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중국에 묶인 164억 임금 찾으세요”

입력 2023.02.05 (10:14) 수정 2023.02.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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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있는 STX 다롄(大连) 조선소 얘기다. 지난 2015년 다롄시 중급인민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된 STX 다롄 조선소는 지난해 7월 인터넷 경매를 통해 중국 헝리중공업(恒力重工集团有限公司)에 매각됐다. 매각대금은 17억 2천9백만 위안(약 3,178억 원)으로 'STX조선 등 6개사'와 'STX건설 등 7개사' 등 모두 13개 회사가 팔렸다. 3조 원이 투입된 STX다롄까지 정리되면서 옛 STX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부도난 협력업체부도난 협력업체

하지만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리던 강덕수 STX 전 회장이 남긴 '검은 유산'은 다롄에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다. 수많은 STX 협력업체 얘기다.

조선업 호황이 막바지에 이른 지난 2008년 문을 연 STX 다롄은 그 후 수주난을 겪다 5년을 버티지 못하고 2013년 6월 결국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STX 조선 하나만 보고 따라온 창싱다오(长兴岛) 입주 협력업체들은 하루아침에 줄도산을 맞았다.

그나마 간신히 살아남은 업체도 큰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STX에 용접봉을 납품하던 한 업체는 4천만 위안(약 74억 원)을 떼였고, 10억 원 안팎을 날린 협력업체도 숱하게 많다. 50여 개 협력업체가 입은 피해액만 3억 위안(약 552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업체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현재는 손해를 대손상각 처리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들 협력업체가 중국을 떠나고 싶어도 막상 자리를 털고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투입한 투자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롄에 남아 중국 인수기업에 납품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드러내놓고 이들의 하소연을 듣기도 쉽지 않다.

냉가슴만 앓고 있는 우리 국내 은행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STX다롄에 지급보증을 서고 자금 회수를 하지 못한 산업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중국 법원의 채무조정에 따라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헐값 매각에 이은 '쥐꼬리 회수'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STX다롄 관련 채권 신고액은 262억 위안(약 4조 9천800억 원)으로 중국법에 따라 채권자에게 차례대로 지급될 예정이다.

STX다롄 협력업체STX다롄 협력업체

그 채권자에 대한 지급 절차가 이미 시작됐다. 현재 STX 파산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체불 임금 신청을 받고 있다. 임금을 받지 못한 한국인 근로자는 STX 다롄 6개사(조선 유한공사, 중공 유한공사, 해양중공 유한공사, 엔진유한공사, 중형장비유한공사, 금속유한공사)에 소속된 542명으로 규모만 8천9백만 위안(약 164억)에 이른다.

현재 이들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체불 임금 지급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문제는 이들 근로자 대부분이 국내로 귀국하면서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고 게다가 신청 마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아 자칫 체불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STX 파산관리인 측이 신청 접수 시한을 2월 19일까지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2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중국 기업 파산법 118조는 채권자가 법정 기일 이내 채권을 수령 하지 않을 경우 분배 수령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며, 공탁 분배금을 후 순위 채권자에게 분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한을 넘기면 체불 임금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체불 임금을 수령 하고자 하는 해당 근로자는 인터넷 홈페이지(www.stxdalian.com)에 접속해 신청하거나 주다롄 대한민국 출장소로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선양 롯데 테마파크 공사현장선양 롯데 테마파크 공사현장

중국 특파원으로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중국에 투자한 국내 기업이 파산해 철수하는 일을 지켜보는 것이다. 최근 중국 선양(沈阳)에 있는 롯데가 결국 중국의 국영기업에 매각된 일도 마찬가지다. '사드보복'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롯데의 테마파크 건설현장을 보노라면 참작한 마음이 절로 든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중국에 투자하려는 한국기업 CEO는 업종에 관계없이 반드시 와서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조 원짜리 기념시설이기 때문이다.

역시 3조 원이 투입된 다롄에 있는 STX 조선을 바라보는 마음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6년 4월, 다롄에 있는 창싱다오 임항공업구를 찾았을 때 STX 조선은 이미 황폐해진 뒤였다. 그 그늘은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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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2-05 10:14:32
    • 수정2023-02-05 10: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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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있는 STX 다롄(大连) 조선소 얘기다. 지난 2015년 다롄시 중급인민법원으로부터 파산 선고된 STX 다롄 조선소는 지난해 7월 인터넷 경매를 통해 중국 헝리중공업(恒力重工集团有限公司)에 매각됐다. 매각대금은 17억 2천9백만 위안(약 3,178억 원)으로 'STX조선 등 6개사'와 'STX건설 등 7개사' 등 모두 13개 회사가 팔렸다. 3조 원이 투입된 STX다롄까지 정리되면서 옛 STX는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부도난 협력업체
하지만 '인수·합병의 귀재'로 불리던 강덕수 STX 전 회장이 남긴 '검은 유산'은 다롄에 여전히 상처로 남아있다. 수많은 STX 협력업체 얘기다.

조선업 호황이 막바지에 이른 지난 2008년 문을 연 STX 다롄은 그 후 수주난을 겪다 5년을 버티지 못하고 2013년 6월 결국 문을 닫았다. 이 때문에 STX 조선 하나만 보고 따라온 창싱다오(长兴岛) 입주 협력업체들은 하루아침에 줄도산을 맞았다.

그나마 간신히 살아남은 업체도 큰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STX에 용접봉을 납품하던 한 업체는 4천만 위안(약 74억 원)을 떼였고, 10억 원 안팎을 날린 협력업체도 숱하게 많다. 50여 개 협력업체가 입은 피해액만 3억 위안(약 552억 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업체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현재는 손해를 대손상각 처리했다.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이들 협력업체가 중국을 떠나고 싶어도 막상 자리를 털고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투입한 투자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롄에 남아 중국 인수기업에 납품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드러내놓고 이들의 하소연을 듣기도 쉽지 않다.

냉가슴만 앓고 있는 우리 국내 은행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STX다롄에 지급보증을 서고 자금 회수를 하지 못한 산업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이 중국 법원의 채무조정에 따라 얼마나 회수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헐값 매각에 이은 '쥐꼬리 회수'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STX다롄 관련 채권 신고액은 262억 위안(약 4조 9천800억 원)으로 중국법에 따라 채권자에게 차례대로 지급될 예정이다.

STX다롄 협력업체
그 채권자에 대한 지급 절차가 이미 시작됐다. 현재 STX 파산으로 임금을 받지 못한 한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체불 임금 신청을 받고 있다. 임금을 받지 못한 한국인 근로자는 STX 다롄 6개사(조선 유한공사, 중공 유한공사, 해양중공 유한공사, 엔진유한공사, 중형장비유한공사, 금속유한공사)에 소속된 542명으로 규모만 8천9백만 위안(약 164억)에 이른다.

현재 이들 한국인 근로자에 대한 체불 임금 지급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문제는 이들 근로자 대부분이 국내로 귀국하면서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고 게다가 신청 마감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아 자칫 체불 임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다.

STX 파산관리인 측이 신청 접수 시한을 2월 19일까지로 못 박았기 때문이다. 2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중국 기업 파산법 118조는 채권자가 법정 기일 이내 채권을 수령 하지 않을 경우 분배 수령 권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하며, 공탁 분배금을 후 순위 채권자에게 분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한을 넘기면 체불 임금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체불 임금을 수령 하고자 하는 해당 근로자는 인터넷 홈페이지(www.stxdalian.com)에 접속해 신청하거나 주다롄 대한민국 출장소로 연락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선양 롯데 테마파크 공사현장
중국 특파원으로서 가장 안타까운 일은 중국에 투자한 국내 기업이 파산해 철수하는 일을 지켜보는 것이다. 최근 중국 선양(沈阳)에 있는 롯데가 결국 중국의 국영기업에 매각된 일도 마찬가지다. '사드보복'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진 롯데의 테마파크 건설현장을 보노라면 참작한 마음이 절로 든다. 이곳을 지날 때마다 중국에 투자하려는 한국기업 CEO는 업종에 관계없이 반드시 와서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조 원짜리 기념시설이기 때문이다.

역시 3조 원이 투입된 다롄에 있는 STX 조선을 바라보는 마음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16년 4월, 다롄에 있는 창싱다오 임항공업구를 찾았을 때 STX 조선은 이미 황폐해진 뒤였다. 그 그늘은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까지도 짙게 드리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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