은 익숙하게 현장을 처리한 뒤 주민에게 연락처를 남긴다.

녹취 / 복구반
“전화번호를 저장해 두시는 게 좋아요. 연락처 저장 누르면 끝이에요”
“이미 번호 적었는데 이거 맞죠?”
“네”

이 집에는 거동이 어려운 노부부가 살고 있다.

인터뷰 / 발렌티나 72세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나서 발코니인 줄 알았는데 가서 보니 열려있기만 해서 닫고 왔죠.
다 끝났나? 조용한데? 생각했죠. 나중에 추워지길래 보니 부엌 창문이 날아가고 없더라고요.
제가 몸이 불편하니까 아는 아가씨가 와서 유리 조각을 치워줬어요.”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니다 보니 이제 새삼스럽지 않다는 모습이다.

“포격 소리만 안 들리면 괜찮아요. 가게에 식품 있고, 연금도 받아서 살만해요.”

거리엔 깨진 유리창을 수리하지도 못한 건물들이 여전히 즐비하다.

#우크라이나#키이우#전쟁#러시아#공습경보#미사일#드론#부차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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