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르포] 부차 학살 그 곳, 승리를 위해 카페를 열다

입력 2023.02.05 (09:01) 수정 2023.02.0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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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기획 창 ‘르포 우크라이나, 일상으로 맞서다’ 中에서〉

지난해 3월 민간인 450여 명이 학살됐던 부차 지역.

참사 뒤 9개월이 흘렀다.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지만, 벌써 칠흑 같은 어둠이 도시를 감쌌다.

그 속에서 카페 한 곳이 불을 밝히고 성업 중이다.

집에서는 인터넷이 잘 연결되지 않다 보니, 카페의 와이파이를 이용하려는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뷰 / 아나스타샤 손님
“집에 정전이 자주 일어나 여기로 일하러 옵니다. 우크라이나 경제에 도움이 돼야죠. 우리 모두 승리를 위해 기회가 있는 곳에서 능력이 닿는 한 최선의 노력을 합니다.”

이곳이 전쟁터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카페의 모습.

부차의 아픈 기억은 이제 치유가 된 것일까.

인터뷰 / 아나스타샤 손님
“부차 사람들은 매일 느낍니다. 러시아군이 우리 국민을 죽이고 여성을 성폭행하고 비무장 남성의 머리 뒤에서 총을 쏜 곳을 지날 때마다 말이죠. 지금 여기서 모든 것을 느끼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우리는 삶을 멈추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카페 역시 러시아의 공격으로 크게 부서졌다가 다시 복구됐다고 한다.

하지만 매일 정전이 이어지다보니 수시로 발전기를 돌려야 하고, 그래서 기름값 때문에
수익성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영업을 이어가는 건 책임감 때문이다.

인터뷰 / 율리아 카페 사장
“꼬마 손님과 가족이 행복한 걸, 웃는 걸 보고 싶어서 가게를 엽니다. 또 제가 일을 해야 종업원들 봉급도 주고 그래야 그들이 식품도 사고 생활비도 벌잖아요. 우리는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건 돈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승리의 문제입니다.”

러시아의 침공은 이처럼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눈이 그치고 맑은 하늘이 드러난 날. 이번엔 키이우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에 가보기로 했다.

도로 옆 곳곳엔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막혀 파괴된 러시아 전차들이 녹슨 채 방치돼 있다.

마을에 들어가 보니 소련 시절에 지어졌던 아파트가 처참한 모습으로 서있다.

포탄이 떨어졌던 곳의 건물 벽면은 완전히 무너졌다. 누군가 놓아둔 꽃다발이 희생자를 기리고 있다.

녹취 / 주민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저 지하실에서요. 말 그대로 10미터 떨어진 곳에 (폭탄이 떨어져) 무너져서 사람들이 죽었어요.”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 봤다.

피아노 위에 놓인 사진첩에는 평범하지만 단란했던 가족의 삶이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장면으로 남아있다.

폭격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 고통은 현재형이다.

인터뷰 / 루드밀라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100명도 넘는 사람들이 지하실에 있었어요. 우리는 출구를 알고 있었어요. 처음에 하나, 그 후 두 번째 폭탄이 떨어졌는데 우리는 빠져나왔죠. 저쪽에도 출구가 있는데 그곳으로는 나갈 수가 없었어요. 거기 가스관이 있어서 가스 냄새 때문에 나갈 수가 없었어요.”

무너진 유치원 벽에 영국 화가 뱅크시가 벽화를 그려넣었다.

작은 소년이 푸틴을 상징하는 거인을 쓰러뜨리는 모습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키이우#전쟁#러시아#공습경보#미사일#드론#부차 #일상

방송일시: 2023년1월31일, KBS 1TV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annel/UCEb31RoX5RnfYENmnyokN8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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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르포] 부차 학살 그 곳, 승리를 위해 카페를 열다
    • 입력 2023-02-05 09:01:19
    • 수정2023-02-05 09:06:43
    세계는 지금
▲ 〈시사기획 창 ‘르포 우크라이나, 일상으로 맞서다’ 中에서〉

지난해 3월 민간인 450여 명이 학살됐던 부차 지역.

참사 뒤 9개월이 흘렀다. 오후 4시를 조금 넘긴 시각이지만, 벌써 칠흑 같은 어둠이 도시를 감쌌다.

그 속에서 카페 한 곳이 불을 밝히고 성업 중이다.

집에서는 인터넷이 잘 연결되지 않다 보니, 카페의 와이파이를 이용하려는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뷰 / 아나스타샤 손님
“집에 정전이 자주 일어나 여기로 일하러 옵니다. 우크라이나 경제에 도움이 돼야죠. 우리 모두 승리를 위해 기회가 있는 곳에서 능력이 닿는 한 최선의 노력을 합니다.”

이곳이 전쟁터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카페의 모습.

부차의 아픈 기억은 이제 치유가 된 것일까.

인터뷰 / 아나스타샤 손님
“부차 사람들은 매일 느낍니다. 러시아군이 우리 국민을 죽이고 여성을 성폭행하고 비무장 남성의 머리 뒤에서 총을 쏜 곳을 지날 때마다 말이죠. 지금 여기서 모든 것을 느끼지만
전쟁은 계속되고, 우리는 삶을 멈추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카페 역시 러시아의 공격으로 크게 부서졌다가 다시 복구됐다고 한다.

하지만 매일 정전이 이어지다보니 수시로 발전기를 돌려야 하고, 그래서 기름값 때문에
수익성은 없다고 한다.

그래도 영업을 이어가는 건 책임감 때문이다.

인터뷰 / 율리아 카페 사장
“꼬마 손님과 가족이 행복한 걸, 웃는 걸 보고 싶어서 가게를 엽니다. 또 제가 일을 해야 종업원들 봉급도 주고 그래야 그들이 식품도 사고 생활비도 벌잖아요. 우리는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건 돈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승리의 문제입니다.”

러시아의 침공은 이처럼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들었다.

오랜만에 눈이 그치고 맑은 하늘이 드러난 날. 이번엔 키이우에서 좀 더 멀리 떨어진 곳에 가보기로 했다.

도로 옆 곳곳엔 우크라이나의 저항에 막혀 파괴된 러시아 전차들이 녹슨 채 방치돼 있다.

마을에 들어가 보니 소련 시절에 지어졌던 아파트가 처참한 모습으로 서있다.

포탄이 떨어졌던 곳의 건물 벽면은 완전히 무너졌다. 누군가 놓아둔 꽃다발이 희생자를 기리고 있다.

녹취 / 주민
“여기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저 지하실에서요. 말 그대로 10미터 떨어진 곳에 (폭탄이 떨어져) 무너져서 사람들이 죽었어요.”

아파트 내부로 들어가 봤다.

피아노 위에 놓인 사진첩에는 평범하지만 단란했던 가족의 삶이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장면으로 남아있다.

폭격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사람들, 고통은 현재형이다.

인터뷰 / 루드밀라
“떠올리고 싶지 않지만 100명도 넘는 사람들이 지하실에 있었어요. 우리는 출구를 알고 있었어요. 처음에 하나, 그 후 두 번째 폭탄이 떨어졌는데 우리는 빠져나왔죠. 저쪽에도 출구가 있는데 그곳으로는 나갈 수가 없었어요. 거기 가스관이 있어서 가스 냄새 때문에 나갈 수가 없었어요.”

무너진 유치원 벽에 영국 화가 뱅크시가 벽화를 그려넣었다.

작은 소년이 푸틴을 상징하는 거인을 쓰러뜨리는 모습은 전쟁의 폐허 속에서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키이우#전쟁#러시아#공습경보#미사일#드론#부차 #일상

방송일시: 2023년1월31일, KBS 1TV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https://bit.ly/39AXCb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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