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때문? 내신 관리?”…‘강남 8학군’ 학생 유입 감소 왜?

입력 2023.02.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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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경쟁’으로 뜨거운 강남 8학군에, ‘유입되는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최근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입시 경쟁’으로 뜨거운 강남 8학군에, ‘유입되는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최근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초·중 유입 감소세"…'명문 학군' 대명사 '강남 8학군' 옛말 되나?

- 중학생 순유입: 2013~2017년간 1,994명 → 2018~2022년간 1,021명
- 초등학생 순유입: 2013~2017년간 7,880명 → 2018~2022년간 6,691명

▶ 강남 8학군: 초·중 모두 순유입 '최근 10년 새 감소 추세'

(지난달 29일 종로학원 '최근 10년간 중학생 지역별 순유입 분석 자료')

'입시 불패'의 명성을 자랑하며 '명문 학군'으로 불려온 이른바 '강남 8학군'. 유명 고등학교가 모여 있고 우수한 사교육 환경도 조성돼 있어, 학부모들이 '자녀 진학'을 위해 선망해온 일명 '입시 특구'인데요.

'입시 경쟁'으로 뜨거운 이곳 학군에, '유입되는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최근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종로학원은 상기한 통계를 발표하면서, 특히 "강남 8학군(강남·서초)의 2022년 순유입 중학생은 168명으로, 최근 10년 새 가장 많았던 2015년 기준 605명에 비해 현격히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나아가 "학생들이 경기권으로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명문 학군 강남 8학군도 이제는 옛말이 될 수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습니다.

소위 '명문고' '명문대' 진학의 교두보로 여겨진 강남 8학군, 과거에 비해 학생 유입이 감소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학생들이 모여 있다. 명문고·아파트에 이어 학원가까지 들어서면서, 세간에서 8학군은 ‘교육 여건이 좋고 우수한 학생이 많은 지역’으로 인식됐다. (사진 출처=연합뉴스)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학생들이 모여 있다. 명문고·아파트에 이어 학원가까지 들어서면서, 세간에서 8학군은 ‘교육 여건이 좋고 우수한 학생이 많은 지역’으로 인식됐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고교 평준화' '명문고 이전'…입시 특구 '강남 8학군'의 탄생

먼저 '강남 8학군'이라는 입시 특구가 조성된 배경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의 논문 「1976년 경기고등학교 이전과 강남 '8학군'의 탄생」(『역사비평』 2015년 겨울호)에 따르면, 강남 8학군은 1970년대 '고교 평준화 정책'과 '강남 지역 개발' 등이 시행되면서 점차 형성되기 시작했는데요.

여기서 당시 고교 평준화 정책이란, '입시 경쟁 과열 현상'과 '고등학교 간 학력 격차'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거주지 중심으로 고등학교를 추첨·배정'하는 제도를 말했습니다. 이 정책은 '학군제(學群制)'라는 이름의 구체적인 시책으로 실시됐고, 서울권의 경우 1999년에 이르러 최종적으로 총 11개의 학군이 만들어졌습니다. 구(區)를 기준으로 나뉜 서울 학군에서, 8학군은 '강남구·서초구 지역'을 뜻하며, 세부적으로는 반포·대치·개포동 등이 대표적입니다.

학군제 시행과 맞물려 추진된 '인구 분산 목적의 강남 개발'로, 강북에서 명문으로 이름이 난 유수의 고등학교들은 속속 강남으로 이전했습니다. 오 교수는 논문에서 "경기고가 강남으로 이전 완료한 1976년부터 강북 학교의 강남 이전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강남 이전을 확정한 강북 도심지 학교는 휘문고등학교였다"며 "8학군 탄생 이후 강북의 명문 고등학교들이 속속 이전하고, 또 중산층 이상의 가정 환경을 가진 학생들이 학교 부근 아파트 단지로 몰리는 현상은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일으켰다"고 분석했습니다.

이후 명문고·아파트에 이어 학원가까지 들어서면서, 세간에서 8학군은 '교육 여건이 좋고 우수한 학생이 많은 지역'으로 인식됐습니다. "명문고, 명문대를 가려면 8학군에 가야 한다"는 이른바 '8학군 신드롬'은, 우리 사회 '입시 열풍'이 불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본격화했습니다.

"2학기를 앞두고 서울 시내 강남 지역의 중·고교에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더욱 늘어나 심한 경우는 1년 반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등 극심한 적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신흥 명문교가 많은 중학 16학군(강남구) 고교 8학군(강남·강동구)은(※기자 註: 이상 과거 학군제 기준) 적체 현상이 가장 심해, 이 지역으로 이사를 했으나 전학이 되지 않은 학생들은 먼 거리 통학을 하거나 강북, 또는 타 시·도에서 하숙을 하는 등 고충을 겪고 있다."

- 1983년 8월 25일 자 『경향신문』 기사

한 학원의 입시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자료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계상으로 나타난 ‘8학군 학생 유입 감소세’의 원인을, ‘강남권 집값 상승’과 ‘내신 관리 이점 퇴색’으로 지목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한 학원의 입시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자료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계상으로 나타난 ‘8학군 학생 유입 감소세’의 원인을, ‘강남권 집값 상승’과 ‘내신 관리 이점 퇴색’으로 지목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8학군 유입 감소] 원인 ① :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진입 장벽' 높아졌다

학원가에 따르면, 이 같은 '8학군 열풍'은 역대 정부의 다양한 교육 정책을 거쳐 그 수위가 점차 조절되면서 2010년대 중반까지 이어져 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금도 초·중·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과거만큼은 아니더라도, 자녀 진학을 위해서는 그래도 8학군 입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데요.

그렇다면 통계상으로 나타난 '8학군 학생 유입 감소세'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입시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원인을 꼽습니다. '집값'과 '성적', 두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종로학원 측은 통계 설명 자료에서 "기존 명문 학군 지역의 부동산 가격 등 '진입 장벽' 변수가 크게 발생했다"며 "부동산 가격, 신도시 정책 등으로 '학생 순유입'이 발생하는 지역에 학원 등 교육 인프라가 밀집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으로부터 15~16년 전만 해도, 강남에도 주거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저층(低層) 아파트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강북에 살림을 꾸린 가정도, 자녀가 입시를 준비할 때까지 '한 3~4년 만이라도 강남에서 버텨 보자'고 전입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그런 아파트들도 거의 다 재개발을 해서 전세로 들어오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2020년 발표한 '서울 아파트 시세·공시가격 변동 분석'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 5개 단지 아파트의 평당 시세는 2008년 3,798만 원에서 2020년 7,047만 원으로 12년 동안 3,249만 원 '약 8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학생이 모 대학교 입학 면접 시험을 치르고 있다. 입시 전문가는 최근 수시 제도 개편으로 학생의 다양한 성취 역량을 종합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학업 성적, 즉 내신 등급의 영향력이 강화됨에 따라, 내신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8학군 외 지역으로 진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연합뉴스)한 학생이 모 대학교 입학 면접 시험을 치르고 있다. 입시 전문가는 최근 수시 제도 개편으로 학생의 다양한 성취 역량을 종합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학업 성적, 즉 내신 등급의 영향력이 강화됨에 따라, 내신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8학군 외 지역으로 진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연합뉴스)

■ [8학군 유입 감소] 원인 ② : 입시 제도 변화로 '내신 관리 이점' 줄었다

전문가는 이 같은 '주거 비용 상승'에다, 우수 학생이 많아 더욱 치열해진 '교내(校內) 내신(학업 성적) 경쟁'으로 인해, 8학군 진학의 이점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평가합니다.

임성호 대표는 "지금 강남 대치동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대치동 살아도 자녀들 70%는 지방대 간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수시로 대학을 간다고 했을 때, 내신 2등급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면 '인서울(서울권 대학)' 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생도 학부모도, '강남 가서 높은 내신 등급 따기가 어렵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비싼 주거 비용까지 내면서 8학군으로 가겠다'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나. 15~20년 전쯤에는 '8학군은 묻지마 선택'이었는데, 이제 그런 선택이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최근 수시 제도 개편으로 학생의 다양한 성취 역량을 종합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학업 성적, 즉 내신 등급의 영향력이 강화됨에 따라, 내신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8학군 외 지역으로 진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9년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금년도 입시 즉 ‘2024학년도 대입(수시 학생부종합전형)부터는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모든 비교과활동과 자기소개서는 폐지’된다. 내신 성적이 대입 당락을 가름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사진 출처=연합뉴스)2019년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금년도 입시 즉 ‘2024학년도 대입(수시 학생부종합전형)부터는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모든 비교과활동과 자기소개서는 폐지’된다. 내신 성적이 대입 당락을 가름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2019년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금년도 입시 즉 '2024학년도 대입(수시 학생부종합전형)부터는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모든 비교과활동과 자기소개서는 폐지'됩니다. 이른바 '부모 배경 등 외부 요인 차단' 목적으로, 여기서 비교과활동이란 '수상 경력, 개인 봉사 활동 실적, 자율 동아리 및 독서 활동 등'을 의미합니다. 내신 성적이 대입 당락을 가름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는 것이지요.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과거에는 초등학교~중학교 때까지 '강남 8학군'에서 공부하는 게 이점이 많았다. 학력 수준이 높은 환경에서 학생들이 기초 실력을 배양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학 입시가 '블라인드'로 진행돼 소위 '명문고' 출신이라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하기 어려워졌다.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 지원을 할 때도, '내신 따기는 어려운데 입시에 특별한 이점도 없기 때문에' 8학군 진학을 망설이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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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값 때문? 내신 관리?”…‘강남 8학군’ 학생 유입 감소 왜?
    • 입력 2023-02-05 07:01:49
    취재K
‘입시 경쟁’으로 뜨거운 강남 8학군에, ‘유입되는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최근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 "초·중 유입 감소세"…'명문 학군' 대명사 '강남 8학군' 옛말 되나?

- 중학생 순유입: 2013~2017년간 1,994명 → 2018~2022년간 1,021명
- 초등학생 순유입: 2013~2017년간 7,880명 → 2018~2022년간 6,691명

▶ 강남 8학군: 초·중 모두 순유입 '최근 10년 새 감소 추세'

(지난달 29일 종로학원 '최근 10년간 중학생 지역별 순유입 분석 자료')

'입시 불패'의 명성을 자랑하며 '명문 학군'으로 불려온 이른바 '강남 8학군'. 유명 고등학교가 모여 있고 우수한 사교육 환경도 조성돼 있어, 학부모들이 '자녀 진학'을 위해 선망해온 일명 '입시 특구'인데요.

'입시 경쟁'으로 뜨거운 이곳 학군에, '유입되는 학생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 결과가 최근 발표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종로학원은 상기한 통계를 발표하면서, 특히 "강남 8학군(강남·서초)의 2022년 순유입 중학생은 168명으로, 최근 10년 새 가장 많았던 2015년 기준 605명에 비해 현격히 감소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나아가 "학생들이 경기권으로 급속히 빠져나가고 있다""명문 학군 강남 8학군도 이제는 옛말이 될 수 있다"고 부연하기도 했습니다.

소위 '명문고' '명문대' 진학의 교두보로 여겨진 강남 8학군, 과거에 비해 학생 유입이 감소하게 된 원인은 무엇일까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학생들이 모여 있다. 명문고·아파트에 이어 학원가까지 들어서면서, 세간에서 8학군은 ‘교육 여건이 좋고 우수한 학생이 많은 지역’으로 인식됐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고교 평준화' '명문고 이전'…입시 특구 '강남 8학군'의 탄생

먼저 '강남 8학군'이라는 입시 특구가 조성된 배경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의 논문 「1976년 경기고등학교 이전과 강남 '8학군'의 탄생」(『역사비평』 2015년 겨울호)에 따르면, 강남 8학군은 1970년대 '고교 평준화 정책'과 '강남 지역 개발' 등이 시행되면서 점차 형성되기 시작했는데요.

여기서 당시 고교 평준화 정책이란, '입시 경쟁 과열 현상'과 '고등학교 간 학력 격차'를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거주지 중심으로 고등학교를 추첨·배정'하는 제도를 말했습니다. 이 정책은 '학군제(學群制)'라는 이름의 구체적인 시책으로 실시됐고, 서울권의 경우 1999년에 이르러 최종적으로 총 11개의 학군이 만들어졌습니다. 구(區)를 기준으로 나뉜 서울 학군에서, 8학군은 '강남구·서초구 지역'을 뜻하며, 세부적으로는 반포·대치·개포동 등이 대표적입니다.

학군제 시행과 맞물려 추진된 '인구 분산 목적의 강남 개발'로, 강북에서 명문으로 이름이 난 유수의 고등학교들은 속속 강남으로 이전했습니다. 오 교수는 논문에서 "경기고가 강남으로 이전 완료한 1976년부터 강북 학교의 강남 이전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강남 이전을 확정한 강북 도심지 학교는 휘문고등학교였다"며 "8학군 탄생 이후 강북의 명문 고등학교들이 속속 이전하고, 또 중산층 이상의 가정 환경을 가진 학생들이 학교 부근 아파트 단지로 몰리는 현상은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일으켰다"고 분석했습니다.

이후 명문고·아파트에 이어 학원가까지 들어서면서, 세간에서 8학군은 '교육 여건이 좋고 우수한 학생이 많은 지역'으로 인식됐습니다. "명문고, 명문대를 가려면 8학군에 가야 한다"는 이른바 '8학군 신드롬'은, 우리 사회 '입시 열풍'이 불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본격화했습니다.

"2학기를 앞두고 서울 시내 강남 지역의 중·고교에 전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더욱 늘어나 심한 경우는 1년 반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등 극심한 적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아파트가 밀집해 있고 신흥 명문교가 많은 중학 16학군(강남구) 고교 8학군(강남·강동구)은(※기자 註: 이상 과거 학군제 기준) 적체 현상이 가장 심해, 이 지역으로 이사를 했으나 전학이 되지 않은 학생들은 먼 거리 통학을 하거나 강북, 또는 타 시·도에서 하숙을 하는 등 고충을 겪고 있다."

- 1983년 8월 25일 자 『경향신문』 기사

한 학원의 입시 설명회에서 학부모들이 자료를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계상으로 나타난 ‘8학군 학생 유입 감소세’의 원인을, ‘강남권 집값 상승’과 ‘내신 관리 이점 퇴색’으로 지목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 [8학군 유입 감소] 원인 ① :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진입 장벽' 높아졌다

학원가에 따르면, 이 같은 '8학군 열풍'은 역대 정부의 다양한 교육 정책을 거쳐 그 수위가 점차 조절되면서 2010년대 중반까지 이어져 온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금도 초·중·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과거만큼은 아니더라도, 자녀 진학을 위해서는 그래도 8학군 입성이 중요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데요.

그렇다면 통계상으로 나타난 '8학군 학생 유입 감소세'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입시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원인을 꼽습니다. '집값'과 '성적', 두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입니다.

종로학원 측은 통계 설명 자료에서 "기존 명문 학군 지역의 부동산 가격 등 '진입 장벽' 변수가 크게 발생했다"며 "부동산 가격, 신도시 정책 등으로 '학생 순유입'이 발생하는 지역에 학원 등 교육 인프라가 밀집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금으로부터 15~16년 전만 해도, 강남에도 주거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저층(低層) 아파트들이 종종 있었다. 그래서 강북에 살림을 꾸린 가정도, 자녀가 입시를 준비할 때까지 '한 3~4년 만이라도 강남에서 버텨 보자'고 전입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그런 아파트들도 거의 다 재개발을 해서 전세로 들어오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2020년 발표한 '서울 아파트 시세·공시가격 변동 분석'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 5개 단지 아파트의 평당 시세는 2008년 3,798만 원에서 2020년 7,047만 원으로 12년 동안 3,249만 원 '약 8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학생이 모 대학교 입학 면접 시험을 치르고 있다. 입시 전문가는 최근 수시 제도 개편으로 학생의 다양한 성취 역량을 종합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학업 성적, 즉 내신 등급의 영향력이 강화됨에 따라, 내신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8학군 외 지역으로 진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 사진 출처=연합뉴스)
■ [8학군 유입 감소] 원인 ② : 입시 제도 변화로 '내신 관리 이점' 줄었다

전문가는 이 같은 '주거 비용 상승'에다, 우수 학생이 많아 더욱 치열해진 '교내(校內) 내신(학업 성적) 경쟁'으로 인해, 8학군 진학의 이점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다고 평가합니다.

임성호 대표는 "지금 강남 대치동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대치동 살아도 자녀들 70%는 지방대 간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수시로 대학을 간다고 했을 때, 내신 2등급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면 '인서울(서울권 대학)' 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학생도 학부모도, '강남 가서 높은 내신 등급 따기가 어렵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는 상황에서, '비싼 주거 비용까지 내면서 8학군으로 가겠다'는 경우가 얼마나 되겠나. 15~20년 전쯤에는 '8학군은 묻지마 선택'이었는데, 이제 그런 선택이 반드시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최근 수시 제도 개편으로 학생의 다양한 성취 역량을 종합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학업 성적, 즉 내신 등급의 영향력이 강화됨에 따라, 내신을 전략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8학군 외 지역으로 진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19년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금년도 입시 즉 ‘2024학년도 대입(수시 학생부종합전형)부터는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모든 비교과활동과 자기소개서는 폐지’된다. 내신 성적이 대입 당락을 가름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2019년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금년도 입시 즉 '2024학년도 대입(수시 학생부종합전형)부터는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모든 비교과활동과 자기소개서는 폐지'됩니다. 이른바 '부모 배경 등 외부 요인 차단' 목적으로, 여기서 비교과활동이란 '수상 경력, 개인 봉사 활동 실적, 자율 동아리 및 독서 활동 등'을 의미합니다. 내신 성적이 대입 당락을 가름하는 '핵심 요소'가 됐다는 것이지요.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과거에는 초등학교~중학교 때까지 '강남 8학군'에서 공부하는 게 이점이 많았다. 학력 수준이 높은 환경에서 학생들이 기초 실력을 배양하는 데 도움이 됐다"며 "그러나 지금은 대학 입시가 '블라인드'로 진행돼 소위 '명문고' 출신이라는 것도 강점으로 작용하기 어려워졌다. 학생부종합전형 등 수시 지원을 할 때도, '내신 따기는 어려운데 입시에 특별한 이점도 없기 때문에' 8학군 진학을 망설이는 경우가 늘어난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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